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복희의 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낮은 곳에 오래 시선을 둔다. 바람이 빠져나가는 쪽문, 발바닥이 견뎌온 길바닥, 지하철의 까마귀 타투, 뒷골목의 길고양이, 모래톱의 돌, 얼굴을 잃은 불상, 가시를 세운 엄나무, 낯선 도시의 떠돌이와 작은 하늘소까지 그의 시 안에서는 저마다 자신의 생을 증언하는 존재가 된다. 시인은 그것들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낮춰 그 상처와 그림자에 자신의 얼굴을 비빈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버텨온 것들’의 체온이 있다. 상처는 돌의 지문이 되고, 가시는 마침내 그늘집을 짓고, 추락한 생명은 다시 나무를 향해 오른다. 지상과 지하, 빛과 어둠, 정착과 떠돎의 경계를 건너며 시인은 삶이란 결국 수없이 방향을 잃고도 다시 발끝을 세우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바닥에 귀를 대고 오래 묻혀 있던 생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 낮고 깊은 목소리가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오래도록 바람이 되어 떠돌 것이니.
ㅡ 정일근(시인·경남대 석좌교수)
ㅡ 정일근(시인·경남대 석좌교수)
바닥을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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