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친근한외래어이야기
로브와란제리,바게트와마요네즈,카페와레스토랑,살롱과아틀리에,데생과클리셰,아마추어와랑데부등우리가평소애용하는의상과음식,그리고공간의언어,때때로즐기는예술과사랑의언어모두프랑스어다.마치우리말처럼즐겨쓰지만그말이이땅에당도하기까지의여정에는그간무심하기도하였다.
물가에서수영복위에가볍게걸치는로브는애초에‘적에게뺏은옷가지’,비데의원뜻은‘조랑말’이라는사실을아는가.프랑스에서‘집단의우두머리’를뜻하기에국가원수를칭할때도쓰는셰프가한국에서는그저요리사만을지칭한다는사실도.
우리말처럼프랑스어는프랑스에서한국으로곧장온말도,근대화의경로를따라일본을거쳐들어온말도있다.그러한말은전쟁과혁명과산업화를거치며원뜻에서강화되거나변형되기도,혹은온전히제뜻그대로를지키기도하였다.하여이책은시공간을관통한‘언어의여정’을찬찬히뒤따르는이야기모음이기도하다.
치열하고세세한언어관찰기
언어에는그곳의문화뿐아니라역사까지고스란히밴다.우리말처럼쓰는프랑스어에는치열한삶의흔적과일상의내밀한풍경이비친다.
언어와이미지를매개로인간의사고가변하는방식에관심이많은작가는이책을프랑스어주변을기웃거린기록일뿐이라고하지만,실상<이게프랑스어라고?>에는유럽과아시아를주무대로복식사,미식사,건축사,미술사를아우르는문화사가총망라되었다.
저자의개인경험은서사의일환으로살짝언급할뿐,책의대부분은저자의치열한탐구와세세한분석의결과물로가득하다.멋진언어로만알려진프랑스어의진면목,한국에서받아들인그언어의일면까지두루살펴언어의역동성과가변성을제대로포착한다.
요컨대이책은평소즐겨쓰는프랑스어단어로독자를불러들여,그간안다고여긴언어의세부와내력을내밀하게살피는현미경앞에앉히고야만다.끝내그단어뿐아니라언어라는문명의수레바퀴가어디서흘러와서어디로흘러갈지가늠케한다.
책속에서
이책에서유독흥미로운대목은프랑스를떠나한국으로건너온‘언어의여정’이다.같은단어가바다를건너며전혀다른맥락을획득하는과정은,언어가국경을넘으며무엇을잃고또얻는지보여주는작은실험과도같다.
-여는글‘우리는매일프랑스로떠난다’중에서
1883년프랑스에서들여온바리캉은2년뒤오사카의한공장에서직접생산되기에이르렀다.프랑스의근대기술은그렇게제국의통로를거쳐한국으로흘러들었다.공교롭게도이도구가훗날맡게될역할을미리예고하는듯한이동경로다.
-1장멋있는프랑스어바리캉‘어느성(姓)씨의여행’중에서
‘커피’와‘커피를마시는공간’을동시에뜻하는프랑스어카페Cafe는프랑스에서탄생하지않았다.전설에따르면커피는염소가나무열매를먹고흥분해날뛰는모습을본
에티오피아의목동칼디가발견했다.이열매가아라비아반도로전해져아랍어카흐와로,다시오스만튀르크의영토확장과함께카흐베로불리다가,17세기유럽으로건너와프랑스어카페로자리잡았다.에티오피아의산에서파리의거리까지커피콩의여정은길기도길다.
-2장맛있는프랑스어카페‘권력이두려워한공간’중에서
마요네즈의본질은유화,곧본래섞이지않는두가지를하나로아우르는‘화해’다.모든화해가그러하듯섞이지않는재료로마요네즈를만드는일에도공이많이든다.마요네즈는프랑스와스페인,두나라가서로원조를주장하며다툰음식이다.도무지어우러지지않는두재료를하나로묶어내는일!그렇게전쟁의산물은화합의상징이되었다.
-2장맛있는프랑스어마요네즈‘전장에서태어난화해’중에서
아틀리에의어원은라틴어아스텔라(나무조각·대팻밥)다.14세기에처음등장한이단어는원래목수의작업장을가리켰다.나무를자르고깎으면서생기는대팻밥더미가쌓인곳이아틀리에였다.창조작업을하는공간의이름이창조의부산물에서온셈이다.
-3장머무는프랑스어아틀리에‘대팻밥의가치’중에서
중세봉건제도에서오마주는신하가영주앞에무릎을꿇고‘나는당신의사람Homme!’이라고선언하는의식이었다.영주는그대가로신하를보호했다.자신을낮추고상대의권위를인정하는행위가바로오마주의출발점이다.영주에게무릎꿇던몸짓이지금은예술가를향한존경의언어가되었다.
-4장그리는프랑스어오마주‘무릎을꿇던자리’중에서
작가에게클리셰는양날의칼이다.피할수록오히려클리셰에가까워지기도한다.‘의도된회피’자체가새로운클리셰가되고만다.현명한작가는클리셰를피하는대신정면
으로끌어안는다.이미낡은판인줄알면서그판을다시찍고,그위에자신만의비기를겹쳐쓴다.
-4장그리는프랑스어클리셰‘낡은판에덧쓰기’중에서
뉘앙스는맥락의산물이다.뉘앙스가살아나려면맥락이필요하다.같은말도상황과관계,표정에따라달라진다.괜찮다는말이안심의표현인지,체념이나거절인지는맥락안에서어림해야한다.오늘날소셜미디어는맥락을잘라낸다.발언의일부를발췌하거나편집하고,그발언을맥락에서분리해유포한다.그순간뉘앙스는사라지고껍데기만남는다.말꼬리잡기,근거없는비판,특정발언을단순화해공격하기등은바로뉘앙스를제거하는방식이다.이런시대에뉘앙스를살피자고제안하는데는용기가필요하다.
-5장그리는프랑스어뉘앙스‘알듯모를듯한말’중에서
프랑스어아마퇴르Amateur는라틴어아마레(사랑하다)에서온말이다.돈보다는‘사랑때문에하는사람’,그것이아마추어의시작이다.프랑스에서는아마추어를‘예술이나와인애호가처럼무언가에깊이빠진사람’을가리키는말로도쓴다.한마디로아마추어는서툰사람이아니라‘열정가득한사람’이다.
-5장그리는프랑스어뉘앙스‘사랑사랑사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