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죄책 :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전쟁과 죄책 :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19.80
Description
이 책을 읽기 전에 ‘악의 평범성’을 말하지 말라!
집단범죄 가해자 심리분석의 결정판. 김동춘, 우석균, 정희진 강력 추천!
정신과 의사인 저자 노다 마사아키는 과거를 부인한 채 물질주의로 치달아온 일본 사회의 병리 현상을 해부하기 위해 아버지의 전쟁을 조사하고 아버지뻘의 전범들을 인터뷰하며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 나섰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권위에 복종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준 밀그램 실험은 ‘악의 평범성’을 입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권위에 복종하는 개개인의 심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인간을 도구화하며 감정을 마비시킨 일본 사회와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한반도, 중국, 남아시아를 침략하고 지배했던 일본 천황제 군국주의는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하게 하고 아직도 그 잔재가 일본과 일본이 침략했던 국가들에 깊숙이 남아있다. 한국 근현대사는 일본 군국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한국 독자들은 가해 군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다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은 남성성이 실체가 아니라 규범임을 증명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군사력 등 공사 영역에 걸쳐 세계 최고의 무장 국가인 한국사회의 필독서”라며 강력추천했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은 “전범들의 정신분석에서 출발해 일본 사회 정신분석에까지 나아간다. 충격적인 동시에 감동적이고 희망의 울림이 있는 역작”이라고 격찬했다. 『전쟁과 사회』 『대한민국은 왜?』 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해온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 저자와 만나 대담할 때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에 관해 이야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쩌면 죄책 없는 일본보다 죄책 없는 한국이 훨씬 더 중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는 뼈아픈 소감을 토로했다.

저자

노다마사아키

태평양전쟁이한창이었던1944년태어났다.홋카이도대학의학부졸업후나가하마적십자병원정신과부장,고베시외국어대학교수,간사이가쿠인대학교수등을역임했다.급격한사회변동,전쟁,재해와같은충격적인경험을한사람들을조사하고,소련-러시아의사회변동과정에서의정신건강연구,중국·베트남·동유럽의전쟁가해자·피해자의정신병리학연구등을수행했다.정신의학의기반위에서비교문화,문화인류학,사회학을접목하고,의사,평론가,논픽션작가,사회운동가로서다양한활동을전개하며,『컴퓨터신인류연구コンピュ-タ新人類の硏究』로오야소이치논픽션상,『떠나보내는길위에서喪の途上にて』로고단샤논픽션상을수상했다.

아버지는군의관으로참전했지만,전쟁에대해아무말도하지않았다.그가의대에입학했을때전쟁을경험한선배의사들역시아무것도말해주지않았다.그는병든사회의병든사람들을연구하며아버지의전쟁을조사하고오랜세월이흐른후에비로소진실을말하기시작한아버지뻘의노병들을인터뷰해이책을완성했다.그는인간이인간으로존재할수있는조건을감정을있는그대로느끼고표현하는능력,슬픔을느끼는능력에있다고보았다.인간을국가의목적을위한소모품으로만드는군국주의체제는사람들의자연스러운감정을억압하고마비시켰다.이책에서그는전범들에게잔인하리만큼집요한질문을던지며그들이‘상처입을수있는인간’‘슬픔을느끼는인간’으로다시태어나는과정을건조하고절제된문체로담담하게전달한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장죄의식을억압해온문화
제1장의사와전쟁
제2장길아닌길
제3장마음이병드는장병들
제4장전범처리
제5장탄바이,죄를인정하다
제6장슬퍼하는마음
제7장과잉적응
제8장복종으로의도피
제9장죄의식없는악인
제10장세뇌
제11장‘시켜서한전쟁’에서‘스스로한전쟁’으로
제12장공명심
제13장탈세뇌
제14장양식(良識)
제15장아버지의전쟁
제16장계승되는감정의왜곡
제17장감정을되찾기위해

초판후기
문고판후기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이책을읽기전에‘악의평범성’을말하지말라!
집단범죄가해자심리분석의결정판.김동춘,우석균,정희진강력추천!

나치전범들은뉘른베르크재판에서단죄되고,오랜추적끝에검거되어처벌받기도했다.서독은처음에는자신의죄를외면했지만,빌리브란트총리가폴란드에사죄한이후1980년대부터는적극적으로나치의역사를가르쳤다.정신과의사인저자노다마사아키는독일사회가과거를뉘우치지않았다면유럽각국이독일의통일을허용하지않았을것이라고지적하며,이와는달리일본에서는전쟁터에남겨졌던군인들만처형당하고수용소생활을했을뿐,주요전범들은제대로처벌받지않고사회전체가과거를외면한채,군국주의를추구하던군인들이물질주의를추구하는‘회사인간’으로변모했을뿐이라고분석한다.‘권위적인남성으로서자만에찬일생을산’아버지는군의관으로참전했지만,전쟁에관해아무것도말해주지않았다.저자는아버지의전쟁을조사하고아버지뻘의노병들을인터뷰하며인간성회복의길을찾아나섰다.

유대인을학살한아이히만의재판을지켜보며한나아렌트는성실하고평범해보이는그의잔학행위를‘악의평범성’이란개념으로설명했다.심리학자밀그램은평범한사람들이권위에복종해서타인에게아무렇지도않게강한전기충격을가하는실험을통해악의평범성을입증했다고알려져있다.이책에서도8장에서밀그램실험의의의를분석하고일본군에게적용한다.그러나이책전반에서저자의분석은권위에복종하는개개인의심리가아니라,수직적인위계질서속에서인간을도구화하며감정을마비시키는일본사회와문화를향한다.‘어릴때부터경쟁에몰아넣고,선망과굴욕의경계에서공격성을고조시켜그것을조직의힘으로바꾸는메커니즘’은현대한국과같다.

식량과물자보급없이약탈을전제로,자국보다훨씬더거대한영토와인구를지닌중국을상대로한‘15년전쟁’에서,동남아시아각국과태평양의섬들에서벌인태평양전쟁에서,전쟁이란더이상‘총을든군인들끼리싸우는것’이아니었다.정규전보다는비무장주민들을학살하고고문하는것이일상이었고,731부대가아닌일반부대에서도군의관들이일상적으로농민들을생체해부하고,초보병사들은살아있는포로들을상대로총검술연습을했다.그런데도일본군의‘전쟁신경증’발생률은베트남전참전미군이나아프가니스탄전쟁참전소련군에비해극도로낮았다(17장).다만일종의거식증인‘전쟁영양실조증(104쪽)’으로미라처럼말라죽어가는군인들이있었다.모든악조건을이겨내는‘정신주의’를강조하며정신적상처를인정하지않는일본사회의분위기속에서환자들의고통은신체증상으로나타났다.

저자가인터뷰한전범들은용기를내어전쟁범죄를고백하고반전평화운동을하는양심적인사람들이었지만,전쟁당시직접자기손으로생체해부하고여성들을고문하고아이들을학살하면서도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전혀겪지않았고악몽을꾸는일도없었다.난징대학살을폭로한군인들의일기에서는2만명의포로를학살하면서감정의동요없이아름다운자연풍경에도취하거나쇠고기튀김등식욕을나타낸기록들이보인다(451~452쪽).감정이왜곡된사람들은깊은감정을느끼는대신감상에쉽게빠지거나갑자기감정이폭발하곤했다.저자는전범들에게당시에어떻게느꼈는지,살해한대상의얼굴을기억하는지등에대해잔인하리만큼집요한질문을던지며그들이‘상처입을수있는인간’‘슬픔을느끼는인간’으로다시태어나는과정을건조하고절제된문체로담담하게전달한다.

원서『??と罪責』은1998년출간되었고,2000년『전쟁과인간』이라는제목으로번역출간되었다.이책『전쟁과죄책』은초판을번역한서혜영번역자가2022년출간된문고판을기준으로표현을다듬고설명을추가하는한편,저자가한국과관련해서펼친활동을중심으로새로집필한한국어판서문과그동안독자와소통하며느낀점을담은2022년문고판후기를수록했다.

한국어판서문에서그는중앙아시아의고려인,중국의조선족,탈북민,사할린의조선인,재일한국인과재일조선인,북미한인등수많은한인과의만남을되돌아보며,일본의한반도침략에서비롯된한민족디아스포라로세계각지에흩어진한인들이서로깊이교류하고디아스포라를뛰어넘는문화를창조하기를염원한다.그시작점은과거를제대로이해하고그바탕위에서서로대화하는것이다.“이책은서구제국주의를본떠,한반도,중국,남아시아사람들을침략하고지배했던일본천황제군국주의가얼마나사람들의정신을황폐하게했는지,다시타자와교류하는정신을되찾는것은얼마나어려운일인지,그내면을분석한것이다.”나치에대한자료와분석은넘치는데일본군국주의에대한논의는극히드물다.한국근현대사는일본군국주의와떼려야뗄수없다.한국독자들은가해군인들의심리를들여다보다가우리자신의모습과마주치는경험을하기도한다.

여성학자정희진은군국주의문화가남성성을어떻게형성했는가에주목,“이책은남성성이실체가아니라규범임을증명한다.여성에대한폭력,군사력등공사영역에걸쳐세계최고의무장국가인한국사회의필독서”라며강력추천했고,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운영위원장은“전범들의정신분석에서출발해일본사회정신분석에까지나아간다.충격적인동시에감동적이고희망의울림이있는역작”이라고격찬했다.『전쟁과사회』『대한민국은왜?』등의저서를통해한국현대사를조명해온김동춘성공회대교수는과거저자와만나대담할때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에관해이야기했던기억을떠올리며“어쩌면죄책없는일본보다죄책없는한국이훨씬더중병에걸려있는지도모른다”는뼈아픈소감을토로했다.


평범한사람들이어떻게사이코패스같은잔학행위를저지르게되었을까?
군국주의문화가만들어낸일그러진우리들의초상!

밀그램실험은집단에동화되고강력한권위뒤에숨어스스로의판단과양심을유보하는인간의약점을드러낸다.『전쟁과죄책』은그러한보편적인인간적약점만으로는설명하기어려운,일본군전범들의정신세계를한명한명깊숙이들여다본다.그들은왜죄의식을전혀느끼지않았을까?왜피해자에게전혀공감하지못했을까?어떻게군대에서도그렇게잘적응하고,패전후에도성실한직장인으로잘적응하고살았을까?

전범들은어려서부터가족속에서,마을에서,학교에서천황제이데올로기로세뇌당하며군국소년으로길들여졌다.정체성이형성될때부터천황과국가를위해나머지를희생시키는강자의논리를내면화해,효율과타산의관점으로만인간을대하게되었다(358쪽).그런성장과정속에서그들은자신의감정도느끼지못하고,타인의감정은더더욱공감하지못하는‘상처입지않는인간’‘슬픔을느끼지못하는인간’이되어갔다.가령저자는어려서부모와조부모를포함,다섯명의가족과사별했던도미나가를인터뷰하며어린소년의무력감,그무력감을돌보려하지않는권위적이고폭력적인문화가,반성이나회의없이‘그대로전쟁에빨려들어가는청년’을키웠다고진단한다.그래서타자의슬픔을감싸안는문화를만들어내지못한다면평화는없다고생각한다(249쪽).

어려서자신의고통을고통으로느끼지못했던도미나가는중국인포로를참수하라는명령을받고난생처음살인을저지르면서도동료와부하들앞에서볼썽사납지않게보이는데만급급해한다.그리고단번에목을치는데성공하자,‘이제제대로된군인이됐다는실감이났다’고한다(220쪽).군의관으로서생체해부를하게된유아사역시그런행위에대한거부감이나‘실습재료’가된농부에대한동정심보다는동료들앞에서체면이깎이지않는데만집착한다(38쪽).자신과같은계급,이해관계가걸린사람들과의관계만이중요하다.

특히사랑이넘치는가정에서자란선량한청년쓰치야(12~13장)의변신은섬뜩하다.가난하고못배운청년도기회를잡을수있는헌병대에서물고문을처음접하고그만두려고하다가승진후그만두자고생각이바뀌고,나중에는‘특고(정치·사상분야를담당한경찰)의신’이되어온갖사건을조작하고,딱죽지않을만큼만최대치의고통을가하는‘고문의달인’이되어버린다.

이책에등장하는전범들이대체로업무를수행하며잔학행위를저질렀던데반해,자발적으로온갖악행을저지른나가토미는가학적인남성성이어떻게형성되는지교과서적으로보여준다.몸이약하고민감한소년을억지로‘강한남자’로키워낸폭력적인가정환경과학교교육이주입한천황제이데올로기는쉽게사디즘으로전화되었다.‘그의감정은이데올로기적인질서를갖게된다.명예나수치와관련된감정은비대해지는반면,자신이나타인의슬픔과기쁨에는냉담해진다.타자와대등한관계를맺지못하고,인간관계는늘상하관계가된다(279쪽).’

이들의모습은왜이렇게익숙할까?식민지경험과한국전쟁,군부독재를거치며군사문화가자리잡은한국사회의병리현상도일본과다르지않다.현대한국의민간인학살은만주국의항일세력토벌과방식이흡사하다.만주국판사로자유를탄압하다가푸순전범관리소에수용되었을때는마르크스주의를선전하는데앞장서고귀국후에는극우논객으로변신한이모리역시우리에게익숙한캐릭터다.저자는그렇게자기자신을조작하고,타인도조작대상으로보는이모리같은사람들이일본의엘리트층을형성하고있다고질타한다(296쪽).그들은상황에따라편리하게사상을바꾸며스스로를세뇌한다.

감정이마비된전범들은패전후중국의전범관리소에서비로소자기를돌아볼기회를갖게된다.일제에협력한중국인들은가차없이처형당했지만,저우언라이총리의관용정책에따라일본전범들은인간적인대우를받았다(142쪽).영화<마지막황제>에나온,꼭두각시만주국황제푸이를수용했던푸순전범관리소가중심이되어전범들의사상개조에주력했다.중국당국은전범들의자백과피해자들의고발장을대조하고,전범들이죄를인정하고진정으로뉘우치는지살펴1956년전범대부분을기소면제로석방하고,유기형을선고한사람들도1964년까지는모두귀국시켰다(148쪽).중국귀환자들상당수는공산국가에서세뇌당한사람들이라는비난속에서어렵게생계를이어가면서도전쟁범죄에대한증언을지속하고중국을방문해피해자들에게사죄하는등죽는순간까지속죄하고자했다.물론이모리처럼사회의기대에과잉적응하는엘리트는끝내다른길을걸었다.


끝까지양심을지킨극소수의사람들은무엇이달랐을까?
인간성상실을막기위한사회적,개인적조건

이책에는부도덕한전쟁에휘말렸으나끝까지양심을지킨사람들의이야기도나온다.인간성에대한희망을보여주는군의관오가와(2~3장)와병사오노시타(14장)가바로그런사람들이다.비교적선량한사람들도죄의식없이전쟁범죄를저지르던상황에서그들은어떻게타협하지않고건강한정신을지킬수있었을까?

총검술연습을위해포로를참수하라는명령을거부한몇몇승려출신군인이있었다.속세의질서보다더높은차원의종교적가치를추구하는사람들이부도덕한명령을거부한사례는밀그램실험에서도나타난다.오가와역시기독교적가치를추구하며전쟁의광기속에서도자신을지킬수있었다.이것은종교인이비종교인보다더도덕적이라는의미는아니다.일본기독교주류는군국주의와타협하고전쟁을정당화했다.종교적가치와현실의괴리를인식하고그모순을극복하기위해고뇌하고실천하는사람만이종교의힘으로양심을지킨다.

무엇보다도오가와와오노시타가타락하지않을수있었던것은사람을수단으로보지않고진심으로대했기때문이었다.식민지만주에서태어난오가와는만주를사랑하고그땅의사람들을사랑했다.그는일본이저지른죄를대속하고자더많은고통을맛보려고군의관으로서장교가될수있었으나일부러일반병사로입대했고,패전후에도자신을필요로하는병든일본군과중국인곁에머물렀다.중국국민당치하에서전범으로처형당한일본군들의주검을수습하며무의미한전쟁으로자신들을내몬국가와상관을질타하는그들의유서를읽었다.그는귀국후의료봉사를펼치며살았지만,전쟁을일으켰던지배층이청년들을죽음으로내몬것도모자라전몰자들의유해를야스쿠니신사에합사하며신격화하고정치적으로이용하자더이상참을수없어거리로나선다.

오노시타는일본군대가약탈과방화,강간을일삼는강도무리에지나지않음을알게된후동료들에게휩쓸리지않고거리를두었다.그는우월감이나열등감없이모든인간을평등하게대했다.중국에서는중국어를,필리핀네그로스섬에서는비사야어를,베트남에서는베트남어를익히며그들과더불어살기를바랐다.귀국후에는넉넉하지않은형편에우익의압박과비난속에서도군인연금을받지않고강도무리에속했던과거를금전으로보상받기를거부했다.

저자는부도덕한권위에복종하지않기위한선택지를몇가지제시한다.우선막강한권위인국가가잘못된방향으로가지않도록비판하고감시하는것이다.그런점에서언론의역할이중요하다.한편양심적병역거부를허용한다.그러나국가가위기에처하면병역거부를허용하기어려우므로이방법은한계가있다.제3의선택지는비인도적인명령을거부하는사람이되는것이다.국가의세속적권위를넘어서는권위(종교적권위)를따르거나자신의상황을비판적으로바라보고자신의행동을스스로책임지는것이다.역사적으로교단이나교회는대개권력과타협해왔으므로종교가있든없든,자신의책임을자각하는자세가중요하다(236~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