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판례가있는데어떻게판사에따라판결이달라질수있을까?
뉴스에나오는의외의판결은어떻게내려지는것일까?
재판에서원하는결과를얻으려면,판결뉴스를제대로이해하려면,
먼저판사와변호사에대해잘알아야한다!
부장판사를지낸변호사가들려주는
인간적이면서리얼한법과법조인이야기
“변호사가하는게50퍼센트이고,판사가하는게50퍼센트이다.”
“판사를잘만나야하고,그것도복불복이다.”
“아무리변호사가열심히해도,판사가해당사건에대해의뢰인의입장과반대되는확고한선입견이나신념을지니고있으면기대하는결과를얻을수없다.”(이상17쪽)
판사는과연어떤사람이고,어떤방식으로판결을내릴까?
변호사는판사의마음을어떻게읽고설득할수있을까?
흔히판사는솔로몬의지혜를지닌정의로운재판관일것같고그래야한다고믿으며,모든변호사는루스베이더긴즈버그처럼차별과억울함을탁월한변론과뜨거운열정으로해결해낼것같고그래야한다고믿는다.하지만현실은이상과다르다.판사도변호사도같은사람이다.직업적소명의식은있지만루틴한업무에시달리는직업인이자,가족과자신의삶을돌보며고뇌하는생활인이다.재판도변론도사람의일이라서,판사와변호사의경력이나재능은물론이고성향이나신념에따라서도결과가크게달라질수있다.
일반인(비법조인)들은대개변호사의승률이나판사의판결에만주목할뿐,판사나변호사가직업적으로어떤특성을지니고있는지,그로인해변론이나판결이어떻게다를수있는지는신경쓰지않는다.또한그런것을알려고해도솔직하게말해주는법조인이없다.16년간의판사생활을마치고변호사로활동하고있는저자이준희는신간『담장위의판사』에서법조인으로서의삶을있는그대로보여주면서법조인과비법조인간의소통을도모한다.시를무척이나좋아해서직접시를짓기도하는저자는요즘세대의호흡에맞게쓴짧고흥미로운56개의글을통해,때로는진지하고엄숙하게,때로는포복절도할만큼유쾌하게,때로는뒤통수가저릴정도로울림있게,자신의일과생활을이야기한다.어려운법률용어는가급적사용하지않으면서마치자신의일기를읽어주듯진솔하고친근한목소리로들려준다.
“원고승소로결정하면,판결문의내용은원고한테유리한부분이강조되고,원고한테불리한부분은슬며시빠진다.…어느한쪽으로결론을내면그쪽을최대한강조하여판결문을쓴다.…판사들이판결문을이와같이쓰는이유는자신의판결문이완결성을갖도록하려는의도도있지만,상급심에서자신의판결이깨지지않도록하기위해서이기도하고,사건당사자들에게자신의논리가맞다는것을역설하고싶어서이기도하다.”(18~19쪽)
“포커페이스,그런거없잖아.중간중간드러낸심증대로그냥단순하게결과가나오는거잖아.어쩌면판사를하면서내내스스로포커페이스라고여겼던나의확신이착각이었는지모른다.변호인석에앉은변호사들은내가재판을진행하는것을보면결과를예측할수있었을지모른다.……판사의심증을파악하는대강의방법은이렇다.첫째,판사가공감하는지,질문을많이하는지보라.……둘째,판사는불리한판결을받을쪽의눈치를더본다.……셋째,판사가법정에서하는말에이미결론이들어있다.”(21~22쪽)
“판사들이가지고있는프레임(frame)이있다.‘좋은놈,나쁜놈’프레임(‘놈’에비하하는의미가없다.).원고와피고중누군가는좋은놈,다른누군가는나쁜놈이다.……판사가좋은놈이라고생각한다고해서그사람이반드시이기는것은아니다.반드시무죄를받는것도아니다.판사는법의울타리안에서판결해야한다.만약법의울타리를무시하고판결하는경우가있다면판사가아니라사또일것이다.”(26~27쪽)
“판사들은형을세게내릴때는,‘피고인이합의를했고피고인의무엇무엇은좋은점이다’로시작해서뒤에‘하지만’을붙인다.그런재판에서는피고인이원하는결과가나오지않는다.반대로판사가,‘피고인은이래서나쁘고저래서나쁘다’로시작하면,안도의한숨을쉬어도된다.”(45쪽)
“변호사는피고인의편에서기에사건보다사람을더크게느끼지만,반대로판사는사람보다사건을더크게느낀다.……피고인을사건이아닌사람으로부각시키려면한번이라도더판사앞에노출시켜야한다.누구든자주보면부지불식간에정이들기마련이니까.”(61쪽)
“변호사로서사건을진행하다보면,어떤경우에는재판부가너무형식적으로사건을보는구나하는생각이들때가있다.시작부터편견을가지고보고있다는생각이들기도한다.그런재판에서는변호사가아무리기를쓰고변호를해도돌벽에계란던지기가될수밖에없다.어쩌면피고인을변호하는입장이다보니,나자신이피고인편에서서편향적으로볼수도있다.”(73쪽)
이책의원고를미리읽고추천의말을써준지인의글에나와있듯이,“저자는법원에서판사로근무할때나변호사로활동할때나,마주치는사람,사물,사건을무심히여기지않고따뜻한마음으로기록하고성찰하는사람이다.”위에인용한부분들외에다른많은글에서도저자는일반인과로스쿨학생들이매우놀라워할만한,그리고많은법조인들이깊이공감할만한사실과사례들을가감없이이야기한다.비록저자가「머리말」에서“다분히나의개인적인생각이주를이루고있으므로,모든판사,모든변호사를대변하는글은당연히아님을전제하고읽어주기를바라는마음이다.”라고밝히고있지만,약20년간법조계의일선에서일해온저자가신중하게담아낸경험과생각은충분히경청할만한가치가있다.
2018년대법원의판례이후뜨거운쟁점이되어온성인지감수성과관련해서도대다수의법조인들처럼저자는양성평등실현을위한판례의인용을존중하는한편,법학자이자형사재판부부장판사출신으로서“의심스러우면피고인의이익으로”라는형법의법리,즉“열명의범인을놓치더라도단한명의억울한사람이생겨서는안된다”는원칙을지키고자한다.「재판의심리학,앵커링효과」,「성인지감수성딜레마」,「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Ⅰ부에실린이3개의글에왜그래야하는지에관한이유가사례와함께담겨있다.
“판사로서나변호사로서나따뜻한마음을잃지않고
예전그마음그대로살고있는법조인”
이책은크게4부로구성되어있으며,그중Ⅰ,Ⅱ,Ⅲ부는판사와변호사의특징과차이에관한이야기가주를이루고있고,마지막Ⅳ부에는저자의개인적인삶과생각이많이담겨있다.
“원래내것이아닌재물을갖지못하는것은‘상실’이아니다.태어나서부터수십년간부모슬하에서가족으로함께살아왔는데부모의유산몇억을더갖겠다고남매간에평생안보고살겠다고하는것은인간성‘상실’이아닐까.”(211쪽)
“삶이란어쩌면내가타인에게상실감을주거나타인이나에게상실감을안기는과정이다.무엇을사랑하고사는가에따라각기다른상실감이생긴다.사랑하면상실감이더커지고,사랑하지않으면상실감이작아진다.”(212쪽)
“타인의아픔에공감한다는것은얼마나어려운일인가.그러기에나는얼마나부족한사람인가.그들의상실감과좌절감은당사자가아니고서는모르는것인데,변호인이라고나름걱정하며건넨위로의말들이새삼너무초라하게느껴졌다.”(216쪽)
저자는「머리말」에서이렇게말한다.“법정의소소한풍경(風景)을그려본것이지만,어느구절에든읽는사람의마음에울리는풍경(風磬)소리가있기를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