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넥스- 파란시선 184

크리넥스- 파란시선 184

$12.00
저자

안정희

저자:안정희
고려대학교비교문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
2014년[시작]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크리넥스]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f(x)

홈-11
오렌지인장-12
Ⅳ.함수의이해-14
칸디루피쉬-16
배경자식-17
생굴동굴-20
나무구독-22
저울의무게-24
민둥산-26
평균율클라비어연습-28
BlueinGreen-33
알생각-36

제2부log

프랜차이즈-41
쟈딕앤볼테르-42
JenniferLopezAmericanVogue2004-44
화이트닝-46
도난당한감정들의영수증-48
미스터스카치-51
포스트잇이파르르-52
빅토리아시크릿-57
맛집-58
크리넥스-60
일회용사과-62
인플레-64
전기조명종합백화점-66
log-68

제3부lim

무빙워크-79
무리수C-80
싣고-82
빙점의밤-84
이도시의이누이트족-86
잠복-88
독재-90
사하라의호르몬-92
빙탄(氷炭)의침대-94
선상처리-96
마리아나-98
런닝맨-100
낭비의기술-104
얇은컵-106

제4부N

캐시미어-113
것-114
포에티카-119
오류의이해-120
알고리즘초기화-122
페이지터너,포그너독주회-126
심벌즈독주회-128
모르는일-130
보김-132
2-134
길막히는사막-136
편두통거리-138
목-139
셀프서비스-140
호구-142
번지점프-144
쓰레기에관해쓸얘기가있다-146
자음N-149

해설이찬은산철벽(銀山鐵壁)의알레고리-151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되살아난이후
남은일은
또죽을준비

이어지지않는것들이
켜켜이

거의



책속으로

평균율클라비어연습

0.프렐류드

오늘
브런치메뉴는
반숙달걀
망고향토마토
루비레드자몽샐러드
솔티캐러멜밀크티

식탁한가운데
라일락장미한송이가
비스듬히서있다

이름은아직도착하지않았고
이미입안에들어와있다

Ⅰ.제1변주-발음

소리없이방향을바꾸는동안
내핏속에도
몇개의시간이겹쳐흐르고
몇개의언어가
서로의발음을훔친다

혀는하나인데
발음은여러개다

이름은발음보다늦게도착한다

나는한번도
같은방식으로말한적이없다

Ⅱ.제2변주-기원

네안데르탈인의뼈
사하라의먼지
잃어버린음절하나가
체온을만든다

몸은뒤섞여있고
출처는계속늦게도착한다

이름은탄생보다늦게도착한다

나는이미여러번태어났지만
어느탄생에도
완전히속하지않는다

Ⅲ.제3변주-시스템

업데이트,업데이트
다른이름으로저장,저장
이름은계속바뀌고
파일은덮어씌워진다

이름은저장보다늦게도착한다

자장자장우리아기잘도잔다
아기를재우다나도잠들고
재부팅이후에도
같은나는실행되지않는다

Ⅳ.제4변주-과육

토마토처럼터졌다가
자몽처럼찡그리고
캐러멜처럼들러붙고

과육은국경없이익는데
맛은계속바뀌고

이름은맛보다늦게도착한다

같은입인데
같은맛을기억하지못한다

Ⅴ.제5변주-조성

모든조성을허락받은대신
어느조성에도머물지못했다

나는어디서든연주되지만
어디에서도완성되지않는다

이름은끝내늦게도착한다

Ⅵ.코다

평균으로맞춰진음들은
서로를닮지않기위해
더정확해진다
더정확하게어긋난다·


화이트닝

시상식의스포트라이트때문일까
테네리페섬의오후두시를활보해서일까,어쩜
엄마뱃속에서나올때분만실조명때문일지도,혹은
신부대기실에터지던카메라의섬광때문일지도

빛에그을린얼굴이바닥에굴러다닌다

두꺼운빛의붓질에찢어지는얼굴
얼굴을끄고싶어요

땅에얼굴을심는다
흙이멱살을꽉!
푹!생각이박히는것
가지치는팔다리를묶는일
허공에발길질하며발자국을낭비하는일
낭비할수록쌓이는예금은이미가입되었다
생각이뿌리내리고
뿌리의잔털이어둠을더듬을때마다
뿌리의속살이환해진다

자라지못한것은
빛이없어서가아니라덜어두웠기때문이죠

여기는신선한부식물이가득한뷔페
머리가자란다,익는다
무슨나무인지
얼마나자랐는지
얼마나자라야하는지모르겠는데

멱살쥔흙의손아귀힘이빠진다
키워주신흙을
툭,툭

어둠에그을린하얀얼굴
커튼을열고창문을바라본다
창이었다가
문이었다가·

크리넥스

일부를보여주었다
전부를보여주기위해

쓰러진모습은
시작하기좋았다

노르웨이의숲을뽑아
부대끼던가지들의소리를톱질하고
모양과향이상자안에서
평범과인내를저지르며
가지런해지는데

고슴도치가와다다달려와서
크리넥스를뜯어먹는다
내손도뜯어먹는다
손끝이온몸을흔드는데

윤기나는가시를
온몸에박고당신은
나를향해웃는다

너의웃음에대해
나의손끝에대해

전부를말하지않았다
하나도말하지않기위해·
---본문중에서


추천평

이것은인어의시이다.안데르센의인어는사랑을위해말을잃은자의알레고리이지만,그알레고리는차라리사랑을위해자기를희생함으로써완성될수있었다.하지만그동화에서죽음대신삶을넣으면역설적이게도‘살아있는죽음’이만들어진다.안정희의이시집은살아남은인어공주의이야기를담고있다.그삶은“행복해야할의무만”남은“천국에갇”혀“행복을견”뎌야하는삶이다(?독재?).“보호와위험은같은얼굴”인삶을사는자에게자신의본성인‘나’는현실의자신을괴롭히는힘이되어버린다(?자음N?).“나에게잡힌채버둥대”는벌레의이미지나(?사하라의호르몬?)끊임없이떨어지는힘이나튕겨오르는힘어느쪽이나다목숨을건모험일수밖에없는번지점프의이미지는모두지독한자기부정이자동시에진정한“나를향한향수”사이에서분열되는삶을보여준다(?번지점프?).그래서수술대위의경험은선상처리되는다랑어에게기투되고(?선상처리?),보통의생명체라면견딜수없는수압과온도를견디는마리아나꼼치에게자기동일시하고,그고통이자신을괴롭히는힘이면서동시에“그녀를지탱하는”힘이되는아이러니를발견한다(?마리아나?).그러므로어쩌면모든동화는잔혹/동화인지도모른다.잔혹함이빗금쳐진이동화의표면에세련되고화려한소비의신화가그려져있고,아마존과유럽의어느곳을여행하더라도그모든소비와여행에는또다른잔혹-빗금이쳐져있으며이빗금은심지어전지구적이기까지하다.“가장밝은빛의공포”가이렇게폭로된다(?전기조명종합백화점?).하지만우리는사랑을대가로언어를잃었던인어가견디는‘죽은삶’을통해반대로그가잃었던‘자기’를발견한다.이인어는시시각각세계밖으로밀려나는자기를살아내면서매번가장먼저자기에도달한다.
-이현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