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정의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판결과 정의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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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판결은 마침표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우리 사회의 오랜 청탁 관행을 뒤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에 힘쓴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경력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온 김영란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던지는 화두 『판결과 정의』. 대법관 퇴임 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되짚어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재진행형의 쟁점들을 분석한다.

사법부는 원칙적으로 주어진 법에 따라 판단하지만, 같은 법에 대해서도 사회가 공유하는 통념의 변화, 민주주의의 성숙도 등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에 따라 판결도 달라지곤 한다.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 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KIKO 사건, 삼성엑스파일 사건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에서 저자는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 등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논쟁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을 꺼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인 성차별 문제를 다루며 ‘성인지 감수성’이 어떤 것인지, 판결의 과정에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하고, 다양한 사적 조직 내에 작용하는 헌법 원리를 살펴보며 헌법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가 우리 삶과 가까운 영역일수록 오히려 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사법과 정치의 관계를 돌아보며 정치적 쟁점이 정치의 영역에서 해소되지 못하고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근래의 경향 속에서 대법원이 현명한 대처 방법을 찾아낼 것을 촉구하며 판결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그 방향을 정하는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지 물음을 던진다.
판결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앞서가기보다 뒤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사법부가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사회 정의를 수호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오랫동안 법조에 몸담은 자로서의 의무감을 넘어 이것을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책무로 받아들이며 정의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걸고 대법원의 판결을 비평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대법원 판결 속에 반영된, 혹은 반영되지 않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대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했는지 살펴보고, 사법부의 판단이 더 옳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통념과 공감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가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

김영란

저자:김영란
1956년부산출생.서울대법대재학중사법시험에합격하고1981년부터판사로일했다.2004년우리나라최초로여성대법관이되었다.6년간대법관으로재직하면서사회적약자와소수자를배려하고국민의기본권보호를위해노력하여‘소수자의대법관’이라는평가를받았다.2011년부터2012년까지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으로일하면서우리사회의정의확립에큰영향을미친‘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입법에힘썼다.2013년부터2019년까지서강대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학생들과만났다.2019년4월부터대법원양형위원회위원장으로,9월부터아주대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일하고있다.지은책으로『판결을다시생각한다』『김영란의책읽기의쓸모』『김영란의열린법이야기』『문학과법』(공저)『김영란법,김영란에게묻다』(공저)『이제는누군가해야할이야기』(공저)등이있다.청조근정훈장,한국여성지도자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라이프온코트

01가부장제변화의현재
가족내위계의새로운기준

02성인지감수성,단지피해자의감성인가
성희롱교수의해임결정취소소송

03사적단체에적용되는헌법의범위
교원노조?공무원노조,정당

04계약이법보다우선할수있는가
가습기살균제사건,통상임금사건,철도노조파업사건

05‘갑’의자유방임에책임은없는가
강원랜드사건,KIKO사건

06과거사청산을위한최소한의움직임
조봉암사건재심,인혁당손해배상사건

07과거사에대한사법부의권한은어디까지인가
진도민간인학살사건?정원섭사건재심

08정치적판결,무엇이문제인가
삼성엑스파일사건

09판사들이피할수없는정치적판단
PD수첩광우병보도사건

에필로그열반의오류에빠지지않기위하여

출판사 서평

변화하는사회,대법원은어떻게반응하고있는가

판결은우리사회의변화를앞서가기보다뒤따르는경향이있다.그렇기에사법부가변화하는사회에발맞추어사회정의를수호하고있는가를돌아보는일은꼭필요하고중요하다.
저자는첫장에서부터최근우리사회에서가장뜨거운쟁점인성차별문제를다룬다.사회통념이변하면서호주제와같은제도적성차별이사라지기도했지만,가부장제와같은성별계층화는여전히남아있다.저자는이분법적논리에기반을둔채오랜시간동안남성우위의질서를구성해온가부장제의본질이단순히성별의차이로부터나오는현상이아니라계층화에의해구축된위계질서문제라고이야기한다.이러한문제의식이확산되면서사회가변하고가부장제가점차해체되어감에도대법원은그변화를다소보수적으로받아들이고있다.저자는그럼에도불구하고여러판결을통해대법원이보여주는변화의움직임을감지하며이를지켜볼필요가있다고말한다.
이어지는장에서는‘성인지감수성’이라는단어가대법원판결에서처음등장한사례를돌아본다.성희롱교수의해임결정취소소송이진행되면서고등법원에서는피해자의성희롱피해사실주장을받아들일수없다고판결했지만,대법원에서이를뒤집는다.대법원은“법원이성희롱관련소송의심리를할때에는그사건이발생한맥락에서성차별문제를이해하고양성평등을실현할수있도록‘성인지감수성’을잃지말아야한다”라는말로판결의취지를설명한다.저자는이판결을소개하며‘성인지감수성’이어떤것인지,판결의과정에서그것이왜필요한지를역설한다.
3장에서는다양한사적조직내에작용하는헌법원리를살펴본다.종중구성원에대한논쟁,교원노조?공무원노조의참정권투쟁,통합진보당의당내경선과정에서불거진대리투표논란등을짚으며‘과연헌법은사적조직의어느범위까지,어떤방식으로적용되는가’라는질문에대해생각하게한다.그럼으로써헌법위에세워진민주주의가우리삶과가까운영역일수록오히려더지켜지지않고있는것은아닌지돌아보는기회를제공한다.

신자유주의와세계화의흐름이판결에미친영향

세계적흐름이된신자유주의가한국에미친영향이사회전영역에걸쳐있음은다수가인지하고있는사실이다.저자는‘형식적평등’과‘개인의자유로운이익추구’라는가치가무엇보다도우선시되는신자유주의의근본원리가숨기고있는힘의논리에우려를표한다.책에서는대표적사례로‘가습기살균제사건’‘통상임금사건’‘철도노조파업사건’등을살피면서,‘계약만능주의’에기초하여법보다계약을우선하고,결과적으로우월적지위에있는당사자를보호하는판결이내려진과정을되짚으며신자유주의체제에서법원칙이처한위기를지적한다.또‘강원랜드사건’과‘KIKO사건’을돌아보면서‘갑’의지위와자유방임주의가결합했을때의힘과,이러한힘의논리를긍정한대법원판결의위험성을지적하며법률과사법부의사명을다시한번환기한다.
특히4~5장에걸쳐법경제학의세계적석학인알랭쉬피오의논의를들여와신자유주의적흐름에대해간명하고도치밀한비판을전개하는점은주목할만하다.이를통해일반시민독자들은계약만능주의를우려할만한판결들이가진위험성을명확히이해할수있게될것이다.또한법조종사자들에게는이내용이신자유주의적판단이만연한현상황에대한서늘하리만치날카로운지적이될것이다.

점점더떼려야뗄수없는정치와사법의관계

‘정치의사법화’와‘사법의정치화’라는용어는더이상새로운이야기가아니다.최근의‘사법농단’사태이전에도사법과정치영역의결합시도와실제결합이수없이이뤄져왔음은대다수의시민이짐작하고있는일이다.정치적판결이점차확대되는원인과정치적판결의과정에서고려되는사항에대해알아야할이유가여기에있다.
저자는6~9장에서크게두경우로나누어사법과정치의관계를돌아본다.우선6~7장에서는과거사청산문제에직면한사법부가어떻게대처하는지를살펴본다.사법부는과거군사정권시절정부의일방적인결정에대해형식적인법적용절차를제공하는데그침으로써‘정치의사법화’라고하기에도어려운수준의역할을수행했던시기를지나면서수많은사법피해자를낳았다.이에대해재심의방법을사용하여과거사청산을시도했던이용훈코트(대법원)의재심판결들을돌아보며저자는그과정의뚜렷한한계를지적한다.또과거사‘청산’이아닌‘정리’의수순을밟았던양승태코트시기에이루어진과거사관련사건의판결과정에서적용된논리가가진문제를지적한다.국가권력에의해피해를입은재심대상자들에게이잘못된판결논리가가져온더큰상처를생각하면저자의지적은더욱안타깝고뼈아프다.
마지막으로는정치적판결의대표사례라할만한‘삼성엑스파일사건’과‘PD수첩광우병보도사건’을돌아본다.저자는이부분을통해정치적판결이란무엇인지생각해보고,정치적판결이이루어지는이유를지적한다.동시에정치적쟁점이정치의영역에서해소되지못하고사법적판단을구하는사례가늘어나는근래의경향속에서대법원이현명한대처방법을찾아낼것을촉구한다.

판결속정의의무게를달다

저자는재판연구관으로일하던시절을떠올리며‘판결은선택이되기도한다’는사실에받았던충격을언급한다.그충격은대법관으로일하던당시에는두려움의근원이되었고,이후에도‘그선택의기준은과연무엇인가’라는질문을놓지못하는계기가되었다.저자는대법관퇴임이후국민권익위원장,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등판결과정의에대해더깊은고민을할수있는자리를거치며이질문에대한답을찾기위해노력해왔다.
『판결과정의』는그고민끝에다다른또하나의잠정적결론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대법원판결속에반영된,혹은반영되지않은가치에대해이야기한다.주어진법을문자그대로해석하는것에그치는판결은인공지능에게판결을맡겼을때와다르지않은결과를낼것이다.그렇기에‘법을해석하고적용할때에세계와법의미래를생각하고상상해보는일’이필요하다.저자는그과정에서반드시고려되어야만하는가치들을짚어내며,독자들로하여금대법원의판결이이과정을잘수행한결과인지판단할수있도록한다.
자신이참여하지않은대법원의판결을비평한다는것이주는부담감에도불구하고김영란은‘정의’라는화두를전면에내걸었다.오랫동안법조에몸담은자로서의의무감을넘어이것을민주사회시민으로서의책무로받아들였기때문이다.대법원판결이가진정의의무게를달아내는저자의마음과우리사회가더욱정의로운민주사회가되길열망하는독자들의마음이여기서만난다.『판결과정의』가담아낸통찰과시각은우리사회의정의를고민하는모두에게생각의밑거름으로자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