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 (백은선의 8월)

뾰 (백은선의 8월)

$16.00
Description
“여름이었다, 는 말속에 포섭되는 것.
저절로 만들어지는 상징.
여름,
열매가 부풀어오르는 간지러움과
아픔을 생각하며 그 감각 속에서.”

2025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여덟번째 이야기!
생명이 일 초에 한 뼘씩 자라나는 계절 여름, 2025년 난다의 시의적절 8월의 주인공은 백은선 시인이다. 신작 산문집 『뾰』에서 시인은 한쪽으로는 확대된 세상을 한쪽으로는 작아진 세상을 보는 두 가지 렌즈로 내 것 같지 않은 이 생을 들여다본다. 표제작이기도 한 시 「뾰」는 입을 꿰매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게를 찾아 헤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것도 자신 안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아무것도 자신 안에서 꺼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돌고래/사랑하는 모든 것”의 “넓은 등에 손가락으로 편지를 쓴다”(8월 18일). 시인 백은선과 엄마 백은선,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존재와 사랑하고 싶은 존재. 쏟아질 것 같은 존재들을 여기, 산문집 『뾰』에 부려놓은 시인 백은선은 이제 조금씩 옅어지는 슬픔을 이야기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현대시』, 2022년 4월) ‘아이’의 존재에 대해 그는 토로하듯 기록을 남겨왔다.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자 탄원서”. 단 하루만이라도 네 시간을 연달아 잘 수 있기를 바라던 날들, 아이 옆에 누워 자는 척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던 책등. 읽고 싶고 쓰고 싶어 안달해야 하는 엄마로서의 삶은 그에게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것이다. 누군가의 세계이자 모든 것이 되는 일. 말하는 것 아는 것 먹는 것 작은 동작조차 자신에게서 비롯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세계. 언제나 전신을 기울여 기꺼이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그는 산다. “아무렇지 않고 여전히 왕성하게 쓸 수 있다고 증명해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진 채로. “오로지 ‘엄마’ 이외에는 내 역할도 자리도 없어지는 것, 나는 그게 너무나 무서웠다. 왜 엄마들은 무엇을 끝없이 증명해야만 할까?”(「돌려받는 사랑」)
그의 여름은 해루질로 가득하다. 그의 고민, 그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는 바다에 빠지기 위해. 자신이 작고 작아져 시간을 거슬러 작은 세포가 되어 바다를 떠다니는 광경을 목격하고 싶어서 매일매일 바다에 가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 해변과 파란 바다, 쏟아지는 태양의 환한 숨 속에서. 아이의 나이는 영원하고 그 계절은 변하지 않는다. “훌쩍 커버린 아이야. 너는 보물 같은 건 전부 바다에 던져버릴 거라고 했잖아.”(「세상의 끝에서 너와 나」)
비유로 이뤄지는 상상의 과정 ‘알레고리’는 그에게 슬픔의 장르다. 구조 속 겹들을 걷어내고 그 안에 숨겨진 것을 봐달라는 절박한 외침의 다른 말. 「인간은 신의 알레고리」(8월 9일)는 서른두 쪽에 거쳐 말해진다. 독자가 긴 호흡을 가지고 그의 시를 읽을 때 따라오라는 듯 남기는 ‘비신비’. 영원과 순간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그는 파산과 엉망을 반복, “이해하지 못”함을 지닌 채 “빠져나오는 슬픔의 기차”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런 게 행복인가? 자꾸만 되물어보게 된다.

어느 밤엔 마주앉아 양주를 마셨지. 취기가 올라서, 네가 몇 개로 보였어. 요정. 그래 요정이었던 것 같다. 여름에만 찾아오는 그런. 보아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난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해. 네가 사라진 겨울, 눈밭에 서서.
_8월 4일 편지, 「여름이었다」
저자

백은선

저자:백은선
2012년『문학과사회』를통해등단했다.시집『가능세계』『아무도기억하지못하는장면들로만들어진필름』『도움받는기분』『상자를열지않는사람』,산문집『나는내가싫고좋고이상하고』가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조금씩옅어지는슬픔7

8월1일산문그런거없었으면좋겠어11
8월2일일기여름이내게준문장들21
8월3일시소립자27
8월4일편지여름이었다31
8월5일산문치사량의빛37
8월6일시노래는빛45
8월7일산문취미는해루질49
8월8일산문돌려받는사랑57
8월9일시인간은신의알레고리77
8월10일단상시와사랑의단상111
8월11일시지옥체험관123
8월12일시비신비129
8월13일산문MissedConnection135
8월14일산문균형잡기145
8월15일산문달콤한인생155
8월16일시사랑하는머리171
8월17일단상망가지고부서지고분열된것들179
8월18일시뾰191
8월19일산문기억하기를멈추지말아요199
8월20일짧은소설세상의끝에서너와나209
8월21일시노래를듣는사람221
8월22일산문빛의층계끝에다다를때227
8월23일일기자연스럽게다치며살아가기239
8월24일시침묵의서書247
8월25일산문따로또같이:우리의그림책251
8월26일시목격자259
8월27일시마법의영역263
8월28일산문나에게가장좋은아픔269
8월29일시소녀경연대회287
8월30일시의미없는삶295
8월31일일기마지막여름은나와함께305

출판사 서평

생명이일초에한뼘씩자라나는계절여름,2025년난다의시의적절8월의주인공은백은선시인이다.신작산문집『뾰』에서시인은한쪽으로는확대된세상을한쪽으로는작아진세상을보는두가지렌즈로내것같지않은이생을들여다본다.표제작이기도한시「뾰」는입을꿰매주는,세상에하나뿐인가게를찾아헤매는내용을담고있다.아무것도자신안에들이고싶지않다는욕망과아무것도자신안에서꺼내고싶지않다는욕망을동시에갖고있는시인은“세상에서가장자유로운돌고래/사랑하는모든것”의“넓은등에손가락으로편지를쓴다”(8월18일).시인백은선과엄마백은선,그리고사랑받고싶은존재와사랑하고싶은존재.쏟아질것같은존재들을여기,산문집『뾰』에부려놓은시인백은선은이제조금씩옅어지는슬픔을이야기한다.

“인생을송두리째”바꾸어놓은(『현대시』,2022년4월)‘아이’의존재에대해그는토로하듯기록을남겨왔다.미래의아이에게보내는일종의“편지이자탄원서”.단하루만이라도네시간을연달아잘수있기를바라던날들,아이옆에누워자는척눈을감으면아른거리던책등.읽고싶고쓰고싶어안달해야하는엄마로서의삶은그에게“천국을등에업고지옥불을건너”는것이다.누군가의세계이자모든것이되는일.말하는것아는것먹는것작은동작조차자신에게서비롯된누군가가존재한다는것.그리고그존재가나를필요로하는세계.언제나전신을기울여기꺼이무너질준비가되어있는상태로그는산다.“아무렇지않고여전히왕성하게쓸수있다고증명해야”만한다는무언의압박을가진채로.“오로지‘엄마’이외에는내역할도자리도없어지는것,나는그게너무나무서웠다.왜엄마들은무엇을끝없이증명해야만할까?”(「돌려받는사랑」)

그의여름은해루질로가득하다.그의고민,그의존재는아무것도아닌것으로만들어주는바다에빠지기위해.자신이작고작아져시간을거슬러작은세포가되어바다를떠다니는광경을목격하고싶어서매일매일바다에가기도한다.무더운여름해변과파란바다,쏟아지는태양의환한숨속에서.아이의나이는영원하고그계절은변하지않는다.“훌쩍커버린아이야.너는보물같은건전부바다에던져버릴거라고했잖아.”(「세상의끝에서너와나」)

비유로이뤄지는상상의과정‘알레고리’는그에게슬픔의장르다.구조속겹들을걷어내고그안에숨겨진것을봐달라는절박한외침의다른말.「인간은신의알레고리」(8월9일)는서른두쪽에거쳐말해진다.독자가긴호흡을가지고그의시를읽을때따라오라는듯남기는‘비신비’.영원과순간은한날한시에태어난쌍둥이라는걸이해하지못한그는파산과엉망을반복,“이해하지못”함을지닌채“빠져나오는슬픔의기차”의존재를인식하고이런게행복인가?자꾸만되물어보게된다.

어느밤엔마주앉아양주를마셨지.취기가올라서,네가몇개로보였어.요정.그래요정이었던것같다.여름에만찾아오는그런.보아서는안될것이있다고해서는안될것이있다고오랜시간이지난이제야그런생각을해.네가사라진겨울,눈밭에서서.
_8월4일편지,「여름이었다」

‘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5년에도계속됩니다.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시인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달력이그러해서,스물여덟편담긴2월이있기는합니다.)무엇보다물론,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5시의적절라인업]
1월정끝별/2월임경섭/3월김용택/4월이훤/5월박세미/6월이우성
7월박지일/8월백은선/9월유계영/10월김연덕/11월오병량/12월고선경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5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사진을다루는작가장우철과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