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문의가 알츠하이머병을 말하는 이유
“나는 치매를 다루는 전문의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저자의 이 말에는 근거가 있다.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제1형, 인슐린 저항성으로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는 제2형에 이어, 뇌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일어나 정보 전달이 막히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여러 연구를 통해 당뇨병에 걸리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배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만 명 이상을 진료해온 저자는 환자들에게 여러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혈당과 인슐린, 노화 촉진 물질 AGE를 깊이 연구해온 당뇨병 전문의의 시선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새롭게 풀어낸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서 생긴 ‘제3형 당뇨병’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늦다, 20년의 시간을 잡아라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라고 느낄 때 알츠하이머병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알츠하이머병은 시작된 시기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큰 격차가 있는 질병이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20년 전부터 뇌의 위축이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치료제는 진행을 늦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은 예방이 전부”라고 강조한다. 초기 교육 부족, 난청, 고혈압,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운동 부족, 비만, 당뇨병 등 뇌를 위축시키는 12가지 위험인자를 하나씩 짚고, 숨은 당류를 줄이는 식사법과 AGE가 쌓이지 않는 조리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0대에게도 이르지 않고 70대에게도 늦지 않은 예방법이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잘 관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알츠하이머병으로 떠나보낸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방법과 지식을 한참 전에 알았더라면 어머니의 알츠하이머병도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라며, 두려움 대신 희망을 품고 예방을 시작하자고 당부한다.
알츠하이머병, 예방이 전부다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책은 많지만 대부분 발병 메커니즘과 증상 설명에 머문다. 정작 독자가 가장 알고 싶은 ‘예방할 수 있는가’, ‘미리 발견할 수 있는가’에는 답하지 않는다. 저자는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며 알츠하이머병 검사를 함께 진행해 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두 질문에 답한다. 뇌 MRI 영상으로 해마의 위축을 수치로 확인하고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관리를 시작하면, 정상 인지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레이 존에 해당한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일상생활에서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할까?’, ‘어떤 전조 증상이 있으며,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평소 환자에게 조언하듯이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물론 당뇨병이 아닌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나이가 몇이든 처한 상황이 어떻든 알츠하이머병에 걸릴까 봐 불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이 될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관해 알고 예방법을 숙지한다면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책 속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선별검사와 정밀한 신경인지검사로 진단하는데, 이러한 테스트에서 전혀 문제없다고 나오더라도, 특수자기공명영상(MRI)으로 검사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에 이미 뇌의 위축이 시작되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그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을 때는 이미 중증 단계여서 치료는커녕 진행을 멈출 수도 없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고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후 10년 생존율이 18.9%’라는 결과가 나왔다. 암담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이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치매가 심해져 병상에 누워 있으면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쇠약해지거나 삼키는 기능(연하 작용)의 저하로 오연성 폐렴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된다.(23-24쪽)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확실한 진단을 받고 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뇌신경과에서 진료 후 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
지금으로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이미 나타난 상태에서 진행을 멈추거나 치료할 방법은 없다. 수면 아래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단계, 즉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데, 미리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으므로 우리 스스로 예방해야 한다. (...)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인 질병과 다르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라는 태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36-37쪽)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20대부터 몸에 익혀도 결코 이르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70대에 시작한다 해도 늦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과제다.
특히 가족력이 걱정된다면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암이든 심장병이든 당뇨병이든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 당뇨병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 중에 당뇨병이 있으면 본인도 걸릴 확률이 높다. 부모 형제는 비슷한 체질을 타고나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생활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는지를 미리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100-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