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저자

라훌잔디얼

저자:라훌잔디얼RahulJandial

뇌종양전문신경외과의사이자뇌과학자.미국로스앤젤레스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교교수로초빙되었으나이를거절하고암연구에정진하는길을택했다.현재로스앤젤레스의국립암연구소에서선정한통합암치료전문기관인시티오브호프CityofHope재단에서‘잔디얼연구소’를운영하며,암이뇌로전이되는과정에초점을맞추는연구에힘쓰고있다.비영리기관국제신경외과어린이지원협회InternationalNeurosurgicalChildren’sAssociation를창립해,의료적도움이필요한동남아시아·동유럽·남아메리카의어린이들을정기적으로치료하고있다.

잔디얼은암연구에몰두하며10권이상의의학서적과100편이상의논문을출간했고,그성과로2019년〈선데이타임스〉베스트셀러작가상,2015년미국국방부유방암연구혁신상,2008년UC샌디에이고유명강의상,2007년펜필드연구상등을수상했다.대표저서로《내가뇌를처음열었을때》가있다.



역자:정지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일본어와영어를전공하고성균관대번역대학원에서문학(번역학)석사학위를받았다.대학을졸업하고영상및기술등다양한분야에서번역일을하며경험을쌓았다.책이좋아출판번역의길로들어섰다.옮긴책으로는《마지막끈을놓기전에》,《괴롭힘은어떻게뇌를망가뜨리는가》,《트라우마는어떻게삶을파고드는가》,《세계사를바꾼위대한식물상자》,《은밀하고도달콤한성차별》,《루틴의힘》,《부두에서일하며사색하며》,《시작과변화를바라보며》,《우리시대를살아가기》,《인간의조건》등이있다.

목차

머리말─나는환자의뇌에칼을대는의사다9

1트라우마─몸과마음에숨은상처15
2몰입─의사에게필요한능력41
3자아─나를나로만드는것은무엇인가65
4실패─어떻게다시일어나야할까99
5믿음─신앙과과학사이에서129
6위협─위기에무너지지않기위하여153
7중독─유능한의사라는증명187
8가치─나에게정말로중요한것213
9상실─비극에서찾은의미239
10삶─환자들이가르쳐준인생의태도267

감사의말293

출판사 서평

“내게수술은인체해부가아니라마음에관한탐구였다.”
세계최고뇌종양·말기암전문신경외과의사인라훌잔디얼박사가
수술실과병동에서목격한생과사의경계

수술로몸의절반을잃은30대남성,아들의졸업식을보고싶어몇달이라도수명을연장하기위해병원을찾은40대여성,어린나이에뇌사를맞고사망선고를기다릴수밖에없는19세소년,수술의후유증으로눈꺼풀을깜빡이는것외에는아무것도할수없는중년여성…….이들은제각기다양한증상과질병과사연을지녔지만,모두생과사의기로에놓였다는공통점이있다.이들의‘생명줄’을쥔의사는이환자들에게삶의기회와희망을불어넣기위해병실과수술실에서고군분투하며삶과죽음을누구보다도가까이목격한다.

세계정상급뇌종양전문외과의사이자,말기암을전문으로치료하는의사의소회를솔직하게담은회고록《칼날위의삶(원제:LifeonaKnife'sEdge,심심刊)》이출간되었다.이책을쓴라훌잔디얼은뇌종양과말기암을전문으로진료하는신경외과의사로,가장건드리기예민한부위인뇌를열어종양을제거하며수천명의삶을연장시키는일을하고있다.

암연구전문가로서100여편의논문과수많은의학도서를집필한저자는〈선데이타임스〉베스트셀러작가상을수상했다.전작인《내가뇌를처음열었을때》에서신경학자로서뇌의작용과활용법을다루었다면,이번책에서는한명의의사로서병실과수술실에서겪은경험과환자들의사례에서길어올린삶에대한통찰을총10가지키워드에담아냈다.트라우마,자아,상실,삶등인생을관통하는키워드를통해저자는환자들의사례를살피고,치료과정에서만났던어려움과깨달음을솔직하게풀어놓는다.죽음앞에서환자들이보여준삶의태도와저자의통찰이담긴이책은,진정으로의미있는삶이무엇인지생각할기회를건넨다.〈퍼블리셔스위클리〉는이책을“빠른속도감을갖춘,때때로충격을주는생생한글”이라고평했으며,《호흡의기술》저자인제임스네스터는“인간의생물학적내면깊은곳으로우리를이끈다”며찬사를보냈다.

뇌는끊임없이변하고,움직이고,회복한다
난관을넘어삶을헤쳐나가기위한뇌과학의세계

신경외과의사인저자는환자들의뇌를들여다보고마음과자아에관해고찰할기회가많았다.외상소생실에서응급환자처치를돕다기억속에묻어두었던과거의트라우마가떠오르기도하고(23쪽),뇌에전극을대데이터를파악하는매핑작업을통해환자의마음가장깊은곳까지들어가기도한다(145쪽).이처럼저자는인간의뇌를속속들이탐구하며그속에숨은‘자아’까지두루살피고,자아가우리의몸과마음,삶에얼마나큰영향을미치는지들여다본다.

인생을살면서우리의자아감,즉가장근본적인수준에서의우리의모습은쉽게변하지않는다.그렇다고우리가깊이배우고성장할수없다는말은아니다.그런데이런강력한고유의자아의식을제공하는주체는무엇일까?과거오랫동안이문제의답은영혼이었을것이다.하지만20세기과학의발전을통해우리는뇌가유일한답임을이해하게되었다.(81쪽)

우리의자아의식은뇌섬엽이라는뇌부위에서발생하며(81쪽),이곳에손상을입으면우리가세상을인식하는방식에변화가생긴다.한환자가뇌에서림프종에서생겨나뇌섬엽옆까지뻗어간종양을제거하는수술을받은후,오른쪽을통째로인식하지못하는‘우측편측무시’현상을보이는것을보고저자는“뇌가아닌‘정신’이유지하는자아의서사가얼마나큰지실감”한다(86쪽).또한저자는자아가뇌뿐만아니라우리가몸을통해세상을경험하는방식과연관이있으며,그방식이생각에영향을미쳐우리의자아를형성하는것이라고설명한다.

우리각자는자신의경험과믿음,기억과역사,희망과갈망에서생겨난독특한내면의이야기,즉자아의식을가지고있다.자신의인생에서벌어지는사건을흡수해서이들을진행형서사로엮어내는능력을자서전적기억이라고하고,이는스스로의자아를바라보는기반이된다.자신의개인적서사를창조하는이신비로운나비는우리의순간을한데묶어준다.만약자아와자서전적기억이동일한페이지상에있지않으면,기억은핵심믿음에뿌리를내리지못한다.(96쪽)

저자는이사실에서착안하여,삶에서피할수없는각종난관에부딪혔을때이를어떻게극복해야할지뇌와관련된각종과학적지식에서답을찾아간다.신경외과의사로20년간쌓은임상경험이최신뇌과학과다채롭게결합하여,읽는이에게풍부한지적고양감과신선한느낌을선사할뿐만아니라어떻게자신의자아와삶을가꾸어나갈수있을지방향을제시해준다.위협으로생기는스트레스를만나더라도이를좋은방향으로승화하는회복탄력성을믿고자신만의이야기를쌓아가면되고(181쪽),자신감을잃어갈때는호흡을통해감정을조절하며다시집중력을모으면기회를되찾을수있고(225쪽),뜻하지않게트라우마를만나더라도적극적으로맞서면상처를치유하고공포를소멸할수있다(36쪽).뇌수술과뇌과학은저자에게곧삶을헤쳐나가는강력한열쇠이자든든한지원군인셈이다.

뇌는끊임없이변하고,우리에게는뇌를조정하고이용할힘이있다.환자들은뇌수술을받은후잃어버린기능을회복한다.따라서여러분이건강한뇌를가지고있다면본인이위협과맺는관계를통제하고관리할수있음을의심하지말아야한다.이능력은모두사고의가소성에달려있다.(…)우리가역경을겪으면서이를받아들이고수용하고통합하는대처방법을원하는방향으로선택할수있다면?위협에대처하려고우리가선택하는전략은결과에영향을끼치는가장중요한요소다.(180쪽)

이뿐아니라본인이집도하는수술과정을생생하게그려낸저자의필체는읽는이에게직접뇌수술을지켜보는듯한몰입감을선사한다.저자는뇌에서일어나는각종놀라운기능을설명하며이것이우리의몸과정서에어떻게작용하는지,한개인의삶에얼마나큰영향을미치는지신경외과의사로서얻은깨달음을차분히풀어나간다.

의사에게필요한능력은무엇일까
매초판단의순간에놓인의사,한계와자격을묻다

저자의전문분야인신경외과는메스가단몇밀리미터만어긋나도환자가영구적인상해를입을수있는,수술의위험도가높은분야다.신경외과의사는민감한뇌를현미경으로들여다보며아주작은오차도일어나지않도록조심하며수술한다.1초의판단,1밀리미터의차이가환자의인생을바꿀수있는현장에서외과의사에게는현명한판단을빠르게내리는능력이중요할수밖에없다.저자는응급실에서상급자가없는상황에서외상개두술을감행하거나(1장),암이목과머리로전이되어조금만잘못움직여도환자가사망할수있는수술을시도하기도하고(7장),20세도되지않은나이에뇌사판정을받은환자를살피는(9장)등정신적으로강도가높은수술과진료를이어나간다.이과정을묘사하는빠르고강렬한서술은저자가극복해야했던수많은위기의긴박함을잘드러낸다.

저자는의사에게필요한능력은무엇일지,유능한의사의조건은무엇일지스스로에게끊임없이묻고자신을한계까지몰아붙인다.의사로서의자신을채찍질하는저자의성향은한12세환자의수술에서의료사고를낸후심화된다(6장).환자의허리를수술한후마무리하는작업에서약해진신체부위를보강하는대신합병증이적도록손을덜대는방향을택했다가,환자의허리가완전히주저앉고아직어린환자가앞으로영영걸을수없게된상황을초래한것이다.“잘못된실수,그것도수술합병증중에서돌이킬수없는합병증을일으킨죄인”이라는죄책감과(111쪽)의사로서실패했다는수치심이몰려와,의사로서품고있던자존심이한순간무너지고“내자신이사기꾼같은기분”이드는등자신에대한회의감에빠진다.

자신이무능한의사가아니라는것을증명하기위해저자는난도가높은수술을집도하는일에스스로“중독”되었다고할정도로매달린다(7장).이토록가혹한난이도의수술을이어나가다보면당장완수해야하는작업의성공여부에함몰되어,수술은결국환자를위한것이라는중요한가치를놓치기쉽다.실제로저자는“외과의사는환자보다그환자가받을수술에관심이더많”다고할정도로,수술의성공여부외에다른것을돌아보지못하며‘유능한의사’로서의업적을이어간다.한동안실패의여파에서벗어나지못하던저자는오랜시간실패에부딪힌후,“수술이가능하다해도치유는별개이며훨씬복잡한일이라는사실을마주하고나서야”(210쪽)비로소자신을향한회의감과죄책감에서벗어나게된다.그계기를만들어준것은바로환자들과의진심어린대화였다.

이절망의시기는결과적으로내게큰변화를가져왔고,자신의일로고통받는사람들에대한내공감도와인식의폭을넓혀주었다.실패는세상과다른사람들의취약성을이해하는데자산이되어주었다.(…)나에게는새로운공감의저장고가생겨나고있었다.힘든시기를거치면서나에게는겸손이생겨났다.이제나는세상을다르게보았다.다른사람의감정을좀더분명히들여다보게되었다.나는고통안에서세상에속할기회가있었다.고통을겪는환자들은의사인나도짐을짊어지고있다는사실을알아주었다.우리는이제터놓고얘기할수있었다.(114쪽)

“수술은산의정상이아니다.환자의여정이산의정상이다.”
환자들에게서배운진실한마음과삶을향한태도

저자는말기암판정을받은환자들을진료하는만큼,삶의마지막순간을목전에둔환자들을치료하면서수많은형태의죽음을만난다.개중에는20년간쉬지않고수천번의진료를이어온저자도한번만날까말까한희귀한질환을앓는환자들도있다.죽음이예상치못한시기와방법으로자신을덮쳐오는데도,환자들은자신이처한상황을덤덤하게받아들이며생의마지막순간을준비한다.일례로,저자가치료한한환자는몇십년간여러번뇌종양제거수술을받으며생명을연장해오다,결국노년에접어든후뇌수술의후유증으로눈꺼풀밖에움직이지못하는상태인‘감금증후군’에빠지고만다(10장).
누워서천장을바라보는것밖에할수없게된환자는눈을천천히깜빡이며“장기를기증하고싶다”는의사를전달한다.“무엇이두려운가요?”라는의료진의마지막질문에환자는평온하게“사는것”이라고답했다.그는죽음이조금씩다가오는것을가만히기다리는대신,장기기증이라는자신이스스로선택한방법으로의미있는일을한후삶을마칠것을택한다.환자는마치“그게자신의권리이자삶이고,그가새장에서벗어날기회임을내가마침내깨닫기를기다리는듯했”다고저자는말한다(282쪽).

환자는그런복잡한수술을나에게부탁해서미안하다고사과했다.마치내가슬픔을정리하고,자신의결단을이해해주기를기다린다는듯했다.그는몇년간자신의가장기본적인생명의기능에가해졌던,느리지만가혹한위협을견디며살아왔다.어쩌면셀수없을정도로많은슬픔의단계를다겪었을지도모른다.그는눈을깜박이면서이건가라앉는배에서보내는필사적인모스부호와는완전히다른신호라는것을,영혼을살려달라는것이아닌영혼을놓아달라는신호임을분명히밝혔다.(283~284쪽)

저자는이환자의사례에서,그리고그외자신이만나는다양한환자들의이야기에서진실한삶을향한태도가무엇인지되돌아볼기회를갖는다.죽음은갑작스레찾아와이때껏쌓아왔던생과이별할것을종용한다.환자들은자신들이맞닥뜨린현실을받아들이기힘들어하기도하지만,곧고통스러운상황을돌파할자신만의방법을조금씩찾아나간다.작가이자애도전문가인데이비드케슬러에따르면“비극에서의미를찾아야만슬픔이좀더평화로워지고심지어희망찬것으로바뀔수있”으며,그래야만비극앞에서주저앉지않고나아갈수있다(263쪽).환자와그의가족들은자신들이이때까지살아온삶이어떠했는지되돌아보고,투병과죽음이라는비극속에서어떤것을택할지숙고하고답을내놓는다.말기암으로여명이얼마남지않은상태에서암연구에본인의종양을사용하라는뜻을밝히기도하고,돌아올가능성이희박한가장가까운가족의장기를다른환자들을살리기위해기증하기도한다.저자는그눈물겨운과정을함께하며환자가어떤마음으로병과죽음을대하는지살펴보고,그속에서환자의뇌와그속에깃든인간의정신이투병이라는어려움을헤쳐나가는모습을지켜본다.저자는수술이결국환자를위한것이며수술을성공시키는것보다환자가진정으로원하는것,환자의삶을존중하는것이중요함을깨닫는다.환자들이죽음에맞서자신의의지를관철해나가는모습을지켜보며저자는깊은인생의교훈을얻는다.

그순간,나는내환자와인간애를공유했고,앞으로배울게정말많다는생각을했다.삶과내자신에대해서.내가그동안어떤사람이었는지그리고앞으로어떻게살아갈지에대해서.삶,상실에관한교훈과생존의법칙은어디에나존재한다.우리뇌속의세포하나하나에도,우리마음속에도,내환자에게도,수술실에서도,내가진료할때도존재하며,이들은생과사,희망과무기력함의경계속에서작동한다.삶의벼랑끝과깊은골짜기에서는삶의높이도드러난다.어떤비극이나승리도영원하지않다.수술자체에강렬한감정을이입할필요가없었다.(…)환자를포용하고의료시스템에의문을던지자.수술은산의정상이아님을깨달았다.환자의여정이산의정상이다.(210~211쪽)

소위‘시한부’판정을받은환자들을진료하는탓에힘들지않느냐는질문을주변에서많이받지만,저자는자신이환자와함께했던여정이“인간의나약함,용기,아름다움이어우러”진고마운과정이었다고말한다(11쪽).자신이치료했던환자에대한애정과인간미,피와땀과눈물이밴저자의이야기는읽는이에게뭉클한감동을준다.

환자는저마다의생존방식이있다.모든환자가질병에잘대처하는것은아니지만,어떤사람은초월적인수준으로마음의본질에접근해힘든상황에서도성장으로인생을마무리하며승리를거둔다.이런사람들에게병의진단은삶을구속하는방해물이아니었다.이들은죽음또는죽어간다는사실에눈이머는대신,진정한삶의우선순위를발견하고오랫동안인생에방해가되었던부차적인것들은옆으로제친다.(…)나는지금까지살아가면서많은깨달음을얻었다.대부분내환자에게서얻은교훈이다.(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