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존재와 관계의 영역을 탐구하는 시적 변모
시집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
시집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
이지담 시인이 시집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문학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죽음의 이미지다. 죽음은 한순간 “푸드덕 몸을 털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먼 길」)와 같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몸이지만 인생이라는 그 사잇길은 참으로 ‘먼 길’이며, 또한 가까운 길이기도 하다.
“살아온 날보다 적은 살날에 대해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말하는 너의 손에서 시간이 빠져나”(「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가거나, “오늘이 내일인지 내일이 오늘인지조차 모르”(「마지막 이사」)는 노인들의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은 한몸이다. 그럼에도 인생은 또한 “어린아이에서부터 시작된 혼자만이 건너야 할 길”(「출렁다리」)이기도 하다.
첫 시집 『고전적인 저녁』에서부터 일상의 경험을 구체적인 언어로 노래하면서 존재론적 탐구를 지속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관계의 문제로 시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고/왼쪽과 오른쪽 빈구석을 찾다가”(「관계」), “밀어주고 끌어주는 바퀴 소리”(「거울의 이면」)
이와 같은 관계에 대한 시선은 특히 제3부에서 제주4·3, 여순사건, 광주5·18민주화운동, 최근의 이태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부조리한 역사와 사회의 문제로 확대된다. “죽은 책의 목차만 읽고 가는 당신/나는 살아 숨 쉬는 책을 읽으러 변두리 곳곳 행간을 뒤진다”(「책을 읽으러 제주에 간다」), “단단한 활주로는 입을 틀어막았다//부모 형제를 앗아간 일을 밀봉해버리고”(「활주로 무덤」)
이번 시집에서 죽음과 노년의 시간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는 시인의 변모에 대해 고재종 시인은 “마음속 ‘바위’를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언젠가는 깨부숴야 하는 이 단단한 생각들” 곧 굳어 있는 아집이 사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는 고백이 가능해진다. “뿌리와 바위를 하나로 묶는” 것이 다름 아닌 “부드러운 흙이었다” (「바위」)는 깨달음까지. 이번 시집에서 ‘존재와 관계’의 영역을 탐구하는 시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이지담 시인은 나주 출생으로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시와사람』, 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창립 이후 34여 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살아온 날보다 적은 살날에 대해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말하는 너의 손에서 시간이 빠져나”(「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가거나, “오늘이 내일인지 내일이 오늘인지조차 모르”(「마지막 이사」)는 노인들의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은 한몸이다. 그럼에도 인생은 또한 “어린아이에서부터 시작된 혼자만이 건너야 할 길”(「출렁다리」)이기도 하다.
첫 시집 『고전적인 저녁』에서부터 일상의 경험을 구체적인 언어로 노래하면서 존재론적 탐구를 지속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관계의 문제로 시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고/왼쪽과 오른쪽 빈구석을 찾다가”(「관계」), “밀어주고 끌어주는 바퀴 소리”(「거울의 이면」)
이와 같은 관계에 대한 시선은 특히 제3부에서 제주4·3, 여순사건, 광주5·18민주화운동, 최근의 이태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부조리한 역사와 사회의 문제로 확대된다. “죽은 책의 목차만 읽고 가는 당신/나는 살아 숨 쉬는 책을 읽으러 변두리 곳곳 행간을 뒤진다”(「책을 읽으러 제주에 간다」), “단단한 활주로는 입을 틀어막았다//부모 형제를 앗아간 일을 밀봉해버리고”(「활주로 무덤」)
이번 시집에서 죽음과 노년의 시간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는 시인의 변모에 대해 고재종 시인은 “마음속 ‘바위’를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언젠가는 깨부숴야 하는 이 단단한 생각들” 곧 굳어 있는 아집이 사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는 고백이 가능해진다. “뿌리와 바위를 하나로 묶는” 것이 다름 아닌 “부드러운 흙이었다” (「바위」)는 깨달음까지. 이번 시집에서 ‘존재와 관계’의 영역을 탐구하는 시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이지담 시인은 나주 출생으로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시와사람』, 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창립 이후 34여 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을 역임했다.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 - 문학들 시인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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