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여섯 가지 음식으로 본 입맛의 역제국주의)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여섯 가지 음식으로 본 입맛의 역제국주의)

$18.00
Description
쿠스쿠스, 보르시, 커리, 굴라시, 사테, 명란젓
피지배자들의 식탁 위에서 지배자들의 식탁 위로,
무시와 배제의 음식에서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으로 옮겨 간
여섯 가지 음식과 문화 이야기
저자

남원상

연세대학교에서영어영문학·동양사학을전공했다.대학시절여러스포츠신문,온라인매체에서객원기자와칼럼니스트로글쟁이생활을시작했다.졸업한뒤동아일보에입사해국제부,문화부등에서취재기자로일했다.이후몇몇기업에서카피라이터,스피치라이터등을맡았다.25개국107개도시를돌아본여행가이며,현재는UCI코리아소장으로서도시문화에대한연구를진행중이다.《프라하의도쿄바나나》(2018),《레트로오키나와》(2019)에이어세번째책으로《지배자의입맛을정복하다》를내놓는다.

목차

들어가면서6

1장쿠스쿠스,마그레브에서프랑스로21
쿠스쿠스를가장맛있게먹는법/쿠스쿠스는어떻게만들어졌을까/미식의나라프랑스에도착한식민지별미/이민자들과함께자리잡은음식/프랑스정계를들쑤신‘쿠스쿠스게이트’

2장보르시,우크라이나에서러시아로77
보르시가러시아음식이아닌우크라이나음식인이유/싹트는민족주의와보르시/러시아황제대관식연회상에오른차르스키보르시/일요일의음식,보르시/끝나지않은보르시전쟁

3장커리,인도에서영국으로133
“치킨티카마살라는영국국민음식”/카리,커리,카레/타지마할을닮은무굴황실의향신료요리/비냐달루와빈달루,앵글로인디언과커리파우더/인종차별도못말린영국인의커리애착/배달커리주문해먹는영국왕세손부부

4장굴라시,헝가리에서오스트리아로187
마자르굴라시와라면건더기수프의공통점/합스부르크제국주의에폭발한굴라시내셔널리즘/‘반역자’들의굴라시맛에빠진오스트리아황제/아메리칸굴라시와굴라시공산주의/합스부르크황실후손이만든헝가리굴라시

5장사테,인도네시아에서네덜란드로233
사테의조상은케밥?/바다를건너온아시아상인과유럽제국주의침략자/네덜란드식탁,인도네시아음식‘리스타펠’/오바마의‘사테의추억’

6장명란젓,한국에서일본으로273
신선한명태,비천한명란/일제치하에서‘맛의한류’일으킨조선명란젓/맛의명태자,멘타이코가탄생하다/멘타이코햄버거,멘타이코콜라,멘타이코아이스크림?/속초시장에서만난매콤한양념명란젓

에필로그320

출판사 서평

영국의케이트미들턴왕세손비가2017년BBC의한라디오프로그램에출연해왕궁에서의일상을이야기하던중커리를자주주문해먹는다고말해화제를모았다.같은2017년,프랑스극우정당인국민전선(현국민연합)의2인자이자당부대표인플로리안필리포FlorianPhilippot가한회식자리에서쿠스쿠스를먹은것도화제가되었다.커리는로열패밀리가먹는서민음식이라서,쿠스쿠스는인종차별에기반한반反이민정책의대명사가하필그이민자의음식을먹어서.

이두음식은도서출판따비의신간《지배자의입맛을정복하다-여섯가지음식으로본음식의역제국주의》에서다루는여섯가지음식에포함된다.마케팅을위해스토리텔링을입힌음식이든,고난과역경을극복한상징이든,어느음식에사연하나없겠는가.하지만이책에서소개하는음식들의사연은그스케일이남다르다.한민족의전통음식이었다가,식민지의비천한음식으로전락했다가,지배자의식탁에일상적으로오르는음식이된여정때문이다.때로는세련된이국취향이반영된미식으로,때로는원래부터자국음식이었다는듯이.
저자는피지배자의전통음식이지배자의식탁으로역으로침투한이현상을‘음식의역제국주의’로명명했다.어떤음식은바로옆나라로스며들었고어떤음식은대양과대륙을넘어이동했는데,그시기와맥락이다른만큼각국에서받고있는취급도다르다.그여섯가지음식의여섯가지이야기를살펴보자.

첫번째음식은결국필리포를사임하게만든쿠스쿠스다.쿠스쿠스의재료는듀럼밀durumwheat을빻은밀가루인세몰리나semolina인데,이세몰리나에따뜻한소금물을넣고반죽한뒤손으로일일이비벼가며좁쌀크기로동글동글하게빚은다음건조시켜만든다.이음식은북아프리카마그레브지역에서프랑스로옮겨갔다.일찍이신대륙정복에뛰어들었지만스페인,영국에밀린프랑스가그대안으로눈을돌린지역중하나가북아프리카였다.북아프리카로이주했다돌아온자국민이이어온입맛으로인해,또혼란한정치상황을피해또일자리를찾기위해밀려든북아프리카이주민(난민도포함해서)에의해,프랑스는유럽전체쿠스쿠스소비량의43%를먹어치우고있다.

두번째음식은우크라이나에서러시아로옮겨간보르시다.쇠고기(닭고기등다른육류를쓰기도한다)육수에비트,양파,감자,당근,마늘등각종채소를넣어끓인수프로,특유의시큼하고달달한맛과붉은색으로인해미각적으로나시각적으로나강렬한느낌을주는음식이다.한때소비에트연방이라는이름으로하나로묶였던두국가이지만,우크라이나가러시아에합병된것은러시아혁명이후가아니다.키예프루시라는같은뿌리를가졌지만15세기이후갈라졌다.1783년예카테리나2세가지배한러시아제국에병합되었다독립하는가싶더니,1921년소련으로편입됐다.이런역사탓에,베두인이라는뿌리를확실히인정받는쿠스쿠스와달리,우크라이나는러시아와자존심을건보르시종주국논쟁을벌이고있다.

세번째음식이바로커리.해가지지않는식민지를건설했던대영제국으로유입된수많은음식중에서빅토리아여왕이전속요리사를둘정도로영국인의입맛을사로잡았다.인더스문명으로거슬러올라갈정도로오랜역사를자랑하는이음식에영국의기여가없지는않으니,커리라는이름을붙인것이다.제각각의가정에서,제각각의향신료를써서,제각각의방식으로즐기던음식에커리라는이름을붙이고,몇몇향신료를배합해커리파우더로상품화한것이식민지음식에빠진영국이다.우리가일본을통해들여와즐기는‘카레’는,실은인도가아니라영국산産이었던것이다.이제커리는영국뿐아니라전세계인이제각각의방식으로즐기는음식이되었지만,인도의인장은강렬하게남아있다.그재료가되는향신료가인도에서만나기때문이다.

네번째음식은동유럽을여행하는한국인에게마치김치찌개같은친근감을선사하는음식,굴라시다.체코에서도,오스트리아에서도만날수있는이음식은원래헝가리음식이다.유목민의후예헝가리목동들이개울에서퍼온물을솥에가득붓고바짝말린육포와각종허브(마치라면의건더기수프처럼)를넣어푹끓인국물요리였다.목동이나먹던비천한음식이었던굴라시는합스부르크제국의지배를받게되면서헝가리문화와저항의상징으로거듭났다.종주국헝가리의굴라시,헝가리를복속시켰던오스트리아의굴라시,합스부르크제국에같이복속된처지였던체코의굴라시는제각각발달하며굴라시의외연을넓히고있다.

다섯번째음식은사테.꼬치구이를어떻게한민족혹은국가고유의음식이라고할수있나싶겠지만,사람이거주하는섬만약6,000개에이르는인도네시아라면얘기가다르다.각섬에서저마다의문화를발전시켜온인도네시아의거의모든사람이즐긴다면국민음식이라할만하지않을까.이사테가넘어간곳은네덜란드.네덜란드는처음에는향신료무역의근거지로,향신료의가치가떨어진다음에는플랜테이션농장경영을위해인도네시아를지배했다.인도네시아독립과함께네덜란드계백인,유라시아혼혈인도더치가대거이주하면서인도네시아의식문화도네덜란드로건너갔다.그중사테는최고로인기를끌었는데,땅콩버터가들어간사테소스는네덜란드에서만능소스로활용되고있다.

마지막음식은바로한국음식명란젓.명태는동해안에서지천으로잡혔던생선이다.제사에,고사에빠지지않는북어를이고진상인들이전국곳곳으로다녔고,명태를말리기위해빼내야하는알집과내장이명란젓으로창난젓으로변신했다.그런데규슈후쿠오카현의특산으로일본전역에알려진멘타이코明太子가바로명란젓이다.부산에서태어난일본인가와하라가태평양전쟁패전으로귀국한후,그맛을잊지못해직접담가먹다판매까지하게된것이다.우리입장에서는황당하게도일본내에서원조논쟁을벌일정도로이일본식명란젓은인기를끌고있다.이제한국에서도명란젓을멘타이코식으로제조하는것이더씁쓸한일인지,더이상동해바다에서명태를잡을수없는것이더씁쓸한일인지.

서로다른자초지종을지닌이음식들의한가지공통점을꼽자면,피지배국가나민족의하층민이즐겨먹던싸구려먹거리에서출발했다는것이다.전복은국가간의지배-피지배에만국한되지않고음식자체의위상에도영향을미쳤다.무엇보다이음식들은맛있기때문일것이다.맛있는음식이야기는또한맛있게마련인데,복잡한세계사가양념처럼이야기의맛을돋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