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아니므로- 파란시선 186

밤이 아니므로- 파란시선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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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형철

저자:전형철
충청북도옥천에서태어났다.
2007년[현대시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고요가아니다][이름이후의사람][밤이아니므로]를썼다.
조지훈문학상,현대시학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북벽11
잎이가시가되는동안14
삼보(Zambo)16
나는얌전한돌을사랑했지만―이매망량(魅)18
비(緋)―도플러효과20
얼굴행성22
예티(Yeti)25
천극(棘)―시간의물고기27
도무지29
라하이나눈(LahainaNoon)31

제2부
카르만라인35
닫힌방―콘클라베37
별내―아내에게39
하얀빗방울―문진42
코코45
하원49
아홉51
흡혈53
북풍을타고55
투명시인58
다른새벽으로60
빛보다느린63

제3부
몰(沒)67
곡비69
펀치드렁크(Punchdrunk)71
앵무74
저녁의파수(派收)76
어름처럼78
작야80
배화(拜火)82
미년(未年)84
서천―J에게87
탁고(託孤)90
별의말일(末日)―블랙홀92

제4부
국외(局外)97
백로지나추분사이―K형에게99
밤이아니므로101
송정103
크로노토프(Chronotope)―꿈의측량술105
이별107
시설(雪)―아버지109
후기111
슬픔의수리학113
완신115
둔차(鈍次)118

해설정재훈곁을지키는그대여.마음의불씨에게안부를120

출판사 서평

[추천사]

슬픔은나누어지지도지워지지도않는수,여기그것을0으로셈하는시인이있다.전형철은이불가능한계산에‘슬픔의수리학(數理學)’이라는이름을붙였다.나는이명명앞에서오래멈춘다.답이없는줄알면서도셈을그치지않는사람의필적이시집갈피마다별처럼박혀있기때문이다.
“모든숫자에영을곱하면/0이되”는소멸의산술앞에서,그래도그가“아프지말자/아프지말자”두번겹쳐적을때,이셈은얼마나절실한가(별내).“눈물의모든이름을아는사람”으로서시인은무릎걸음으로눈내린절벽끝에서거나(예티),“두별사이에/어금니를깨물듯”기댄다(북벽).답이오지않는밤을무릎과어금니로견디며밑바닥까지셈한슬픔은,더는한사람의소유가아니다.슬픔의수리(數理)는어느새수리(水理)가되어다풀지못한셈은넘치고,넘친슬픔은다른생으로번져간다.
그리하여시인은제울음마저아껴남의울음에목을빌려준다.“먼저간자의울음을대신우는것처럼//갈라진솥을지고느리게걸어”가는사람(둔차),곡비의가난한비와완신의쉰목소리로땅을긁는무당이모두그의다른이름이다.그러는동안에도육친은죽고아이들은자란다.“늦고적고다른길을가는흰국수같은아빠”는(코코)“이바람을다타고넘어야지요”라고(하원)아이에게타이른다.존재가0으로지워지는것을지켜본사람만이곁에남은목숨이얼마나뜨거운수인지알기에,떠난이를세던손으로그는아이들의“두고두고돌아볼퇴로가”(코코)되어주는것이다.
우리중누구도죽어본적없고누구도어떤별에닿아본적없지만,그유이(唯二)한저편을향해전형철은“말이아니면침략할수없는저세계로,모든것을거슬러”걸어간다(슬픔의수리학).“나는지금/사라질준비가되었다”라고그가적을때,우리는안다(둔차).이것은소멸이아니라부재하는것들의슬픔까지모두세어보고자하는도저한의지라는것을.이시집이오래도록우리를대신해걸어갈것을믿는까닭이다.
―장만호시인

[시인의말]

상처주려한것이아니라비우기위해
나는슬픔앞에서자주무력했다

한때빛났으나
이제는서서히식어가는시간들을타전한다

당신이없는문장속에서나는기꺼이,
도착하지않는당신을믿는쪽에선다

책속에서

<잎이가시가되는동안>

꿈속에선생을만났다
담배를물었다
반가운나는
선생이실체인가다가갔지만
뒷걸음치며같은곳을맴돌았다
몽자와몽유의밤을굴리며
잎이가시가되는동안
잘라보지않고는물이얼마나들었는지
알수없는나무선인장처럼
후려갈기는비바람에
쉽게멍들고자주물렀다
내가살고있는세상은
어쩌면내가피하고피하다남은마지막세상
최선과집착사이한끗의줄타기
나는옆구리에생긴푸른옹이에
주먹을꼭쥐어붙인다
내가아는신화의장자는
모두죽거나제구실을못했는데
담벼락에피어있는불의미소를
장미의주먹을바라본다
시간의명세를감춘주머니
수없이구겨진마른지화(紙花)속에나를염한다
미처준비되지않은수난
그것을태우려는
모든심지에불을붙여
물을담은가시와
꽃을피운가시사이
잎이되지못할가시를위해
하루종일……

*장미의주먹:조정권,장미의주먹에서.

<삼보(Zambo)>

내가사랑하는당신은나의찌꺼기예요
높은음자리표를닮은계단에서항상내려다보며
잘못찾은사전을손에서놓지못하지요
내오드아이가
당신의길을살펴주진못할겁니다
한단어가뿌리내린시추점을찾아
한개의심지를찾아
나에게손을내밀겠지요
번번이바뀌는증언에대해의심하지마세요
안과밖모두찾을수없을겁니다
어린아이의기도가폭격을맞았거든요
미망인,삼보,말없이걸어가죠
다시기본음부터시작하는겁니다
은혜로운당신은지혜롭게도말합니다
모든것은혈관을흐르는피톨들의믿음때문이라고
어쩔수없다고
차라리잘되었어요
이네모난겨울을벗어나고싶어요
거울뒤편의악마를만나고싶다는말은아닙니다
지금은은도금도내게없는것도당신에게줄수없을테니까
고양이는시간이멈춘개와태양으로향하는의자가운데앉아있지요
눌은발음을비난하지는말아요
어차피눈이보이지않는악사의목소리는
삼보,
신은미리연습했을까요
전선으로향하는깃발처럼
삼보,

<밤이아니므로>

이방은어두운방,거품의방,늙지않는방,수헬리베의방,침묵의방,고통의방,리라의방,정오를건너는방

내것이아니었어야하는방,깊은잠조용히내려온방,뚫어져밑창에닿은방,첫화장에혼자눈부신방,꽃피고슬픈방,흩어져버릴까꼭쥔방,이렇게주머니에몰래넣는방,누구도찾지않는방,숨죽여아직은아닌방

가슴과마음밖에있는방,꽃도곰팡이도없는방,언제나네가없는방,처음부터없던방,이렇게좋을일도없는방,어떤눈동자도없는방
너라는눈부심과가장사랑하고싶은사람이꿈꿨던방,그래서다시심연에깃든괴물을찾는방,울타리너머를오래바라보다서서히양의미소를닮아가는여우의방

가지고싶으면그렇게네가꾸려야하는방
정복한나라를버리고가는방,그리다녀갔는지도모르는방,이끼와얼룩만가득한방,자기목소리로천년동안통곡을듣는방

나말고너를보내야맞는방,내일은일어나기싫은방,집으로는다시올수없는방,좌로나우로나치우치는방,그래서시침(時針)위에누이는방

셋중둘이고발하는방,굳은맹서(盟誓)를허무는방,방의밖과자는방,그방에서종말을끌어안고웃는방
그렇게
방이아닌방
방이아니어야하는방

당신들이다다녀간방
영원히없는방

그래서네가지금떠났던방,또떠나는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