이 시집을 읽고 가장 반가웠던 것은 정숙인 시인은 상투성에서 상당히 먼 지점으로 탈출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우선 목차부터 상투성에서 벗어났다. 거의 모든 시집들(소설들도 비슷하지만)이 관습적으로 제1부, 제2부, 제3부 하는 식으로 작품을 분류한다. 이는 독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개 5부 정도로 수록작품을 의도적으로 분류하다 보면, 시 한 편이 단일 주제를 담지 못하고 복합적인 테마인 경우도 많은데, 이를 편의상 적당하게 분류하기 쉽다. 그런데 정숙인 시인은 이를 무시(?)하고 한글의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ㄱㄴㄷㄹ’ 순서로 구성하였다. 이 역시 상투성을 배제한 훌륭한 선택이고 시도다. 이런 목차를 대하는 독자들은 그 유명한 송창식의 흥겨운 가요 “ㄱㄴㄷㄹ”의 멜로디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멋진 아이이어로 구성된 작품들을 순서대로 전78편을 체크해보았더니 여덟 가지 주제로 분류할 수 있었다.
시 쓰기의 고뇌:「봄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을까」「울컥, 이라는 부사」「입 입 입」「지워지지 않는 섬」「틈」「홍시」 이웃에 대한 관찰:「구멍난 그늘」「굽은 노래」「날고 싶은 새」「몽중 몽몽」「문상」「믿고 싶은 잠」「어름사니」「에어라이트」「퀼트」「화훼별곡」 세상을 풍자하는 시: 「꿈꾸는 숫자」「도깨비 시장」「바겐세일」「폐타이어」 불교적 소재 또는 주제: 「가시연꽃」 「구절초」 「다비」「돌탑」 「드라이플라워」「매화향기 속으로」「소나기」「연곡사 가을비」「연소답청」「쪽빛 경전」 아버지에 대한 추억:「그리울 땐 연필을 깎는다」「대숲에서」「동백」「발효되는 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겨울 이야기」 「대보름」 「마지막 집」 「매화병제도」 「맨드라미」 「모래시계」 「새알팔죽」 「스위치백」 「안개는 새를 품지 않는다」 「어머니의 빈 집」 「탕국」 「혀끝 아리는 향기」 삶에 관한 성찰: 「간고등어」「거미」「고도를 기다리며」「눈꽃」「담쟁이」 「드므」 「마름하는 시간」 「삼겹살」 「소머리 국밥」 「하마 사막으로 가다」 자연의 아름다움: 「겨울 크로키」 「멍」 「못갖춘마디」 「몽돌 해변을걸으면서」 「물의 정원」 「바람 짓」 「별이 빛나던 밤」 「봄의 왈츠」 「여」 「하이에나」
봄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을까 (정숙인 첫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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