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면떠오르는이미지는길거리를걸어다니며들고있는테이크아웃종이컵,혹은사무실책상위머그잔일것이다.반면차tea는어떨까?작은찻잔에담긴녹차의색과향을음미하는승려,아니면화려한도자기티포트와찻잔그리고앙증맞은케이크를올려둔티테이블을사이에두고담소를나누는유럽의귀부인들이떠오른다.
물다음으로많이마신다는음료자리를두고경합을벌이는커피와차는여러모로다른데,커피를마시는시간을가리키는‘커피브레이크Coffeebreak’가일을잠시멈추고쉬는것을의미한다면,차를마시는시간을가리키는‘티타임Teatime’이의미하는것은보다복잡하다.티타임은오후네다섯시쯤에앙증맞은샌드위치며작은케이크를곁들여차를마시는‘애프터눈티’를가리키기도하고,아니면이른저녁에속이든든해지는음식과함께차를마시는‘하이티’를가리킬수도있다.
그러니까,티타임혹은간단히‘티’라고부르는것은차를마시는시간뿐만아니라함께먹는음식,차를보관하고우리고따르는도구들,함께하는사람들과결합된,하나의문화다.문화현상은시대마다,나라마다다르게나타나게마련인데,서구각국의티타임문화또한같으면서다르고,차의발상지중국과이웃한동아시아국가들의차문화또한비슷하지만다르다.
도서출판따비의신간《티타임-세계인이차를즐기는법》에서음식역사학자이자음식전문저술가헬렌세이버리HelenSaberi는시간과공간을엮어내며독자들을티타임의세계로안내한다.영국의티타임으로시작하지만,저자는마치여행가이드처럼세계각국의차와다구,티푸드와다도문화를보여준다.유럽국가들과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을거쳐인도와남아시아,차가전해진티로드와실크로드주변국가들,우리나라를비롯한동아시아국가들,그리고차를마시는전통이남아있는전세계다른지역들까지,차의색과향만큼이나다채로운차문화가펼쳐진다.
이토록흥미진진한티타임들!
유럽에처음당도한이후오랫동안,차는상류층만즐길수있는값비싼음료였다.도자기티포트에서우린차를찻잔에따라마시며‘큐어릿’이라불리는3단트레이에놓인샌드위치나작은케이크를먹는애프터눈티,그리고좀더격식을갖춘티파티를뜻하는‘티리셉션’(오후5시의티혹은‘앳홈’티라고도불린)은사교모임이일상이었던상류층문화로티타임이시작되었음을알린다.차의가격이저렴해지고나서정착한‘하이티’는진하게우린홍차를고기류음식과함께먹는저녁식사를가리키는데,노동으로생계를유지해야하는중산층과노동자계층가정의문화다.
차와함께하는시간은이때만이아니다.아이들의방에서편안하게준비되는너서리티,고인을기리며조문객들에게제공된장례식티,춤과함께즐기는탱고티,샌드위치에서는모래가씹히고차에는말벌이빠진다해도포기하지못했던피크닉티가있는가하면,어느새곳곳에들어선유명티숍,백화점과호텔의명소가된티룸으로‘차를마시기위한외출’을나가기도했다.
때로는문헌을인용하며,때로는저자자신과지인들의경험을통해들려주는생생한티타임의순간들은역사의한장면과흥미진진하게겹쳐진다.제2차세계대전동안,처칠은차가군인들의사기를진작하는데중요한역할을한다며차가탄약보다더중요하다고말했다.또20세기초일어난여성참정권운동의집결지는차를마시는공간인티룸이었다.격동의역사만차와함께하는것은아니다.전장의포화속에서마시는차한잔,길고고된여행끝에실크로드의찻집에서목을축이는차한잔,혹은눈보라치는북극을탐험하던이가에스키모의외딴집에서접대받은차한잔에이르기까지,전혀예상치못했던곳에서만나는차한잔은차의온기와함께사람사이의따뜻함을음미하도록이끈다.
차와함께하는세계여행
티타임이상류층의사교행사로자리매김하자,차에따르는여러다구가각광받았다.차를보관하는캐디,캐디에서차를덜어티포트에넣을때사용하는캐디스푼,찻잔에떠다니는차티끌을건져내는데쓰는모트스푼,차를우리는티포트,차에탈설탕과우유를담는저그등이점점더화려해지면서티파티주최자인여주인의수준을과시하는수단이되었다.독일의마이센,영국의웨지우드등지금까지가장값비싼티웨어를만들어내고있는도자기회사들이유럽에차가유행하면서설립되었다.차의발상지인아시아에서도다구는중요한차문화의하나로,백자나청자다완과찻잔이만들어졌다.티베트에서버터티를만들때필요한교유기나러시아와주변국가들의가정필수품사모바르처럼,생활필수품으로정착한다구도있다.
뭐니뭐니해도차가가장큰영향을미친분야는바로음식이다.서문에서저자는아프가니스탄에거주하던시절티타임의추억을꺼낸다.다양한국적의여성들이돌아가며모임을주도하며모두자국의요리를내놓았는데,가령독일여성들은구겔후프와토르테같은케이크를,스칸디나비아여성들은오픈샌드위치와페이스트리를,영국여성들은크림과잼을곁들여내는스콘과초콜릿케이크,티샌드위치를,미국여성들은엔젤푸드케이크와딸기쇼트케이크를대접했고,샤미케밥과볼라니,파코라,고쉬이필같은아프가니스탄음식도종종만들었다고한다.이음식들은모두차에곁들이는요리라는공통점이있다.
물론차의종주국중국을비롯한아시아에서도차문화는음식과함께발달했다.중국에서는딤섬이티푸드로정착해,홍콩에서는차찬텡이라불리는차레스토랑에서차와간단한음식으로요기를하는사람이많다.정교한다도의식을고안한일본에서는와가시(화과자)가차에곁들이는대표적인음식이다.한국에서는다식이라는독특한과자를차를마실때곁들인다.차마고도주변국가에서도차문화가발달했는데,고지대의추운날씨탓에버터티같은열량높은차를마시곤한다.특이하게도미얀마에서는차에곁들일뿐만아니라찻잎자체를절인티푸드인러펫이있다.
저자의안내에따라책장을넘기다보면,차를마시는문화가세계곳곳의일상속에얼마나깊숙이파고들어있는지깨닫게된다.또한차를준비하는방식이나티타임과관련된절차,관습그리고차를마실때곁들이는음식을비교해보는재미도쏠쏠하다.
티타임을더욱우아하게만드는아름다운다구들,다양한티타임의모습을담고있는회화,각국의대표적인티룸들의사진까지,수많은도판들이눈을호강하게한다.식사대용으로혹은간식으로차에결들일수있는다양한티푸드의레시피도소개되어있어,티타임에관한세계여행을끝내고일상에서차를즐겨보고자하는독자들에게실질적인도움을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