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과 죄책감(큰글자책) (감정론의 한 시도)

수치심과 죄책감(큰글자책) (감정론의 한 시도)

$49.00
Description
나는 나의 주체인가
수치와 죄의 감정에 대한 탐색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깊이 관련된다. 나는 수치심과 죄책감에 대해 깊이 분석할수록 매우 기이한 느낌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의 감정이 과연 어떤 의미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죄와 수치의 감정이 그 어떤 다른 감정들보다 더 인상적인 방식으로 우리 안에 존재하는 ‘타자’의 존재를 말해 주고 있음을 주장하려고 한다. _본문에서

오랫동안 서양철학의 주역은 이성이었다. 반면 감정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밀려나, 이론을 통해 일반화가 가능하지 않은, 그야말로 무정형의 사태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1세기에 이르러 감정론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심리학이나 영미철학의 약진 덕이다. 이 책은 여러 감정 중 수치심과 죄책감이 어떻게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지 심층 탐색한다. 근원적으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저자

임홍빈

고려대학교철학과교수.국제헤겔학회(베를린)학술자문위원이자국제그리스철학회(아테네)명예회장이다.

목차

감사의글4
나는왜수치심과죄책감을탐색하게되었는가9

1부죄책감의구조와유형
운명으로서의죄25
죄책감의역사성|자연과인간의거대한교환|‘오이디푸스’의운명과비극의탄생
비극적죄의문제51
비극적죄|‘신들의법’과‘인간의법’|법이지배하는세계란?
죄책감의계보론73
니체는왜정서의문제에주목했는가-기독교와유대교의정서론적비판|계보론과조상에대한죄책감|금욕주의의문제|약속과등가교환,잔인함의정서|‘생성의무죄’
죄와불안-죄의관점에서본‘불안의개념’117
키르케고르의유혹|죄와불안,자유|수치의불안과정신|원죄에대한해석|죄의문화와비기독교세계|실존의새로운지평들
죄와양심162
존재로부터의사유,정서와기분|불안과죄,양심|‘양심의부름’과실존

2부수치심의구조와유형
수치,그신체성과‘가면’179
간략하게살펴본수치의개념사|신체수치와성적충동|신체수치는규범의식의발생적기원인가|수치에대한셸러의인간학적이해
사회적감정으로서의수치221
수치심은사회적감정인가|사회적수치와신체수치,자긍심|사르트르의타자존재|남은문제들
수치문화,죄의문화265
수치문화,죄의문화-무엇이문제인가|비교문화론적시각의한계
문명화의과정은수치감정을강화했는가-엘리아스와뒤르의논쟁288
정서와감정의통제,문명화의과정|‘정서경제’의근대화과정|새로운쟁점들

3부정서의경제,감정의문법
정서의경제317
자연주의와인지주의329
정서론과역사적인간학340
사건으로서의인간존재-정서론의관점에서|무의정서와의지
비극적인식,사라진세계에대한하나의고찰354
내안의타자367
참고문헌381주395
찾아보기437

출판사 서평

여러가면을통해변형되는수치심

저자는감정역시일정한질서와원리에의해형성되고설명될수있다고전제한다.그렇다면왜유독수치심과죄책감에천착한것일까.이두감정은인간이란존재의정체성을이해할수있도록해주는일종의탐침이자단서이기때문이다.다른감정들보다더인상적인방식으로우리안에존재하는‘타자’의존재를말해준다.‘자기안의타자’를지각하고체험한다는것은수치와죄의감정이근본적인의미에서‘사회적감정’임을가리킨다.여기서사회적이란말은수치와죄의감정자체가형성되는과정에서이미항상사회성이구성적인계기임을의미한다.따라서이감정들은‘내안의타자’가실재하며,이는언어이전의사태로체험된다.인간이사회적존재라는사실은이미잘알려져있지만,사회적감

정들역시근본적인의미에서자아와타자,자아와세계에대한이해의차이에의해발생한다는사실은잘알려져있지않다.그런점에서이책은유의미하다.
인간의내면세계는정해진극본이없는‘연극’무대와같다.그런데자아라는이름의이무대에서정작자아자신은항상주연배우나감독의지위를유지할수없다.특히수치심에휩싸이는경우,자아는총체적혼돈속에서불안에휩싸인다.자아가관찰자이자동시에배우로도참여하는내면의극장에서정서와감정의흐름은인지적판단에의해‘생각한대로’통제되지못한다.수치심은자아의태도나얼굴표정등에서는자취를감추지만,그것은방어적인형태로변형되기도한다.
이같은감정의변환은자아의무대에서진행되는연극이종종가면극의양상을보인다는것을말해준다.그러나여기서간과할수없는사실은이연극에서자아가주역을맡지않는다는것이다.수치와죄의감정은더근본적인정서들의심층적인기제들을전제하지만그기제의작동은항상사회적상호작용속에서가능하다.‘수치에대한수치’역시사회적상호작용에의해자아의내부에서감정(느낌)의감정(느낌)에대한관계가형성될수있음을가리킨다.수치는‘여러형태의가면’을통해서변형된다.수치감정이노이로제와나르시시즘그리고우울증과관련있는반면에죄의감정은편집증과관련있다는정신병리학의관점은자아와마음의세계에대한통합적인인식이필요함을부각한다.

고대세계관에서발견되는죄의식원형

죄책감하면바로기독교를떠올리기쉽지만,죄의식원형이기독교는아니다.죄는도덕적타락이나인격적인절대자의명령에대한거부가아닌‘전체로부터의분리’,‘삶과죽음’의영원한교환과같은유형의더오래된고대의세계관들에서도발견되기때문이다.여기서다른생명체들의죽음과새로운생명의탄생은긴밀하게얽혀있고,이는자연과인간의물질교환의필연적과정으로도해석된다.따라서번제(燔祭)와희생의식,조상신의숭배등은존재의평형상태를회복하는상징적교환의의미를동시에지니는데,이점에서모든생명은죽음으로부터주어진선물이기도하다.달리말하면생명은“죽음으로부터탄생한사건”이기도하다.
기독교문화권에서죄의감정은역사적으로‘존재론적죄(ontologicalguilt)’의관념에서개인들의일탈행동의결과에대한책임의문제를중심으로재해석된다.‘개인적인죄(individualguilt)’의관념은근대적인삶의구체적조건들과상응한다.이과정은단순히의미론적인재구성의결과가아닌삶의경험적조건들,예를들어공동체의규모,인륜적

관습과도덕,법등의규범체계들이분화되는과정으로이해될수있다.이일련의과정이근대성의원리가확산되는과정과동일하다고간주할수있다.
그러나근대이후,특히개별자들로파편화된세계에서그리고이들을묶어주는공통의정체성이법의평등성과최소한의도덕규범만으로형식적인수준에서유지되는한에서,동서양을막론하고현대자체는통일적인규범체계의해체과정을전제한다.이는간단히말해서인륜적정신의실체성에대한공통의규범의식이결여된상태를반영한다.그러므로죄의관념이나운명의필연등은이제역사의기억으로만남게되었다.

이처럼우리가‘자연적인’본성의일환으로이해하고있는심리적인현상인감정들은사실은복잡한질서들에의해구축된것이다.감정론은단순한이론적분석을넘어서삶자체의성찰,특히정서적자기계몽의가능성을열어준다는점에서중요하다.정서와감정의철학은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보편적인물음을해명할수있는하나의탁월한가능성이기때문이다.자신의삶과행위,사회적존재양식을종래와는다른방식으로변화시킬수있다.그것은더자유롭고건강한자기이해에도달할수있는가능성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