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가진 것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여백을 가진 것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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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선희의 첫 시집 『여백을 가진 것들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비움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시적 자아의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이 형상화하는 비움의 감각은 상징계의 주체가 자신을 비움으로써 질서 바깥의 존재와 마주하려는 시도다. 단순히 무(無)에 닿아가려는 것보다 사유의 방식을 전환하기 위한 지속적인 과정이 이 비움의 시학을 이룬다. 비운다는 행위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제거하여 없음에 도달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시인에게 비움은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하는 삶의 방법이다. 따라서 삶이란 한꺼번 자신을 없애지 않고 내면에 축적된 잔여들을 “조금씩” 덜어내는 장소가 된다. 비우는 곳이 아니라 비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시인의 삶을 이룬다. 말하지 못하고 지우지 못해 쌓인, 그 상처들을 내려놓는 법을 익히는 셈이다. 그 자리는 ‘바다’로 비유되는 무한한 시간이면서 무수한 문장들이 모인 장소이다. 과거가 모여 유구한 역사가 되고 언어의 잔해가 모여 흐르고 깎이는 곳. 그렇게 현재와 과거, 기억과 실제가 모두 섞이는 곳을 향해 시인은 자신을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저자

유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