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아픔도존중받을가치가있다는걸,
너무늦게야배웠습니다.”
힘들다고말하면나약한사람이되고,
약한모습을보이면도리어약점잡히는사회속에서
아픔을아픔이라말하지못하는이들에게
나종호가전하는따뜻한공감의말들
예일대나종호교수가최초로꺼내놓는취약성의기록,
불안감과우울에점철되었던나날들
“어느날갑자기심장이터질듯뛰기시작했다.”
제대후복학해어느누구보다도성실하게학교생활을하던중이었다.맨앞줄에앉아노트에빼곡히필기하며수업을들었고,중간중간시간이비거나수업이다끝나면곧바로도서관에달려가자리를잡았다.조금힘들긴했지만다행히곁엔친구가있었고,‘임상심리학미국유학’이라는확실한목표도있었다.문제없이평탄한나날을보내고있다고생각했다.그날,돌연엄청난심장박동이찾아오기전까지는.
여느때와다름없이도서관에서공부하던중‘덜컥’하는느낌과함께심장이빠르게뛰기시작했다.처음에는애써무시하며공부에집중해보려고했지만심박은오히려점점더빨라지는것만같았다.무심코그런생각이뇌리를스쳤다.‘왜이렇게불안하지?’그제야깨달았다.빠른심박수가단순히일시적인현상이아니라,정체모를불안감에서비롯되었다는걸.막연한미래에대한불안감은마치대학축제때대형스피커가캠퍼스전체를크게울리듯어느새마음을넘어몸까지지배하고있었다.
만연한불안감을안고산다는것은내가운전대를잡고있는‘내마음’이라는버스한구석에늘정체모를괴물하나가앉아있는느낌이었다.그괴물은어떨때는잠잠하게구석에서꾸벅꾸벅졸기도했으나,언제깨어나서버스를흔들며나를괴롭힐지모르는두려운존재였다.그래서나는버스를운전하면서늘그괴물이깨어날까봐,혹은괴물이존재한다는사실자체때문에노심초사했다.
-본문중에서
불안감이라는그림자는하나하나몸을고장내기시작했다.맥박은심장에무리를주는‘빈맥’의기준인분당100회를일상처럼넘겼고,대화할때는입술이파르르떨려지그시깨물고말해야만했다.꿈꾸던임상심리학유학이좌절되고정신과의사라는새로운목표를쫓아의학전문대학원에진학하자불안감에더불어우울감까지불쑥고개를들었다.강의에도,책에도집중이되지않았고질문이라도받으면머리는새하얗게굳었다.다시는뇌가제기능을하지못할것같다는비관이들때쯤,처음으로그런생각이나타났다.‘아무도나를모르는어딘가에서새로운삶을시작하고싶다.’
자책,자기검열,편견을걷어내고
공감으로끌어안는나종호의따뜻한말들!
“누구에게나아플자격이있습니다.”
예일대학교정신의학과나종호교수는20대의자신을‘범불안장애’,‘사회불안장애’,‘우울감을동반한적응장애’로진단한다.그럼에도그는정신건강전문가는물론주변에도도움을청하지못했다고고백한다.심리학을전공했으며정신과의사의길을걷는의학도였던그에게조차정신질환에대한사회적인선입견이단단히자리잡은탓이었다.
‘다들비슷하게사는데,심지어나보다어려운상황인사람들도잔뜩있는데힘들다고말하면나약한사람으로보이지않을까?’하는걱정은친구에게도입을다물게만들었고,‘정신질환은의지의문제고얼마든지스스로해결할수있다’는선입견은아픔을극복하지못하는스스로에대한자책으로이어졌다.모두가숨을헐떡이며쉼없이달리는와중에자기만지친것같았다.이런초고속트레드밀사회에서자신은도저히못견디겠다고생각하며,나종호교수는그렇게자책을안은채미국으로도피하듯떠나왔다.
“내고통의무게는한없이가볍게만느껴졌고,그러다보니어느순간나는스스로에게끊임없이되묻는나를발견했다.‘이게정말책에담을만한내용일까?나보다훨씬힘들었던사람들에겐너무하찮게보이지않을까?’하지만이내생각을다잡았다.정신과의사로살면서‘누군가의주관적고통을비교하는일은아무의미가없다’는것한가지만큼은배웠으므로.(…)모든고통은주관적이다.”
-본문중에서
수많은사람이얽혀살아가는미국이란나라에서다양한배경을가진환자를만나며그는비로소깨달을수있었다.모든고통은주관적이며,누군가에게는하찮아보일정도의일들로도어떤이는더이상일상을살기힘들만큼아플수도있다는걸,마음의문제는의지의차원이아니기에20대때그토록자책할필요도없었다는걸말이다.‘아플자격’은누구나있다.
스스로에게,그리고서로에게
관대해지기위하여
“진정한나의모습을내보일수있을때,우리는이해하고치유받을수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노년내과정희원교수는이책이정신과의사로서의전문성과한인간으로서의솔직함이어우러져있다고평하며“우리시대에꼭필요한공감과연결의메시지를전하는귀중한선물”이라는찬사를보낸다.이는나종호교수가자신의힘든시절을고백하며비슷한아픔을겪고있는독자들의마음을끌어안는동시에,정신과의사로서의예리한시선을놓지않으며우리한국인들이‘아플수밖에없는이유’를적확하게진단했기때문일것이다.
유명애니메이션주제가의‘외로워도슬퍼도나는안울어’라는가사에서도알수있듯이,우리나라에서는오랫동안‘감정을안으로삭이는것’을미덕으로여겨왔다.힘들어도내색해서는안되고,도움을청하지않고혼자해결하는게성숙한행동이었다.마음의문제를고백하면금세나약한사람으로낙인이찍히거나,약한모습을보이면도리어약점잡히는사회에서우리는완벽해야한다는압박에시달려온것이다.그렇기에자기자신에게도,상대방에게도관대해질수없다고나종호교수는지적한다.
우리는타인의실수나잘못에앞다투어파괴적수치심을부여하곤한다.그러나사람은누구나살면서실수를한다.그사실을다들모르지않을텐데,타인에게가하는무차별적인비난과조롱을보고있노라면우리는어쩌면‘사람은완벽해야한다’는전제위에위태롭게서있는것처럼보인다.매튜페리의죽음을기리는《뉴욕타임스》의칼럼도“우리는누군가의실수를도덕적인실패로여긴다”라며이를지적하고있었다.그숨막히는전제를내려놓는다면스스로의취약성을솔직하게털어놓고,또타인이털어놓는취약성도관대하게받아들일수있지않을까.
-본문중에서
강한모습이든,약한모습이든있는그대로의자신을받아들이기위해,나아가서로의약한모습도감싸안는사회가되기위해결국필요한것은‘취약성을드러내는것’이라고그는말한다.나의힘듦을우선털어놓을수있어야상대방에게도비로소공감의기회가생기고,그렇게방어막을내릴때우리는연결된다.결국취약성이야말로스스로에게,그리고타인에게공감할수있게만드는열쇠라는것이다.
나종호교수는취약했던개인적기록을통해공감과감동을전하고,한발나아가우리사회에이토록개인의아픔이만연한이유와이를해결할방법까지도제시한다.‘어떤아픔이든존중받을가치가있다’는그의메시지는지금껏억눌러왔던스스로의마음을돌아보고,공감하게해준다.그럼으로써우리는있는그대로의자신을받아들일용기를,나아가있는그대로의타인을받아들일관대함까지도얻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