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15.00
Description
우리는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 적 있을까
남궁인, 정혜윤, 김민섭 추천
‘장발장법’ 위헌 결정을 이끈 국선변호사가 써 내려간 르포르타주 에세이
고유명사로 태어나 비극적인 일로 죽거나 희생된 뒤 모두가 기억하는 보통명사가 된 사람들이 있다. 2018년 겨울 한국발전기술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산재가 분명했지만 법적으로는 원청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하청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면 원청이 책임을 지라는 것, 그 당연한 말을 법에 새기기 위해 어머니는 아들 김용균의 이름을 기꺼이 세상에 내어줬다. 어떤 이름은 그처럼 위험에서 노동자를 지키는 법이 되기도,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구하는 법(태완이법)이 되기도, 어린이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법(민식이법)이 되기도 한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이 책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우리의 태도를 바꾼 법이 된 사람들 일곱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대구에서태어나경북대학교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영남일보기자로15년일했다.법학전문대학원이개원하던2009년강원대학교에서법공부를시작,졸업후서울고등법원재판연구원을거쳐수원지방법원에서6년째일하고있다.

기획취재를좋아하던기자시절,신문에다담지못한이야기를모아『태양도시』,『착한도시가지구를살린다』,『골목을걷다』(공저)를펴냈다.전직업의영향으로본인을무엇이든쓰는자(記者)로여기며법학전문대학원졸업무렵변호사시험기록형수험서를쓰기도했다.국선전담변호사로일하며피고인이라불리는약2천명의이야기를듣고이를법의언어로풀어서말하고쓰며변호사의길을배워가고있다.

목차

추천의글
우리는슬픔으로무엇을해야할지모른다_정혜윤
타인의이름에우리는얼마나많은빚을지고있을까_김민섭

프롤로그
일하다죽지않을권리,김용균법
매년2000명이있었다
전태일,문송면,그리고김용균
인터뷰_“어떻게모른척살수가있겠어요”-김미숙
김용균이법이되기까지

영원의시간속에살다,태완이법
법의한계,공소시효를넘다
태완이없는태완이법
인터뷰_“태완이가이룬정의입니다”-박준영
태완이가법이되기까지

부모의자격,상속의자격,구하라법
흑백가족사진속의법
‘불효자방지법’이‘파렴치부모방지법’으로
구하라가법이되기까지

어린이가어른이되려면,민식이법
연대의힘이만들어낸어린이보호구역
상정부터통과까지단8분
인터뷰_“그법이아이의분신과도같았던거예요”-정치하는엄마들
민식이가법이되기까지

‘아픈사람’이‘나쁜사람’이되지않게,임세원법
순순히어둠을받아들이지마오
안전의문제는치료의문제
인터뷰_“우리가해야할일을해야겠구나”-백종우
임세원이법이되기까지

태어났기에당연한것,사랑이법
가장약한사람의기본권
친생자추정과의충돌을어떻게막을것인가
사랑이가법이되기까지

의로움에대하여,김관홍법
법이가라앉은시대의비명
당연한규정을만드는데걸린6년
김관홍이법이되기까지

에필로그.
부록_입법과정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무슨이익이있겠어요?그럼에도그냥한거예요.
그런비극이다시는없어야한다고”
비극을다시상기하는게고단했을텐데도인터뷰요청을거절하는이들이없었다.태완이의어머니는아이가죽고나서야법이통과되었지만마냥슬프지만은않다고했다.살인죄의공소시효를폐지한태완이법덕에약촌오거리살인사건의재심과화성8차사건의진범을검거하는데큰도움이될수있었다고스스로를위로했다.만나지않았다면듣지못했을귀한증언이다.민식이의부모님도만났다.선의로시작한일이오해에휩쓸려절망스러울법도한데직접만난그들은외려희망을잃지않는단단한모습이었다.어머니박초희씨는언론에한번도공개하지않은아이의흔적을내어주며법만큼이나여기아이가살아있었다는것을우리가기억해주기를바랐다.김용균의어머니,구하라의친오빠,임세원의동료,김관홍의아내등산자들의고난은저마다다른데,마음은닮아있었다.
“아이이름딴법안이통과된다고당사자들한테무슨이익이있겠어요?그럼에도생업을팽개치면서국회에살다시피하면서입법운동을한거죠.그런비극이다시는없어야한다고.”(136쪽)헤아릴수없는슬픔속에서도타인의무탈함을바라는마음은그걸직접듣는저자를때론아득하게만들었다.그래서건조한법조문이라도다읽고나면축축해진마음으로다시처음으로돌아갈수밖에없을것이다.2011.11.18.~2019.9.11.누군가의생몰일을오랫동안들여다볼수밖에없을것이다.

정확하게기억하고제대로말하는일
책에는열한명의인터뷰와,일곱명의사람들,그들의이름으로만든일곱개의법이함께있다.민식이법옆에‘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라는조문은낯설기도할것이다.그럼에도그대로적은것은정확하게기억하기위해서다.저자는법조인으로서여론에휩쓸려국회가허술하게법을통과시킨과정,그런탓에‘과잉입법’논란이일면서유가족에게얼마나가혹한비난이쏟아졌는지생생히지켜보았기에발의부터통과까지입법단계를꼼꼼하게보여주고자했다.
각장의끝부분마다정식법명과조항들을법전그대로적었고.이름이법이되기까지의타임라인을그려입법의험난한과정들을직관적으로알수있게했다.부록으로국회에서법이만들어지는순서들을쉽게도식화한그림도수록해한층이해를높였다.이런충실한자료들은법치주의사회에사는우리한명한명이입법기관임을환기하는역할을한다.각이름의출생일과사망일,짧은생애를적었지만수식어를생략해부러건조하게한것도우리가이일을정확하게기억해서법을제대로말할수있기를바랐기때문이다.
그렇게사람과법이교차하는지점에이르러서야우리는비로소슬픔에만매몰되지않고법을바로볼수있는힘을얻는다.누군가민식이법이무어냐고물으면,분노와슬픔으로심장만요동칠뿐끝내한자도내뱉지못한경험한번쯤있었다면사람과법이함께있는이야기들을읽는것만으로도자연스레체화될것이다.예컨대민식이법이가해자를‘처벌’하기위해서가아닌교통약자를‘보호’하기위한법이라는사실,어린이보호구역에는안전장치가반드시설치되어야한다는당연한원칙같은것들이말이다.사람의이야기는법보다온도가높아서마음을움푹팬다.체화된다.

법이되어곁에남은사람들을위한변론
“명색이변호사이지만입법분야에는문외한인”저자는글을쓰는과정에서자주좌절하고수시로그만두고싶었다.“그럼에도부족한글을세상에내놓는건이작업을하면서우연히접한한논문이용기를준덕이다.<환자운동을통한환자안전법(종현이법)제정과정연구>의저자김영희씨는법의이름이된‘종현이’의어머니다.평범한주부던그는2010년의사의실수로아홉살아들을잃은후의료인들이실수를통해배움으로써같은잘못을반복하지않도록제도도입을호소했고,그결과병원의‘자율보고학습시스템’구축방안을담은환자안전법안(제정안)이국회를통과했다.그는이익단체가반대하는법을평범한시민들이연대하여만들어낸과정을기록으로남기기위해늦은나이에공부를시작했다.아들의죽음이계기가된법제정에대해논리정연한글을쓴다는게얼마나고통스러웠을지상상조차할수없”던저자에게종현이법이야기는“능력의한계가보이더라도할수있는데까지해야한다는의무감마저”들게했다.
기실이책의일곱개의법모두와미처싣지못한이름법들이한사람의힘으로만되는것이아니었다.켜켜이쌓인수많은무명들,시위를함께한시민단체들,그리고1초의찰나라도청원으로,서명운동으로마음을보태준익명의시민들이있었기에가능했다.그래서저자는유가족들과박준영변호사,백종우교수등인터뷰이들은물론불특정다수에게감사함을잊지않는다.저자가이법들의이야기를다른형태가아니라책으로남긴이유가있다.그가원고를쓰는데가장많이참고한자료가누군가의기록이었기때문이다.김영희씨가쓴논문,김용균의죽음을조사한특조위보고서뿐아니라김탁환의소설등“어떤형태로든남긴기록이갖는가치를”책을쓰며새삼깨달았다.기억하기위해기록한이책을통해우리는뒤늦게우리가알지못했던이름들을다시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