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환자는범죄자이자정신질환자입니다”
국내유일의범법정신질환자수용·치료기관
치료감호소정신과의사가처음으로꺼내놓는정신질환과범죄이야기
“거기교도소아니에요?”
“그렇게무서운곳에서일한다고요?”
범죄를저지른정신질환자를수용·치료하는국내유일의기관.법원과검찰·경찰이의뢰하는형사피의자를정신감정하는기관.듣기만해도무섭고섬뜩한이곳의정식명칭은국립법무병원이다.1987년처음개원할때만해도‘치료감호소’라불렀다.인식개선을위해국립법무병원으로이름을바꿨으나,법무부내부문건에는여전히‘치료감호소’로쓴다.사람들에게‘국립법무병원을아느냐’고물으면열중아홉은‘모른다’고답한다.그나마치료감호소라고해야‘아,그교도소요?’라는반응이나온다.사람들의오해와달리치료감호소는교도소가아니라병원이다.그저조금특별한병원일뿐이다.이곳에‘입원’하는환자는범죄자이자정신질환자다.
《나의무섭고애처로운환자들(도서출판아몬드刊)》은치료감호소에서일하는현직정신과의사,차승민이쓴책이다.이책은지금까지한번도제대로공개되지않았던치료감호소내부이야기를본격적으로다룬첫책이라는점에서독보적이다.
개원한지34년이흘렀지만치료감호소에서누가뭘하며지내는지구체적으로아는사람은거의없다.가끔강력사건이보도될때단골메뉴처럼이름이등장하기는한다.2016년강남역살인사건,2018년강서구PC방살인사건,2019년진주방화사건등세상을떠들썩하게했던사건의피의자가모두치료감호소에서정신감정을받았다.그래서인지사람들은치료감호소를대체로‘부정적인곳’으로인식한다.길가다마주칠까두려운‘미친’범죄자들이갇혀있을법한그곳에도(믿기어렵겠지만)우리와비슷한피와살을가진사람이산다.
저자는책을쓰는내내염려하고걱정했다.대부분의사람에게는,특히범죄로실질적인고통을받은‘피해자’입장에서는이책이상처를들춰내는헛된시도,범죄자를감싸려는그릇된선의로비춰질수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이책을세상에내놓기로결심한이유는,치료받지못한정신질환의끝에어떤일이벌어질수있는지,정신질환범죄가늘수밖에없는구조적한계는무엇인지를알리고싶어서였다.또한세상에만연한정신질환을향한편견과혐오를손톱만큼이라도줄이고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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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에게서사를부여하지말라는이야기가있다.주로성범죄자에게마이크를쥐어주지말라는의미로,최근에N번방사건가해자에관해언론이도넘는내러티브보도를하자이말이많이쓰였다.누가봐도파렴치한범죄자에게부여하는지나친서사에나도반대한다.그러나누구에게나마이크가허락되는것은아님을말하고싶다.어떤사람은그저정신질환자라는이유로잠재적범죄자취급을받는다.그리고어떤사람은자신이벌인일의의미가무엇인지도모르는데,사전에계획하고특정한의도를가진채범죄를저지른‘악인’과도매금으로‘나쁜놈’으로몰린다.나는우리병원에입원한환자들을모두대변할마음도,능력도없다.또이들을그저불쌍하게만보아달라는것도아니다.이병원에오기까지그들이겪었던정신질환증상이무엇이었는지,치료받지못한정신질환의끝에어떤일이벌어질수있는지를있는그대로들려주고싶었다.(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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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책에서그동안가장많이들었던질문들,이를테면“환자가무섭지않느냐(23쪽)”,“범죄자에게정신질환이있으면무조건심신미약으로인정받는거냐(29쪽)”,“정신질환자가아닌사람이감형받으려고속이려들면어떻게알아보느냐(55쪽)”같은질문에답한다.또‘나라가왜범죄자를치료해야하는가(27쪽)’,‘화학적거세는인권침해아닌가(95쪽)’,‘사이코패스나자발적음주도심신미약으로인정해줘야하느냐(132쪽)’같은논쟁적테마에관해서도전문가입장에서정확한정보와솔직한의견을담기위해노력했다.
앞서등장한PC방살인사건피의자김성수를직접정신감정한저자는책에그뒷이야기와느낀감정,생각도허심탄회하게담았다.(84쪽)뿐만아니라그동안국립법무병원에서주치의로치료했거나형사정신감정한피의자이야기를빼곡하게실었다.특히일반정신과에서는만나기어려운변태성욕장애환자(100쪽)와사이코패스(124쪽),약물중독자(160쪽)이야기는이책에서만접할수있는낯설지만독특한사례다.
평범하고소심한생활형의사는
어쩌다이특별한곳에서일하게됐을까
“환자가무섭지않아요?”저자가가장많이들었던질문이다.당연히무서웠다.환자의전자의무기록을열면병명옆에‘죄명’과‘징역몇년’이적혀있는데,지금도볼때마다흠칫놀란다.예를들어,마트에서갑자기직원에게나쁜년이라고욕하고난동을부리다가신고를받고출동한경찰에게주먹을휘둘러징역1개월을받은환자의경우,상병에는‘조현병’,죄명에는‘공무집행방해’,병과형형기에는‘징역1개월’로기록되어있다.
누구보다‘평범하고소심한’저자는어쩌다이토록특별한곳에서일하게됐을까?‘엄청난사명감’때문도아니고,‘남들보다더선하거나대범해서’도아니다.먹고살려고일하는‘생활형의사’이자두아이의엄마로,일과육아라는두마리토끼를잡기위해서는‘정시에퇴근할수있는지’,‘주말에당직근무가없는지’가어떤조건보다중요했다.법무부산하기관에서‘공무원’의사로일하면,연차도팍팍쓰면서여유롭게살줄알았다.그러나상상이상의현실이기다리고있었다.
치료감호소의총환자수는1천명정도다.서울성모병원의병상수가1300개이므로치료감호소도꽤큰편인데,정신과단과병원으로는국내최대규모다.그런데풀타임으로일하는정신과전문의는원장을비롯해5명뿐이다.다른병원에서일하거나개원한정신과의사들이파트타임으로일주일에2,3일근무한다.정신건강복지법에서규정하는정신과병원의의사1인당적정환자수는60명인데,이곳의의사1인당환자수는대략170여명이다.급여라도넉넉하면좋겠지만,평균의절반수준이라충원하고싶어도선뜻일하겠다고나서는의사가드물다.
저자는‘왜다들기피하는병원에서모두가무서워하는환자를보고있어야하나’라고생각하면서도,4년을버텼다.아이러니하게도‘사명감’에목매지않아서‘버틴’것같다고말한다.이들을구원해야겠다는생각보다그저정신과치료를제대로받아야할환자로대했기때문이라는것이다.
아내를살해한할아버지,아이를죽인엄마부터
변태성욕장애,약물중독,알코올중독까지.
어느평범한의사의아주특별한환자들
정신질환과범죄.이두단어를내세우는책이니당연히무겁고,어둡고,그저진지한내용만그득하리라생각할텐데,꼭그렇지는않다.두활자로퉁쳐버리기엔아까운삶의속살을보여주는이야기가빼곡이담겨있다.
과자를몰래훔쳐먹은K와그걸알게된S가벌인싸움소동(39쪽),치료감호소에처음왔을때저자를반겨주었던기질성장애환자L이야기(34쪽),자신은정신질환자가아니라며증상을숨기는조현병환자Q이야기(58쪽)까지소소하고저자의표현에따르면‘귀여운’에피소드도여럿담겨있다.
스스로선택했다기보다어쩔도리가없는상황에짓눌려삶의구석으로내몰린T이야기(63쪽)와미국시민권자로살다가한국에돌아온뒤치매로90세에아내를살해해결국치료감호소에서생을마감한H할아버지(218쪽),산후우울증에시달리다자신의아이를살해한엄마Y사례(211쪽)를읽고나면가슴한구석이먹먹해지기도한다.
민간정신병원이나정신과의원에서만나기어려운환자에관한이야기도여럿등장한다.예를들어변태성욕장애(이는저자가자의적으로붙인명칭이아니라미국정신의학회에서발간한교과서《정신질환의진단및통계편람(DSM-5)》에적혀있는공식질환명이다)환자는정상적인성행위에서벗어난성욕을느끼거나행동을하는데,이들은너무도당연하게스스로병원을찾는일이극히드물다.화가나지만,성범죄를저지른후에야경찰에잡혀치료감호소에온다.
약물중독도마찬가지다.마약이나본드,프로포폴에중독된사람이제발로정신과를찾는일은거의없다.이들도반복적으로약물을흡입하다가경찰손에이끌려치료감호소로인계된다.
아이러니하게도그렇기때문에치료감호소는국내다른병원의그어느곳보다성범죄자치료와약물중독치료에노하우와전문성을가지고있다.이책에등장하는사례들도다른곳에서는쉽게접하기어려운이야기들이다.
화학적거세에대한찬반논란이거셌고,지금도여전히‘인권’을침해한다며반대하는목소리가크다.저자도‘화학적거세’라는레토릭이엄청난거부감을불러일으킨다는점을인정한다.그러면서도실제로‘성충동약물치료(법을제정하며화학적거세라는무시무시한표현대신이렇게순화했다)’를통해전혀다른삶을살게된W의사례를통해성충동을억제하는약물치료가어떻게이루어지는지,우리가무엇을잘못알고있으며진실은무엇인지소상히밝힌다.(109쪽)
사회적편견으로한번,제도적구멍으로또한번
세상에서탈락된사람들에관하여
최근정신질환관련책이쏟아져나오고정신과의사가진행하는팟캐스트와유튜브가호응을얻으며정신질환을향한오해와편견이조금완화된듯보인다.우울증이나공황장애,불안장애를당당하게오픈하는경우도늘고있다.그러나그보다더많은사람이‘정신과’에다니는사실을숨기고(또는정신과를다닌다고하면속으로이상한사람이라고단정짓고),우울증이라고하면‘의지가약해서’라며손가락질한다.정신질환이당뇨나암같은‘질병’으로오롯이인정받는날은,요원해보인다.정신질환자중가장큰비난과질타의대상은단연‘범법정신질환자’다.어머니또는아버지를죽인조현병아들또는딸이심신미약을인정받았다는기사가주기적으로보도되는데,그때마다댓글창은점잖게요약하자면‘또심신미약핑계냐’,‘벌안받으려고일부러아픈척하는것아니냐’등욕설로폭발한다.
저자는크든작든범죄자체는분명나쁜것이며반드시그죗값을치러야하지만,그범죄가악의나계획에의해서가아닌‘정신질환의증상’에의한것이라면치료가우선이라고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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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수용된환자들은너무도분명한범죄가해자다.그들로인해고통받은피해자들은대개평생잊지못할트라우마를안고살아간다.그런피해자를위해서는죗값을치르는일이매우중요하며반드시필요하다.그렇다면그‘죗값’을치르는근본적인방법은무엇일까?의지나계획에의해서가아닌정신질환의증상으로인해범죄를저지른사람을(…)교도소에가둔다고문제가해결될까?그보다는치료가우선이다.자신이무슨병을앓고있는지,그리고그병으로인해무슨짓을저질렀는지를명확히인식하고난다음에야참회와반성,처벌이가능하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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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치료받지못한정신질환증상의끝에범죄가있다(36쪽)”고말한다.그렇다면왜정신질환은유독‘치료받지못하는’경우가많을까.
우선병자체의특성이있다.‘병식(자신이병에걸렸음을인식하는것)’이없는것은정신질환의흔한증세다.몰라서치료받지못한다는것이다.
또사회적분위기탓도있다.저자는정신질환을향한사회의편견과오해가정신질환당사자들로하여금치료받기를꺼리게만든다고지적한다.
물론개인탓,사회분위기탓만은아니다.책에는2016년환자의‘인권’을보호한다는명목으로개정된정신건강복지법에관한이야기도담겨있다.(303쪽)법개정으로입원절차가까다로워진데다(정신과전문의1인의진단으로입원가능하던것이서로다른기관에속한정신과전문의2인의진단이필요한것으로바뀌었다),탈원화(입원중심의치료에서벗어나지역사회에서치료서비스를제공하는것)로퇴원이늘면서정신질환당사자들이집으로,지역사회로내몰렸다는것이다.
저자는법개정이후치료감호소환자수가늘고있으며,특히조현병환자수가크게증가했다고밝힌다.(306쪽)이에대해퇴원후의관리시스템을충분히마련하지않은채지역사회와가족에게환자를떠넘긴탓에,정신질환자가제때치료받기어려워졌고결국일부는정신병적증상으로범죄를저질러치료감호소로올수밖에없다고해석한다.치료감호소로오는이들을“사건의가해자이자정신질환증상의피해자”라고보는이유다.이들은사회적편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