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재발견,임지호의재발견
주재료인거칠고투박한,더러는먹어도될까싶게얼핏하찮아보이는들풀이사실은얼마나고운지그는안다.요리과정을보지않고서는들풀로만든음식임이믿기지않을정도로맛도,차림새도다채로운이유가여기있다.그의손을거치면건강한음식도충분히맛있고아름다울수있다.그래서임지호의요리는마냥고졸하지도,매끈하지만도않다.
한편들풀을대하는섬세한그의눈빛과손길을담아내는것이기획단계부터중요하게다뤄진점이었다.지극히향토적인재료를세련되게풀어내는그의결을고스란히녹인디자인을통해페이지를넘길때마다자연요리연구가임지호를재발견하게될것이다.
-재료스케치에대하여
요리사진과더불어저자가직접그린스케치가수록되었다.스케치는재료가품은본연의기운을표현한것이며동시에해당재료가쓰인요리의디자인이기도하다.재료로쓰인들풀의성정에맞춰음식을구상했기에이처럼재료와요리두가지의스케치가일치할수있었다.
-표제속밥과땅의의미
‘시작과끝이사람을향하는’출판사와저자의지향점이일치하는것에서비롯되었다.‘임지호의밥’이라는간결하기그지없는표제가나오게된것도이때문이다.책에실린모든요리는‘밥’이라는단음절단어가함의하는인간존엄성,그거룩함에대해말하고있다.밥을먹었냐는물음이안부인사로쓰이는까닭도여기에있지않나.밥은이런것이다.반드시쌀이아니더라도기꺼이주린배를채워주는,그리고누군가와나눔으로써마음부터온기가차오르는것.
한가지더,‘땅으로부터’비롯된들풀로지은밥이다.그자체로뭉뚱그려불리는들풀은식재료로는아예다뤄지지않거나반찬감정도로취급된다.아마도너무흔해서겠지만알고보면그만큼강인하고굳세다는반증이다.들풀의저력에주목하여들풀만으로도훌륭한한끼식사가가능함을보여준다.들풀이주재료인한끼,그리고하나의들풀을뿌리·잎·꽃으로나누어각기다른요리에선보였기에목차역시들풀의각부분으로나뉜다.
어떤지면도예상할수없게파격적이고다채롭지만결국전하는메시지는명료하기에조화롭다.들풀에응축된힘이어디까지승화될수있는지,밥상위에펼쳐진그들의황홀한변신을확인해보시길!
저자가몸담은강화도의산과들,갯벌까지넘나들며들풀과들꽃을채취하면서부터시작된동행취재.그렇게야생에서나고자란재료를채취하는데만3일이걸렸다.오늘은어떤걸구하러가냐는물음에그는항상‘뭐,일단가보고결정하지!’라고답했다.자연이주는대로받아오겠다는것이다.시작부터날것그대로였던작업의결은마지막까지이어졌다.재료공수부터요리는물론,완성된음식을담고연출하기까지어느것하나전문인력의도움없이저자홀로해냈다.요리현장이곧촬영현장이었던당시그는특정한장면을연출하기위해잠시멈춰자세를취하거나시간을늦추는법이없었다.작업내내어떠한의도성을지닌연출을배제한현장이었다.그과정에서저자는만능간장과레드와인소스레시피부터시간이지나도바삭한튀김비결등지금껏공개한적없던비기를기꺼이내놓았다.
누군가는다듬고싶을가감없는현장풍경을외려있는그대로담아낸건이모든순간이저자가요리를매개로전하는사람과삶에대한신념을보여주기때문이다.스마트폰으로손쉽게접하는영상콘텐츠가각광받는시대에요리를지면으로담아낸다는건어쩌면꽤무모한일이다.그럼에도‘요리책’이존재하는이유는무엇일까?답은저자임지호에있다.이야기가스민임지호의요리는사람의근간을이루는밥의의미가무엇인지,그밥을먹은사람은어떻게살아야하는지다시금일깨운다.단순히레시피를전하는것에서그치지않은이책은때로는한편의시,혹은수필같은들풀밥상으로독자를초대한다.
-목차들여다보기
하나,뿌리,돼지감자카나페,알토란완자,우엉국수등
뿌리는식물의근원이다.빛을향해뻗어오른줄기는꽃을피워내지만,그모든일을가능케한것은빛이아닌컴컴한땅속에박힌뿌리다.목차의첫순서를뿌리채소로정한것은이러한맥락에서비롯되었다.몸에좋은음식은맛없다는편견을벗겨줄당근과자와무과자부터못난이취급받는돼지감자로만든카나페까지,뿌리채소의대반란이일어난다!
둘,잎나문재오드볼,눈개승마장떡,벼룩나물쌈밥,함초과자,지칭개밀쌈등
무심히지나치는이름모를들풀하나도그안을들여다보면아름답다.아스팔트와시멘트틈에서도,길가에서도꿋꿋이자리를지키는모습은경건하기까지하다.거칠면서도고운들풀의성품을헤아리는그의손을거치면유익함만이남는다.환삼덩굴이법제를통해차와나물이되고,억센가시가돋은엉겅퀴가보들보들한해장국이되어속을달래듯말이다.
셋,꽃.괭이밥떡,아까시나무꽃전,오동나무꽃초밥,갈퀴나물꽃수제비등
꽃이연약하다고들하지만그렇지않다.꽃은식물의완성이다.열매도,씨앗도완성을맺은꽃이저문자리에자라난새로운꿈이다.그꿈을틔우기까지의노고를안다면꽃을먹고서결코함부로살수없다.마냥달것같지만쓴맛이서린꽃이품은강인함을괭이밥떡과찔레꽃국수로삼켜보자.
그리고나누기,갯벌또하나의땅,꽃밥,배도시락,사다리도시락
들풀의뿌리,잎,꽃으로풀어낸임지호의철학이귀결되는이부분은별책부록과도같다.‘넷’이아닌‘그리고나누기’라고이름지은것도이때문이다.땅으로부터받은재료로만든마지막요리들은자연의몫이었다.뿌리내리고유영하는모든것을포용하는또하나의땅,갯벌은이러한나눔에있어서적격한장소다.애초사람을위한것이아니었음에도그는돌솥에두가지종류의밥을안치는등한결같은정성을보였다.갯벌의갈매기와칠게가순식간에동낸마지막요리는책에서직접확인해보시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