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종에 관하여

불복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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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의 역사는 불복종의 행위로 시작되었으며 복종의 행위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는 왜 순응하는 인간이 되었나?
20세기 사회심리학의 거장 에리히 프롬의
‘불복종’과 ‘자유’와 ‘휴머니즘’에 대한 성찰
일상의 불합리 앞에서, 사회의 모순 앞에서, 세계의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혹 권위와 권력의 목소리를 내면화한 채, 스스로 사고하고 저항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인류가 이토록 무력한 것도 불복종의 역량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석에서 누구보다 깊은 혜안을 보여주었던 에리히 프롬이라면 이렇게 진단했을 듯하다.
신간 『불복종에 관하여』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사회심리학의 거장,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에리히 프롬의 철학적 에세이 4편을 엮은 책이다. 프롬이 1960년대에 집필한 글들로, 20세기 인간의 위기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기초해 ‘불복종’과 ‘자유’, ‘휴머니즘’, ‘사회주의’ 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명료한 문장에 담긴 사유가 지금에도 여전히 도발적이며 문제적이다.
프롬에게 불복종은 “양심과 신념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감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새로운 사고와 변화를 틀어막으려는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에 맞서기만 하는 반항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에 기초한, 무엇을 ‘향한’ 긍정적 행위다. 아담과 하와,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 보듯, 인류의 역사를 열고 발전을 견인해온 문명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당대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모두 위계적 관료제와 경제원칙의 지배 아래 삶의 기쁨을 잃어버린 순응하는 인간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프롬의 진단이다. 양 체제의 인간소외, 불평등, 물신화 등을 비판하는 프롬은 불복종과 생의 역량 회복을 위해 ‘인간과 정의와 연대’에 기초한, 민주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사회주의의 비전을 제시한다.
프롬의 진단과 제안은 시대의 위기에 대한 경고였다.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을 목도한 프롬은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채 인류의 절멸을 향해 내달리고 있음에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인간의 역사는 복종의 행위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6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또 다른 절멸의 버튼을 올려놓았고, 그와 연결된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로운 사유와 행동 양식을 만들어가야 하는 지금, 불복종의 역량을 회복하라는 프롬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그가 러셀을 가리켜 적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가 절멸한다 해도 우리에게 경고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에리히프롬

ErichFromm,1900~1980
20세기를대표하는사회심리학자,정신분석학자,사회철학자이다.1900년독일프랑크푸르트의유대인가정에서태어나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사회학을공부했다.1922년박사학위를받은뒤프리다라이히만의정신분석치료소에서정신분석학을연구했고,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연구원으로활동했다.나치가집권하자1934년미국으로망명해컬럼비아대학교,뉴욕대학교,베닝턴칼리지등에서강의했다.1946년에는정신병리학과정신분석학을연구하는윌리엄앨런슨화이트연구소설립에참여했다.1950년부터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정신분석학과교수로재직했으며,1965년은퇴후멕시코정신분석연구소에서일했다.1974년스위스로이주해지내다1980년세상을떠났다.
인간의심리와사회의상호작용을탐구해사회심리학의지평을넓혔으며,프로이트와마르크스의사상을비판적으로융합해‘사회적성격’개념등독자적인사유를펼쳤다.현대사회와인간존재를통찰한저작들로전세계독자의사랑을받았고,평화운동가로서도중요한궤적을남겼다.주요저서로『자유로부터의도피』(1941),『자립적인간』(1947),『정신분석과종교』(1950),『건전한사회』(1955),『사랑의기술』(1956),『선과정신분석』(1960),『인간의마음』(1964),『희망의혁명』(1968),『인간의파괴성에대한해부』(1973),『소유냐존재냐』(1976)등이있다.

목차

1장심리적ㆍ도덕적문제로서의불복종
2장예언자와사제
3장인류여번성하라
4장인본주의적사회주의
옮긴이후기

*「심리적ㆍ도덕적문제로서의불복종」은1963년에,「예언자와사제」는1967년에다른사람들과함께참여한에세이모음집에처음게재되었고,「인류여번성하라」와「인본주의적사회주의」는1960년미국사회당강령의초안격으로작성한『인류여번성하라-사회주의자선언과프로그램』에실렸다가1967년에프롬본인의서문과함께재출간되었다.

*1987년/1996년에범우사에서출간되었던『불복종에관하여』는프롬의저서2권을하나로묶어번역한책으로,16편의글을수록했다.마농지의이번신간은프롬타계1년후인1981년에에세이4편을선별해출간한판본(1981년)을선택해저작권계약을체결하고새롭게번역했다.

출판사 서평

‘아니오’라고말할자유-감히알고자하고모든것을의심하라
“어떤사람이오로지복종만할수있고불복종은할수없다면그는노예다.오로지불복종만할수있고복종은할수없다면그는반항꾼이다.혁명가와반항꾼은다르다.”
프롬은「심리적ㆍ도덕적문제로서의불복종」에서보편양심,보편이성에기반한긍정적행위로서불복종을개념화한다.프롬에따르면그것은“반항꾼의이유없는반항”과는다르다.분노와억울함에서비롯되는반항적불복종은순응적복종만큼이나맹목적이다.프롬이말하는불복종은양심과신념에복종하고자신의의지를긍정하는행위다.
불복종의행위를통해진화해온인간은또한외부의권력과내면화된권위에지배당하는존재이기도하다.왜우리는이토록쉽게복종으로기우는가?프롬에따르면권력에복종할때우리는안전하다고,숭배하는권력의일부가되었다고느낀다.불복종의역량을잃은‘조직인組織人’은자신이복종하고있다는사실조차인식하지못한다.불복종할수있으려면감히알고자하고모든것을의심하는정신,독립된인격의성숙,오류를두려워하지않고스스로사고하는용기가필요하다고프롬은이야기한다.불복종의역량은자유의조건이며,또한자유가불복종의조건이기도하다.“의심하고비판하고불복종하는능력이야말로인류의미래냐문명의종말이냐를가를모든것일지모른다.”

일깨우는예언자vs.마취하는사제
「예언자와사제」는‘예언자’와‘사제’의대비를통해불복종이현실에서발현되는양상을보여주는글이다.프롬에따르면,자신의사상을몸으로체현한사람,보편양심으로진리를통찰하는사람이예언자라면,예언자의이야기를도그마로만들어대중을관리하는사람이사제다.말하고경고하고대안을보여주는이가예언자라면기만하고마취하고통제하는이가사제인것이다.
프롬은당대예언자의사례로버트런드러셀을제시한다.그리고러셀의사상을통해불복종의역량,즉예언자가되게추동하는핵심이‘삶에대한사랑’에뿌리를두고있다고말한다.프롬이보기에20세기의인류는관료제와경제원칙의지배아래숫자나사물과같은상태로존재하고있으며,일상에매몰되어생을절멸하는흐름에맞서는데필요한삶의기쁨을잃어버렸다.국가의주권ㆍ민족의명예ㆍ군사적승리같은낡은물신숭배,파괴역량의증대와이를제어할역량의퇴보라는불균형,불복종과생의역량상실은개인의문제가아니라사회와경제시스템이만든것이다.그렇다면그에대한진단과극복역시사회의차원에서모색되어야한다.프롬의논의가20세기인간의위기를낳은양체제비판으로이어지는맥락이다.

20세기자본주의와공산주의,산업적신봉건주의로수렴하다
“인간은자기자신으로부터소외되어자기손으로만들어낸것들앞에머리를조아린다.자기가생산한것들앞에,국가앞에,자신이만든지도자들앞에머리를조아린다.”
프롬은「인류여번성하라」에서당대의대표적인사회체제,즉서구자본주의와현실공산주의가공히가지고있는문제들을진단하고,「인본주의적사회주의」에서생의역량을고취하게하는사회의비전과실천지침을제시한다.
프롬이보기에자본주의와공산주의진영은모두거대한관료제적기관들이이끄는산업적신봉건주의로수렴해가고있다.거대기업이지배하는자본주의는권력이소유에서나오고사물이삶보다,자본이노동보다우위에있는사회다.소외된인간은생산뿐만아니라소비영역에서도관리되고조작된다.한편인간해방을목표로삼았던사회주의는1차대전이후자신이대체하려했던자본주의에굴복했다.노동자계급의경제적여건향상을위한운동으로축소되면서모든것이경제적이득으로집중되었다.자신의뿌리인“정의와형제애에대한신념”을잃어버린것이다.

민주적이고인본주의적인사회주의의비전을제시하다
“사회주의는근본적radical이어야한다.근본적이된다함은철저히뿌리에도달한다는의미이며그뿌리는인간이다.”
그렇다면자본주의적관리산업주의와공산주의적관리산업주의라는두가지길외에는없는가?프롬이제시하는대안은민주적이고인본주의적인사회주의다.모든사회경제적시스템의최종가치를‘인간’에두며,인간이사물보다,노동이자본보다앞서는사회.국가ㆍ민족ㆍ계급숭배에반대하고전쟁과폭력에반대하며,국제주의를지지하고,주체적개인의잠재력과역량을펼칠수있게하는,인간이자본을지배하는사회의비전이다.
프롬은이러한사회에도달하기위한중간목표들을구분해정식화한다.노동자의경영참여,협동조합기반,극단적소득격차배제,풀뿌리민주주의,창조적인교육,평화적인국제연방,인종과성별의평등,예술활동지원같은구체적인지침들,그리고사회주의정당의임무에대해서도세밀한방안들을제안하고있다.
아무런이상도제공하지않고아무런신념도요구하지않고더많은소유외에는아무런비전도없는것.프롬은이런현대사회의취약함에맞서인간적인형태의새로운사회를일구어가자고호소한다.그에게사회주의는“인본주의의이상을산업사회의조건에서실현”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