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 파란시선 187

나도 내가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 파란시선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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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석균

저자:오석균
충청남도공주에서태어났다.
1996년[문학21]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기억하는손금][기린을만나는법][수인을위하여][우리에겐시간이충분했던적이없다][나도내가내말을잘들었으면좋겠다],시산문집[키르기스스탄학교가는길],수어책[프리미엄수화](공저)를썼다.
현재횡성송호대학교에서극작과한국어를가르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표면
자유13
핑계14
독서16
봄을기다리며17
기다림18
비받는소리20
가을병원22
번거로움에대하여23
거의다왔는데24
쌀이떨어져서26
저녁을차리며27
대구탕을끓이며28
비30
한식뷔페32

제2부사이
문상(問喪)35
강아지부적36
틈38
바느질을하며40
상담41
문장의주어42
딸의결혼44
편지46
꽃마중48
첫사랑50
나의해방일지52
봄풍경54
안부전화56
토마토를심었다58

제3부나
파도소리61
나도내가내말을잘들었으면좋겠다62
불안64
떠날채비65
쇠똥구리66
오래된차이야기68
고등학교시절70
육십72
우울과몽상74
욕76
손톱77
우리에겐시간이충분했던적이없다278
여름수해80
피고지는계절81
꽃으로진다해도82
무덤대출84
착한사람이아프다86
불행의이유88
어시장90
땅따먹기91
모종을심고92
산을오르며294
신호등앞에서96
별자리98

제4부그리고다시
탄핵의나날1101
탄핵의나날2102
에곤쉴레104
합창은독재다106
드라마를보며108
시집의쓸모110
방과후문학시간112
당신을보았습니다―서이초선생님을기억하며114
퇴직을앞두고116
퇴직118
퇴직수상120
쓰레기분리수거장에서121
한국어강사두달124
한국어강사넉달126
한국어강사여섯달128
정글129
강원도로가는밤기차130
홍천강일기131

시인의산문죽음보다향기로운―나의시작노트133

출판사 서평

추천사

청소를하고빨래를널고그러다앉아서조는사람,졸다가깨서밥을차리고메시지를확인하는사람,종일토록아무런연락이없던하루가뉘엿뉘엿지기시작하면빨래를걷고노을을바라보는사람,혹시나당신이남긴말이있을까싶어시집을펼치는사람,외롭다는말마다밑줄을긋는사람,드라마를보는사람,푸른새벽까지꽃대처럼서서안개속에젖어있는사람,아버지처럼떨어진단추를다는사람,이별을위해대구탕을아까부터끓이는사람,명절이면문닫은음식점앞에서서성이는사람,한식뷔페에미역국이있으면오늘이생일인사람내일도생일인사람,푸고남은찌개뚜껑을조금열어놓는사람,밥먹는동안찌개냄새가방안에고루퍼지게그래서이집은아직사람이사는집이라고말하고싶은사람,언제부턴가시작된바람의상처를꽃이라부르는사람,비가오면시를쓰는사람,시를쓰면비가오는데자꾸오는데비가오면자꾸시를쓰는사람,비내리는소리를비받는소리로옮겨적는사람,빗소리속에서창문을열어놓고하지못했던일들을시작하는사람,빈교실에앉아혼자읽는사람,퇴직신청서를쓰는사람,저녁이면목이한없이길어지는사람,저기저버스에서당신이내렸으면잠시바라보다가집으로걸어들어갔으면밥짓는냄새가다가오고또그렇게밤이왔으면,오십년만에씨앗을심는사람그리고편지를쓰는사람,그렇게오래도록곤고한사람,외로운사람,투박한사람,불편한사람,한없이착한사람,착하고아픈사람,착하고아프고서투른사람,진짜여서서투른사람,진짜여서운명처럼기적처럼시를쓰는사람.
―채상우시인

시인의말

내가한말보다
하지못한말이더오래남았다

말은늘
입밖으로나가기전에
다른방향을택했고
나는
그뒤를따라가느라바빴다

남겨진것들을
하루끝에모아두면
그게문장이되었고
시가되었다

이시집은
그늦은도착들의기록이다

책속에서

<비받는소리>

빗소리라고생각했는데
비받는소리네
소리없이다가오는것을
받는것들이뭐라고한다

받지않으면
그냥스쳐지나면
아무느낌도없고
아무기억도없고

때론아프다는말도
너로인해기쁘다는말도
그만하라는말도
받아야비로소생기는

오늘도밤새도록저리
지붕에던져주시니
손바닥을내밀어맛도보고
흐린눈으로젖어간다

내가보낸것들은
아직가는중인가
잠깨지않도록
안개처럼다가가기를

<대구탕을끓이며>

이별을위해물은아까부터끓고있다
청양고추도넣지않았는데
있지도않은연기에
반쪽짜리무가매운건지

순서가엉클어진우리의만남
아가미속에칼을집어넣고서야안다
지느러미부터자르고
비늘도벗겨내야한다는것을

다시국물을위해
중멸치를고르다가
밴댕이와다시마중에서
모르고선택한어느하나가만족스러울까

웅크린말들로가득한
상처난식도와내장의항변
네가바다를떠난건지
세상이바다인건지

레시피에도없는미나리와깻잎을
한주먹물에담그다말고
창밖에흐르는비를본다
넘쳐흐르는것은국물이아니고

<나도내가내말을잘들었으면좋겠다>

나는내집의세입자다
말을안듣는집주인을만나서
뒤에서끌려가다가
그렇게늙었다

문을두드려도
안에서대답이없다
매일편지를써서
문틈에끼워둔다

다음날이면
이미읽고나간흔적
나는항상
늦게안다

후회는놓쳐버린당신이아니다
뻔히알면서큰소리를치던
그시절이
이리금방끝날줄몰랐다

우리라고부르던말이
사라진뒤에야
그것이내가부르는
나의이름이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