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속에 산다 : 발달장애로 살아가는 일의 감각적 탐구

우리는 물속에 산다 : 발달장애로 살아가는 일의 감각적 탐구

$18.33
Description
마흔 살에 자폐를 진단받은 대학교수
ADHD까지 덤으로 따라와 충격에 휩싸인 그는
직장을 휴직하고 자기탐구에 빠져들었다
여기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교토대학에서 공생문명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전공을 바꿔 독일 문학, 유럽 사상, 비교문화 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 자리를 얻어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느닷없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진단받았다. 2019년 그의 나이 마흔 살이 되던 해다. ADHD를 먼저 진단받았다가 곧 자폐스펙트럼장애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의 ASD는 해리형이다. 그것은 자아가 “기체처럼 또는 입자처럼 주위로 흩어지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감각의 홍수” 상태에 있게 되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기 앞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는 자연 상태, 즉 “바다, 옥상 위, 절벽 위”를 찾아다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해리형 ASD는 가면을 쓴 인격으로서 ‘상상 속 친구’를 갖게 되고 “민낯이 드러나지 않는 가면을 쓰고 베일을 둘러 완전히 변신한 코스튬 플레이어 같은 존재”를 매일매일 체현한다. 하지만 저자는 회피와 보호에만 머물지 않고 매우 독특한 결심을 하게 된다. 과연 자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자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설명해보고 싶어졌다. 물속 감각, 흩어지는 느낌, 외부로부터 마구 공격받는 느낌, 골이 흔들리는 등의 이런 모든 감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선택한 것은 문학적 표현과 문화인류학적 인식 도구다. 이 둘을 무기 삼아 양손에 쥐고 그는 과감히 자폐의 감각세계에 뛰어들었다.

“이 책은 ‘시처럼’ ‘논문적인’ ‘소설풍의’라는 세 가지 형식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나라는 사람의 체험적 세계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이른바 발달장애인이다. 내 ‘동료’ 중 대다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것이야말로 ‘뇌의 다양성’이므로.”(책머리)
저자

요코미치마코토

교토부립대학문학부서양어문화학과준교수.1979년오사카출생으로,마흔살에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진단받은후본격적으로자기탐구작업을시작했다.현재발달장애동료들과의자조모임,발달장애당사자연구모임을이끌고있다.이책은문학과예술로자신을치유한기록이자당사자연구모임의결과물이다.저자는이책에서조각나있던자기삶의진실을발굴해하나하나맞춰가는과정을적나라할정도로솔직하게밝힌다.사회가정상과비정상을나누는기준에대해의문을제기하며신경다양성을살아간다는것은무엇인가에대한담론을제공한다.이책은저자의첫단독저서이며,이후활발한집필활동을이어가고있다.

교토대대학원인간·환경학연구과공생문명학전공박사과정중퇴후전공을바꿔독일문학,유럽사상,비교문화등을연구해박사학위를취득했다.저서로는『발달인근통신:우리는장애와신경다양성을살고있습니다』『이스탄불에서파랑에탐닉하다:발달장애인의세계유람기』『하나가되지않는다:발달장애인이섹스에대해말하는것』『어느대학교원의일상과비일상』『누가간다!당사자연구와오픈다이얼로그분투기』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장시詩처럼

신경다양성|수중세계|‘에스es’의권역|식물|우주|오감|불가사의한통일체|동물|타자|축복|저주|의존증|트라우마케어|젠더와섹슈얼리티|죽음|의료,복지,자조모임|문학과예술|언어|미래

2장논문적인

1.신경다양성
바야흐로사회모델의시대|ASD와ADHD의하이브리드|의학적설명이내분신은아니다|앞서간이들에게감사를|과일샐러드|당사자연구를합니다

2.수중세계
현실과상상이서로침윤하는시공간|명료함을안겨주는문학과예술|둥둥떠있는|너무나아름다운물속의악몽|삼투압을느끼다

3.‘에스es’의권역
실행기능장애1|마법의세계|실행기능장애2|주의력결핍|실행기능장애3|교통사고|비인칭주어‘에스’와마주하다

4.식물
수중세계를초월한순수수와푸른색|온수욕과냉수욕을번갈아서|식물예찬|투명화(광합성)|투명화의공포와쾌락|엘리제정원을방문할때

5.우주
플라네타리움에살다|우주의고독을느끼다|자폐인은외계생명체?|흩어지는몸|연약한화성인처럼|오컬트의덫|뇌의다양성은‘새로운인간’을목적하지않는다|밤의거리에서

6.오감
감각의이모저모1|청각정보처리장애|감각의이모저모2|감각합일에대한갈망|반향어

7.불가사의한통일체
ASD와ADHD의외재화|친애하는괴물들|‘강박’의내적정합성|강박행동과과잉행동|내가걸을때벌어지는일|용량이터질듯한|정리와청소|건망증,분실,미아

8.동물
움직이는동물원|유형성숙|꿈,깨지기도하는

9.타자
기괴한용모|독특한원근감|얼굴엔그저무심한|보다,보여지다|상상력장애?|잡담생존자들|키메라현상|위장(정형발달인척하는자아)|왕따또는집단따돌림|절교는신중하게|우리는공감능력이없는사람들?|부패의제왕|사이버불링

10.축복
입신상태|깊이생각하지말것(훌쩍훌쩍모드)|특권적순간이남기는강렬한그림자|과잉적응|작은과집중과큰과집중

11.저주
지옥행타임머신|소년기의종교체험|절망|어덜트칠드런

12.의존증
중독에사로잡히다|과식|알코올의존|자해

13.트라우마케어
강박행동이치유한다|나만의규칙에의지하다|빛과소리가구원하다|자력구제로서의수집|심리적외상후성장|세련된트라우마의치유력|트라우마를넘어서다가오다|꿈

14.젠더와섹슈얼리티
남성뇌와여성뇌?|남성성과여성성|모호한성|뒤섞이는남성과여성의의식|또다시식물|결혼희망

15.죽음
종교적세계관에대한복잡한감정|죽어가는시인에게서기운을얻다|다른공간또는지수화풍|영원의순간

16.의료,복지,자조모임
의료의한계|생활돌봄을받다|자조모임|다시한번당사자연구에대하여|오픈다이얼로그와당사자연구|법의역할,당사자연구의역할

17.문학과예술
회수시스템을여는문학과예술|문학과예술을통한마음챙김|다중스티그마|『편의점인간』

18.언어
언어마니아의언어둔마|소수파의언어양태|안팎이없는|이책의구상과정|자폐인의상호텍스트성

19.미래
꿈의DSM-10|모두가다양성을살고있다|영재와지적장애|‘뇌의다양성’,이상적인현실을위하여

3장소설풍의

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발달일원이경험하는낯설고도놀라운세상

ASD는사회적의사소통에어려움을겪는장애이고,ADHD는주의력이부족해산만하며과다활동및충동성을보이는장애다.하지만이런단순한정의를넘어이들의감각속으로더깊이들어가보자.

ASD인들은흔히감각과민(혹은감각둔마)을겪는다.첫째,시각우위에있어시각정보를민감하게받아들인다.선글라스가이들에게도움이되는이유다.둘째,청각과민역시거의모든ASD인에게공통적으로나타난다.귀에거슬리는소리에계속노출되면이들은지금자신이어디에있는지모르게될정도다.셋째,촉각과민이있어옷등이피부에닿는것을불쾌해한다.넷째,후각도민감(둔감)하다.다섯째,동일성에의집착으로미각은늘같은음식을요구한다.너무다양한맛이한꺼번에느껴지면신체가여러개로분리되는느낌을받기때문이다.

인간관계면에서는어떨까.ASD인이가장스트레스를받는것은상대방과눈을맞추는일이다(학교에서선생님은눈을보고말하라며혼내는데,이는발달일원이갖는시선공포를모르는것이다).그래서이들은대개사회성이부족하다고평가받는다.이들의뇌는타인을인식하는경로가다르다.거울신경의기능이약해웃어야할때웃지않고,웃지말아야하는상황에서미소를짓곤한다.특히아스퍼거증후군이있는이들은잡담에서툴러상대가한말을그대로따라하거나아니면잡담을진지하게연구한다.

ASD인들은흔히‘보통사람’인척하는데,그렇지않으면타인과의의사소통이매우어렵기때문이다.그래서종종따돌림의표적이되고,스스로도친구에게절교선언을자주한다.저자는ASD인의공감능력이떨어진다는세간의평에대해‘정상인’의“독단적인시선”이라고못박는다.ASD인이몸을흔들때정형발달인이그행동의의미를추측하지못하는것이나,정형발달인의말과행동을보고ASD인이의도를파악하지못하는것은마찬가지일따름이다.

ADHD인들은중독에빠지기쉽다.저자에게는과식하는습관이있는데,이는ADHD의충동성에서촉발되지만특정음식에집착하는면은ASD에서비롯되는듯하다.미국의한조사에따르면ADHD인의15.2퍼센트가알코올의존을포함한물질사용장애를겪고있다.저자역시알코올의존증이있어자조모임에서도움을받았다.

한편ASD인은규칙을좋아하며대부분강박을갖고있다.저자는병적증상으로인식되기쉬운이런특성이역설적으로트라우마치유에도움을준다고말한다.예컨대그는과민한감각을역이용해감각을완전히포화시킴으로써자꾸만과거로되돌아가는플래시백을막는다.뿐만아니라강박에서비롯된수집벽은자신만의규칙을충족시키는수단이다.이들은눈에보이는사물은물론이고지식수집욕도높아서이를테면저자에게는외국어를학습하는취미가있다.저자는자신이이런특성덕분에치유되고성장했다고본다.

‘뇌의다양성을살아가는존재’

그는자신을‘발달장애인’이라부르는사회에맞선다.그래서정상인을‘정형발달인’이라고쳐부르고,자신처럼장애인은‘뇌의다양성neurodiversity을살아가는존재’라고일컫는다.그는장애의원인이환경에있다고여겨‘사회모델’을지지한다.이는의학모델이장애의발생원인을개인에게서찾는것의대척점에서있다(그는DSM-5의진단기준에일반인의독단적인시선이배어있다고본다).예컨대시각장애인이사회의지원을받아사는데아무어려움을못느낀다면,그는‘눈이보이지않을뿐인정상인’이된다.

‘그’는이책의저자요코미치마코토다.마코토는발달(장애인)일원과자조모임을열고,자신을연구대상으로삼아글을쓴다.즉이책은당사자연구의귀한사례로서,투명하리만큼스스로를다내보인다.마코토는자신이겪는불편함의구조와전체체계를더깊이통찰함으로써삶에서겪는어려움을누그러뜨리려고노력한다.

마코토는매우독특한존재여서읽는이의시선을단번에잡아끈다.그는세심하고예민하며,관심의폭은깊고도좁다.이런특징은자폐인인데서비롯되었을수도있고아닐수도있다.그는설렁설렁하거나관대하기도하지만,변덕을부리거나무리하게일을벌이기도한다.이런특징은ADHD인것과관계있을수도있고,없을수도있다.그는운동신경이없고손끝이야무지지못하다는말을평생들어왔다.밥먹을때는초예민한미각때문에똑같은메뉴를반복해서먹는다(가령종류만바꿔매끼카레만먹기).자신의몸을통합적으로제어하는것이힘들어걸을때‘오른쪽,왼쪽’하고혼잣말하면서발을내딛기도한다.

이젠그의탁월한점을보자.마코토는언어습득능력이뛰어나다.그는자기만의언어를모국어로삼고,제1외국어는표준일본어,제2외국어는오사카사투리다.나아가영어,독일어,스페인어에능숙하고,프랑스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아이슬란드어,라틴어,고전그리스어,러시아어,중국어,한국어도배웠다.과집중할때발휘되는능력덕분에문학박사학위까지땄고,종종번역도한다.문학과예술은그가자기의식을정돈하고더깊은세계로들어가는밑거름이된다.

마코토는“발달장애의특성이인격에영향을미치긴하나인격과동일시하지않는것이좋다”고말한다.자기제어가잘안되는면을인격으로받아들이면자기혐오에빠질수밖에없기때문이다.“나는내부에ASD군과ADHD양을키우고있는데걔들은귀엽지만뭔가애를먹이네”라고다독이면건강하게살수있다.

이책은정형발달인에게는뇌의다양성의세계를드넓게펼쳐보여주고,발달일원에게는용기와공감대를불어넣는다.수많은당사자연구와신경다양성연구를포괄할뿐아니라저자가이끌고있는자조모임의연구결과를바탕으로한유일무이의자기해부기록이다.이책엔여러문학작품이인용되어있어흥미롭고,저자의경험은에세이와소설,시로써예술의영역으로옮겨간다.

트라우마,진단,자조모임,휴직과복직…

마코토는초등학생때부터고등학생때까지9년동안학교에서따돌림을당했다.이런일을겪었지만그는오히려“그9년동안자살하지않은것은나의큰자부심”이라고말한다.연구에따르면,자폐인의수명은평균보다18년짧고,지적장애와특정학습장애를함께지니고있으면30년이더짧다고한다.많은자폐인은마흔살이되기전에죽는데,이는사회적·문화적압박때문이다.저자는“스스로목숨을끊는동료들을구하기위해서라도사회에서신경다양성이라는개념을널리이해해주고사회의지원을늘려주길바란다”.

마코토는현재리스페리돈,아토목세틴,설트랄린(우울증이나공황장애,PTSD등에처방)을복용하고있다.또그가사는교토에서발달장애자조모임‘달과지구’,장애인과소수자중심의당사자연구회‘우주생활’을운영하고있다.때로는발달장애인,어덜트칠드런,LGBTQ+,‘종교2세신자’를위한당사자연구회를열거나발달장애인이모여문학·예술에대해말하는모임,자폐인에게쾌적한시간과공간을탐구하는연구회,‘미니오픈다이얼로그’모임도갖고있다.하지만신경다양성개념이사회에뿌리내릴수있도록하려면당사자연구만으로는부족하며,사회가바뀌어야한다.

저자가발달장애진단을받은것은2019년4월이다.자기자신을의심하며그수수께끼를풀기위해대학을휴직한뒤‘발달장애진단’을받았다.하지만진단받고1년이지나도문제가근본적으로해결되지않아암담함을느꼈다.이때교토장애인직업센터에복직을위한리워크지원사업이있어인지행동치료를받고발달장애동료들과긴시간을보내면서회복의계기를마련했다.이후코로나19가유행해많은자조모임이온라인으로옮겨가면서‘사카이발달친구의모임’을알게됐고,이로부터‘달과지구’라는모임을발족할수있었다.이런모임을통해저자는이책의1,2장의바탕이된논문을썼고,2020년10월ASD/ADHD진단을받은지1년반만에대학으로복직하게되었다.

저자는자폐,조현병,성격장애등뇌신경의차이로인해발생하는다름을‘신경다양성’으로포섭하고자끊임없이노력한다.반면국내에신경다양성을본격적으로다룬책은드물어이책은좋은참조점이될수있다.

21세기초반에신경다양성운동에서화제가된웹사이트에서는아스퍼거장애인의반대선상에있는정형발달인을다음과같이희화화했다.“정형발달증후군은뇌생리학상의장애로서사회문제에대한몰두,우월성망상,동조에대한강박관념으로특징지어진다.정형발달인은종종그들의세계경험이유일한것이거나유일한해답이라고생각한다.정형발달인은혼자있는것을어려워한다.정형발달인은종종타인의섬세한차이처럼보이는것에관용적이지않다.정형발달인은집단내에서는사회성이나행동이경직되고자주기능부전또는파괴적인행동을하며,나아가있을수없는형식에도집착하는데,이는집단의정체성을유지하기위한것이다.”

거듭말하지만,발달장애인의특성은그자체로는‘장애’가되지않는다.이들은정형발달인과다른발달특성을갖고있을뿐이며,그것이‘정상인’의속도로만들어진사회환경과마찰을일으킴으로써‘장애인’이되어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