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라의 거짓말- 파란시선 185

카스텔라의 거짓말- 파란시선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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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미자

저자:홍미자
2018년[내일을여는작가]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혼잣말이저혼자][카스텔라의거짓말]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나쁜습관?11
아일랜드?12
지루하거나집요하거나?14
당근?16
제설함?18
옥상정원?20
겨울수목원?22
직소퍼즐?24
해독주스?26
산책?28
눈물복용법?30
습작기?32
걱정인형?34

제2부
애완?39
검침원?41
걷는나무들?43
관계?45
건너뛰기?47
집의매너리즘?49
종이와컵?51
다리를건너지못했다?53
아보카도씨?55
모임?57
방음벽?59
일요일?61
접경?63
통계센터?65

제3부
카스텔라의거짓말?69
재방송?71
몬순?73
영하?75
외벽?77
회색?79
객실?81
우편함502호?83
풍선과폭탄?85
비바마젠타?87
신세계콤플렉스?89
밤의크레인?91
달빛잉어빵?93
봄날의라이더?95

제4부
여름일기?99
훔쳐읽었다?100
용산행?102
처인?104
환승역?106
우리는국수를싫어했다?108
만화경?110
채집상자?112
극장에서?114
새들의행방?116
그네?118
보풀?120
붉은토끼풀꽃?122
거기와여기?124

해설고봉준바깥을향하여?126

출판사 서평

추천사

홍미자시인은멀어지는사람이다.안과밖으로부터.겉과속으로부터.국내와국외로부터.아이와어른으로부터.진실과거짓말로부터.식탁과심장과햇살로부터.나와당신으로부터멀어지는사람이다.멀어지고멀어지다가단숨에가까워지는사람이다.시인은자기자신마저멀어지면서세계와의거리를재조정한다.시인은멀어지거나가까워지면서언어로흔적을남기는사람이다.언어의실험실에서“거기로사라지거나/여기로돌아오”는사람이다(?거기와여기?).“칼날에묻은허기/살오른방들의침묵/식탁의모든영역”을다른차원으로배치하는사람이다(?관계?).멀어지는사람은멀어진사람과의경계에무늬를펼친다.시인의궤적을추적해보면,이곳과저곳의경계는희미해지고삶의무늬가남는다.사람의체취가흐른다.시인은이방인의삶을자처한다.집과식탁에서,공항과기차에서마주한상처를언어로새긴다.그곳은아름다운무늬들로일렁인다.시인은“나는나만의무늬를잃었고/밝히기난해한직업을가졌습니다”라고고백하며(?통계센터?)“콕콕찌르는바늘의기억을따라남자의무늬를그려”본다(?용산행?).이방인의‘시간은잘게쪼개지면서또다른무늬’를생성한다(?직소퍼즐?).무늬에반사되는무늬들.반추(反芻).반성(反省).반야(般若).무늬에갇혀있는울음.울음에묶인심장.심장을겹쳐놓는시인.시인은언어를통해“우리였다가밖이었다가/끊임없이선을긋고다시허문다”(?붉은토끼풀꽃?).이방인은때때로“거울안에살아있었으나나를읽을수없”는유령으로변하거나(?훔쳐읽었다?),때때로“망설일틈을주지않고후루룩넘어가버리는”물체가된다(?우리는국수를싫어했다?).나는‘시인-이방인’의탄생의순간을목격한다.이시집을끝까지읽으면무늬뒤에서멀겋게웃는당신을만날수있다.‘산세베리아뒤에숨은검은모서리’의정체를알수있다(?집의매너리즘?).비극의맛을경험하고서도기어이멀어지는당신,이세계의다정한무관심을기어코온몸의무늬로남기고자하는당신,시인!이방인,적법한이방인.
―정우신시인

저자의말

바깥이되려한건오만이었다

책속에서

<아일랜드>

식탁에대해말하자면
등을보이고싶지않았다

짓이겨진토마토는누구의잘못도아니었다
그때해가주방창으로떨어졌을뿐
서쪽은아주먼곳이라고생각했는데

식탁에게다털어놓지못했다
탁상달력의붉은표시는약봉지와어떤관계도없었다
역류성식도염도읽다만조류도감도접어둔한쪽날개도

섬에가고싶다고말했을때
물컵이쓰러졌다흘러간물이망설임없이바닥으로떨어졌다
모든방향으로열려있어서아무데로도나설수없는

식탁은섬을닮았다
식탁보아래아일랜드지도를숨겨둔것도

모허절벽으로떠날계획이라고
아이슬란드에서날아온퍼핀이검은바위에앉아있다
노랑부리와주황빛다리를위해망원경을준비해야지
우비와따뜻한물과젖은날개도

골웨이행기차를타기로한다
외국인들의도시라는데그건철새들의땅이라는말로들려서
아이리시커피에취해봤어?더블린공항에서

비에젖은들판과회색산을흔들며
기차는절벽을향해달려가겠지
새를보러가는거니까괜찮을거야

숨겨둔지도를꺼내놓기로했다
아일랜드는함께도모한일이어서

식탁은섬이니까
어디로도새나가지않을테니까

<당근>

당근을잘모릅니다

내가아는당근은
숨기기어려웠어요
주황이빠지면불꺼진식탁같아서
김밥천국이24시환한것도당근때문이라고

가늘게채썰고잘게다져도사라지지않는
어떤웃음은그래요
한번터지면멈출수없는
돌아온저녁엔흰접시에당근케이크를놓아둘게요

아이디를당근으로정한건잘한일이었어요
따뜻한대답을듣고싶었나봐요
그래도당근을다알지못해서

기르던꽃기린을당근에내놓았다는말을들었을때
죽은화분을정리했어요
이제어떤것도기르지않으려고요
파헤쳐진뿌리를보면그렇게돼요

토끼인형이피아노위에서야위어가요
빨간눈이한번은말을걸어올것같아
냉장고에싱싱한당근을남겨뒀어요

당근에팔고피카츄를살때가되었다고
살것도팔것도없다는말이슬프게들려
마켓구경을함께하자는데

모르는일은모르는대로둘래요

당근을더배우면삼월토끼를만날수도있겠지만
잠에서깨면다지워질거예요

*삼월토끼:루이스캐럴,[이상한나라의앨리스].

<카스텔라의거짓말>

아프다고생각하면아파질거야

심장이뛴다는건마음을읽었다는신호지
꽃망울이부풀듯
이마가뜨거워지는순간

비명이낭자한꽃밭이었어
목이꺾인샐비어와
붉은고백의입술들

꽃이아름다운건
닥쳐올비극때문이지
봉숭아핏물진손톱들이첫눈을기다리는밤

잔혹동화가너를키워냈구나
환상과상상사이어디쯤
산타의부재를모르는착한아이인척

달콤한말들을찡그리며삼킬줄알아야해
카스텔라를먹고싶다면

혀끝에닿자마자녹아내리는거짓말에대해
쉽게들키지않는법을배워야해
평범한어른이되고싶다면

머리맡에카스텔라를놓아둘게
높은데서떨어지는꿈이었구나
무고한죄를다저지른구름의기분으로

이제거짓의맛을보게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