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도와단레몬의심리학
“여우와신포도”우화에서여우는닿을수없는포도를보며,‘저포도는실거야’라고가치를절하한다.그러나만약먹을것이레몬밖에없다면,여우는레몬이라도있어다행이라며달게받을것이다.가질수없는것은가치없게,피할수없는것은가치있게여기는것이다.끊임없이가질수없는것을원하고,자기에게주어진비참한현실을되새기는괴로움을계속감내할수없기때문이다.이것이체제정당화이론의핵심이다.그래서미국의가난한노동자들은경제체제의모순을지적하는대신기존정부를비난하며트럼프를지지하고,남아프리카공화국의여성가사노동자들은인종관계가불평등하다고생각하는대신부유한백인고용주와상생할수있어행운이라여기며,기후위기회의론자들은기후변화를걱정하는대신그증거를부정하는것이다.
인간의체제정당화경향을여러심리학실험과통계분석을통해과학적으로검증한이책은사람들이자기와자기집단의이익을옹호하는경향을설명하던사회심리학이론에서한걸음더나아가,체제보전을옹호하는경향도있다는것을입증했다는점에서심리학이론의지평을한층넓혔다고할수있다.
책의내용
책전체를개관하는1장에이어,2장에서는체제정당화이론의바탕인사회정의개념과,관련사회심리학연구주제를소개한다.분배정의,공평·평등·필요의원리등고전연구와함께,세상이정의롭다는믿음,권위주의적성격,사회적지배지향성연구도살펴본다.
3장에서는체제정당화이론의아홉가지전제를설명한다.개인과상황에따라다르긴하지만사람들은일반적으로기존사회·경제·정치체제를정당화하도록동기화되어있으며,무력감이나위협을느끼면더그렇다.체제정당화의수단에는이념에대한직접지지,기존관습및권위정당화,체제의문제점에대한부정및합리화등이있다.
체제정당화동기는주류집단에서자기및내집단정당화동기와일관되므로자존감과안녕감을높이는데반해,비주류집단에서는두동기가서로충돌해자존감과장기적안녕감을떨어뜨린다.그런가하면대체로사람들을사회변화에저항하게하지만,변화가불가피하거나체제를보전하는데도움이된다고지각하는경우에는훨씬쉽게받아들이도록이끈다.
4장에서는기존사회체제를유지하는이념(이데올로기)이,사회적고정관념의허위의식강화를통해존속하는원리를밝힌다.우리의마음속에는기존사회체제를정당화하는여러고정관념이숨어있다(예:가난의원인은게으름이다).이러한고정관념은피지배집단이허위의식,즉스스로를억압하는거짓믿음을내면화하게한다.저자는자기나자기가속한내집단에이익이되는고정관념을옹호한다는자기및집단정당화이론에,체제정당화도더해야한다고주장한다.
5~11장에서는저자가체제정당화이론을증명하기위해동료연구자들과수행한다양한실험연구를소개한다.먼저5장에서(정치성향,성별및성적지향,인종,학벌,연령에따른)집단권력차의효과에대한18개가설과검증결과를제시한다.6장은무력감이체제정당화를촉진할수있다는연구결과모음이다.이를테면2015년연구에서개인은정치적무력감을느낄때정부를더정당하게지각하는것으로나타났다.
7장에서는부자와빈자에대한보완적고정관념의경제체제정당화효과에초점을맞춘다.보완적고정관념이란집단의불리한지위를다른특성으로보완해평등의환상을유도하는고정관념을뜻한다.2003년연구에따르면보완적고정관념에맞게‘가난하지만행복한’,또는‘부유하지만불행한’인물에대한글을읽은참여자들이,‘가난하고불행한’,‘부유하고행복한’인물에대한글을읽은참여자들보다체제정당화척도점수가높았다고한다.이는보완적고정관념에부합하는사람의예시를보면서,‘역시모든것을다가진사람은없다’고생각하기때문으로보인다.
8장은여성에대한보완적고정관념이젠더권력체제(예:가부장제)정당화를유도하는내용이다.여성에대한흔한보완적고정관념은남성보다따듯하고도덕적이지만무력하고남성의도움을필요로한다는것이다.이러한내용의온정적성차별주의에노출된여성실험참여자들은체제정당화척도점수가훨씬높았으며,외모에더신경을쓰고자기대상화를하는것으로드러났다.
조스트에따르면종교는체제정당화의한형태이며,9장에서관련연구결과를제시한다.현실에대한만족과감사를강조하는종교의특성상,체제정당화와밀접한관련이있을것으로추측할수있다.주류종교를믿는사람은그렇지않은사람에비해체제정당화가높은것을알수있다.
10장에서는인간이변화에저항하는이유에대한심리학의분석을살펴보고,이를기후변화회의론에적용해본다.변화거부에는개인의이익과더불어,내집단의규준을거스르거나자기이념체계를흔들지않으려는욕구도영향을미친다.이러한체제정당화욕구는기후변화에대한회의론과관련있었다.저자는환경보호정책을기존가치(예:애국심)를지키는것으로설명하면,사람들이더쉽게받아들일수있다고제안한다.
11장에서는집단행동(예:시위)참여에체제정당화가미치는영향을알아본다.실험결과체제정당화가낮은사람이그렇지않은사람보다집단행동참여의사가높았지만,이는행동이효과적일것이라고믿을때만그랬다.이결과를토대로집단행동참여에영향을미치는심리요인의통합모형을제시한다.
마지막12장에서는체제정당화이론에대한비판에반론을제기하고,이론의미래방향을제시한다.노동계급의보수주의연구와함께,체제정당화성향의개인차에대한뇌과학연구결과도살펴본다.
체제정당화가비주류집단의정신건강을해치는것을막고,궁극적으로더정의로운사회를추구하려면어떻게해야할까?조스트는인류가느리지만분명진보하고있으며,따라서불의를감지하고정의로나아가기위해서는복합적·다면적사회부정의를이해할때도빨리결론을내고싶은인간의욕구(인지종결욕구)와,우리에게영향을미치는사회적고정관념에대한인식(무의식고취)이필요하다고제안한다.
조스트는“이주제에관심있는독자에게철학·사회이론에서부터정치·조직행동까지다양한분야를아우르는접근가능하지만깊이있는연구개관을소개하기위해이책을썼다”고말한다.체제정당화와관련한사회심리학이론을심도있게탐구하려는독자는물론,경제및젠더불평등,시민참여에관심있는독자들에게도움이될훌륭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