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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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검사의 이야기!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래 18년간 검사 일을 해오며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하는 김웅이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이자, 검사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된 세상살이, 사람살이를 둘러싼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검사내전』. 어려서부터 검사를 꿈꿔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엉겁결에, 어쩌다 보니 검사가 된 저자가 다른 데 욕심내기보다 검사라는 직분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거짓과 싸워야 하는 검사 일을 하다 보니 한때는 사람 말을 믿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을 만나는 게 지겨워지기 시작했지만 다른 인생의 찢어진 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꿰매주어야 할 때가 많기에 다시 일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사건 피의자들과 피해자들을 만나며, 범죄 자체가 내뿜는 악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과 그로 인해 드리워진 삶의 그림자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저자는 자신이 비록 죄를 다루는 검사라 하더라도 세상사를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검사실에서 마주하는 인생의 파열들이 직선적이고 단편적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들여다볼수록 다양하고 모순적이기에, 세상의 일들을 직선적으로 추정하지 않고 이야기의 뒷면과 진짜 사연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세상의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법, 그리고 두렵고 원시적인 존엄함에 대한 생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법대로 하자는 말을 자주 쓰곤 하는데, 저자는 이 말을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도발로 본다. 법에 의한 분쟁 해결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낳는 경우가 많고, 재판이란 실제로 옳은 것을 가리는 절차가 아니며 원칙과 규범을 따르기보다 대중의 욕구와 분노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법과 처벌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입법 만능주의와 형사 처벌 편의주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저자에게 법이란 결국 인간에 대한 것이기에, 인간의 존엄함이 법의 중심에 있을 때 법에 의한 정의가 가능해진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전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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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웅

1970년전라남도여천군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정치학과를졸업한뒤1997년39회사법시험에합격하고,2000년사법연수원을수료했다.인천지검에서첫경력을시작한이래창원지검진주지청,서울중앙지검,법무부법무심의관실,광주지검순천지청에서평검사생활을했으며,광주지검순천지청을시작으로서울남부지검과서울중앙지검에서부부장검사시절을보냈다.이후광주지검해남지청장과법무부법무연수원대외연수과장을거쳐,현재는첫경력을시작한인천지검에서자신과는평생인연이닿지않을것같았던공안부장으로일하고있다.
스스로‘자신은조직에맞지않는타입’이라고말한것처럼검찰에서의‘직장생활’이늘순탄한것만은아니었다.그래도그는‘검사로서생활하는데별탈은없었다’고덧붙인다.일반인들의생각과달리유연하고열려있는조직문화덕분이었다.그에게검사라는직분은드라마속에서나볼법한거악의근원도,불의를일거에해결하는‘데우스엑스마키나’같은장치도아니다.자신의이름을드러내기보다그저‘나사못’처럼살아가겠다던어느선배의이야기가,그에게는‘생활인으로서검사’에가장가까운모습이다.그래서그는‘세상의비난에어리둥절해하면서도늘보람을꿈꾸는후배들에게,생활형검사로살아봤는데그리나쁜선택은아니었다는말을해주고싶었던것같다’고말한다.그의첫책이세상의독자들과만나게된이유다.

목차

프롤로그_나사못처럼살아가겠다던선배를기억하며
추천사_나는어떤물음,어떤눈빛을가지고살아가는가_김민섭

1.사기공화국풍경
사기꾼은목숨걸고뛴다
어쩌면울버린,초인적능력을지닌그들
욕심이라는마음속의장님
무전유죄,약자들의거리
프랜차이즈시장의폭탄돌리기
국가대표영민씨의슬픈웃음
지옥이된수민씨의꿈
착한사마리아인의거짓말

2.사람들,이야기들
검찰이보지못한그의진심
이야기의뒷면,진짜사연을이해한다는것
그들이고소왕이된까닭
아이에게화해를강요하지말라
산도박장박여사의삼등열차

3.검사의사생활
당청꼴찌'또라이'검사의어느오후
차장은잘몰랐겠지만검사는개가아니라서
검사생활은코난도일의추리소설과다르다
'컬러학습대백과'가가장큰자양분이되었다면?
귀인의기억,사람을함부로판단하지말라

4.법의본질
법이궁극적으로해결해주는것은없다
엄정함을잃은법은지도적기제가될수없다
법은공정하고객관적인분쟁해결방법인가
새로운목민관이아니라본질적개혁이필요하다
국민들에게는재판을청구할권리가있다
형사처벌편의주의를경계한다

에필로그_아침을여는청소부처럼묵묵히살아가는그대들에게

출판사 서평

드라마가아닌현실속에서
'검사'로살아간다는것


"세상을속이는권모술수로승자처럼권세를부리거나각광을훔치는사람들만있는것같지만,하루하루촌로처럼혹은청소부처럼생활로서검사일을하는검사들도있다.세상의비난에어리둥절해하면서도늘보람을꿈꾸는후배들에게,생활형검사로살아봤는데그리나쁜선택은아니었다는말을해주고싶었던것같다."(본문383쪽)
저자김웅은2000년사법연수원을수료한이래18년간검사일을해왔다.그런데굳이스스로를'생활형검사'라고지칭한다.검사란이사회에서권력의중심에있는힘있는자들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로서는고개를갸웃거릴대목이다.그저직업으로서밥벌이하며살아가려고고시공부해검사가됐다는건좀이상하지않은가.사실검사는드라마나영화에서지겹도록많이등장하는소재다.거기서검사는보통'거악의근원'이거나반대로불의를일거에해소하는'정의로운'존재로설정된다.하지만저자는그런극적인이야기들이'현실'을살아가는대부분의검사들과별로관계가없다고말한다.드라마와달리검찰도일반회사와거의같고,그조직안에서일하는사람들도보통의직장인들과비슷한방식으로살아가고있다는것이다.물론그중에는각광을챙겨정치에입문하거나더높은자리로가려는사람들도있고,반대로스스로'조직에맞지않는타입'이라고말하는저자같은사람도있지만,그런다양한인물군상은어느조직에서나볼수있다.그럼에도분명한건,대부분의사람들은그저생활로서자기일을묵묵히해나간다는것이고,검사들도마찬가지란얘기다.그렇기에저자는자신의이름을드러내기보다'대한민국이라는거대한여객선의작은나사못'으로살아가겠다던어느선배검사에게서,소위잘나간다는그어떤선배들에게도느껴보지못한'존경'라는감정을느끼며자신도그런사람이되어야겠다는생각을했었다고말한다.
그리고그의첫책『검사내전』은바로그렇게'생활형검사'로열심히살아온저자가검찰'안'에서경험한이야기들이자,검사라는'직업'덕분에알게된세상살이,사람살이를둘러싼그의'속마음'에대한이야기들이다.


당청꼴찌'또라이'검사
그남자의직장생활


흔히들'검사'하면권력지향적이고야망에가득찬사람을떠올리기십상이다.소위있는집자손이아니라하더라도일단검사만되면잘나가는집안과결혼해승승장구하는모습을상상하기도한다.그런데이사람,김웅은어쩌다보니검사가됐단다.어려서부터검사를꿈꿔본적단한번도없었고엉겁결에검사가됐다는것이다.행간을읽어보자면,어떤일을하며밥벌이를할까생각하다가그저직업으로서검사가되기로선택하고고시공부를했다는얘기다.무딘각오조차없이시작해서일까?저자의초임검사생활은결코순탄치않았다.각종사건처리통계가좋지않아'당청꼴찌',그러니까'우리청에서꼴찌'라는별명을얻게되었을뿐아니라검찰조직문화의꽃이라할수있는'폭탄주'마시는일도너무힘들어했다.덕분에조직에서눈총을받은것은물론이다.

초임시절날가장괴롭힌것은당청꼴찌라는평가나폭우처럼쏟아지는업무가아니었다.무엇보다괴로운것은술과회식이었다.(…)얼마나폭탄주가싫었던지,회식을피하기위해일부러당직을서기도했다.내가검사에는맞지않는다는것을직관적으로파악한부장은회식때폭탄주를돌리다가내순서가되면왜아직도사표를쓰지않고조직에남아있느냐고짜증을냈다.그러고는폭탄주는검사만마셔야한다면서나를건너뛰고다른검사에게폭탄주를넘기기도했다._본문238쪽

그런까닭에저자스스로자기신세가'토방에사는생쥐꼴'이었다고말하고있긴하지만,그렇다고해서주눅이들어조용히숨죽여지내는타입은아니었다.직업적야망이없어서인지,그는상대가검사장이든차장검사든가리지않고'욱'하는성미에할말은하는사람이었다.그래서얻은별명이하나더있으니바로'또라이'였다.예를들어그는어느봄날,검사장이굳이자기고향에서체육행사를연것을두고비꼬다가행사장에서쫓겨난다.

"다만,기왕이런행사를할거면우리관할지역에서개최해갈비탕한그릇이라도팔아줬으면불황에시달리는지역주민들이좋아했을것같은데그게좀아쉽습니다."(…)벌써20년이되어가지만난그때검사장이외쳤던말을기억한다."이래서검사들은안돼.여기는대한민국아니야."(…)선배들이나에게얼른나가라고했고(…)서커스난장을벗어나는데마치모세의기적처럼길이열리더라.사람들의눈빛만으로나는그들의생각을다읽을수있었다.'모지리','부적응자',대강그런단어들이생생하게들렸으니참으로놀라운경험이었다._본문234~235쪽

저자는자신의성격이이렇다보니냉소적이라는평가를받지만,실은제대로가르치려는것일뿐이라는미명하에간부들이벌이는변덕스럽고무지몽매한행태에불편함을내비친것일뿐이라고말한다.특히그는'조직의단합'이라는이름아래그야말로말도안되는'짓거리'를하는것을참지못했다.

평소처럼밤늦게야근을하고있는데차장검사로부터전화가걸려왔다.차장검사가법원판사들과회식을한모양인데,2차로간술집에서흥이과했던지(…)그자리에서각자의부하직원들을호출해어느쪽이더많이나오는지를내기한것이다.부르기만하면마냥달려오는것을바랄거면개를기르면된다.그것도아키타나진돗개,허스키처럼충성심강한개를기르면되는데왜그런짓으로귀한시간을소비하는지지금도이해가안된다.(…)각부의총무검사들에게전화를걸어차장의지시를그대로전달한뒤나는계속사무실에남아일을했다.차장이나에게나오라고말한것은아니었고,또차장은잘몰랐겠지만검사는개가아니다._본문238~239쪽

결국내기에서진차장검사가다음날부장검사들을불러화룰냈고,저자는아침부터부장에게불려가욕을먹는다.부장이충무공이순신을거론하며조직의단합을운운하자그는더이상참지못하고이렇게말한다."그게단합이면,그럼제가술마시다차장님을불러도차장님이나와주나요?"(본문240쪽)덕분에두고두고'또라이'라는낙인이찍혔지만,그래도그는'검사생활하는데별탈은없었다'고말한다.저자는그이유를'일반인의막연한선입견과달리그당시검찰의문화가유연했다'는데서찾는다.의견대립이있어도평검사의의견을함부로배척하지못했고검사들도자신의명예와기개를위해직을걸곤했다는것이다.그래서인지,저자는일면조직에부적응하는모습을보이는것같으면서도,다른한편으로는검사라는직분으로살아가는일에대한보람을느낀다.비록특별한소명의식이나야망은없었지만,유연한조직문화덕분에'나같은놈도검찰에빌붙어있을수'있었고,그로인해검사실이라는특수한공간에서다양한삶의모습들을마주할수있었다는것이다.그런그에게범죄피의자와피해자를만나고사건을처리해나가는과정은단지법을집행하는것을넘어사람과세상을좀더깊이알아나가는일이된다.


사기공화국에서만난
인간의삶과욕망


검사로서의경력대부분을형사부에서보내며사기사건을많이다룬저자는지금이나라가'사기공화국'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라고말한다.사회전체에금전적인이득을취하기위해서라면그어떤사악한짓도마다하지않는욕망이들끓고있다는것이다.한해에24만건에달하는사기사건이발생하고,그로인한피해액도3조원이넘는단다.그는이렇듯사기사건이넘쳐나는근본적인이유는사기가'남는장사'이기때문이라고지적한다.한국에서사기꾼은어지간해서는제대로된죗값을받지않기때문에위험을감수할충분한동기가부여되고,그런까닭에재범률이77%에이른다는것이다.사기꾼10명중8명은한번잡혔다가도다시범죄를저지른다는얘기다.
하지만저자는사건피의자들과피해자들을만나며,범죄자체가내뿜는악에집중하기보다사람들이갖고있는욕망과그로인해드리워진삶의그림자들에더관심을기울인다.그가'검사란사람공부하기좋은자리'라고생각하는것도그런까닭이다.그가보기에사기사건의대부분은범죄자의욕망과피해자의욕망이결합해만들어낸화학작용이다.

목사님이허술한사기에속은것은그것이사실이기를바랐기때문이다.상대방의치밀한수에속은것이아니라자신의욕심에당한것이다.(…)호메로스는만약인간이자기운명보다더많은고통을당했다면그것은신들탓이아니라자기마음속의장님때문이라고했다.안박사일당의유혹이사기라는신호는밤하늘의별보다많았다.등기부를떼어보기만했어도,잔고증명서의명의인을살펴보기만했어도사기라는것을알수있었다.국정원이남산에서내곡동으로이전한것도20년전의일이다.그러나그많은정보들을,목사님은못본것이아니라안본것이다.밤하늘에별이아무리많아도욕심이라는간섭조명이생기면보이지않는다._본문70~71쪽

문제는그'마음속의장님'으로인해생긴범죄피해의결과가어렵게지탱하고있던삶의근간을무너뜨린다는데있다.설령범인을잡는다해도피해를제대로보상받고삶을원상복구하기힘들기때문이다.그래서저자는"사기꾼들에게걸리면누구라도그마수에서벗어날수없다.그건나도마찬가지다.(…)그러니제발범죄피해를당하지마시라.피해자도헌법상기본권이보장된우리나라국민이지만실제로는2등국민이다."라고말한다.(본문69쪽)게다가대개사기범죄의피해자들은형편이좋지않은서민들이다.그래서그는사기꾼할머니가선의를빙자해힘겹게살아가는식당아주머니를등친사건에서이렇게말하고있는것이다.

강씨는조사를받으면서,할머니가설마자기처럼어렵고힘든사람을등칠줄몰랐다며흐느꼈다.그러나만만한데말뚝박고,생가지보다마른가지꺾는법이다.어렵고힘든사람들이니까사기치는것이다.(…)선의는자신이베풀어야하는것이지타인에게바라는것이되어서는안된다.사기도마찬가지다.사기꾼은없는사람,약한사람,힘든사람,타인의선의를근거없이믿는사람들을노린다.(…)그러니설마자기같이어려운사람을등쳐먹겠느냐고안심하지마시라._본문86쪽

저자는이렇듯끊임없이'거짓'과싸워야하는검사일을하다보니한때는사람말을믿지않게되었을뿐아니라그들을만나는게지겨워지기시작했다고한다.그럼에도시간이흘러다시보람을느끼게된것은이일을하다보면다른인생의찢어진틈을들여다보고그것을꿰매주어야할때가많기때문이란다.물론더러는서툰솜씨로찢어진상처를더헤집기도하기에쉽지않은일이지만,늘자신에게는어울리지않는직업이라고생각하면서도검사생활을계속하는까닭이바로거기에있다는것이다.그가악질전세사기꾼에게당한한건실한청년과의마지막만남을이렇게회고하는것도그런이유때문이다.

그에게뭔가멋진이야기를해주고싶었다.하지만바보같게도나는그에게살다보니세상이다사기같다고말했다.(…)정의와법치주의를부르짖는검찰도대한민국에서벌어지는거대한사기의주연일지모른다.어쩌면개처럼일하는형사부검사들의선의와신실함이이사기의가장화려한기술로악용되었을지모른다.(…)횡설수설을다들어주던영민씨는가방에서팩우유를꺼내우리방에있던믹스커피두봉을탔다.팩우유를흔들던영민씨는더블샷이라고말하며내게웃어보였다.청년의웃음이그리무거운것은처음이었다.구르고채여도,그래도영민씨는대한민국의국가대표이다.늘나와는어울리지않는직업이라고생각하면서도검사생활을계속하는것은가끔이런국가대표에게힘이되어주고싶어서이다._본문109~110쪽

검사가성실하게살아가는세상의약자들에게힘이되어주고싶다고말하는것이얼핏이상하게들릴수도있다.검사의연관검색어가'떡검','검새'인판국에마치정의의사도라도되는양말하는것이마음에와닿지않을지도모른다.하지만저자가에필로그에서말했듯세상의'선악과미추가시사고발프로그램이나인터넷댓글처럼그리쉽게구별되는것'은아니다.그는'검사실에서마주하는인생의파열들이직선적이고단편적일것이라고생각할지모르지만사실들여다볼수록다양하고모순적'이라고말한다.그런까닭에검사실에서벌어지는한바탕소나기같은소란들이늘새로운여행같았고,그래서계속검사실을지킬수있었다는것이다.


세상의모든일들은
결코직선으로흐르지않는다


"검사는남의말을들어주는직업인데,또남의말을절대로안듣는직업이기도하다.검사라는직업이참맹랑한게,어서말을하라고하고서정작말을하면거짓말한다고윽박지르곤한다."(본문138쪽)검사라는직업의양면성을보여주기도하지만,저자가검사실에서만나게되는다양한현실들의모순을극명하게보여주는대목이기도하다.분명한건,저자가보기에세상의모든것들은'곡선이고움직이며',직선으로흐르는건단하나도없다는것이다.그렇기에일상적으로범죄를다루어야하는검사는더더욱세상의일들을직선적으로추정해서는안된다고말한다.

신묘한추측과귀신같은추리는대개독이다.그런추측과망상을댓글로쓰는거야대수로운일은아니다.하지만검사가그런추리소설을써나간다면무척이나죄스러운일이다.그러나공명심과대중의환호는양심을마취시키고사람들이바라는결말을만들어내고싶은욕망을만든다.대개언론플레이를잘하고거물행세하는검사들에게그런면이있다.빈약한상상력대신후흑의심장을가지고있는그들은대중이원하는결론을만들어내정의의사도로각광받는다.정의의사도가각광을챙기고떠나면다음세대는그부작용으로고통을받는다.물론꼭공명심이나각광을탐해서직선적인추측을하는것은아니다.직선적인추정은편리할뿐아니라피로에서도벗어날수있다.하지만세상일이어떻게인천공항활주로처럼직선이겠는가.모든살아있는것은곡선이고움직인다.사람이경직되는것은오직죽었을때뿐이다.그래서직선적인추측은죽음을상징한다._본문253쪽

하지만현실은또다르다.직선적인추정이위험하다는것을알면서도때로는그함정에서한발자국도벗어나지못한다.저자도마찬가지였다.그래서대검찰청앞에서수개월간자신이다니던회사의공기청정기가유해함을알리는피켓시위를하던한남자를그저'조직부적응자'나'블랙컨슈머'정도로치부했었다.그리고어느날그의이야기를직접들어보고나서야그의진심을알수있었다.그가폐질환을유발할수있는제품으로인해피해를입을지도모를소비자들을걱정하고있었다는것을말이다.

그가그많은시간동안피케팅을할때누구도그의말을들어주지않았다.심지어검찰에서는구속까지했다.검찰은그사람의진심을보지못했다.변명하자면그건검사실에서이타적인사람들을만나는것이한여름에눈을보는것보다어렵기때문이다.그래서다른사람의행동원인을찾을때공익이나이타적인목적따위는고려해본적이없다.그사람이길위에서보낸그많은시간을해석하면서나도그렇고다른검사들도그렇고결코이타심이라는가설을세워본적이없다.서민아파트아이들이등교하다지나가는것을막기위해자신들의아파트에울타리를치는사람들,장애인학교를막기위해삭발하는사람들,신공항을유치하기위해삭발하는사람들속에서살아가다보니어쩔수없이그렇게어두워졌다._본문150쪽

저자는자신을포함해세상의많은사람들이자기가보고싶은것만보려하는감정적경향이강하다는것을잘알고있다.그것이바로직선적인추정을선호하게만들고,그로인해이야기의뒷면과진짜사연을이해하지못할때도많아진다는것이다.그래서그가'산도박'에연루된일당을검거한뒤,출소후24시간만에다시잡혀온한아주머니의딸을불러험악한분위기를누그러뜨려보려한것도,이후아주머니를비교적처벌이약한죄목으로기소했던것도어쩌면자신이비록죄를다루는검사라하더라도세상사를단편적으로이해하지않으려는노력의일환이었는지모른다.

꺼이꺼이우는엄마를가슴에품은딸은"괴않다,괴않다,울지마라"라고기도하듯읊조린다.엄마는딸에게차마집에들어갈면목이없었다고,내가죽일년이라고용서를구하고있었다.(…)파드득홰를치듯죽어가는형광등과소리없는눈물과어깨가들먹거려지는통곡속에서어쩐지나는평생을살아도세상의절반도알지못할것같다는생각이들었다.(…)나는박여사를도박개장죄가아니라도박방조죄로기소했다.지청장이날부르더니왜도박방조냐고물었다.집에도못가보고구속되었다고하자아무말도않고결재도장을찍어주었다.(…)나때문에딸아이의힘든무게를나눠질수없게만들고싶지않았다.그리고산도박의엑스트라에불과한박여사하나교도소에가둬놓는다고세상이달라지지도않는다.딸도용서한엄마인데내가뭐라고죗값을묻겠는가._본문219~220쪽

저자는가끔누군가'법이무엇이냐'고물어보면산도박아주머니와그딸아이가생각난다고말한다.그렇다고법에대한거창한화두를가지게된것은아니지만,그런보통의사람들과사연들을접하면서법이우리사회와사람들에게어떤영향을미치는지를비교적소상히알수있게되었다는것이다.그런까닭에그에게'검사실'이란'현실과이상,법의지배와실제적인정의,법적안정성과현실적인법감정사이의대립과긴장을직접마주하고,우리사회의현실적인요구들과그것들이어떻게법으로반영되는지,또어떻게왜곡되며법실무가들에의해어떻게적용되는지'를경험할수있는곳이다.그리고그런그곳에서그가만난법은결코이상적인것만은아니었다.


누군가법이무엇이냐고묻는다면


우리사회에서는'법대로하자'는말을자주쓰곤한다.이말은결국재판으로시시비비를가리자는것인데,저자가보기에이는매우폭력적이고공격적인도발로'널반드시박멸시키겠다'는말의우회적인표현이다.그렇기때문에법에의한분쟁해결은궁극적인해결책이되기보다새로운분쟁과갈등을낳는경우가많다는것이다.게다가저자는재판이란실제로옳은것을가리는절차가아니며,원칙과규범을따르기보다대중의욕구와분노에좌우되는경우도많다고지적한다.역사적으로소크라테스의재판도,잔다르크의재판도그랬으며,이후많은재판들이그러했다는것이다.그리고그것은실제적인정의를실현하는것이아니라단지복수심을만족시키는것에불과하다고말한다.

19세기이후대중들은복수심과분노에가득차멜레토스의법으로공포의제국을세웠다.하지만법이란이름으로일도양단의보복적인처단을통해모든것을해결하려고하는것은결국정의를빙자해자신의복수심을만족시키려는것에불과하다.(…)한순간의분노가가라앉으면후회,그리고그칼이자신에게도닥칠수있다는공포가밀려올것이다.그럼에도상대를구축하는방식으로문제를해결하려고하는까닭은권력을탐하기때문이다.그런흉계가우리사회의갈등을더욱키우고검찰권으로대변되는국가권력을누가손에쥘것인가에대한피튀기는싸움만낳게만드는것이다._본문276쪽

분명한것은,법과처벌로모든걸해결하겠다는'입법만능주의'와'형사처벌편의주의'는결코바람직하지않다는것이다.왜냐하면이는결국검찰과수사기관이국민과기업의모든것을감시하고간섭할수있게만들기때문이다.예비군훈련에불참하는것,승선인원을제대로적지않는것,영업신고를하지않는것등검사인자신이봐도납득하기어려운법규위반까지죄다범죄로만들어놓는것은결코정상이아니라는것이다.저자는형사처벌이란진통제와같아서자꾸먹다보면내성이생기고점점더많이사용해야한다고지적한다.게다가너무많은형사처벌로인해범죄간의경중에대한균형감각을잃기쉽고,그러다보니정작중요하고강력한범죄,계획적인재산범죄,대규모경제범죄등에대해서터무니없이온정적인판결이나오기도한다는것이다.처벌대상은줄이고정작본질적인범죄에대해서는엄중하고공평한처벌이이뤄져야한다는게저자의생각이다.하지만너무많은형사처벌조항이이런것들에대한감각을무디게한다는얘기다.
저자는검찰과수사기관이모든분야에개입할수있게된데는민사재판의형해화등여러원인이복합적으로작용하나형사처벌조항이범람하는것도주요한원인이라면서,형사처벌조항을줄이고민사분쟁을형사사건으로변질시키는고소·고발제도를개선한다면검찰권과수사기관의전횡은자연스럽게줄어들것이라고주장한다.하지만그런노력을하지않고검찰권과수사기관에대한비난이나인물갈아치우기만한다면결국이름만달리한수많은수사기관들의전횡으로국민들의자유만침해받게될것이라고덧붙인다.

미국의법사학자로렌스프리드먼은"사회는명백히원하는범죄의양을스스로결정한다"라고말했다.범죄의양이많아지면범죄에둔감해지고법을경시하게된다.또한범죄를지나치게많이원하면검찰이나수사기관의힘이거대해진다.그부작용으로검사들은엄청난업무강도에시달리게되었다."그렇다면관둬라.검사일하고싶은사람줄을섰다"라거나"왕관을원하는자,그무게를견뎌라"라는말은하지마시라.왕관을써야하는것은국민이다.그게헌법제1조가말하는민주공화국이다._본문378쪽

저자에게'법'이란결국'인간'에대한것이다.인간의존엄함이법의중심에있을때,결국법에의한정의든뭐든가능해지는셈이다.그리고그에게인간의존엄성이란눈물흘리기좋은감성적인소재가아니라반드시수행해야하는냉철하고엄중한과제이자요구이다.따라서그에게존엄한것이란두려운것이고원시적인것이다.
저자는에필로그에서어쩌다보니검사가됐지만,준비없이시작했다고해서꼭오염되는것은아니라고생각했고,주변이나데울수있는검사가된다면충분하지않을까생각했다고말한다.그리고그'온기'가아직남아있어이책을쓰게됐는지도모른다고덧붙인다.어쩌면그가말하는그'온기'가바로'인간'과'법',그리고두렵고원시적인'존엄함'에대한그의생각과맞닿아있는지도모르겠다.그렇기에그가'생활형검사로살아봤는데그리나쁜선택은아니었다'고말한것이단지복지부동한채평범한직장인으로살아왔다는게아니라,다른데욕심내기보다'검사라는직분으로치열하게살아왔다'는의미로다가온다.그리고이책이바로그치열함의기록이라고생각할때,한번일독해볼만한이유는충분하다.

가끔집소파에앉아야구를보며맥주한잔마실때가있다.야구가끝나고소파에누워꾸벅꾸벅졸때면마술처럼세상을다가진듯떠들썩하게웃고마시던그시절의기억이스쳐지나가기도한다.거악을일소하지는못하더라도대한민국이라는큰배의나사못역할이나제대로해보자고선의를불태웠던,항하사처럼넘쳐흐르던거품속에서의다짐들도아쉬움속에지나간다.어쩌면이책은그아쉬움의기록일지도모르겠다._본문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