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12월11일창립총회가개최된이래로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지난13년동안대한민국형사소송법의이론및실무상발전을도모하기위해쉼없이달려왔다.특히‘공부하는학회’,‘이론과실무가융합하는학회’를지향하며매월학술세미나를개최하고있는데,코로나19확산으로인한위기속에서도신속하게온라인회의시스템을도입함으로써그전통을이어오고있다.아울러다양한시각에서화두를던지고,그에대해치열하게논의할수있는장을마련하고자법원,검찰,국회등유관기관및국내외유관학회와의공동학술행사도활발히개최하고있다.나아가이와같은학술적논의의성과는개별회원들의논문게재를통해확산되고있다.
한편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학회가창립된2009년부터<형사소송이론과실무>라는학술지를발간해오고있는데,2021년부터학술지발간과관련된몇가지변화가있다.첫째,종래연2회이던학술지의발간횟수는연4회로늘어났다.이는형사소송법적이슈에대한사회적관심이고조되는상황에서학계내의전문적논의들이기민하게발표될수있는기회를보다많이제공하기위함이다.둘째,기존의종이출판형태를전자출판형식으로과감히전환하되,그해에게재된학술지논문들을모아한권의책자로연1회발간하기로하였다.정보통신기술의발전에따른출판의흐름을반영함으로써비용을절감하는한편,오프라인자료를필요로하는이용자들의목소리도반영하였다.셋째,우수논문확보를위해투고논문에대한심사료와게재료를면제하는것에그치지않고학술상을신설하였다.이를통해보다실험적이고창의적인논문의게재를장려하고,전문성있는논문들이형사소송법이론과실무에실질적으로기여할수있도록하였다.
2022년에휘몰아친형사사법제도의변화를한단어로정리하면‘검찰개혁’일것이다.검찰개혁의미비로형사사법의모든문제가발생한다는입장으로보이지만,‘어떻게개혁해야하는가’라고물으면돌아오는대답은무소불위의권력을가진검찰제도를해체해야한다거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설치해야한다는등총론적인논의만있을뿐각론적인내용이없었다.
문제는집권층의의도대로형사소송법이개정되었건만,이제한국의형사사법시스템이완전히망가졌다고평가하는실무가가갈수록늘고있다는점이다.반면,그정도는아니더라도,첫째,고소접수가제대로안된다,둘째,불송치사유를제대로알수가없다,셋째,사건종결까지시간이너무오래걸린다는이야기는정설처럼들린다.더욱이2022년부터는검찰조서의증거능력강화로공판정사용이사실상어려워진다는점에서,검찰조서에의지한재판실무도큰변화를겪을수밖에없는상황이되었다.
그런데어떤사법체계를따르더라도형사사법제도는국가형벌권을실현하는과정에서국민의기본권을침해하는작용을수반하여국민의권익과직결되어있고,제도의특성상불완전하게설계될경우이를바로잡기어렵다.그동안대륙법계사법체계를따르고있었던우리나라의수사구조상검사의사법적통제가적정하게행사되고있는지여부가형사사법절차의적정한운용을판가름하는시금석이되었음에도불구하고,특수부를중심으로한일부검찰조직의직접수사로인한폐해가부각되면서국가수사체계개선의단골메뉴로검찰개혁이논의된점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문제는사법개혁이라는미명하에형사소송법이개정되었지만,사건의상당부분이사법경찰관리에의해수사되는우리나라의현실을외면한채,사법경찰관에게수사종결권까지부여한것은대륙법계는물론영미법계사법체계와도다른변형적구조라는점이다.
더욱이범죄척결을위한국가수사체계(형사사법체계)를구성하는소추절차(기소·불기소결정)에대해서는영미법계국가와대륙법계국가사이에근본적인차이가존재한다.전자는쉽게기소하여재판에보내는구조인반면,후자는수사절차의적정성을사후에재판절차를통해통제하는것에는명백한한계가있기때문에소추권을가지고있는검사로하여금수사절차를통제하도록하고있다.따라서입법의전제조건으로우리나라형사사법체계를영미법체계로할것인지,아니면대륙법체계로할것인지를먼저결정해야한다.만약수사를영미법체계로변경하고자한다면,영미의사법시스템이전면적으로도입되어야할것이다.반면에대륙법체계를고수한다면검찰의사법기관성을더강조하는방안을모색하는것이종국적인해결방안으로보인다.이러한문제의식에따라이번제14권1,2,3,4호에는검찰및경찰개혁과관련된다수의논문이게재되었다.이러한논문들을모아출판되는이책자가아무쪼록학계와실무계에서유익한자료로활용되기를기대한다.
다만,권위주의정권이막을내린오늘의시점에서‘국가권력으로부터국민을어떻게보호할것인지여부’(국가로부터의자유)만이중요한문제가아니라,이제는‘국가가범죄로부터국민을어떻게보호할것인지여부’(국가에서의자유)에보다더큰가치를두는논의와입법이필요하다.즉‘행복의최대화’보다는‘불행의최소화’에중점을두는피해자중심의사법,즉‘증거능력판단의주도권’을피고인에게주는시스템이아니라국가(법원)가갖는시스템을논해야하는것이다.국가권력을침해의대상으로만바라보는한,매일매일쏟아지는범죄의홍수속에서무방비상태에노출되어있는일반시민을보호할방법이없기때문이다.각시대마다시대정신이있듯이이제는‘국가를바라보는발상의대전환이필요한시점’이라고생각된다.
물론아직까지국민들의가슴속에권위주의시대의잔영과수사기관의권한남용이겹쳐있는우리나라의상황속에서,수사단계에서는물론공판단계에서조차‘열사람의범인을놓치는한이있더라도한사람의죄없는사람을벌하여서는안된다’라는명제는중요한의미가있다.다만,피의자·피고인의인권을이야기하면개혁적내지진보적이고,피해자의억울한한(恨)을대신풀어주는국가(수사기관)의역할에주목하면반개혁적내지수구적인사람으로몰리는학계의풍토나언론의평가는아쉬운대목이다.그동안피의자?피고인의인권보장에지나치게무게중심을두면서형사소송이현실세계와유리된이론적사고의틀속에움츠려들어가있었던것은아닌지,범죄로부터고통받는자신의주변세계에눈을감아버린것은아닌지진지한고민이있어야할것이다.
끝으로이책이발간될수있는기초작업을해주신학술지편집위원회에감사드리고,특히편집위원장인윤지영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형사정책연구본부장님과편집위원이자간사업무를수행해준차종진박사님의노고를기억하고자한다.그리고이책의출판을담당한박영사안종만회장님과안상준대표님을비롯하여편집작업을담당한한두희과장님에게도고마움을표하는바이다.무엇보다옥고를작성해주신집필자들과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대한지속적인애정과성원을보내주고계신모든회원들께깊이감사드린다.
2023년5월
(사)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