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것도 능력이다
적당한 거리감이 ‘너와 나’ 각자의 세계를 지킨다
모든 상황과 사람을 살피면서 전부 괜찮은지 확인하고, 아주 사소한 갈등도 벌어지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세상 모든 일을 걱정하면서 조언과 해결책을 쏟아내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자신을 뒷전으로 미룬 채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면 어떤 성취를 이루어도 불행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이나 감정에 너무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책임감에 짓눌리고 늘 시간에 쫓겨 자신을 희생하며 살게 된다. 아무도 해결해 달라고, 희생해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 사람의 기분이 나쁜 게 내 잘못일까?’, 아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곤란한 상황이 내 책임일까?’, 역시 아니다.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모든 상황을 혼자 통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스스로를 보호하는 건 가능하며, 또 그래야만 한다. 너무 멀지도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은 선을 그어두면 ‘나’를 지키면서 타인의 영역도 침범하지 않는다. 내 영역 안에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만 통제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키고, 나아가 모든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지켜낼 만큼 강한 사람이 되게 한다.
? 공의존적인 행동 패턴 파악하기
|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 기분은 잘 읽어내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잘 모르고 전달하기 어려워한다.
| 진심을 억누른다
타인의 눈치를 살핀다. 미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하며,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불안할 때도 사과한다.
| 무심코 조언을 건넨다
누가 문제나 상황을 이야기하면 바로 끼어들어서 이런저런 해결책을 제시한다.
| 경계가 무너져 있다
타인이 원하는 것, 욕구에 지나치게 집중해서 자신을 위한 선을 긋고 지키기 어려워한다.
| 문제를 축소하고 부정한다
갈등을 피하려고 “나는 괜찮아.”라고 하거나 “피곤해서 짜증이 난 거지, 진심은 아닐 거야.”라고 대신 변명한다.
| 자기희생적인 태도를 보인다
타인의 일에 더 집중하느라 지칠 때도 쉬지 못하고, 자신에게 기쁜 일도 하지 않는다.
| 지나치게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대신 해준다.
| 과도하게 헌신한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때도 기대 이상의 일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실수해도, 방향을 수정해도, 마음을 바꿔도 괜찮다”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힘 키우기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으려 하고, 다른 사람과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행동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의식적으로는 남을 돕고자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타인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마주할 때 느끼는 자신의 두려움과 이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의도치 않게 타인을 ‘체크리스트 항목’, ‘곧 해결할 문제’처럼 만든다. 다른 사람들의 상태에 안테나를 세우고 과잉 반응을 하다 보니 자신의 힘으론 끝낼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실패한 인간관계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역기능적으로 작동하는 관계 패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탈출 도구, 깨달음과 공감을 주는 풍부한 공의존 실제 사례, 나도 몰랐던 면을 발견하도록 자기 성찰로 이끄는 질문들을 건넨다. 특히 타인을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관계 점검 설문지’, 서운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나침반으로 삼아 경계를 세울 지점을 찾아내는 ‘원망 목록 작성법’ 및 ‘4단계 경계 설정 계획’은 바로 실천 가능한 해결책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반응할 때는 ‘감정을 유발하는 요인 찾는 방법’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확실히 통제해보자. ‘관계의 적색 신호와 녹색 신호’를 통해 나를 이용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유해한 사람을 알아차리고 멀리할 수도 있다.
모두를 위해 모든 일을 해내야 된다는 강박을 누그러뜨리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넓어진다. 그러면 남들이 내가 내리는 선택,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생각할지 같은 건 별로 중요해지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그 과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단계부터 시작해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겠지만 자기 수용과 자기 연민을 꾸준히 발휘하면 치유와 회복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수 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에도, 과거에 정리하지 못했던 두려움에도 맞설 용기가 생기고 ‘내게 이로운 길을 선택하는 능력’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