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일합방’, 한미FTA!
한미FTA의 허상을 낱낱이 파헤친 국민보고서!
“과연 FTA를 맺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예측도 일본과의 FTA 경우는 한 100권의 연구가 있었습니다. 근데 현재 미국과의 FTA의 준비상태는, 공식적인 연구가 3권밖에 안돼요. 그 3권도 지극히 현실성이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오고 있는……”(정태인, 前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통상교섭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내용이 어떻게 타결되든 어차피 자세하게 보도되지 않을 것이고 나쁜 효과는 3년 후에 나타날 거니까 타결만 되면 ‘아, 타결했다’ 해서 그 사람은 영전돼서 어디 대사로 나갑니다. 근데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타결 못 시키면, 무능한 사람으로 찍힙니다”(김성훈, 前 농림부 장관)
“우리가 잃을 수밖에 없는 분야를 담당하시는 담당자를 보고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제가 영어가 잘 될지도 걱정인 분이거든요. 그런데 무슨 …… [통상에 있어서의 전문성은 어떻습니까?] 없죠. 영어도 잘 안 되시는 분이 무슨 통상의 노하우를 발휘하겠습니까?”(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다가오는 7월 10일~14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FTA 2차 협상을 앞두고 출간되는 이 책 『한미FTA 국민보고서』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 산하 ‘정책기획연구단’의 1차 공동기획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난 3월 28일 공식 발족을 선언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총 10개 대책위원회 산하 270개 단체가 모여 시작된, 말 그대로의 범국민적 운동단체이다. 1980년대 이후 현대사의 주요 고비 때마다 상이한 관점 탓에 한데 뭉치지 못했던 여러 사회단체들이 한 사안을 두고 모두 망라된 “해방 이후 최대의 범국민운동”이 바로 범국민운동본부이다. 그런 점에서 범국민운동본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국내의 수많은 여러 사회단체들이 각자의 모든 차이를 넘어 범국민운동본부라는 연대조직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하나이다. 한미FTA라는 초유의 사태를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를 ‘제2의 한일합방’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한미FTA를 결사 저지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범국민운동본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미FTA를 ‘제2의 한일합방’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한미FTA가 낯선 사람들은 지난 7월 4일 방영된 MBC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한미FTA”)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날 방송은 한미FTA 협상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한국측 협상단이 얼마나 전문성을 결여하고 있는지, 국민의 대변인임을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한미FTA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등을 날것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위의 인용문 참조). 그러나 이런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한미FTA가 가져올 엄청난 결과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가 한미FTA 협상문 초안을 비롯해 각종 주요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객관적 사실과 정론”에 입각해 한미FTA의 실상을 최초로 공개하고 있는 『한미FTA 국민보고서』는 한미FTA가 우리 정부의 주장대로 진정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 그 감춰진 배경>
지난 2004년 11월 18일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한미FTA 사전실무검토를 합의한 이래 우리 정부는 2005년 의약품가격 인하조치중단 합의(10월 30일),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완화 합의(11월 19일), 쌀협상 국회비준동의안 강행처리(11월 23일), 2006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합의(1월 13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1월 19일), 스크린쿼터 축소방침 발표(1월 26일), 한미FTA 협상 개시 기습발표(2월 3일), 한미FTA 예비협상 개시(3월 6일), 스크린쿼터 축소 국무회의 의결(3월 7일) 등 약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미FTA 체결을 위해 숨가쁜 일정을 밟아왔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대통령 훈령 제121조(FTA 절차 규정)에 명시된 공청회 개최규정을 무시한 채 각계각층의 자문도 없이 강행했다(그나마 2월 2일 개최된 한미FTA 공청회의 경우, 정부는 농민들의 시위를 이유로 20분만에 서둘러 끝냈다).
더구나 정부는 미국과의 한미FTA 1차 협상(6월 5일~9일)이 두 달여 남짓 남은 3월 23일에야 한미FTA 협상 전문가자문단을 공개 모집했고, 한 달여 남은 4월 27일에야 부랴부랴 한미FTA 협상 전문가자문단의 발족식을 가졌다. 다시 말해서, 한미FTA 협상 전문가자문단에게는 한미FTA 1차 협상을 준비할 시간이 한 달여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 11일에는 청와대의 지시로 대외경제연구소(KIEP)가 한미FTA 체결에 따른 GDP·무역수지 통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폭로됐고, 6월 30일에는 국정홍보처가 운영 중인 ‘국정브리핑’ 사이트가 한미FTA 관련 인터뷰를 두 차례나 조작한 허위기사(6월 14일자)를 내보내 한미FTA에 관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한미FTA 국민보고서』는 정부가 한미FTA를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을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한미FTA저지 교수학술단체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은 「한미FTA 국민보고서 총론」에서 그 배경을 네 가지로 꼽는다. 첫째,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정부 내부의 강력한 구조적 힘.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한 공존공영체제’의 구축이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과의 타협. 셋째, IMF 외환위기 이후 ‘미국계 초국적 자본과의 융합’을 유일한 활로로 생각하게 된 한국 대자본의 요구. 넷째, IMF 외환위기 이후의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신자유주의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더 많은 신자유주의’(외부충격)를 통해 해결하려는 오판이 그것이다.
김세균이 한미FTA 졸속추진의 대내적 배경을 지적하고 있다면, 배성인(명지대 북한학과 교수/한미FTA저지 교수학술단체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은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글에서 대외적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9·11사태 이후 일방주의정책과 패권주의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동북아정책을 펼치고 있는 부시 정권 2기는 ‘중국 위협론’에 입각해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해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미FTA는 경제적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동아시아 경제권 형성의 말뚝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것이 배성인의 분석이다. 요컨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서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강화하고, 한미FTA를 통해서는 경제적 견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이 이 전략에 따를 경우 중국의 소외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이 빚은 ‘제2의 한일합방’>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미FTA 졸속추진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동상이몽이 빚은 것이다. 즉, 한미FTA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시각 자체가 달랐다는 것이다. 위에서 봤듯이 미국 정부의 초점이 외교안보적 차원에 있었다면, 우리 정부의 주된 관심은 경제적인 것에 있었다는 것이다(안병진, 「한미FTA와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이 점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사전 협약 없이 통상교섭본부가 한미FTA를 추진했다고 말한 정태인 전(全)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문제는 이런 동상이몽이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만들 위험을 불러왔다는 데 있다.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한미FTA 협상이 미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추진된 것이 아니라 “한미FTA를 미래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중심고리”로 설정한 우리 정부에 의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IMF 외환위기 같은 것이 10개쯤 동시에 터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염려하는 바로 그 한미FTA를 말이다.
집권 초기부터 대자본의 사보타주에 시달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고용 없는 성장, 점점 심화되는 부의 역진적 분배, 이로부터 파생되는 중산층 해체와 극심한 사회양극화의 전개, 청년실업의 급증 및 대중빈곤의 심화” 때문에 지지율의 연이은 하락을 겪어야 했다. 일정한 개혁 의지를 지니고 있었던 노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른바 ‘대연정’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의 거부로 망신을 자초한 뒤 내놓은 것이 한미FTA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선택지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정책을 변화시킬 사회진보적 정책을 도입하거나, 자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줌으로써 이후 자본과의 정치협상에서 일정한 지분을 획득하는 방법 두 가지밖에 없었는데, 노대통령은 후자의 노선을 선택했던 것이다(최형익, 「한미FTA와 한국정치:공화국 민주주의의 위기」).
그나마도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상태에서 한미FTA 협상을 진행했다면 상황은 좀더 나았을 것이다. 가령 한미FTA 협상을 북핵 문제 등과 연계해 추진했다면 좀더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우리 정부는 미국측으로부터 아무런 양보도 얻어내지 못한 채 의약품가격 인하조치중단,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완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등 미국 정부가 제시한 한미FTA 협상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을 모두 들어줬다.
그런데도 현재 청와대 내부에는 노대통령의 이런 오판을 바로 잡아줄 통로가 없다. “청와대와 노무현 정부의 핵심적 사회경제정책은 친미 내지 종미노선을 추종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독트린을 신앙처럼 받드는 새로운 경제기술관료들에 의해 완전히 주도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이른바 ‘이헌재 사단’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실을 보라).
그러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