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환경운동가 김석봉의 지리산 산촌일기)

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환경운동가 김석봉의 지리산 산촌일기)

$14.00
Description
산, 흙, 생명과 사람의 향기
지리산 귀농일기
1987년, 진주교도소에서 문익환 목사를 만나 사회운동에 뛰어든 환경운동가가 있었다. 짐 자전거 뒷좌석에 어린 아들을 태운 채 ‘타는 목마름으로’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그. 어느 날 지리산에서 낡은 빈집 한 채를 만났다. 집주인이 빚에 쫓겨 야반도주를 했다던 집. 마루가 다 썩어 내려앉았고, 마당엔 덩굴만이 우거져 있고, 유리창은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던 집. 고개를 돌리는데 지리산이 성큼, 그의 눈 속으로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걸 본 순간 그는 결심했다. 이 집에 자리 잡고 살겠노라고.

그리고 그, 김석봉은 벌써 13년째 지리산에서 살고 있다. 음식 공부를 하는 아내와 서울의 회사생활을 접고 내려온 아들, 그리고 민박 손님으로 만나 연을 맺은 며느리와 그 사이 태어난 손녀까지 오순도순 다섯 식구와 함께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근처 유정란 농장에서 받아온 닭 열 마리,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바둑이와 고미, 행운이, 꽃분이, 거위 덤벙이와 새데기, 마당에서 돌보는 길냥이들 예삐와 회색이, 코점이, 아롱이와 다롱이, 까망이와 막둥이 등……. 여러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지리산의 생활은 느긋할 것 같으면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이 바쁜가 하면 또 잠시 일손을 놓고 숨 돌릴 틈이 문득문득 찾아오기도 한다.

『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은 제목 그대로 소박한 지리산 농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풍작을 이룬 고구마로 물물교환을 하여 생필품을 잔뜩 장만한 이야기, 도무지 이득이 나지 않는 쌀농사를 포기한 이야기, 두 이웃과 함께 다래 순을 따러 가서 점심을 나눠먹은 이야기, 철창에 갇힌 강아지를 구출하여 맘씨 좋은 이웃에게 보내준 이야기 등……. 물 좋고 공기 좋은 지리산 아래서 살아가는 일상을 진솔한 마음을 그득그득 담아 기록한 『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이,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김석봉

1957년경남하동옥종농가에서태어났다.민주화운동이들불처럼번지던시기교도관으로유월항쟁을맞이하였고,1987년진주교도소에서문익환목사를만나사회운동에뛰어들었다.진주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공동의장을거쳐2009년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로활동했다.녹색당창당발기인으로참여했고,2012년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을맡았다.2007년경남함양군지리산기슭으로귀농하여적지않은농사를일구고있다.아내와아들내외와손녀까지3대다섯식구가모여산다.경남작가회의회원으로틈틈이시를쓴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며괭이를장만할때의그두근거림으로
여는일기산촌에서의나를다시돌아보았다

제1장밭이랑에묻어보는허튼인생
살랑살랑봄바람속밭을일구다
전복양식장의유혹
찌릿찌릿아린손가락을주무르면서
애꿎은마음에비는내리고
기적을부른고구마혁명
마침내고추농사로돈맛을보다
쌀농사를버리며
결혼기념일에날품을팔러나가버렸다
내밭은너무나아름다웠다

제2장가까이산다고이웃은아니건만
무엇이김장김치의맛을만드는가
겨울,경로당가는길은좀녹았으려나
하나둘떠나는이웃들
화는어디서오는것일까
폼나게살고싶었던내꿈은
봄날,다래순을따다
살아갈수록미워해야할사람이늘었다
김씨를만나러요양원가는길

제3장아내는또찹쌀을담갔다
서로를보배롭게여기면서
새주방가구를장만하면서
아내는또찹쌀을담갔다
쓸쓸한외출,어머니를만나러가는길
외갓집처럼친정집처럼그렇게
봄바람맞으며봄소풍갈거나
무심한지아비,무심한아버지
세상에서가장장가잘든사람
시아비의품격이란무엇일까
요즘에시는좀쓰나

제4장새가되어날아간바둑이
이렇게하루를또보내었다
꽃분이가사라졌다
수탉이우는새벽이있다는것은
이세상에꽃이피는이유
저생명들에마음을열어보시라
고구마밭에남몰래숨겨둔애환
그들의거룩하고따뜻한마음

제5장내삶의가장빛나는시간에
다시,기차여행을꿈꾸다
이가련한일중독자야
버려진전등앞에서서
좁쌀한톨에담긴피땀눈물,그리고사랑
내삶의가장빛나는시간에
그동안나의세상은무정했네
나이와함께몸도저물기시작했다
다시새봄을기다리며
나는언제나고향이그립다
숨길것없는가벼운삶

대신맺는말고향이멀지않음을일깨워주는나무처럼

출판사 서평

★2020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귀농을통해얻은것과잃은것이무엇이냐고묻자,저자김석봉은이렇게답한다.얻은것은사람과시간이라고.그동안자신은사람을한길로걸어가는‘동지’,그길을거부하고외면하는‘남’,그리고우리에게저항하는‘적’으로나눠서보고있었다고.늘‘동지’와함께있고자했으며‘적’에게는항상대척점에서있으려했고‘남’의존재는잊고살았다고.그동안,자신의세상은무정했노라고.

내가해낼수있는만큼의땅을일구며산다는것

하지만보잘것없는산골농부로살면서그는여러사람을만났다.그리고그들을통해다시새로운세상을만났다.갑자기찾아와정든이야기를하룻밤나누고돌아가는단골손님,올때마다선물을그득히안고친정집방문하듯한해에도몇번씩찾아오는가족손님,편치않은몸이지만마을이웃의병문안을가기위해몇시간거리에있는병원을찾아가는이웃주민들…….
전부지리산으로내려와살기로결심했을때는얻을수있으리라고기대하지않았던것들이었다.

너무나많은것을얻었기에그는큰욕심을내려하지않는다.지금보다조금더풍족한생활을꿈꾸며전복양식장에나가볼까,고추농사를좀더늘려볼까하는생각도잠시나마하지만,결국저자에게중요한것은오로지자신이해낼수있는만큼의땅을일구며살아가는것이다.그리고이곳에서새롭게만난모든생명과함께어울려살아가는것.그것뿐.

소슬히내리는장맛비를보며그는이렇게말한다.뽐낼것없는삶이었으나숨길것없는삶이었으니더가벼워지는것같다고.지금이순간이,좋은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