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뇌과학이라는최첨단과학을활용해우울증이란무엇이며어떻게시작되는지,증상하나하나의구체적인근거는무엇인지,그에따른폐해는무엇인지,그리고결국은우울증으로치닫는뇌회로를다시돌려세울방법이무엇인지등을세심하면서도낱낱이살펴본다.과학적근거와논리에힘입은이책은“지금까지읽어본우울증책중가장헛소리를하지않는책(아마존독자서평)”이라는평가를받으며아마존심리분야에서장기간베스트셀러에오르기도했다.이책의특장점은다음네가지다.
1.과학적근거를기반으로한다.
터무니없이“긍정적인생각을하라”는입에발린소리나허풍에가까운격려의수사는없다.대신최신뇌과학의임상실험과뇌에대한객관적연구를바탕으로우울증을본격적으로다룬다.
2.뇌과학에대한기초지식이없어도쉽게읽을수있다.
과학적근거를기반으로쓴글들의문제는너무건조하고따분하거나,자기지식의총량을과시하면서독자를바보취급하거나,추상적이어서도무지무슨말을하는지몰라좌절하게만드는경우가많았다.이책은그어떤책보다뇌의구조와기능을명료하게설명하는한편,익숙한대상이나개념을비유로들어이야기가그야말로‘손에잡힌다.’
3.‘그러니까무엇을해야하는지’정확하게알려준다.
과학을기반으로했다는책들이지닌또하나의문제는,어떤시냅스들이어떤때발화하는지정확히이해했다고해도실제로그것을발화하기위해무엇을해야하는지아는데는별도움이안됐다는데있다.이책은거의모든페이지에서‘그러니까무엇을해야하는지’를에두르지않고다이렉트로알려준다.
4.결국은안심하게해준다.
‘과학’의힘은놀랍다.지극히주관적이어서설명이불가능해보이는마음의문제를,객관적이면서도논리적인방법을통해도출된연구결과로설명받고나면괜히안심이된다.우울증이내‘잘못’때문이아니라뇌의회로가그렇게생겨먹었기때문이라는근거있는깨달음이주는안도감.내고통이나불안이나걱정이모두‘무형의위협’이라답답했는데,그게아니라실은물리적실체가있고따라서어떻게든해볼도리가있겠다는믿음.이책을덮는순간이런것들이마음을채운다.이런변화와알아차림이이책의최종목적지다.
뇌는고정된것이아니라평생에걸쳐변한다는
‘신경가소성’원리를우울증과접목
1870년봄,젊은청년이었던윌리엄제임스(WilliamJames)는불안과우울로가득찬시기를보내고있었다.그러던어느날자유의지에관한소논문을읽은뒤습관을바꾸면기분도바뀐다는사실을깨달았다.그후3년이지나하버드대학교에서교편을잡은그는,훗날‘미국심리학의아버지’가되었다.1890년그는저서에“그러므로모든교육에서가장위대한일은신경계를우리의적이아니라우방으로만드는것이다.(…)가능한한이른시기에,자신이할수있는유용한행동을가능한한많이자동적·습관적으로만들어야한다”고썼다.그시대에이미생활의변화가뇌의변화를유도할수있음을이해했던것이다.
120여년전제시된위대한심리학자의‘제안’은이제신경과학으로‘증명’되고있다.인간의두뇌가경험에의해끊임없이변화하는능력을의미하는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바로그것이다.과거에과학자들은두뇌가유년기같은초기단계의중요한기간이후에는변경되지않는다고믿었다.그러나과학기술의발달로자기공명영상기법등을활용할수있게되면서,즉해부하지않고살아있는뇌를관찰할수있게되면서비교적최근에‘뇌는고정된것이아니라,평생에걸쳐변화한다’는것이가설이아닌사실로확인되었다.
《우울할땐뇌과학》은신경과학원리중특히신경가소성에집중한다.즉마음을어떻게사용하느냐에따라뇌가변하므로그런신경학적지식을활용해관계를회복하고,걱정과불안을줄이며,마침내우울한생각과기분의무게를줄여줄수있다는것.세계적인정신의학자UCLA의과대학교대니얼시겔교수는‘추천의말’에서“이흥미로운책을읽는것은응용뇌과학이라는아주중요한세계에발을들여놓는일”이라면서“지나치게생각을곱씹거나마음속으로끊임없이자신을깎아내리는사람,심각한우울증에빠져있는사람뿐아니라뇌지식을활용해삶을좀더잘이해하고즐기고싶은사람에게좋은선물이될책”이라고평가했다.
우울증상태일때뇌에서는어떤일이벌어질까
신경가소성은우울증과대체어떤연관관계가있을까?책은그것을‘우울증의하강나선’이라는말로설명한다.우울증이라는늪의가장자리에있을때,소용돌이처럼우리를휩쓸어늪의바닥으로끌어내리는‘하강나선’이작동하는데,그이유는바로‘우리에게일어난일’과‘우리가내린결정’이뇌활동을변화시켰기때문이라는것.즉,뇌활동이불리한쪽으로변하면부정적인생각이눈덩이처럼불어나고,점점뇌를부정적인변화를악화시키는방향으로향한다는의미다.
살면서우울감을조금이라도느껴본사람이라면“우울증의하강나선에빠진다”는말의의미를알것이다.어느금요일밤,파티에초대를받았는데일순‘그파티별로재미없을것같은데’라는생각이머리를파고들고그래서그냥가지않기로결정한다.대신깊은새벽까지소파에앉아텔레비전을본다.그러니다음날은늦잠을자게되고기운도별로없다.전화하는사람하나없어고립감은더욱깊어지고그럴수록사람들과어울릴가능성은더욱줄어든다.딱히흥미로워보이는일도없어주말내내누워서뒹굴기만한다.어느새자신이불행하고외롭다는느낌이든다.어떻게하면그상태에서벗어날지도무지모르겠다.어떤판단을내려도다잘못되었다는느낌이들기때문이다.이런상태가바로우울증이라는늪의아슬아슬한가장자리다.-11~12쪽
저자는우울증의하강나선이심각한문제인이유는‘단순히기분을저조하게만들기만하는것’이아니라‘그저조한상태를계속유지하려는성질이있’기때문이라고지적한다.우울증은아주안정적인상태라는것이다.
뇌는계속해서우울한상태를유지하는방향으로생각하고행동하는경향이있다.우울증을해소하는데도움이되는방향으로생활습관을바꾸는것이너무힘겹게만느껴진다.
운동을하면도움이된다지만운동할기분이아니다.밤에잘자는것이도움이되겠지만불면증이방해한다.친구들과무언가즐거운일을하는것이도움이된다는데즐거워보이는일은하나도없고사람들을귀찮게하고싶지도않다.우리뇌는그상태에붙잡혀빠져나오지못하고우울증은중력처럼인정사정보지않고밑으로만끌어당긴다.기분은사발바닥에놓인구슬처럼어디로굴려도늘아래로굴러내려오고만다.-13쪽
다행인것은지난몇십년간의연구로우울증상태일때뇌에서어떤일이벌어지고있는지,어떻게하면나아질지를신경과학의원리를통해확인할수있게되었다.
우선,우울증상태일때뇌에서는어떤일이벌어질까.책은우울증이다양한뇌회로간의조율,그리고그회로들이서로서로혹은세상과나누는상호작용에의해촉발된다고말한다.구체적으로는뇌의두부위,전전두피질(생각하는뇌)과변연계(느끼는뇌)가우울증을일으키는주범이며이둘사이의상호작용에문제가생긴상태가바로‘우울증상태’라는것이다.즉생각하는전전두피질은느끼는변연계를조절하는책임을맡고있는데,전전두피질이그기능을제대로수행하지못하는것을‘우울증’으로정의내린다.
그렇다면,어떻게해야우울증에서벗어날수있을까.책은우리뇌회로들은우울증을만드는능력뿐아니라그것을극복할능력을동시에갖고있기때문에‘몇가지긍정적인감정만으로도충분히그과정에시동을걸수있다’고단언한다.즉우울증의하강나선을만드는뇌의신경가소성원리가바로,역설적이게도‘우울증의상승나선’을만드는바로그원리라는것이다.
생활이긍정적으로변하면신경도따라서긍정적으로변한다는것이밝혀졌다.더불어뇌의전기활동과화학적구성,심지어새뉴런을만드는능력까지달라진다.이렇게뇌가변하면뇌회로가다시조율되어또다른긍정적삶의변화로이어진다.예를들어운동을하면수면시뇌의전기활동에변화가일어나고,이는다시불안을줄이고기분을향상시켜운동할수있는에너지를더많이만들어낸다.이와유사하게고마운마음을표현하면세로토닌이생성되어이것이다시기분을좋게하고나쁜습관을떨치게도와주어고마워할일이더많이생긴다.어떤작은변화라도뇌가상승나선의시동을거는데필요한바로그힘이될수있다.-15쪽
할수있는일을이해하고,할수없는일을인정하는것부터
우울증의진행방향을바꿀여덟가지실질적방법까지
이책은크게두부분으로나뉜다.1부에서는뇌가우울증의하강나선에붙잡혀빠져나오지못하는이유를비롯해그와관련된뇌회로와화학물질을자세히설명한다.때로꽤전문적인용어가나오지만신경외과의사나신경과학전공자가아닌일반독자로충분히이해할수있도록쓰여있다.저자는1부에서‘변화시킬수있는것이무엇인지알고,변화시킬수없는것은인정하는일에초점을맞췄다’고밝힌다.
2부에서는생활에구체적인변화를줌으로써다양한뇌회로의활동을변화시켜우울증의진행방향을뒤집는법을설명한다.독자들은1부를통해‘이해와인정’을할수있었다면,2부를통해서는우울증해결에도움이되는여덟가지구체적인노력과방법을배울수있다.각각에한장씩할애해운동(5장),의사결정(6장),잠(7장),습관(8장),바이오피드백(9장),감사(10장),사회적지원(11장),전문적도움(12장)을다룬다.또한우울증이있든없든도움을얻을수있는유용한팁이책전체에고루포진해있다.
우울증은“딱끊고빠져나오기힘든”질병이다
경험자만이할수있는내밀하고섬세한조언
《우울할땐뇌과학》은지난2월26일부터3월2일까지열흘에걸쳐모바일네이버책문화판에사전연재됐다.사전연재는원고중극히일부를사전에독자들이읽어볼수있도록하는서비스다.국내에처음소개되는저자에,신경과학이라는다소‘난해한’도구를사용해우울증이라는다소‘무거운’주제를다룬이사전연재를읽은사람의수를모두합하면대략130,000명(10회통산).회당평균1만명이넘는사람이읽은셈이다.많이읽기만한것이아니다.회당댓글이많게는175개,적게는26개가달렸는데대부분“재밌다”,“내얘기같다”,“뇌과학이라고해서어려울줄알았는데쉽게읽힌다”,“혹시짜깁기한이야기지않을까의심했는데,기존책들과는확실히다르다”,“그동안들어온어떤위로나조언보다도움이많이된다”등호평이었다.
자칫난해하고무거울수있던이책이그야말로쉬운데다심지어재밌게읽히는가장큰이유는바로,이책을덮는순간까지저자가놓지않고견지하는태도와자세에있다.
이책의가장큰미덕은경미한혹은심각한우울증에시달려본사람만이알수있는섬세한묘사와통찰에있다.이는저자스스로걱정과불안과우울로치닫는부정적성향을바로잡는뇌의능력을매우자세하고절실하게경험한사람이기에가능했다.
저자는스스로의경험담을거침없이,그리고솔직하게털어놓는다.새로사귄친구를초대하기로한날,모든것이완벽하게굴러갈것같았는데요리를하려고도마를꺼내막채소를썰려던순간엉망진창이집이눈에들어온다.아직집에와본적없는친구들에게게으름뱅이로보이고싶지않다는생각이머리를스치고,청소를해야겠다고마음먹는다.그러나청소계획을세운지5초만에샤워를하고옷을갖춰입어야한다는사실을깨닫는다.요리를먼저시작할지,청소를할지,샤워를할지결정하지못한채시간이흐른다.결국제시간에모든준비를마치지못할까걱정하며20분을허비했고,약속시간보다15분늦게모든일을마친다.게다가정신이산만해져30분늦을거라는친구들의문자메시지를보지못한다.‘걱정이삶을어떻게방해하는지를보여주는한심한예’라는저자의긴박한이야기(2장,61~62쪽)는신경과학자의전문적이야기가아닌‘내이야기’로읽힌다.이책을먼저읽은서천석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는이책의이런효용에대해“정신과의사인자신에게도,그리고우울증으로고통받는분들에게도참좋은친구가될책”이라고치켜세웠다.
이책이다른우울증책과달리‘하나마나한소리’로읽히지않는또하나의이유는,우울증을벗어날수있는절대원칙이있다는‘거짓말’을하지않는다는데있다.저자는‘우울증을단숨에해결하는단하나의원칙은없다’고단언한다.대신작은해법수십가지가존재하는데,그중단하나만잘활용해도효과를볼수있다고조언한다.알쓸신잡뇌과학자로유명한장동선박사는“마음이아플때아픈이유를모르면더아프다”면서“뇌과학의힘을빌려불행의혹성을탈출하는데성공하길빈다”고추천했다.
좀긍정적인생각을하라는사람들의조언에대해서는“아마다들알고있겠지만,바로이말을하기위해300페이지를쓴책이수백권은나와있다”며“이런책은우울증에걸린사람들에게스스로고통을자초한다고비난을퍼붓는것과다를바없다”고꼬집는다.(90쪽)저자는이‘300페이지넘는책’에서우울은“그냥딱끊고빠져나올수있는”성질의것이아님을,우울증에서벗어날방법은수십가지이며그중자신에게맞는것은제각기다름을신경과학적으로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