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단순히허기를해결하는수단만은아니다.우리는어떤한음식을마주할때그지역의자연환경,생활습관,미적감각등사람의체취와대면하게된다.음식이끼니차원을넘어문화가될조건이충족되는것이다.이책의저자는우리의전통음식을이러한문화적측면에서재조명하고,음식과더불어알려지지않았던우리문화를세계에알려야한다고강조한다.
한성부가자리했던서울의전통음식은특히조선왕실과밀접한관련이있다.궁궐출입이잦은사대부를통해왕실과반가의문화교류가이루어졌고음식도서로영향을주고받았다.조선시대는유교를근간으로반상(班常)을엄격히구분하는신분제와장유(長幼)와남녀차별이존속하였는데,음식문화에서도이러한현상을반영한다.절기별로다양한시절음식이있었고수많은제사의종류못지않게각각의제사에합당한음식들이준비되어야했다.음식을들때도어른이식사를마칠때까지양수거지했고,여성과아이들은남자어른들과겸상할수없었다.중국이나서구와달리모든음식을한상에차려내는것도의례문화발달과무관하지않을것이다.
한성의사대부촌인북촌맹현(孟峴)가에전해내려온음식은사대부가와궁중음식의원형을잘보존하고있다.맹현은흥선대원군의가형이며저자의고조부인흥완군후손들이대대로살던집의택호이다.맹현가의독특한내력만으로도왕실과사대부가양쪽문화가공존했으리라짐작할수있다.맹현음식은크게일상식과의례식으로구별할수있고,일상식은주식과부식으로의례식은관혼상제의통과의례에따른음식으로나눌수있다.
일상식에서주식은밥,죽,면류등이고,부식은국,찌개,조림,나물등이다.주식에속하는타락죽(駝酪粥)은조선시대어상에오르던음식으로주재료가우유와멥쌀이다.당시우유를생산했던곳이동대문일대의낙산과충무로의낙동이었는데지명과음식이름이잘어울린다.옛조리서와궁중음식소개서에서는타락죽에쓰인멥쌀가루를볶지않았는데맹현에서는가마솥뚜껑에한지를깔고멥쌀가루를노르스름하게볶아고소함을더한것이특징이다.원미죽도다른조리서들과달리싸라기로죽을쑤어과하주와꿀을첨가해여름철별식으로냈다.부식의하나인닭구이는한성의일반가정에서널리즐겼던음식인데,맹현가에서는살만따로저며불고기처럼양념해석쇠에굽는특이한조리법이전해진다.
맹현의의례음식은정갈하면서도화려한기품이배어있다.대표적인우리의전통음식으로세계에소개되고있는신선로,구절판도맹현만의조리법이있다.신선로의재료중소의등골과두골이쓰였다는점과양지머리와무만으로육수를냈다는점이그것이다.구절판에서는여덟가지재료중죽순,느타리버섯,해삼을사용한점이일반적으로알려진조리법과다르다.이들맹현음식의전체적인특징을요약하면동물성이있으면식물성음식을함께내어음양의원리에부합하였고,오색오미(五色五味)로오행의조화를이루었으며,약식동원(藥食同源)사상을바탕에두었다는점이다.
수백년역사를간직한우리고유의음식에는조상들의지혜가집적돼있다.우리체질에맞게만들어지고발전되어온우리전통음식은우리에게가장합리적인음식이다.과학적으로음식성분분석을한결과식이섬유,아미노산,단백질,오메가3계지방산등을비롯해항산화물질함량이높은것으로나타나‘밥이보약’임을입증하고있다.그런데현실의우리는전통음식의미각을떠올릴여유가없는복잡하고편리한시대에놓여있다.전통음식의자리는즉석식품과패스트푸드가차지하고있으며,비만을걱정해운동을해야하는기이한풍속이만들어지고있다.손이많이가는전통음식을일상식으로하기는어렵더라도정성이깃든음식이다시밥상을점거하도록하는것,건강과문화를지키는노력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