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치료 소설)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치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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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신과 의사로 지낸 지난 10년간 마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나는 환자들만 만난 게 아니었다. 동시에 나 자신을 만나기도 했다. 가끔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환자들을 대할 때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했으리라.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천천히. 일상에서의 그런 과정이 나에게 어떤 치료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 독자들도 읽으면서 짐작했겠지만, 이 책에 실린 대화 내용은 정신과 진료실에서 주고받는 말들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단지 유사한 대화를 매개로 독자들에게 마음의 원리에 관한 약간의 통찰을 전하고자 했다. 따라서 등장인물 간의 대화도 이러한 목적에 맞게 편집되고 변형되었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마음에 관한 작은 통찰, 혹은 통찰의 씨앗만이라도 독자들에게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걸 간직한 채 계속 살아가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천천히, 어떤 치료가 되는 경험을 하리라 기대하면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저자

홍순범

저자홍순범은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병원신경정신과에서전공의과정을,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소아정신과에서전임의과정을마쳤으며,현재정신건강의학과임상교수로일하고있다.
여러학술논문과전문서적의출간에참여했고,대중서적으로는갓의사가되었던시절의초심을기억하고자쓴『인턴일기』,부모들에게양육의기본원리와기술을전달하고자쓴『만능양육』이있다.

목차

생각을처음만나다
현실과생각을구분하다|타인의생각을경계하다|자신의이야기를시작하다|논리가희망을만든다|누구에게나각자의논리가있다|논리의징검다리를새로건너다|생각을바꾸면현실이뒤집힌다

감정을처음만나다
감정에초점을맞추다|타인의감정에공감하다|현실이든상상이든감정은생겨난다|편집이공감을낳는다|내가바로면접관이다|우리는이해가능한존재다|감정에는아무잘못이없다|감정목록을만들다|감정과감정아닌것|감정을더듬다|감정을말하다|감정의길을찾다

행동을처음만나다
측정하라|측정의힘:알수있다|측정의힘:바꿀수있다|측정의함정|행동으로바꿔나가라|마음도몸이다|일과로만들어실천하라

생각을다시만나다
다양할뿐이상하지않다|새로운징검다리를찾아라|근거를따져생각을뒤집다|생각이갑이다|생각으로게으름을극복할수있을까?|생각으로수줍음을물리칠수있을까?|과연믿는만큼이뤄질까?|숨은믿음을찾아라|나는초능력자다|생각으로세상을바꿔라

감정을다시만나다
오갈곳없는감정이구조신호를보내다|감정은생각의노예가아니다|보기싫은감정은잘보이지않는다|묻어두고외면했던감정을불러내위로하다|감정이부리는눈속임의비밀을엿보다|감정의자유와독립을찾아어른의길을가다

행동을다시만나다
생각이행동을만든다|행동이행동을만든다|행동이생각을만든다|극과극이통하다|삶의바퀴를굴리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아,힘들어!
참으로지겨운인생이구나……

그래서죽기로결심한순간,눈앞에괴짜3인방이나타났다
이작자들,대체뭐지?
생각연구소소장은무자비한논리로내속을뒤집어놓고
감정수련원원장은감추고싶은불편한마음을자꾸만들춰낸다
또행동체육관관장은내모든걸측정하겠다며사정없이몰아붙이네
이게뭔난리냐싶지만
일단은한번더만나보고살든지말든지결정하자!

정신과의사생활10년.『인턴일기』를펴내며의사로서첫발을내딛은저자가자신의청년시절과는꽤다른삶을살고있는요즘청년들의문제를들여다보기시작했다.의사로서,기성세대로서그는그들의멘토가될자격은없다고생각한다.다만우리자아를구성하고있는‘생각-감정-행동’이라는연결고리를되짚어볼필요는있다고본다.생각을고쳐먹으면감정이바뀌고,행동이변화하면다시현실의자신이바뀌는경험을누구나한번쯤은해봤을것이기때문이다.
이책속엔생각연구소소장,감정수련원원장,행동체육관관장이등장해주인공인나의현실을개선하기위한프로젝트에돌입한다.‘나’는취준생으로입사원서만넣으면서버틴세월이꼬박3년이다.학창시절성적은중상위권에들어나름괜찮았고,여자친구도사귄적이있어모태솔로콤플렉스같은건없다.아버지는전형적인가부장적스타일이고,엄마는나한테불만을드러내진않지만한숨을길게내쉬곤한다.하지만이정도가정사와약간의불편한관계는누구나가지고있는것아닌가.

나는삶을마감하려한다.그럴듯한직장에취직될희망이보이지않기때문이다.전여자친구는내가떠나보냈다.그녀의미래까지발목잡히게할순없었기때문이다.사랑받는다는느낌을가진지도오래다.나는한강다리난간에선다.허공에몸을날리기직전이다.물론죽기가그리쉽지는않다.망설이고있는데난간에붙은메모가보였다.생각연구소,감정수련원,행동체육관의존재를알리는낙서같은메모.셋다여기서멀지않은곳이었다.한번만나본다고해서손해날건없지않은가.죽음은잠깐보류하자.

첫번째만남―생각연구소,“무슨생각이든연구해드립니다”

연구소는깔끔한현대식건물2층에있었다.가구며물건이가지런히정돈된인테리어였다.별도의대기실없이소장의자리로직행하니책상너머로마른체형의남자가보였다.
“무슨생각이든연구해드립니다.어떤생각을갖고오셨어요?”
화들짝놀란나는속에있는생각을입밖에낼뻔했다.‘이인간뭐냐.’

생각:죽고싶다고요?그럴만한이유가있나요?
나:살아봐야희망이없으니까요.
생각:희망이없다.그생각을어떻게하게됐나요?
나:희망이없다는건제생각이아니라엄연한현실입니다.설마모르는건아니겠죠?
생각:제생각에희망이없다는것은과연현실인지사람들의생각일뿐인지철저히검토할필요가있다고봅니다.
나:좋을대로하세요.시간이남아도신다면.

현실과생각을구분하게만드는생각연구소소장과의대화방식은못마땅했다.하지만천천히논리를짚어가는건삶의제모습을끄집어내게하는은근한효과를냈다.현실부적응자같이까다롭게생겼지만,그는누구보다논리로써현실을긍정적으로직시하는사람이었다.기왕온거내이야기좀시작해보자.

나:전사실지금3년째백수예요.
생각:백수라면?
나:일없이놀고있다고요.입사원서는백번이나넣었고요.
생각:가만생각해보세요.원서를백번넣었는데백번떨어졌다고해서과연그게살아봐야희망이없다는논리로이어질까요?

동일한상황에처한사람끼리도어떤논리를따라가느냐에따라생각이서로달라진다면,누군가와생각이차이날때그건내논리를돌아보게하는귀중한거울이되겠구나싶었다.그렇게거울을마주할때마다자신의논리를끈질기게따져나간다면,즉남의논리를비판하는자세로내논리를분석해나간다면어떤일이벌어질까?

생각:당신은어떻게친구들과비교하는쪽으로만생각이떠오르게됐나요?

소장은내가들키고싶어하지않는열등감까지꿰뚫는듯했다.‘나는어떤생각을하며살아온걸까?’지금껏누구도이런식으로나를돌아보게만든적은없었다.생각연구소소장은내말의논리를적나라하게비추는거울이었다.덕분에처음으로내가갖고있는생각을깐깐하게되짚어볼수있었는데,그결과는솔직히편치않았다.반발심도들었다.어디인생이논리만갖고되느냔말이다.그렇지만분명곱씹어볼점이있었다.적어도죽는건보류해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다음에만날상대는감정이다.

두번째만남―감정수련원,“감정을만져드립니다”

감정수련원은생각연구소에서멀지않았다.하지만카페처럼아늑한데다미소를머금은중년원장님의첫인상은생각연구소소장과는정반대였다.실내엔일인용소파가놓여있었고,마치커피향이풍겨오는듯한분위기속에서이야기는절로나왔다.

감정:죽고싶었다고했죠?그게어떤감정인지말해줄수있어요?
나:그걸가리키는감정이요?잘떠오르지않는데요.
감정:참이상하죠?우린감정없이사는날이단하루도없는데말이에요.

왜어제저녁메뉴는기억나는데하루에도수십번씩드는감정은생각나지않을까?내가삶을접으려했을때의감정을떠올릴수있다면,그감정을컨트롤해죽으려는행동을막을수도있지않을까?이렇게나자신의감정을직시하려고애를쓰는데……원장님은더힘겹게도남의감정,즉타인과의‘공감대’까지들먹인다.

감정:실생활에서공감은자연스러운거예요.수학문제풀때처럼힘들일필요가없죠.
나:네?
감정:대부분의사람에게공감은굶으면배고픈것처럼저절로일어나는반응이란뜻입니다.오히려공감을안하려고애쓰는게더어려울걸요.혹시개인적으로공감안되는사람이있나요?
나:멀리갈것도없습니다.솔직히저는부모님도이해가안가거든요.부모님한테화를품고있는저를막돼먹은놈이라고손가락질해도하는수없습니다.
감정:손가락질하다니요.부모를이해못하는사람은흔한걸요.이상할게없습니다.

원장님은부모님을향한숨겨진나의분노와무심함이전혀이상하지않고자책할일이아니라고말해줬다.나는부모의생애전체를알지도못했고,그들머릿속과마음속을헤집고다닐수도없는까닭에어쩌면내가두분을이해하지못하는건당연했다.원장님은취직시험과관련해서도내감정을짚어나갔다.

나:아,갑자기구직할때를떠올리니까면접관들이질문몇개던지고나를평가하는건너무억울하게느껴집니다.
감정:듣고보니그럴것같네요.그렇지만면접에서자신의마음을장황하게늘어놓을수도없는거예요.한편으론다른객관적인근거도중요할테고요.어쨌든그렇더라도내가나를잘이해할수록면접관을이해시키는데도유리할겁니다.결국다음과같은숙제를풀어야해요.이일을꼭해야하는이유를나스스로납득하고있는가?그이유가자기소개서에효과적으로드러나있는가?그래서그걸읽으면우선나부터나를채용하고싶어지는가?
나:면접관들을위한소개서말고자기를위한소개서가먼저필요하다는말씀이네요.
감정:맞아요!그런내면의자기소개서가더우선돼야하죠.

감정원장님이짚어가는현실의해결책은‘생각’소장님이제시하는것과는달랐다.원장님은내가특정감정을느낄수밖에없는이유에대해현실어딘가에그원인이반드시숨어있을거라며다독여줬다.그러면서스스로의감정을직시할것을권했다.“감정을지칭하는단어들을떠올려카드에적어보세요.”하지만이건좀거북했다.생각이라면모를까감정을표현하는일은그랬다.자칫내마음속도들켜버릴것만같았다.가만,그런데뭐지이거북함의정체는?그래,부끄러움이다.하지만모든감정이자연스럽고정당하다면,감정을감출필요는없지싶었다.적어도원장님에겐솔직한감정을털어놔도괜찮겠다며안심이되었다.
갑자기얼굴이뜨거워졌다.눈물이두뺨을타고흘러내렸다.감정수련원을나설때내가슴은한결후련해진상태였다.이제는오히려삶이궁금해지려했다.다양한감정을더많이경험해보고싶고,앞으로내인생에어떤감정들이기다리고있을지그끝을보고싶다는궁금증.

세번째만남―행동체육관관장,“행동이갑이죠!”

다음으로발길이닿은곳은행동체육관이었다.기합소리가울리고,역기,아령,철봉이곳곳에있었다.안으로들어갈까말까엉거주춤서있는데건장한남자가성큼성큼다가왔다.워낙체격이좋은데다바위처럼단단한인상을가진그앞에서니왠지주눅이들었다.내가방문한목적을말하려하자,그는솥뚜껑같은손을내밀더니퉁명스럽게말을가로챘다.
“죽고싶었다?힘들었기때문에?하지만행동은도리에맞게해야죠.”
얼어붙은내표정이맘에걸렸던지턱을한번쓰다듬은그는이내다시입을열었다.“마음이힘들다는거죠?그럼0점에서10점까지얼마나힘든지숫자로표현해볼래요?”
“글쎄요,한9점?”
그는냅다나를붙들고화이트보드앞으로가더니9라는숫자를적었다.

행동:관건은측정입니다.수치화하는거죠.구체적으로알아야만뭘어떻게바꿔나갈지분명한기준이생깁니다.괴로운상황에서벗어나고싶다면기준을정하세요!가령나한테어울리는애인을찾으려면상대의외모,건강,재력,인성을각각점수로매기고총합을내는겁니다.

이건무슨귀신씻나락까먹는소린가?사랑하는사람을찾는데그런호감을점수로측정하라고?감정이나마음이측정될수있기나한건가?

행동:학교다닐때성적표로매번점수를매겼죠?그래서공부를더열심히하는동기가됐구요.그런데학교밖삶은어떻습니까?사생활말입니다.성적표는커녕점수매기는일자체에거부감을갖습니다.측정할수없는영역이라고치부하면서그냥막삽니다.
나:막산다니요?말씀이지나칩니다!
행동:아니,왜측정에거부감을갖죠?잘하고있다는착각속에머물고싶은데그게깨질까봐그렇죠?남들도나랑비슷할거라며자위하려고요.

이작자좀많이의심스럽다.측정,측정하면서근육처럼눈에보이는것만키우고가시적인데만집착하는거아닐까?그역시나를못마땅하게여기는눈치다.위아래로갑자기훑어보질않나.그러더니냅다구석으로가서운동화한켤레를가져왔다.
“일단뜁시다!뒤처지면안돼요.”
‘아니내가왜?대체어쩌다가너랑?’
어느새나를보니운동화를신고그를뒤쫓는중이었다.어디까지가는지도궁금했지만숨이턱까지차올라물어보기버거웠다.
“어때요?기분이한결좋아지지않습니까?”
좋아지기는커녕주먹이꽉쥐어졌다.너일부러나놀리는거지?
“지금은힘든정도가몇점입니까?”
숨차서지금허리도못펴는거안보이니?
“헉헉,글쎄요.한10점?”
“아,몸말고마음말입니다.아까랑비교해서요.”
어지럽고,토할것같고,옆구리가뒤틀리는것생각않고마음만점수를매기란말이지?그런데희한한게아주우울하다곤할수없었다.
“헉헉,한6점되는것같습니다.”
“3점떨어졌군요.좋습니다.왜떨어진것같습니까?마음에서무슨변화가일어난겁니까?”
솔직히말할까?9점은가장힘들었을때얘기였고,이후생각연구소가서3점좋아지고감정수련원가서또3점좋아졌는데너때문에다시3점나빠진거야!
“컥,글쎄요.”
“잘모르겠죠?그럴겁니다.마음은애매하니까.하지만행동은명확하죠.방금무슨행동을하고나서3점이떨어졌습니까?”
“헉,달린거요?”
“그렇습니다.측정하기어려운영역도있긴합니다.가령생각이나감정같이머릿속에서일어나는일은구체적으로알기어려우니까.하지만행동은쉽게파악할수있습니다.따라서행동에초점을맞춰야합니다.그러면점점발전할수있습니다.”
그가나에게변화를위해제시한필수행동목록은다음과같았다.첫째,온전한식사.둘째,신체활동및운동.셋째,밤에는충분한수면을취하고,낮에는적당량의햇볕을쬘것.넷째,친한사람들과의교류.단,지나치면곤란함.다섯째,근육이완과복식호흡.여섯째,웃는얼굴과친절한말투,활기찬몸짓.
이렇게만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