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것들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박현우 시집)

멀어지는 것들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박현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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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어느 날 완도 정도리 갯돌을 밟으며 모난 돌과 몽돌의 의미를 상상한다. 몽돌은 처음부터 둥글둥글한 모습이 아니었다. 쉼 없이 밀려오고 밀려갔을 시간의 침식 이전까지 몽돌들은 제각각 날카롭거나 울퉁불퉁한 ‘모’를 가진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였다.

항용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는 개성이나 분별없이 날뛰는 만용을 경계하는 데 쓰이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의 오랜 속담은, 남다른 말과 눈에 띄는 행동 때문에 괜히 미움을 받기에 그걸 피해야 한다는 일종의 처세훈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럴 때 이 말은 크고 작은 저마다의 개성을 질시하거나 말살하면서 모든 것을 평균화하는 비개성화 내지 몰개성화로 내모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

박현우

전남진도에서태어나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고등학교에서오랜세월아이들을가르쳤으며시집『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를펴냈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생각의자리
13 그리하여
14 각인
15 봄비
16 분갈이
17 설거지
18 안아주기
19 굴비
20 층견소음
21 속마음
22 모난돌
24 데칼코마니
25 곡강曲江
26 조락凋洛
27 시인과사이
28 낙엽길­두사람

제2부꽃의이면
31 눈꽃
32 안개꽃
33 꽃무릇
34 로즈마리
35 호접꽃
36 자운영
37 명아주
38 쥐똥나무꽃
39 천리향
40 민들레
41 사위질빵꽃
42 며느리밥풀꽃
43 야래향
44 앵두나무
45 능소화

제3부멀어지는것들은늘가까운곳에있었다
49 달맞이꽃
50 문득
51 다시,봄-귀소歸巢
52 그래서나는문제다
53 장어사랑강씨
54 술의화법
55 대기표18번
56 산을오르며
57 쌍화차한잔
58 망월동길
59 제발-팽목항에서
60 10월여수에가면
61 11월철쭉이피었다
62 한여름의눈짓
64 처서지나며
65 솔한그루가달을맞는풍경

제4부그러고도한동안
69 물봉선비에젖는
70 왜덕산
72 송우산혼묘지
74 벌포리바닷가
75 왕온의묘
76 궁녀둠벙
78 처녀강
79 샘거리큰우물
80 어느새나도
82 그러고도한동안
83 극락강역에서
84 잘자라는말
85 섬돌밑몸낮추고
86 무렵
87 늦가을

88 해설도시산책자와‘의로운고독’_임동확

출판사 서평

‘모난돌’들의외침
‘나’와대면하는‘고독’의참의미
-박현우시집『멀어지는것들은늘가까운곳에있었다』

탄핵정국이다.국민한사람,한사람의눈길이국정의나침반을주시하고있다.박현우시인의두번째시집『멀어지는것들은늘가까운곳에있었다』(문학들)에주목하는것은‘모난돌’들의삶에서그가발견해내는‘고독’의참의미때문이다.
시인은어느날완도정도리갯돌을밟으며모난돌과몽돌의의미를상상한다.몽돌은처음부터둥글둥글한모습이아니었다.쉼없이밀려오고밀려갔을시간의침식이전까지몽돌들은제각각날카롭거나울퉁불퉁한‘모’를가진개성적이고독립적인존재였다.
항용아직잘다듬어지지않는개성이나분별없이날뛰는만용을경계하는데쓰이는“모난돌이정맞는다”는우리의오랜속담은,남다른말과눈에띄는행동때문에괜히미움을받기에그걸피해야한다는일종의처세훈으로악용되기도한다.그럴때이말은크고작은저마다의개성을질시하거나말살하면서모든것을평균화하는비개성화내지몰개성화로내모는폭력(?)으로작용할수있다.

‘모난돌’들의외침
박현우시인은그런속담적세계의한계나함정을날카롭게포착한다.그는수시로변하고무수히“부서지길”반복했을파도와“물빛”속에서표면적으로어디모난데없는모습을하고있는눈앞의몽돌들을보며,저마다의“모”를유지하기위해저마다“자신을사르며/모질도록저항”하고거부했을원래의“모난돌”들을상상한다.그러면서비록겉으로어떤“모”도없이원만한형상을하고있지만,특히그몽돌들이숨기고있는“불안과상처”를읽어낸다.
“정맞은돌몇개주워”“빈틈많은생의구멍을메워볼까”하는시도는여기서시작된다.즉그에게중요한것은어디하나모난데없는몽돌들처럼일체의대립이나미움없이그저하루하루를원만하고무사하게사는삶이아니다.비록“더러는”‘모가난다’는이유때문에비판받거나“깨어져백사”가될수있지만,그렇다고“갯것들”의“사늑한보금자리”되기도하는“모난돌”과같은자신의개성을포기할수없다.특히바로그때문에더욱아픈“정을맞”기도할터이지만,그럼에도각기고유성과자기본래성을유지하며“모나게살고싶던날들의신념”을저버릴수없다.

모난돌이정맞는다는말/가슴에묻고산지오래/완도정도리갯돌밟으며걷노라니/시시로변하는물빛부서지길몇번//거품이거품을지우며소스라치는/무변의생존곁에서자신을사르며/모질도록저항했을불안과/상처를숨긴낯빛끝내발하는//사계의해조음처럼/변덕스런시공을살아볼일이지만/물살따라간시간들뒤돌아보면/절도(絶島)를표류하던절명의고독들이//더러는깨어져백사(白沙)가되고/갯것들사늑한보금자리되는/모난돌하나찾기힘든구계등바라/모나게살고싶던날들의신념꺼내보는가//오는길정맞은돌몇주워/빈틈많은생의구멍을메워볼까/하는.(「모난돌」전문)

그런만큼박현우에게‘고독’은한개인이느끼는주관적인쓸쓸함이나외로움에한정되지않는다.또한사회적인단절이나인간관계의고립에서오는자기소외와자기방기의감정의하나가아니다.오히려타인의관심이나눈치에서벗어나본래의자신으로돌아가자신의존재를더욱뚜렷이하는것을뜻한다.무수한이해관계나인연으로뒤얽힌채살아가는일상적이고비본래적인존재로서가아니라비로소순수하게자기자신의본래적인존재와의대면을의미한다.

‘나’와대면하는‘의로운고독’
그러면서그고독은각자의이해관계에따라이합집산하기바쁜현대사회를대처하는“수세월대를이어군락을이룬쥐똥나무”(「쥐똥나무꽃」)와같은집단적이고공동체적인사회에대한그리움을나타내면서,마침내의로운고독을지향한다.

재침해패주하던자들이수장당한울돌목/몇수레의역사를이고진/그독한저항을/몸으로체득한죽음따위가대수랴/웅혼한대륙의기질과/익숙한삶의바다가주는/매서운시련을이겨낸보배섬/할거(割據)만아는군웅(群雄)은/의로운고독을모르지/휘몰이로용솟는명량바다/진퇴를모르는공방끝에/갯가에떠오른이방인들의얼굴/코를잘라전리품쯤으로아는야만을/놀따라흔들리던/너희들주검은모를거야(「왜덕산」부분)

이시는단지수많은외침과시련에도굴하지않고저항한고향진도와진도인의웅혼한기질을노래한향토찬가가아니다.우리가눈여겨보아야할점은죽음을불사한진도인의영웅적인투쟁이나무용담이아닌,전쟁에서“진퇴를모르는공방끝에”“패주”해진도“울돌목”에“수장”당했다가“갯가에떠오른이방인들”의“주검”에대한진도인들의지극한삶의태도다.“진도군고군면내동”을비롯“마산황조하율”등을가리지않고“뒤엉킨채로흘러들어”온“탈향한넋들”에대한“보배섬”사람들의숭고하고오랜전통의“인지상정”이다.의로운고독은생사를건적대적관계라고할지라도기꺼이그들의“고혼”을달래기위한“다시래기”의식(儀式)을베풀어범인류애적인아량과자비를베풀어왔다.한인간이타자들과의관계에서자신의본성을잃지않은채,그자신이누구이며또어떻게살아가야할지를되묻는지독한눌변(訥辯)과흘음(吃音)이뒤섞인그의고독이마침내다다른지점이바로여기이다.
박현우시인은전남진도에서출생하여조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였다.고등학교국어교사로오랜기간아이들을가르쳤다.1989년『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부부시집)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으로『달이따라오더니내등을두드리곤했다』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