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의 법칙- 파란시선 188

분홍의 법칙- 파란시선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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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홍

저자:박홍
2010년[시안]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나의옥상와이너리][분홍의법칙],장편소설[빗물속에영혼이녹아있다면]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부르는소리11
샤갈의기억12
나는가끔내가싫어지고미워진다14
분홍의법칙16
녹색영혼을가진이들에게18
이굴욕감은어디서오는가20
기억의저편22
빗살무늬토기의추억24
독(毒)26
계양역에서28
비오는날의감정30
싸리나무는불온한가32

제2부
문패37
맹물에대하여38
어떤아침40
매운탕의의미42
내언어들은계절을성큼성큼건너가고44
저렴한것들의세계사46
분홍색슬픔을아시는지요48
바윗돌굴리는소리50
태풍이지나간뒤에52
엄마,소비를잘해야잘사는세상이야54
마을을돌아다니다가56
슬픔의모습58
봄밤59

제3부
내언어들이술에젖었을때63
소성주인천총판앞을지나가다64
코털과하품사이에뻐꾸기가산다65
일탈을위한랩소디66
백년동안의고독을들여다보다가68
내발바닥의무늬들70
자꾸흔들리다72
데코레이션74
길을잃다76
여름숲78
빈티지풍으로79
내안의그놈이80
친구82

제4부
비오는날85
비옷86
청승이도지다88
밥벌이를위하여90
환(幻)92
가난하게산다는것은94
동백의뜨락에96
몸살통(痛)98
내가결가부좌를하고99
물소리100
용현시장의아침102
잠자리칸타빌레104
시월106

해설고광식몸,기억과하나되는감정의순간들108

출판사 서평

추천사

박홍의시에는숲과비와꽃들이활발하다.“녹색영혼을가진”모든나뭇잎이사각거리는속에파묻히는그는나무는“낙엽한장을버릴때에도아무렇게나버리지않는다”고말한다.거기서나는냄새가영혼의냄새라한다.그는스며든다.사물에스며들어깊이들어간다.“숲길을걸으면나는식물처럼조용해”진다며마음을고요하게할줄안다.(녹색영혼을가진이들에게)또비가오면그는“얼른현관문을열고뛰쳐나가/비설거지를한다”(빗살무늬토기의추억),“나는빗소리따라흘러간다”“신부같은미래를맞으러/밖으로나가리”(비오는날의감정).박홍은물의습성을가졌다.흐르는대로흘러가는시인이다.“채송화백일홍양국과달리아가모여마당을/둥글게둥글게만들고”(샤갈의기억)“노랑하늘타리는아기주먹만한하늘을주렁주렁걸어놓을것이다”(여름숲).그는꽃을좋아한다.꽃이주는아름다움과위로,이런일상적인사고를떠나그는눈으로꽃을먹기때문이다.그가바로꽃이기때문이다.그는인간이꽃임을말하고싶어한다.마음은공간을닮는다.그가있는공간은바로그자신이다.숲이빗소리가꽃이바로박홍시인그자신이다.
그는한세상을자기식으로살아왔다.“나는가끔내가싫어지고미워진다”고말한다(나는가끔내가싫어지고미워진다).“남들이그러거나말거나/나는나대로산다”(싸리나무는불온한가).그는제물포에서43년살면서자기식으로보고,자기식으로걷고,자기식으로밥상을차린다.“사람들은내소설이불온하다고한다/그러든가말든가”(싸리나무는불온한가)“내가언제까지이렇게살수있을지”(가난하게산다는것은).그의자기식이란고집스러움보다는자유로움이다.그자유속에서그는자기식으로시를쓴다.그는고상한척,우아한척하는지극히속물적인걸내친다.속물적인것은“소리가말로전달되지않고완강한유리벽속에/갇힌듯하다”“교양있는척점잔떠는게싫고/그런내가더러워진다”라고쓴소리한다(나는가끔내가싫어지고미워진다).이런껍데기만요란한공허를싫어한다.그는허위의식을싫어하는맑은시인이다.그의방벽에는빛바랜신문조각이나,몇달전,몇년전의기사들그리고좋아하는시들이붙어있다.박홍시인의곁에서는시간이너무나천천히흘렀다는것을문득깨닫는다.우리는문장을써내는시인이지만박홍시인은문장을살아내는시를쓰는시인이다.
―정진혁시인

저자의말

창밖에부스럭대는소리가들린다.
얼른창을연다.비가오고있다.
나는비오는것처럼시가좋다.

책속에서

<샤갈의기억>

내유년의마을에는빨간실비아꽃이
꿀담긴벌집을물고날아오른다

아이는그걸하나씩뽑아빨아먹으며
아침의고요를밟고다닌다

마당가운데에
채송화백일홍양국과달리아가모여마당을
둥글게둥글게만들고
푸른하늘이아침햇살과어울려노래하고있다

젊은여인하나우물가에앉아푸성귀를씻고있다
버린물이햇살을퉁겨내며마당을빠져나가
이웃집허드렛물과길섶에서만나고
그들은한몸으로도랑을따라흐르고
어떤개울을만들며더넓은벌판으로간다

예배당종소리가숨어있는벌판에는
아이들걸음마다감기는종소리
댕댕~댕댕~댕댕~댕댕~
바순의음색이보리밭에휘몰아치다
초록의거대한혓바닥이아이들을훑으며논다

마을뒤쪽못골장수바위의전설속에서
몸이크는아이들은매일
벌판끝예배당을지나천당을지나
비슷비슷한얼굴을한어른이되어간다

<녹색영혼을가진이들에게>

낙엽한장을버릴때에도아무렇게나버리지않는다고요?
나무는가을이되어나뭇잎을떨어뜨릴때
그잎들에갖은정성을들여
식이유황을비롯한면역물질을가득쌓은다음
땅에떨어뜨린다고요?

언젠가나폭풍우에짓이겨진나뭇잎과풀잎들이
비명처럼내지르는냄새에깜짝놀란적이있지요
그건한여름밤의모깃불과는다른냄새였어요

초목썩는냄새가아니었어요
엽록소의영혼들이한꺼번에하늘로승천하는것처럼
신비로운냄새였어요

향기가아니었어요타는냄새도아니었어요
뭔가응축된듯강하고찐한……
그게영혼의냄새일까요?

시쓰기가힘들때
수봉공원숲길을걸으면“시가내게로왔다”는말처럼
불쑥가슴에안기는것이있었지요
풀쩍뛰어오르는풀벌레처럼신나는순간

숲길을걸으면나는식물처럼조용해져요
나무들처럼걱정이없어져요
그때나는녹색영혼을가진사람
녹색들과어울려점점소멸하고있지요

<비오는날의감정>

새벽부터천둥번개가요란하더니
끝내비가내린다

베란다소사나무잎에고양이발자국소리로
그옆쥐똥나무화살나무위에도살금살금앉다가
갑자기후투두투둑
사람들막뛰어가는발자국소리로
쏟아진다

나는빗소리따라흘러간다
빗소리되어
땅에스며들지못하고시멘트바닥에서자글거리는
빗방울들

흘러가면서무슨기둥에스며들고풀포기에스며들고나무에
스며들고스며들고……스며들며……
죽은어머니몸에서흘러나온추깃물과
다른목숨들섞인물과어울려지하로흘러들며
이푸른별을만드는것이니

축축한비냄새에질척거리는비의감정
평생을몸비비고살다가신어머니의사랑
그리움이며슬픔이며외로움인
나의미래여

지구만큼이나늙은나의감정이여
새순같은감정들이여
늙은어머니와젊은어머니가새생명을품고만든것들이여

언젠가나빗물에녹아
이대기권빠져나가지못하고지구를떠돌때

비오면나는또나의신부같은미래를맞으러
밖으로나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