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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릴있는이야기속에정신의학의정수가담겨있다”
제2차세계대전이후가장중요한사고실험
로젠한실험의숨겨진진실을찾아서
1969년2월,한남자가정신병원을찾았다.정신과의사는환자에게몇가지기본적인질문을한다.이름이뭡니까?당신은어디있습니까?오늘날짜가어떻게됩니까?대통령은누구죠?그는네가지질문모두에옳게답했다.데이비드루리,하버포드주립병원,1969년2월6일,리처드닉슨.
이제의사는그가듣는목소리에대해물었다.환자는목소리들이이렇게말한다고의사에게전했다.“비었어.안에아무것도없어.공허해.둔탁한소음이나.”의사가물었다.“목소리들을알아듣겠어요?”“아니오.”“남자목소린가요?여자목소린가요?”“항상남자예요.”“지금도들리나요?”“아니오.”“그들이진짜라고생각해요?”“전혀요.나는진짜가아니라고확신해요.그런데도어떻게할수가없어요.”
의사는진단이끝난후,그에게조현정동장애진단을내리고정신병동에입원시켰다.그런데문제가하나있다.데이비드루리는환청을듣지않는다.그의성은루리가아니다.사실,데이비드루리는존재하지않는사람이다.데이비드로젠한이꾸며낸가상의인물이자,악명높은로젠한실험의첫번째가짜환자이다.
지금으로부터약50년전,스탠퍼드대학의심리학자데이비드로젠한은정신의학역사상가장유명하고동시에가장큰논란거리가된실험을계획했다.자신을포함해정신질환병력이없는여덟명의정상인들을미국각지의정신병원으로보내의사들이가짜환자들을가려낼수있는지테스트한것이다.결과는충격적이었다.진료받은병원모두그들을정신병자로오진했고,평균20여일동안정신병동에수감시켰다.가짜환자들은병동내부의비윤리적인행태와부당한대우에노출되었고,꼼짝없이잘못된정신질환치료를받아야했다.
로젠한은실험을바탕으로논문「정신병원에서제정신으로지내기Onbeingsaneininsaneplaces」를발표했고,세계적인학술지〈사이언스〉에실리며엄청난파장을일으켰다.정신의학계의진단체계와치료법에대한근본적인회의가일어나면서,수십개의정신병원이문을닫았다.그와동시에정신의학계의가장오래되고중요한질문인“무엇이정상이고무엇이비정상인가?”논쟁에다시금불을붙였다.하지만겉으로드러난역사적사실들이모든것을얘기해주는것은아니다.정신의학을송두리째무너뜨린오진은어떻게일어났는가?실험후가짜환자들은어디로사라졌는가?데이비드로젠한은이실험을왜계획했으며,이는위대한사건인가추악한사기인가?
『가짜환자,로젠한실험미스터리』는이역사적실험의이면을추적한다.〈뉴욕포스트〉의베테랑기자이자,100만베스트셀러작가인수재나캐헐런은모든것이베일에가려진상황에서특유의조사력과문장력을바탕으로마치범인을쫓는형사처럼작은실마리들을붙잡고끈질기게답을추리해나간다.실험의역사적배경을살피는것은물론,수소문해서찾은로젠한의동료교수로부터건네받은로젠한의유품에서시작해서,생존한인물들과남아있는소수의자료를통해로젠한이실험을계획한동기와실험에참가했던가짜환자들의정체를드러낸다.지금껏알려진이야기로는바라볼수없는정신의학의얼굴을드러내며,아직걷히지않은정신의학에드리운거대한그늘을보여준다.
데이비드로젠한은왜이실험을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송두리째무너뜨린오진은어떻게일어났는가?
이충격적인실험은왜일어났고,어떻게가능했을까?저자는정신의학의역사를살펴보며근본적인원인을찾으며시작한다.인류는오랜시간광기의원인을찾으려노력했다.광기를신이내리는벌이라고주장했던초기종교와물질적인신체와완전히별개로서합리적이성이무너진부산물이라고주장한계몽주의사상을거쳐,19세기에들어서야광기는의학의대상이되었고‘정신의학’은탄생했다.이후카를베르니케,크레펠린등의정신의학자는정신질환의원인을뇌를비롯한생물학적원인에서찾으려했고,프로이트는유명한무의식이론을주장하며마음을분석하여원인을밝히려했다.하지만광기,즉정신이상의원인을찾는여정이악령과이성의문제에서,뇌와육체를거쳐,보이지않는무의식에이를때까지정신의학은어떠한과학적언어를가지지못했다.오직정신의학자들이주장하고합의하는것,그것이‘정신’을개념화했다.이과정에서회전의자,뇌엽절리술,허술한약물처방과같은끔찍한치료를시행했고,우생학과단종법,정신분석과극단적진단허무주의사이를크게오가며진단에서도치료에서도어떠한답을밝히지못했다.정신의학이어떻게판단하느냐에따라누구나정상에서추방당할수있었고,정신병원에수감되어잘못된치료를받는악순환이역사내내계속되었다.정신의학은과학적언어가없다는명백한한계에도불구하고우리의정신을판단하고좌우하는너무나크고중요한힘을가졌으며,그것을활용하는법을모르고있었다.
로젠한의실험은이런사회적의구심과함께계획되었다.“온전한정신과정신이상이존재한다면대체우리는그것을어떻게알까?”로젠한의이질문은정신이상은어떤객관적이고외적인진실로인해진단되는것이아닌,그저관찰자의눈에만모습을드러낸다는점을밝힌것이다.대학교수라는직함과〈사이언스〉라는명망높은학술지가과학적엄정함을뒷받침했고,1960~70년대당시거세게불었던반정신의학운동과광기에대한대중들의옹호는로젠한실험을무비판적으로수용하는데일조했다.그렇게로젠한은실험의여러‘치명적문제’가있음에도불구하고수월하게정신의학의심장에칼을꽂을수있었고,그에따른권위를얻었다.저자는로젠한실험의역사적배경을꼼꼼히살피며,실험이계획되고실행될수있었던근본적인이유,그리고사회에큰파장을일으키며정신의학안팎에서누구에게어떻게활용되었는지살펴본다.
실험후가짜환자들은어디로사라졌는가?
그렇다면겉으로드러난사실과로젠한실험의구체적모습은어떻게다를까?저자는로젠한과관련된자료와인물들을탐색하며,논문에기록되지않았거나의도적으로날조된로젠한이숨기려한가짜환자들의실태를찾아나선다.빌언더우드라는이름의가짜환자는로젠한에게제대로된준비를받지않은채정신병동에수감되었다.과도한약물치료에그대로노출되었고,전기충격요법을받을뻔했다.또한로젠한은빌과그의아내에게그를언제든지퇴원시킬수있는인신보호영장을준비했다고했지만거짓말이었다.빌은정신병원에도사린온갖위험에서어떠한안전도보장받지못했다.빌의아내는남편과면회후이렇게말했다.“내가언젠가박사학위를받을사람과결혼했다고생각했는데,자신의삶을통제하고모든것을통제하는사람이라고생각했는데,그런그가병약자처럼구는모습을보니,아무것도못하고아무런결정도내리지못하는상황을보니참기어려웠습니다.”정신병원수감경험은한사람을완전히바꿔놓은것이다.하지만로젠한은논문에서이런사실을모조리삭제했다.
또다른가짜환자해리랜도의경우그는아예기록에서삭제되었다.그가실험취지에어긋난결론을내렸기때문이다.해리는정신병원에서안정감을느꼈고,의료진및환자들과마음을나누었다.현실에서느낀불안감과소외감이오히려정신병원에서해소된것이다.동료들과진심으로고민을나눴고때로는리더노릇을하기도했다.해리는정신병원생활에만족했고이를보고했지만,정신의학을부정적으로묘사하는게목표였던로젠한은그의기록을누락했고,자신의입맛에맞는사실만가져와다른환자의기록에덧붙였다.
저자가밝히는가짜환자들의이야기는정신병원내부의모습,그리고정신의학의한계를생생하게들려준다.로젠한과가짜환자들이의사를상대로쓴속임수,과장된진술을조목조목살펴보며,로젠한실험에점철된날조와왜곡을흥미롭게펼쳐낸다.
로젠한실험은위대한사건인가추악한사기인가?
정신의학계안에서실험의방법론적결함을지적하며가짜연구임을고발한사람들이있었다.한의사는이렇게말했다.“만약에내가혈액한통을마시고는무슨짓을했는지감추고병원응급실에가서피를토한다면,그곳직원이어떻게행동할지빤히예측된다.그들이출혈성궤양이라고진단하고치료하면,의학이병을진단할줄모른다고내가설득력있게반론을펼수도있을것같다.”
컬럼비아대학교교수이자정신과의사인로버트스피처는로젠한실험의맹점을누구보다확실히파악했다.그는“먹을때는맛있지만나쁜뒷맛을남기는음식이있다.로젠한의연구가그렇다.논문이게재된〈사이언스〉의명성과넓은독자층에힘입어과학계는부글부글끓고있다”라고말하며,“과학행세를하는유사과학”으로취급했다.그는실험의방법부터용어사용까지모든측면을격파했다.그런데왜스피처는이를공론화하지않았을까?여기에도정신의학의본질적한계가연관되어있다.
로버트스피처는정신의학에서헌법과도같은위상을가진『정신질환의진단및통계편람』제3판의담당자였다.그는이3판개정으로정신의학을완전히바꾸는혁명적변화를시도한다.인간행동이면의동기를탐구한다는프로이트주의를몰아내고,기술적접근을바탕으로엄정한진단기준을마련하여진단에공통적인증상들을하나로묶으려시도했다.정신의학을더욱의학분야와‘비슷’하게보이도록만들고자한것이다.심장병,위암,당뇨병등을치료하듯의사들이정확히환자의병을판별하고공략할수있는진단기준을마련하려했다.
그런그에게로젠한실험은천운의기회였다.지금까지의정신의학은모두틀렸고싹바꿔야한다는메시지를도발적이고힘있게설득한것이다.스피처는로젠한실험의여러문제점은차지하고그가하나는제대로했는데바로“정신질환진단의신뢰성이라는심각한문제를인식한것”이그것이라고했다.그는실험이일으킨파장을동력으로삼아이문제를본인이해결하려한것이다.사회학자앤드루스컬은이렇게말했다.“역설적이게도스피처에게로젠한의연구와세상의이례적인관심은하늘이내려준만나였다.얼마전부터그가하려고준비해온일,즉정신의학이진단을내리는방식을개편하는일에결정적인자극이되었다.”다시말해로젠한의연구는스피처가목표를달성하는데도움이되었다.정신의학분야가‘존속’하기위해필요한철저한정비를그가서둘러야하는이유가되었다.그토록쓸모가많은것에어째서치명타를입힌다는말인가?
정신의학이과학의언어를가지고있지않다는점은로젠한실험의문제를알면서도드러내지도못할정도로정신의학이힘이없었음을드러내는증거이다.그렇다면로젠한실험이라는주사를맞은정신의학은엄정하고객관적인진단기준과치료법을얻었을까?『정신질환의진단및통계편람』은제5판까지개정되며수정에수정을더했지만아직도정신의학은정상과비정상을가릴과학적언어를가지고있지않다.저자는정신의학의과거,현재,미래를살펴보며로젠한실험이여전히드리우고있는그늘과정신의학이나아가는길을살펴본다.
“정신의학에우리의정신을맡길수있는가?”
우울증,공황장애,성인ADHD,조현병…
정신질환만연의시대에던지는도발적질문
정신의학은점점우리의삶과밀접해지고있다.정신과의문턱은갈수록낮아지는한편,뉴스에서는연일조현병관련범죄소식이들려오고있다.정신의학을알지못하면나자신에대해서도,사회의뇌관에대해서도이해할수없음은자명하다.지금우리는정신의학에대해얼마나알고있을까?어렵다는이유로,나와는다른세계이야기라는이유로거리를두고외면하고있는건아닐까?『로젠한실험,가짜환자미스터리』는독자들에게로젠한실험이라는중요하고흥미로운주제를통해정신의학의역사와핵심개념을재미있고부담없이접해보기를제안한다.
로젠한의실험은비록여러문제가있지만,정신의학에올바른문제를제기했다.“온전한정신과정신이상이존재한다면우리는그것을어떻게알까?”이질문은여전히풀리지않았다.정신의학은답을찾기위해노력하고있다.하지만이를그저맡기기만해도될까?정신의학은다른의학분야와결정적인점에서차이가있다.다른어떤분야도강제로치료하거나억지로사람을감금하지못한다.다른어떤분야도질병인식불능증(병에걸린사람이그사실을몰라서의사가어떻게언제개입해야할지까다로운결정을내려야하는상황)에정기적으로맞닥뜨려골머리를앓지않는다.정신의학은‘사람’에대해,우리의‘성격’,우리의‘믿음’,우리의‘도덕’에대해판단을내린다.정신의학은사회를비추는거울이자법관인셈이다.그렇기에우리는정신의학의이행보에적극적으로참여하여때로는돕고때로는의심해야한다.이를위해서는먼저정신의학의본질이무엇인지상을그려볼필요가있다.이책은그첫걸음을도와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