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궁리하기 : 박 클레어 요리 에세이

부엌에서 궁리하기 : 박 클레어 요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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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반업주부를 꿈꾸는 전업주부 박 클레어가 부엌 일터에서 들려주는 요리 이야기
바쁜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가족들을 한데 모으는 곳은 어디? 바로 부엌이다. 집안의 춥고 서러운 변방에서 광채 나는 ‘센터’로 신분 상승한 것도 잠시, 외식산업의 발달로 퇴출 가능성도 점쳐지는 예측불허의 운명을 지닌 그곳.

반업주부를 꿈꾸는 전업주부 박 클레어에게 부엌은 주된 일터이다. 자신만의 요리사를 갖고 싶은 오랜 소원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가족들, 가끔은 친구나 지인들을 위해 요리한다. SNS 계정에 직접 만든 요리 사진들과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밥을 짓듯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냈다. 참신한 메뉴, 플레이팅, 건강한 밥상에 대한 고민, 음식에 따라오는 추억 곱씹기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국의 요리들도 낯설지 않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보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요리책이 아닌 ‘요리에 관한 책’이다.

첨단 조리 기구들에 둘러싸여도 여전히 부엌 노동은 고립감과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이 해준 밥이 최고!’라는 깨달음이 한숨처럼 터져 나온다. ‘부엌 지킴이들’의 복지가 중요하다. 숭고한 자부심은 접어 두고 ‘궁리하는 재미’에 빠져 보자. 만화책 볼 때처럼 혼자 낄낄대고 있으면 슬며시 목을 빼고 다가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찾아낸 쏠쏠한 재미를 살짝만 그들에게 흘려 보자.

부엌은 붐벼야 제맛이다, 먼저 재미를 발견한 이들과 동화된 동참자들로. 충실한 부엌 지킴이들이 고립되는 것이 아닌, 무심한 구경꾼들이 소외되는 반전을 일으켜 보자. ‘궁리하는 자들’은 ‘구르는 돌’처럼 세월의 이끼에 저항하는 견고한 힘을 갖게 되리라. 전문요리사는 아니어도 줏대를 가진 개별 요리자(者)들이 활동하는 그곳, 부엌의 미래는 소멸이 아닌 예술가의 작업실이면 어떨까?

저자

박클레어

저자:박클레어
생애첫꿈은‘척척박사’였다.말하기애매해서누가물어보면선생님…이라고말끝을흐렸다.척척박사는커녕석사도수료에머무르고말았다.불어불문학을전공하였고약간의번역일과학원강사를해본경력이있다.단막극을써서단한번무대에올린적이있으나하필결혼식날과겹쳐끝끝내보지못했다.
어릴때부터동화책과더불어요리책을즐겨보았다.결혼이후프랑스와홍콩에서한동안거주한적이있다.전업주부로살며평상시에는생존요리를하다가손님초대같은특별한이벤트가있을때잠시요리열정을환하게불사른다.친구들의권유로시작한요리계정@tulliskitchen에글과사진들을짬짬이올리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1장셰프를꿈꾸는요리
연어로만든장미
그시절우리가사랑했던요리책
새식탁보effect!
우물파기대작전
비움의미학
봄날의원무,혹은꼬리잡기게임
족적을남기는요리

2장유머가있는요리
디코이
나쁜친구에게바치는詩
그때그때달라요
김,떡,순
블라인드테스트
엄마는짜장면이싫다고하셨어
대식가DNA

3장스토리가있는요리
레전드김밥
여름과일들을보내며
도시락
부엌은어쩌다가
깨진접시도쓸모가있다구?
술취한새우

4장계절과교감하는요리
개화
초당옥수수
여름아물렀거라!
명절은코끝으로온다
어쩌다크리스마스
봄,곧도착예정

5장살빼기책임지는요리
나만의샐러드
냉장고다이어트

은밀하게위대하게
두부의변신은유죄
나는당당한조연배우다!
빌바오의추억

6장기능성요리
손님초대
냉장고
배달음식못끊어!
비트를느껴봐!
핑거푸드
식탁위의경계
브런치
토마토야춤춰봐!

7장해외여행요리
고수빼드릴까요?
향신료의마법
커리
바게트
하몬하몬
당근라테or라페
달걀
꼬꼬와함께날기

8장유혹하는요리
가난뱅이들의랍스터
추억의맛
태양을닮은요리
가니쉬
도마위의우주쇼
반찬
요리자의자격

출판사 서평

『부엌에서궁리하기』를요리책이라고속단하지말자.이제목은궁리의대상이무엇인지를밝히지않는다.그러니까부엌에서어떤요리를할까를궁리하는것이아니라,그저궁리하고있을뿐이다.굳이설명하자면‘부엌’보다는‘궁리’가더강조되는단어이고,궁리의목적어는이것저것이다.다시말해서삶에대한궁리이다.요리를하면서여러가지잡생각이많을수있지만,궁리는그런잡생각이라기보다는새로운어떤것에관한생각이다.‘사유’라는거창한말보다‘궁리’라고말하는것은매일매일에사사로운삶을이리저리새롭게기획해보는재미있는놀이의측면이있기때문이다.물론부엌에서요리를한다.그런데궁리하는공간인부엌에서저자가하는요리는반드시‘맛’을위한것이라기보다는맛과비슷하지만한획다른것인‘멋’과관련된다.그렇다고‘멋진’요리를하기위한것이라기보다는요리를하면서일상의지친삶을멋진꽃처럼피어나게하는궁리를하는것이다.이때저자가부여하고자하는멋은과하지도모자라지도않을만큼이다.마치베이킹을할때허용할수있는적당한당도를찾아내는것처럼,저자는삶을조금멋스럽게해주는적당한표현을찾아낸다.부엌에서이러저러하게궁리하는이이야기를독자에게권하는것은저자의궁리라는것이삶이란행복할수있다는믿음으로부터시작되기때문이다.‘프랑스’음식을이야기의재료로간혹삼고있는것도프랑스음식이아마도행복에대한믿음을자양분으로삼고있기때문일것이다.건강을위해서‘김떡순’에게저항하지만,저자는늘진다.저자는음식앞에서,행복한삶을위한욕망앞에서기필코자발적으로패배를선택한다.매일매일의일상이라는‘쑥과마늘’의시간에‘행복’이라는단백질을뿌리는이몽상가의부엌으로독자를초대한다.

책속에서

요즘누가“요리좀열심히하는것같던데요.”하면나는손보다머리가더고달프다고푸념을한다.진짜다.수더분한배우자같은일상의음식도애인의여우짓을보태면나름지루하지않다.반복적인것들에약간의창의적인노력이들어가면숨통이트이고재미를느끼게되는것같다.플레이팅이바로우리가할여우짓이다.궁리를해야가능한.
---p.19「연어로만든장미」중에서

가족들을한데모을수있는곳.편하게책도보고컴퓨터도켤수있는곳.부지런히수련하여망작이라도건져올리는곳.누가억지로가둔것도아닌데제발로부엌을서성인다.
---p.93「부엌은어쩌다가」중에서

세상에하나밖에없는음식은,평가를주저하게한다.꽤나고마운장점이다.
---p.133「나만의샐러드」중에서

우리만즐긴다고생각했던음식들이먼나라에서사랑받고있으면신기하고반갑다.식탁은우리가나뉘고섞이고편을먹었다가또혼자가되기도하는기묘한곳인듯하다.
---p.183「식탁위의경계」중에서

당근은여러군데겹치기출연하고도주목받지못했던조연배우같다.
---p.215「당근라테or라페」중에서

일상탈출시도에는꼬꼬의맹렬한날갯짓정도의공이든다.수피에르와은식기,이름은어렵지만맛은꽤친숙한꼬꼬뱅과함께한저녁은잠시아름답게낯설었다.
---p.224「꼬꼬와함께날기」중에서

내부엌에도낮달이많이떠있다.빗썰린실패한무조각들이다.보름달,반달,초승달이한꺼번에떴네!한번볼래?도마위의장관,모양다른달들이일렬로늘어선특별한우주쇼를보러오는이가아무도없다.쩝,서둘러어설픈달들을주워먹는다.달이달다.
---p.246「도마위의우주쇼」중에서

우리의관심과궁금함과안달은요리를향한열정의본질이다.자꾸만간을보다가끝내짜게만들고머리칼을쥐어뜯게도만든다.배가고파무언가를서둘러만들고,냉장고의묵은짐을덜기위해머리를짜내고,음식에도연지곤지찍어보는그런열심.누군가에게는영구히결여되어있거나아직개발되지않은,내안에충만했다가사그라지기도하는그런열정.불현듯찾아오는‘그분’을영접하기만한다면밀키트와맞짱뜰배짱정도는생길것이다.생각해보니요리자(요리사아님주의!)의자격은이거면충분하다.Iamstillhungry!
---p.254「요리자의자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