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관은인간의생각과삶의모습이응축되어있는인류공통의미술이자언어이며역사다.”
차(茶)에어느때보다많은관심이쏠리고있다.항암효과와성인병예방에서콜레스테롤의배출,다이어트와피부미용에이르기까지,다양한차의효능이알려지면서사람들은차를‘몸에좋은건강음료’로인식하고있는듯하다.그러나이런현상이있는한편,우리주위를둘러보면커피를즐겨마시는사람은무척많지만차를즐겨마시는사람은많지않다.특히티백등이아닌잎차를우려마시는경우는더욱드물고,오히려그랬다가는유별한사람취급을받게될것이다.
언제어디서나즐겨차를마시는중국인들의습관은우리에게도잘알려져있다.일본의차문화라고하면전통의상을입고엄격한격식에따라행하는다도가쉽게떠오른다.그러나우리차문화를대표하는이미지는쉬이떠오르지않는다.차에대한긍정정인인식한편에차문화에대한무관심이함께존재하는이런현상은우리나라의차문화가한때소멸되었다가다시되살아나는와중이라는역사적요인에기인하고있다.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의저자정동주는이책에서다관을통해한국ㆍ중국ㆍ일본의차문화사를살펴보고있다.이는다관이라는찻그릇의특성만이아니라한ㆍ중ㆍ일의차문화가어떻게영향을주고받으며발전해왔는지를알수있게해주고,더나아가우리차문화의역사와현재,또한앞으로나아갈길을점검해보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또한한국의차문화가우리문화로서의정체성을확립해가는첫걸음이라할수있다.
1.『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의주요내용
*다관(茶罐)이란잎차를넣고더운물을부어차를우려내는데사용하는찻그릇을일컫는다.여러종류의찻그릇중에서도다관은우리나라에서는다관,중국에서는차호(茶壺),일본에서는규스(急須)라불리며각나라의차문화에서중심적인역할을담당하고있다.
1)다관으로읽는한국ㆍ중국ㆍ일본의차문화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에서저자정동주는한국,중국,일본세나라의다관에초점을맞추어고대로부터현대까지에이르는그역사와발전과정을살펴보고있다.가까이살면서많은것을주고받아온한ㆍ중ㆍ일은차를즐기는문화역시오랜시간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발전해왔고,찻그릇역시예외가아니다.따라서다관이각나라에서어떻게시작되고발전해왔는지를살펴보는것은단순히다관이라는그릇의특성을이해하는것을넘어서,세나라의차문화의특성을살피고이해하는흥미로운계기가될것이다.
한ㆍ중ㆍ일세나라의문화는동양과서양에차이에비하면서로공통되는요소들을많이가지고있어,어디서부터가각나라고유의것이라고딱잘라구별하기힘들수도있다.이세나라의문화는오랫동안중첩되어온오랜역사의결속에서미세하게그차이를드러낸다.이미우리생활깊은곳에자리잡은차문화를통해한ㆍ중ㆍ일의문화차이를살펴보는것은독자들이막연히비슷하다고만생각했던세나라를뚜렷하게인식하게하고새로운시각에서이들나라의문화를살펴볼수있게해준다.
2)한국ㆍ중국ㆍ일본의서로다른다관의역사와그의미
서로이웃해있으면서오랫동안교류를계속해온한국,중국,일본세나라는차를즐기는문화와찻그릇에있어서도서로영향을주고받아왔다.그러나한국의다관,중국의차호,일본의규스는각나라마다서로다른독특한역사적인맥락을가지고있다.
중국의차호는오랜세월에걸쳐받아들인서역의문물과다양한민족문화를중화(中華)라는거대한사상안에감싸안은결과물이다.중국의차호에는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더스,크레타,페르시아등중국으로흘러든서역문물과미술양식과여러국가가흥망을거듭하고여러민족이번갈아가며중국을지배한역사가녹아들어있다.
일본의규스는18세기무렵아오키모쿠베이(靑木木米)라는도예작가에의해서등장했다.12세기바쿠후정권이성립한이래일본에서는가루차를물에타마시는말차(末茶)법이주류를이루고있었으나,인문주의자들은이차법이지나치게중국에의지하고형식에치우쳐있다고비판했다.일본고유의옆손잡이형식의차도구인규스의탄생은17~18세기에걸쳐중국에의존하는차문화에서벗어나일본고유의차문화를만들려고한인문주의자들의노력의결실이다.
고대부터이어져온우리의차문화는고려시대까지만해도화려하게꽃피었으나조선시대이래쇠퇴하기시작하여,선비들에의해근근히유지되다가일제강점기와6ㆍ25전쟁을거치며완전히그맥이끊어졌다.그후1960년대부터차문화부흥의조짐과함께다시만들어지기시작한한국의다관은단절된차와도자기문화를되살리려는뼈아픈노력을이어가며지금도현대도예작가들에의해계속해서만들어지고있다.
3)차문화사에관한다양한자료제공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에서는한ㆍ중ㆍ일의다관사진을풍부하게수록하여다관과차문화의역사를입체적으로이해할수있도록돕고있다.다관의형태와색깔이뚜렷하게드러나는올칼라사진은본문에서설명하고있는다관의특성을한눈에알아볼수있게해준다.
본문에서는한ㆍ중ㆍ일의다관만을다루고있으나,부록으로서양에서만들어진개성적인티포트사진과설명을함께읽을수있다.서양여러나라에서만들어사용하는티포트는그형식은한국,중국,일본의다관을기본형태로삼고있으나재료와제작기법은각각의전통이나현대화된미술양식에서창안하여응용하고있다.모방을넘어서작가마다의독특한개성을발휘하고있는이들티포트는동양의찻그릇과는또다른다양한시각과폭넓은시선을느낄수있게해준다.
책의말미에는한ㆍ중ㆍ일의차와다관의역사연표와용어풀이를수록했다.기원전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한국ㆍ중국ㆍ일본의역사와차문화와다관에관한굵직한사건을함께볼수있도록한연표는차문화가시대에어떻게맞물려있는지를쉽게찾아볼수있게해준다.용어풀이에서는다관,다완(茶椀),수주(水注)와같은차도구의종류에서부터부초차(釜炒茶),설다(設茶)등의다도용어,고치데(交趾手),아카에긴란데(赤繪金?手),하쿠데(白泥)와같은도자형식에이르기까지책속에등장하는낯선용어들을친절하게설명하여독자들의이해를돕는다.
2.『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의의의
1)한국ㆍ중국ㆍ일본차문화자료의집대성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는한국ㆍ중국ㆍ일본의차문화자료를한권에총망라하여한권에담아냈다.다관의기원이된고대의청동기에서부터중국을지배한왕조의변천에따른도자형식의변화,찻잎의종류에따라달라진차호의형식,규스라는새로운차도구의출현,다케노조오(武野紹鷗)와센노리큐(千利休)의차회문화개혁,한ㆍ중ㆍ일의문물교류등차문화사에서중요한사건와인물들을빼놓지않고수록했다.
본문에서언급하고있는다관의사진자료도다수수록되었다.당시대도자기에사용된삼채유약의화려함,섬세한무늬가새겨진송대의아름다운백자,글씨와그림에까지걸친작가의예술적풍모가드러나는자사호,현대우리다관의분청기법과꽃다관의아름다움등을사진으로직접확인할수있다.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는이러한역사자료와사진자료그리고책의마지막에수록한한ㆍ중ㆍ일의차와다관의역사연표와용어풀이까지포함하여이한권만있으면한ㆍ중ㆍ일의다관과차문화를완벽하게알수있는차문화사전으로도사용할수있다.『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는차와다관에흥미를가진일반인뿐아니라차문화연구자들에게도유용한자료가되어줄것이다.
2)소외되어있던한국의다관을돌아보다
차를즐기는사람들이조금씩늘어나고차문화에다시관심이모이고있지만,차문화의중심적역할을하고있는다관은아직까지관심의대상에서벗어나있는것이현실이다.『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는이렇듯지금까지소외되어있던다관이라는존재에처음으로집중적인조명을비추어그역사와현재의위치를탐구하고,차문화의핵심이라는본래의위치를되찾아주고자한다.
이책에서는삼국시대와가야시대로부터고려시대와조선시대를거쳐다관이사라지고없었던암흑기에이르기까지우리나라의차문화와다관의역사를훑어보고,김대희,신현철,김종훈이라는세명의현대도예작가의작품을통해우리나라다관의현재를살펴보고있다.1960년대에김종희선생이일본의규스를본떠새로이만들어내면서되살아나기시작한한국의다관은오늘도우리다관을빚고다듬는장인들에의해여전히,그리고새롭게만들어지고있음을알수있다.
한국의다관과차문화의역사를훑어보고현재를진단함으로써,이책은궁극적으로한국의다관과차문화가앞으로나아가야할길을탐구하고자한다.한국의다관은형식면에서중국의차호와일본의규스를동시에모방하면서시작되었다.이제는모방의단계를지나한국인의생활과역사의식이투영된형식을모색하는단계로나아가야한다.중국과일본의강력하고우월한차문화의영향력을무방비상태로받아들이고있는현대한국의차문화도그때는우리문화로서의정체성을제대로확립할수있게될것이다.
3)한국차문화학의선구자인저자의오랜연구성과
『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의저자정동주는40여권의시집과소설을펴낸문학작가로서널리알려져있다.그러나저자는1966년겨울운명적으로차문화에접하게된이래43년에이르는오랜차생활경험을가진차인이며,동시에한국차문화학이라는새로운인문학분야를개척한연구자이기도하다.저자는1990년대후반부터본격적으로차문화연구를시작하여미개척지나다름없는이학문분야에서오랫동안홀로연구에전념해왔다.
정동주선생은중국과일본에비해거의연구가이루어지지않은우리의다관과차문화에대한깊은애정을바탕으로,중국과일본의차문화사를비롯하여거기에서영향을받아나름의역사를이어온우리의차문화사의흐름과앞으로의나아갈길을밝히기위해끊임없는연구와노력을거듭했다.이연구성과는그가펴낸『조선막사발천년의비밀』(한길사,2001년)에이어이책,『다관에담긴한ㆍ중ㆍ일의차문화사』에서결실을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