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환자와의 대화 (오이디푸스를 넘어서 | 양장본 Hardcover)

라캉, 환자와의 대화 (오이디푸스를 넘어서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이 책은 라캉이 1976년 2월에 파리 생탄 병원의 ‘병자 제시’(病者提示; pr?sentation de malades)에서 대면한 제라르라는 26세의 남성 환자의 진찰기록과 그 해설을 축으로 전개된다. 병자 제시란 샤르코Jean Martin Charcot 이래 프랑스 정신의학계의 전통으로, 사전 등록한 참가자(반드시 임상가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를 앞에 두고 정신과 의사가 행하는 공개진찰을 가리킨다.

환자가 하는 말에 주목하고 그 인생을 다루는 일에 타협이 없는 인생을 산 라캉. 그 라캉에게 있어 ‘주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 청년의 인생은 어떻게 비쳤던 것인가. 환자와 분석주체가 말하는 언어에 주목하여, 언어에 종속된 무의식과 증상을 다룸으로써 각자의 고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정신분석 실천.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되어 라캉에 이르러 세련되기까지에 이른 그것은 오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극심한 사회변동을 겪으며 삶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오늘 한국의 현실에서도 유의미하며 실천 가능한 것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수치를 모르는 문명’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상실과 상처, 죽음과 애도와 죽음 충동, 부인否認과 망각, 갈등과 격분에 휩싸인 한국 사회에서 라캉주의 정신분석 실천의 가능성을 찾는 것, 이 책 『라캉, 환자와의 대화』가 지닌 의미는 바로 거기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고바야시요시키

동아시아정신분석수용사연구자로,성균관대학교에서비교문화학을전공했다.대만타이베이소재중국문화대학한국어문학과조교수로재직중이며국립대만사범대학초빙교수로활동했다.정신분석학의동아시아수용사를연구해왔으며,주요논문으로「한국의초기정신분석학수용에서일본의영향:김성희와고사와헤이사쿠의이론적유사점을바탕으로」와「한국의프로이트이론수용양상연구」가있으며,역서로『라캉,환자와의대화』,『전투미소녀의정신분석』,『캐릭터의정신분석』,『라캉과철학자들』(이상에디투스)등이있다.

목차

추천의글│백상현
옮긴이의말

프롤로그

제1막대화편:라캉과환자의대화

1환자제라르의내력
2대화기록

제2막이론편:

1거울단계
2오이디푸스콤플렉스,거세
3아버지의이름의배제,팔루스기능의배제
4보로메우스이론,아버지의이름의결여/팔루스기능의결여
5내성형정신병과비내성형정신병

제3막해결편:

1제라르의사례:라캉적정신병
2라캉적기법

제4막현대의라캉:보통정신병과자폐증,현실감을둘러싼논의

1보통정신병의제창
2자폐증에대한라캉주의의시점

에필로그:라캉주의정신분석실천의가능성

후기

출판사 서평

정신분석은지식savoir이아니라실천pratique이다.

인간에관하여사유하는방식자체에문제를제기했을뿐만아니라,
그러한문제제기의언어적형식까지도위협하는극단적인인문학실천의사례를
남기고떠난자크라캉.

정신분석의혁명을이끈저유명한‘세미나’와더불어,
육체가소진되는순간까지임상현장을떠나지않았던라캉,
주류정신분석학계로부터백안시되고파문당하기를거듭했음에도
자신이독자적으로창안한‘단시간세션(환자와의짧고가변적인상담)’을지속했던,
그의고집스런실천이의미하는바는무엇일까.
소문으로만전해지던라캉의정신분석임상실천의현장이
처음으로공개된다.

“정신과의사나임상심리사는환자가하는말에주의를기울이지만,정신분석가는환자가말하지않은것에관심을갖는다.”『라캉,환자와의대화』를시작하는첫구절은프로이트-라캉주의정신분석학의다른출발지점을요약하는말이다.자아심리학과발달심리학,인지행동요법에서는정신과진찰을받는환자의자아가약하기때문에이를강화하여사회에적응할수있는,이른바보통의수준까지성장시키는것을치료라한다.이에비해,라캉주의정신분석에서는이와는반대로환자의자아=자기이미지가너무강하기때문에그자아에의해스스로가소외되어있다고생각한다.
1950-1960년대,구조주의적정신분석가시대의라캉은‘프로이트로의귀환’이라는테제를내걸고정신의학이나자아심리학이아닌,프로이트라는천재에의해창안되었던정신분석실천의원점으로되돌아갈필요성을일관되게주장하였다.그중에서라캉이특히강조한것은두가지였다.먼저,첫번째는환자가하는말에세심하게주의를기울이라는것이다.조작적진단DSM(정신장애의진단·통계매뉴얼)으로상징되는생물학적정신의학에서는행동에서부터환자의병태를파악하여인격장애,발달장애등‘□□장애’라는진단명을붙이는것으로부터시작한다.그러나행동주의심리학에는동물과인간을구분하는가장큰요소인언어가배제되어있기때문에,정신과환자와동물이결국동렬로취급받게되는사태가벌어질수있다.하물며환자의병력이나그가하는말이아니라동물일반의뇌에집중함으로써환자개개인의개별성이라는개념은완전히배제된다.
이에반해라캉주의정신분석은인간의뇌자체가아니라환자한사람한사람의말,성량,억양등을실마리로하여각각의역사를재구성하는것을목표로한다.요컨대라캉의이론은타자를배제한채자폐증적으로성립된것이결코아니라는말이다.그는환자와의사이에서언어를매개로한전이轉移관계를축으로삼아정신분석의언설을구축해가려했다.
앞서말한테제의두번째의도는,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거세의개념을정신분석이론의요점으로재인식해야만한다는것이다.라캉에따르면,프로이트이론에서의오이디푸스와거세의개념에서중요한것은어머니와아이의근친상간적이자二者관계,즉전前오이디푸스관계로부터어머니의욕망에종속되어있는아이를해방시키고,타자가이해가능한언어를사용하는사회적주체로생성시킴으로써이성애를가능하게하는동시에현실감을부여하는팔루스phallus기능을전수해주는아버지의기능이다.포스트모던,즉서양사회에서아버지라는것의권위가결정적으로실추되었던1970년대에라캉은아버지의기능의중요성을이어나가면서기존의오이디푸스이론을대신해새롭게보로메우스이론Borromeantheory을창안한다.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거세개념에대해여전히거부반응(거세의부인否認이라는도착적반응이라생각된다)을일으키는유럽과미국은물론이고모자母子관계가보다농밀하다고간주되는아시아사회에서라캉주의정신분석의이론과실천은이론적으로도나아가실천적으로도유의미성이있는것일까.『라캉,환자와의대화』의편저자고바야시요시키의분투는라캉이남긴유일한임상기록의해설을통해그것을입증하려는노력에다름아니다.

이책은라캉이1976년2월에파리생탄병원의‘병자제시’(病者提示;pr?sentationdemalades)에서대면한제라르라는26세의남성환자의진찰기록과그해설을축으로전개된다.병자제시란샤르코JeanMartinCharcot이래프랑스정신의학계의전통으로,사전등록한참가자(반드시임상가로한정되는것은아니다)를앞에두고정신과의사가행하는공개진찰을가리킨다.1950년대부터1981년,그가사망하기직전까지열었던저유명한세미나와함께병행해왔던것이파리생탄병원에서의병자제시였으며,그는한번도임상실천의현장을떠난적이없었다.프로이트가정신분석이론의대상으로서주로신경증환자를다룬것에비해,라캉은정신병또한사정권에두고이현장에서실천을행하여이론을구축해나갔던것이다.
라캉의정신분석실천은철저히발화에의거한것이다.카비네의각각의세션에서분석주체(환자)에게욕망·환상의원인이될수있는분석가의목소리,또는시선앞에서말하는사이에생기는전이관계를축으로정신분석이진행되지만,분석가는전혀기록을하지않는다.그는정신분석이론을전달할때도문자에관해서는수식과마템matheme(수학소),도식만을정리하였고,기본적으로는그의신체,목소리,시선의현전現前,청중의그에대한전이관계를축으로하여오로지발화만으로30년간세미나를진행해왔다.이는논문과사례기록을뚜렷하게남긴프로이트와는대조적인것인데,이스타일은라캉의후계자인자크알랭밀레에의해서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다.이런의미에서도환자제라르와의대화기록은현존하는유일한라캉의임상사례기록으로서그만큼중요한텍스트라는것을의미한다.
환자가하는말에주목하고그인생을다루는일에타협이없는인생을산라캉.그라캉에게있어‘주체의위기’를겪고있는한청년의인생은어떻게비쳤던것인가.환자와분석주체가말하는언어에주목하여,언어에종속된무의식과증상을다룸으로써각자의고유의존재를감지할수있게하는정신분석실천.프로이트로부터시작되어라캉에이르러세련되기까지에이른그것은오늘신자유주의적세계화의파고속에서극심한사회변동을겪으며삶의위기를실감하고있는오늘한국의현실에서도유의미하며실천가능한것일까.시간이흐를수록‘수치를모르는문명’으로변화해가는과정에서,상실과상처,죽음과애도와죽음충동,부인否認과망각,갈등과격분에휩싸인한국사회에서라캉주의정신분석실천의가능성을찾는것,이책『라캉,환자와의대화』가지닌의미는바로거기에서찾아질수있을것이다.

끝으로,이책은라캉과환자제라르의대화를일종의희곡으로상정해놓고구성한것이다.정신분석장면에서는분석주체가자신이말하는문맥에서일시적으로다소간히스테리화·연기자화하는것으로알려져있고,그렇기때문에분석세션은일종의연극공간으로가정할수있다는점에서그것이서술적장치이상의의미를지닌다하겠다.편저자고바야시요시키의다음과같은진술은그래서가식의냄새를풍기지않는다.“연기자는타인과가공의인물을연기하는것이자신의인생이다.정신분석가와정신과의사는분석주체와환자의인생에머리를싸매는것이인생이다.공통적인것이많은양자이지만,사실은소설보다도기이해서거의매일임상을쌓아온정신분석가,정신과의사로서의인생에서나는이말이사실임을점점더확신하게되었다.”

[추천사]
라캉의사유가최후의급진성을보여주던1976년에기록된이텍스트는그가직접환자를진료하며진행하였던말(담화)치료과정의디테일이담긴아주중요한기록이다.정신분석은지식이아니라실천이라는명제가더욱강조되는시기도이시점에서였다.환자의말을의사의지식-틀안으로끌고들어와고정시키지않으려는긴장과노력을보여주는라캉에주목해보라.그는환자가스스로의말들을재료로하여자신만의고유한영혼의건축물을축조해낼수있도록,일종의말의예술가가될수있도록,시인이될수있도록돕고있을뿐이다.의사의지식이환자의영혼을지배하지않도록필사적으로노력하는라캉의조심성이드러나고있지않은가?이처럼짧은대화치료의기록으로부터우리는라캉이평생을추구하던인간학을다시만나게된다.인간이라는개념은각자의영역에서재발명되는것이지타자에의해서규정되는것이아니라는생각.가장엄격한라캉적윤리인이것은이텍스트의곳곳에스며들어책자체를지탱하고반짝이게만드는아름다운빛이라고할수있다.……이책이라캉으로의여정의종착지가아닌시작점,그것도아주미스테리한시작점이되어주기를기대한다.

―백상현(『라캉미술관의유령들』의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