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독자를 위한 작가의 인사말
독자 여러분께,
여기 특별한 여성, 알마 카를린(ALMA I. W. M. Karlin)의 삶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유럽인이자 세계 여행가, 작가, 민족학자, 연구자, 그리고 다국어 구사자였습니다. 8년간의 세계 일주 여행(1919~1927) 중이던 1923년 7월에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 하나, 타자기 하나, 그리고 직접 10개 언어로 번역한 사전 하나만 가지고 홀로 세계 일주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여행은 특히 여성에게는 매우 힘들고 위험하며 고된 일이었습니다. 알마의 여행은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과 인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운 어린 시절 덕분에 알마는 당대의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독립적이고 자립심 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1923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마는 당시 서양 여행자들 중에서 일본 제국주의 통치자들과 한국 국민을 명확히 구분하여 글을 쓴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인들의 고난뿐 아니라 존엄성과 다양한 문화에도 주목했습니다. 그녀는 한반도 남쪽에서 여정을 시작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항구 도시 부산이었습니다. 한반도에서 그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발견했고, 그곳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녀는 유럽 언론에 한국 체류기를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당시 서양 세계에 한국인들의 문명과 아름다움을 알렸습니다. 그녀는 고향인 슬로베니아에 민속학 유물과 식물 표본, 태극선 부채, 사진 자료, 엽서 등을 수집해 가져왔는데, 이 엽서 중 일부에는 그녀의 손글씨 설명이 남아 있어 1920년대 한국인의 시각적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첼례 지역 박물관 소장).
작가이자 여행가로서, 알마의 삶 이야기는 저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주었고, 저는 이 이야기를 제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슬로베니아의 모든 어린이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알마, 세계 여행길에 나서다』라는 제목의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독일어, 영어, 에스페란토와 슬로베니아어 판(재판)에 이어, 한국어판 출간까지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알마 카를린의 이야기를 한국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주신 번역자 장정렬(Ombro)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날의 한국 독자들에게 알마의 글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슬로베니아인이자 유럽 여성의 시각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자연, 그리고 한국인의 존엄성에 대한 진솔한 헌사를 담은 소중한 역사적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 모이체야 본테[Mojiceja Bonte]
한글판 편집자의 말
슬로베니아의 위대한 여성 탐험가이자 작가인 알마 카를린(Alma M. Karlin)의 당차고 아름다운 삶을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 책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깊은 지혜, 낯선 세계와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삶의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고결한 영혼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의사들마저 고개를 내젓던 지독히 허약한 아이였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육체적 고통 속에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그 작은 몸 안에는 세상을 품고도 남을 거대한 호기심과 불꽃 같은 열정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웠던 알마, 엄격한 어머니의 틀에 갇히기보다 신문 기사를 읽으며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던 아이. 몸이 아파 누워있는 동안에도 8개 국어를 동시에 익히며 세상으로 나아갈 다리를 놓았던 그녀의 모습은, 오늘날 현실의 벽 앞에 망설이는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울림을 줍니다.
손때 묻은 타자기 한 대와 직접 만든 언어 사전만을 품에 안고 홀로 세계를 향해 나아갔던 8년간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문명과 역사의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낯선 이웃을 신의 사랑으로 품어 안은 위대한 '삶의 건축'이었습니다. 인디언과 마법사, 식인종과 미이라를 만나는 위험천만한 기행 속에서 마침내 우리나라 부산에도 발을 내딛은 그녀를 이끈 것은 두려움이 아닌 과학과 예술, 언어, 그리고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이었습니다.
"매 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채우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는 알마의 고백은, 신께서 각자에게 부여한 고유한 삶의 사명을 어떻게 완성해가야 하는지를 나지막이 웅변합니다. 굶주림과 외로움, 병마 속에서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여정을 스스로 일궈낸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찬가입니다.
슬로베니아의 작은 도시 첼례에서 태어난 외롭고 허약했던 소녀가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여행가로 거듭난 이 기적 같은 이야기. 진달래 출판사는 이 책이 단순한 위인전이나 여행기를 넘어, 독자 여러분의 삶에 정체된 마음을 깨우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신실한 마중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알마가 품었던 그 뜨거운 열정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을 펼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진달래꽃처럼 따스하게 번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추석 즈음에
오태영(진달래 출판사 대표) 드림
역자 후기
“여행가이자 탐험가, 기자이자 문학가 알마 카를린ALMA KARLIN”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 선생의 동요 <반달>(『어린이』 제2권 제 11호, 개벽사, 1924년)
세계 여행가 알마 카를린ALMA KARLIN는 1923년 7월 한국을 방문하여 3개월간 여행을 합니다. 그해 여름은 2026년 여름처럼 이렇게 무덥지는 않았겠지요? 지난 6월에 『알마 내 집 문턱 앞의 세상』을 에스페란토-한국어 대역판으로 출간하면서 기회가 되면, 한국어 번역만으로 된 작품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작가 모이체야 본테Mojiceja Bonte 선생님과 관계자들께 의논하고, 이를 진달래 출판사에도 한국어 번역본 출간을 한번 고려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오태영 대표님이 무더운 여름에 편집을 마무리하셨다며, 제게 역자 후기를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역자인 저는 윤극영 선생의 <반달>이라는 동요를 맨 앞에 배치해 봅니다. 아마 세계 여행가 알마도 우리나라에서 바라본 반달과 샛별이 세상을 여행하는 등대가 되어, 세계 여행의 길잡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한때 저는 에스페란토를 배우고 사용하면서 삽화가 있는 에스페란토 작품을 서가에 두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작품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짬을 내서 이 작품 『알마, 세계 여행길에 나서다』를 한국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제 슬로베니아 여성 작가 모이체야 본테Mojiceja Bonte가 쓴 『알마 내 집 문턱 앞의 세상』이 한국어 번역본 『알마, 세계 여행길에 나서다』라는 제목으로 독자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이 두 작품은 한 뿌리에서 나온 자매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이 작품 『알마, 세계 여행길에 나서다』에서 작가 모이체야 본테Mojiceja Bonte는 알마 카를린의 삶을 정말 감동적으로 간결하고도 압축적으로 묘사해, 여행을 즐겨 하는 에스페란토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알마 카를린의 삶을 정말 정밀하면서도 운치 있게 컬러 삽화로 표현해 준 삽화가 폴로나 코세츠Polona Kosec 덕분에 우리 독자도 즐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슬로베니아어 원문을 에스페란토로 깔끔하게 번역한 마리야 니콜라야 로제이Marija Nikolaja Roej의 문장 덕분에, 이 작품이 한국어 번역본까지 더 하게 되니, 어느 연령대의 한국어 독자라도 이 작품을 즐겨 손에 잡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 속했다가 유고슬라비아로, 나중에는 독립 국가가 된 슬로베니아를 생각하면, 독자 여러분은 뭐가 떠오를까요? 수도 류블랴나는 류블랴니차 강이 흐르고 친환경적이고 예술 감각이 돋보이는 도시라고 합니다. 우리 에스페란티스토 독자 중에는 유럽을 여행해 본 분들은 제법 많습니다. 그분들은 폴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지를 방문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를 방문한 이는 드물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23년 7월, 슬로베니아 출신의 34살의 젊은 여성 여행자 알마 카를린ALMA KARLIN은 1년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배로 부산에 도착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3개월을 머물면서 당시 한국인의 삶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자신의 고향인 첼례의 지역 신문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제목의 기고문으로 우리나라를 3차례나 소개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우리 주인공 알마 카를린은, 1919년부터 약 8년간, 10개 국어로 된 사전과 ‘에리카’ 타자기를 들고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여비를 벌고, 방문지역 소식을 고국에 알리는 기자로도 활동했다는 그녀 삶을 들으면, 해외여행을 즐기는 에스페란티스토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여성 여행자 알마 카를린이 1923년 7월 부산항에 내리면서 부산을 에워싼 산을 보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당시 한국인 학생 여행자들이 자신의 복장을 한복으로 바꿔 입은 모습을 기차 안에서 보고서, 자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상에 들어섰다고 그 방문 첫 소감을 남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