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극집 2- 사뮈엘 베케트 선집 (양장)

단편극집 2- 사뮈엘 베케트 선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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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뮈엘베케트

저자:사뮈엘베케트(SamuelBeckett,1906-89)
1906년4월13일아일랜드더블린남쪽폭스록에서유복한신교도가정의차남으로태어났다.더블린의트리니티대학교에서프랑스문학과이탈리아문학을공부하고단테와데카르트에심취했던베케트는졸업후1920년대후반파리고등사범학교영어강사로일하게된다.당시파리에머물고있었던제임스조이스에게큰영향을받은그는조이스의『피네건의경야』에대한비평문을공식적인첫글로발표하고,1930년첫시집『호로스코프』를,1931년비평집『프루스트』를펴낸다.이어트리니티대학교에서프랑스어를가르치게되지만곧그만두고,1930년대초첫장편소설『그저그런여인들에대한꿈』(사후출간)을쓰고,1934년첫단편집『발길질보다따끔함』을,1935년시집『에코의뼈들그리고다른침전물들』을,1938년장편소설『머피』를출간하며작가로서발판을다진다.1937년파리에정착한그는제2차세계대전중레지스탕스로활약하며프랑스에서전쟁을치르고,1946년봄프랑스어로글을쓰기시작한후1989년숨을거둘때까지수십편의시,소설,희곡,비평을프랑스어와영어로번갈아가며쓰는동시에자신의작품대부분을스스로번역한다.전쟁중집필한장편소설『와트』에뒤이어쓴초기소설3부작『몰로이』,『말론죽다』,『이름붙일수없는자』가1951년부터1953년까지프랑스미뉘출판사에서출간되고,1952년역시미뉘에서출간된희곡『고도를기다리며』가파리,베를린,런던,뉴욕등에서수차례공연되고여러언어로출판되며명성을얻게된베케트는1961년보르헤스와공동으로국제출판인상을받고,1969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다.희곡뿐아니라라디오극과텔레비전극및시나리오를집필하고직접연출하기도했던그는당대의연출가,배우,미술가,음악가와지속적으로교류하며평생실험적인작품활동에전념했다.1989년12월22일파리에서숨을거뒀고,몽파르나스묘지에묻혔다.

역자:이예원
캐나다에서태어나한국과인도네시아,핀란드,덴마크,영국을오가며성장기를보냈다.2002년부터영상자막,출판,미술번역을해왔다.

목차

말없는몸놀림I
말없는몸놀림II
극조각I
극조각II
라디오민그림
라디오밑그림
카스칸도
카타스트로프
무엇어디

부록I/단편극의출간,공연과방송,번역에대해/이예원
부록II/그것:오랜질문,오랜대답/김두리
작가연보
작품연표

출판사 서평

말의한계

베케트의인물들은본래계속말하는이들이다.“말하기가사유의유일한형태고,삶의필요조건이기때문”(김두리)에계속말할수밖에없는베케트의인물들이,그의무언극에서언어없이등장하면서언어의한계를드러내보인다.
대사없이등장인물들의움직임으로만이루어지는「말없는몸놀림I」과「말없는몸놀림II」은각각배우1인과2인을위한무언단막극이다.사막으로상정된무대에서휘파람소리와함께나무,가위,유리병,밧줄등이정육면체들과더불어천장에서내려왔다다시끌어올려지는상황속에서남자는조금씩반응하다가점차움직이지않는다(「말없는몸놀림I」).한편자루에서기어나와여러행동을취하다가자루로들어가기를반복하는두사람이있다.이들은무대오른쪽에서등장하는장대에번갈아찔리면서왼쪽으로이동하다멈춘다(「말없는몸놀림II」).반복적으로주어지는상황에말없이수동적인대응으로귀결하는인물들은현실에의“조용한절망”(프리츠마우트너)을보여준다.
‘말없는몸놀림들’을뒤잇는일곱편의등장인물들은다시대화를나누며극을전개해간다.그러나‘말있음’역시‘말없음’과마찬가지로언어의불가능성을드러내는데소용된다.두사람의대화로진행되는「극조각I」과「극조각II」은제목이드러내듯이들이처한상황의일부를장면으로떠내보여준다.바이올린을긁으며동냥하고있는눈먼이에게,휠체어에탄이가장대로휠체어를굴리며다가온다.이들은말을섞으며잠시동행을꿈꿔보지만,눈없는이와다리없는이의필요는애초에서로충족되지못하고,이들은소통에실패한다(「극조각I」).한편창문앞에선한사람을두고그에대한서류를읽어나가는두사람은한사람의뛰어내림을전제하고서,즉그를구원할수없음을이미정해두고서문서에서자신들이주요하다고판단하는부분만을부분적으로살핀다(「극조각II」).결말을미완의상태로열어둔‘극조각’들은상대적으로말이많고대화로극을이끌어가지만,이들의대화는이들에게이미발생해있거나발생하리라예견된사건을해결하려는것과거리를둔다.베케트의단편극에서말의없음과있음은무언가를해결할수없는상태를그대로보여준다는점에서같은곳을향하며,그러하기에(‘이름붙일수없는자’가긴중얼거림끝에내린결론처럼)다시계속할수밖에없음을역설적으로드러낸다.

계속됨

『단편극집I』과『단편극집II』에고루실린,1950년대후반부터1960년대초반까지베케트가쓴라디오극들은음성과음악을적극적으로등장시키며,나아가이들을등장인물화하는모습을보인다.이두번째단편극집의「라디오민그림」「라디오밑그림」,그리고「카스칸도」가이에해당한다.말을부르고그걸받아쓰는‘감옥’같은상황에갇힌횡설수설하는진술자폭스와진행자그리고타자수와말못하는딕이등장하는「라디오민그림」과,‘들으러온’그녀가들을수있도록안내하는그그리고이들의조작에따라흘러나오는음악과음성이대화와통화의흐름을누빈끝에‘하나인것’같은상태를이루는「라디오밑그림」을지나,‘음악과음성을위한라디오극’이라는분명한부제아래‘여는이’의안내에따라음성과음악이동등한위상으로펼쳐지는베케트의마지막라디오극「카스칸도」가이야기의,글쓰기의지난한여정을읊어간다.
“―이야기…네가그걸끝낼수만있으면…편해질텐데…잠들수있을텐데…그전에는말고…아알아…내가끝낸것만…수천일화…오로지그일…그게내삶…스스로에게말하며…이것만끝내…이건쓸만해…끝내면편해져…잠들수있어…더는이야기없이…더는말없이…그렇게끝냈고…쓸만하지않았어…편해지지않았고…곧장또하나…시작해야할하나…끝내야할하나…”(「카스칸도」,75면)
시작과끝,끝과시작이맞물리며이루어가는이‘계속됨’은시간의속성이며,이는음악의속성이기도하다.그렇게본다면베케트의극에서음악과음성이동등한등장인물로등장하는이유를여기에서찾을수도있다.음성,즉이곳에서이야기를말하기/글쓰기로이어가는행위의속성역시‘계속됨’이기때문이다.여러소설을통해계속됨을계속해서보여주었던베케트의글은이렇게극에서도말과음악으로‘들림’을통해계속될수있음을거듭밝혀낸다.

언어라는행위

1989년숨을거둔작가가1980년대초에쓴극두편이책의마지막자리에놓인다.먼저서있는극은공연마지막장면의리허설무대다.1980년대초반당시투옥된체코의극작가이자정치가바츨라프하벨을염두에두고쓴희곡「카타스트로프」에서,베케트는극중에서극의마지막장면을만들어가는상황속에한인물을세워둔다.연출의지시대로움직이는보조자의손길에몸을맡긴채고개숙인채움직임없이서있던검정가운의주역은마지막에불현듯고개를들어객석을본다.『단편극집I』에실린베케트의영화각본「필름」의마지막장면에서화면을바라보는이를응시하던눈이겹쳐지는순간이다.마지막극「무엇어디」의인물넷역시모두가운을걸친모습이다.긴회색가운에긴반백머리로서로구분되지않는밤,벰,빔,봄은,다섯번째인물이면서등장인물중하나인‘밤’의목소리인‘음’의재촉을받아,돌아가며말한다.비슷한인물넷과그중한목소리가말을반복해주고받으며이어가는돌림노래같은극이과거를계속해서현재로불러오며무언가를기억해내말할것을요구한다.시선에대응해보는이를바라보고,말에대응해말하는행위가작가의마지막시간을채워가며움직임을거듭하게하는동력기관처럼작동한다.언어를만들어내는행위가그결과생성된언어를스스로소진시켜가면서,소진되어감을동력삼아다시언어를만들어내는행위가된다.오늘날베케트의글쓰기가시간과공간과분야를넘어계속될수있는이유중하나다.

책속에서

남자,줄곧돌이킨다.
(「말없는몸놀림I」,11면)

‘가’,셔츠형내의차림으로자루에서두손과두무릎으로기어나오고,멈추고,공상하고,두손을맞대고,기도하고,공상하고,일어서고,공상하고,내의주머니에서작은약병을꺼내고,공상하고,약을한알삼키고,약병을도로집어넣고,공상하고,옷가지쪽으로가고,공상하고,옷을입고,공상하고,(…)
(「말없는몸놀림II」,17면)

충분히불행하지가않아요,내가.[사이.]그게늘내불운이었죠,불행한데,충분히불행하지않아.
(「극조각I」,25면)

[소심히.]옆에앉아도되겠어요?[‘가’와‘나’,서로를쳐다본다.]싫어요?[사이.슬피.]그럼반대편에.[‘나’,‘가’반대편에앉고,‘가’를본다.사이.]계속하나요?
(「극조각II」,41면)

그게…그…혹시나괜히…입에담기조차조심스럽지만…다만내가보기에는…거기에서…어쩌면…우리가결국뭔가찾은건지도요.
(「라디오민그림」,62면)

그녀. [깜짝놀라]아니,그런데혼자네요!
그. 네.
그녀. 아주혼자예요?
그. 누구든혼자일때는아주혼자죠.
(「라디오밑그림」,68면)

―가자…모뉘…양팔헤벌리고…여전한외투…괸물에얼굴박고…매달리고…섬멀어지고…뱃머리먼바다로…먼바다어디든…뭍더는없고…그머리…그머릿속들여다보면…모뉘―.
(「카스칸도」,81면)

좋아.우리카타스트로프가나왔어.
(「카타스트로프」,92면)

좋아.
나혼자다.
현재시제로,내가여전히있는듯이.
겨울이다.
나고듦없이.
시간이지난다.
그뿐이다.
이해할자는하리.
나는끈다.
(「무엇어디」,10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