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댄 모든 것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우리가 기댄 모든 것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18.80
Description
술, 담배, 약물, 게임, SNS... 왜 끊지 못할까?
우리의 중독에는 이면이 있다!
중독과 회복을 마주하는 가장 인간적인 대화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가 의존증(중독)을 주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이다. 일본 의존증 치료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 도시히코와 절도, 성(性), 과식, 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 편력과 발달장애를 안고서도 자신을 놓지 않은 문학 연구자 요코미치 마코토가 의사-환자의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부끄러울 수 있는 본인들의 과거사, 트라우마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며 의존증과 그 주변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중독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경감’으로 바라본다. 또한 중독 자체를 근절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2차적 폐해를 줄이는 ‘위해성 감소(harm reduction)’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술, 담배, 마약, 도박 같은 전통적인 대상뿐 아니라 게임, 쇼핑, SNS 등 우리의 일상까지 파고든 ‘끊을 수 없는 것들’을 임상적·사회적·철학적 맥락 속에서 다뤄 중독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주는 책이다. 의존증을 병리적 낙인 대신, 인간의 삶과 관계를 비추는 거울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준다. 두 저자가 도박 중독 전문가와 나눈 정담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저자

마쓰모토도시히코,요코미치마코토

저자:마쓰모토도시히코
정신과전문의.1967년가나가와현에서태어났다.1993년사가의과대학을졸업하고가나가와현립정신의료센터,요코하마시립대학부속병원정신과,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정신보건연구소사법정신의학연구부등에서근무했다.2015년부터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정신보건연구소약물의존연구부부장을맡고있으며,2017년부터같은센터병원내약물의존증센터센터장으로활동하고있다.지은책으로《나를상처입힐수밖에없어》《‘죽고싶다’는말을들으면》《살아남기위해필요한고통》(다다서재,2022)《어느날내가중독에빠진다면》(우리학교,2023)《SMARPP-24물질사용장애치료프로그램》(신일서적,2023)등이있다.정신과치료학우수논문상(2006),범죄학회학술장려상(2011),알코올의존증의학회야나기타도모지상(2017)등을수상하였으며,《살아남기위해필요한고통》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2022)을수상했다.

저자;요코미치마코토
교토부립대학문학부준교수.1979년오사카시에서태어났다.교토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전공은문학,당사자연구이다.40세에자폐스펙트럼장애와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진단을받고본격적으로자기탐구를하며비슷한환자들과의자조모임,당사자연구모임등에힘을기울이고있다.지은책으로《우리는물속에산다》(글항아리,2023)《유이가간다!》《이스탄불에서파랑에빠지다》《발달장애아이들의학습,학교생활,마음의케어》《하나가되지않는다》《해리와중독》등이,편저한책으로《모두의종교2세문제》《신앙에서해방되지않은아이들》등이있다.

역자:송태욱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도쿄외국어대학교연구원을지냈고,현재연세대학교에서강의하며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고레에다히로카즈의《구름은대답하지않았다》,마쓰이에마사시의《우리는모두집으로돌아간다》,미야모토테루의《환상의빛》《금수》,시오노나나미의《십자군이야기》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지은책으로《르네상스인김승옥》(공저)이있다.나쓰메소세키전집번역으로제57회한국출판문화상번역상을받았다.

목차

여는글·마쓰모토도시히코

1.헤이,도시!(요코미치마코토,2023년4월7일)
마코토의의존편력―절도,섹스,과식그리고술|‘왜그런지나만잘안된다’|의존증전문의사와의만남

2.헤이,마코토(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4월9일)
의지와무관한인사발령과의존증자조모임과의만남|의존증이란무엇인가?―‘의존’과‘의존증’의차이|사람은왜의존증에빠지는가?―자기치료가설

3.자조모임과지옥으로가는타임머신(요코미치마코토,2023년5월2일)
익명의알코올중독자들(AA)과의만남|‘종교2세’의트라우마와자조모임의종교색

4.“안돼,절대안돼”보다는‘회복커뮤니티’(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5월5일)
자조모임에대한의사의열등감|자조모임의종교색논란의유래|젤리넥곡선에대한의심|“안돼,절대안돼”로는효과가없다|금주보다는‘회복커뮤니티’

5.무력함의수용과회복커뮤니티(요코미치마코토,2023년5월6일)
무력함의수용과남자다움이라는병|자조모임의활동―당사자연구와오픈다이얼로그

6.한참뒤처진의존증임상(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5월7일)
도처에있는회복커뮤니티|자조모임내위계구조와‘준비된당사자’문제|위해성감소란무엇인가|회복커뮤니티에필요한것

7.당사자이미지의복잡성과새로운자조모임을찾아서(요코미치마코토,2023년5월31일)
미화할수없는당사자들|중독과잘지내는법|정신질환의동반이환과의존증

8.‘힘들게하는사람’은‘힘들어하는사람’―자기치료와중복장애(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6월10일)
약물의존증과발달장애|ADHD는어디까지치료해야할까|‘자기치료’는도처에있다|치료와지원의틈새|‘힘들게하는사람’은‘힘들어하는사람’

9.헤이,도시(다시)(요코미치마코토,2023년6월23일)
마코토의중복장애와자기치료|의존증과정상적의존의경계

10.왜사람은뭔가에빠지는가?(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7월19일)
다시한번‘의존증의본질은무엇인가’의문제|물질보다는행위가중요하다|누구나의존증의맹아를갖고있다|놀이의중독성과치료적기능|의존증의약물요법에서보이는것들

11.신사숙녀로서도파민을즐기는방법(요코미치마코토,2023년7월20일)
물질의존과행위중독|즉각적인보상과관계맺는방법의모색|약과자조모임

12.대마초,소년의성피해,남자다움이라는병(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9월5일)
대마초사건보도에대한분노|자니즈문제와각성제|남자다움실격자·낙오자로서|타인을멀리하기위한담배

13.자기노출에대한장벽과상담할수없는병(요코미치마코토,2023년9월25일)
‘생산성’있는활동에대한의존|국제적관점에서본일본의문제|자신을온전히드러낸도시에게경례|상담할수없는병

14.평범한상담,도요코키즈가모이는장소(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10월18일)
‘평범한상담’을할수없었던약물의존증치료|시판약남용―정신과의사의승산없는싸움|규제와위협으로는안된다|환각제,신화,새로운커뮤니티

15.의존증과공동체,동료네트워크에대한기대(요코미치마코토,2023년10월21일)
정신분석에대한생각|몰입상태와공동체|마코토가복용하는여러가지약|신고보다는회복|우라카와베델의집―“손을움직이기보다입을움직여라”

16.의존증가족지원과너무강하지않은관계(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12월1일)
연결을다시생각하다|고립되는의존자가족|가족지원의중요성과과제|‘손을놓다’,‘관계를끊다’이외의선택지|주치의는누구편인가|유대는중요하지만……

17.의존증을일으키는것은트라우마?ADHD?아니면?(요코미치마코토,2023년12월3일)
몰입체험,중독,이야기|당사자지원은가족지원에서부터|죽고싶다는생각과중독

18.중독과죽음을응시하며(마쓰모토도시히코,2023년12월28일)
고립과자살|중독과죽음은표리일체|중독은회복의시작|이야기의재가동에필요한것

특별정담
도박중독문제를생각하다(게스트:다나카노리코,2024년4월30일)
도박중독의현재|치유의장이된경정장|마코토가도박에빠지지않은이유|도박중독에빠진사람은일을잘할수있을까?|당사자는좀처럼알아차릴수없다|자인과회복|앞으로의의존증대책|도박중독자가족에대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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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술,담배,약물,게임,도박,SNS...왜끊지못할까?
우리의중독에는이면이있다!
중독과회복을마주하는가장인간적인대화

★권준수(서울대의대명예교수),리단(작가),도하타가이토(작가)추천

물질이나행위에병적으로탐닉하거나의존해그것없이는견디지못하는상태를뜻하는의존증(중독).최근들어의존증의대상은넓어지고,그연령은낮아졌다.술,담배,마약,도박뿐아니라성(性),게임,SNS,숏폼,쇼핑,성형,운동,음식까지,이제중독은일상곳곳을잠식하며현대인에게가장친숙한병이자사회적현상이되었다.중독자의저연령화현상도뚜렷하다.스마트폰,마약,도박에빠진청소년은늘고있지만,상담이나치료로이어지는경우는드물다.우리는왜중독되는걸까?중독은단지의지가약한탓에빠지는것이고,끊으면해결되는문제일까?이문제를어떻게바라보아야할까?
이물음들에진솔한대화로답하는책이있다.《우리가기댄모든것》은술을끊지못하는문학연구자와담배를끊지못하는정신과의사가의존증을주제로주고받은편지를묶은책이다.일본의존증치료계에서가장권위있는정신과의사마쓰모토도시히코,그리고절도,성(性),과식,알코올등다양한중독편력과발달장애를안고서도자신을놓지않은문학연구자요코미치마코토가부끄러울수있는본인들의과거사와속내,트라우마까지드러내며의존증의심연으로들어가중독과회복에얽힌‘진짜이야기’를전한다.

당사자의경험앞에서뒤집어지는중독에대한가벼운이해와편견
현대인에게가장친숙한병,중독에관한지독히도솔직한이야기
이서신교환집이탄생한계기가흥미롭다.일본의편집자가당시담당하고있던다른책에실을원고를청탁하고자요코미치마코토에게연락을했는데,그는대낮에편집자와처음만나는자리인데도술병을들고나타났다.이후에도공적인자리에서술을마시는모습을여러차례목격한편집자는일본의존증치료계의최고권위자마쓰모토도시히코와의서신교환연재를기획했는데,그연재의결과물이바로이책이다.중독관련‘당사자’의목소리는대부분이미의료인의영역으로돌아선‘준비된당사자’인경우가많다.그런점에서“담배를끊을수없고끊고싶은생각도없는”정신과의사와“18세부터40대중반인지금까지술을마시지않은날이총30일도안되는”문학연구자가나눈이편지들은쉽게들을수없는‘현장의목소리’를담고있다.책은이렇게‘진짜당사자’의솔직한이야기로중독에대한사람들의피상적이고가벼운이해와편견을뒤집는다.
예를들어,약물의존증과관련하여자주언급되는‘쥐공원실험’이있다.우리에갇혀고독하게지내는쥐는마약에중독되고,동료들과어울려놀며지내는쥐들은마약을거들떠보지도않았다는실험이다.이실험은약물자체의중독성보다는사회적관계가더중요한중독요인임을드러내며널리알려졌다.그런데도시히코는이연구를접한환자의가족들은또다른심정에빠질수있다고지적한다.문제의원인을가족들이당사자를고립시켰기때문이라고오해하며죄책감에빠질수있다는것이다.또한,표준화된익명계열의자조모임에서강조하는‘무력감수용’이나‘종교색’에강한거부감을느끼는사람도있을수있다고이야기한다.의존증환자모두에게효과가있는표준적인치료방식이란존재하지않으며어떤치료법이본인에게맞지않다고해서회복할수없는것도아니라고강조한다.책은이밖에도시판약(일반의약품)과다복용,의존증과함께나타날수있는ADHD등동반이환(comorbidity)문제등을다루고있어,의존증을입체적이고다층적으로이해할수있다.

사람은왜무엇인가에빠지는가
중독의본질은‘쾌락추구’아닌‘고통경감’
문학연구자요코미치마코토가보내는첫편지부터강렬하다.그는자신을‘의존증환자’라소개하며초등학교시절의병적도벽부터시작된자신의중독편력을펼쳐놓는다.강박적자위를비롯한성(性)중독,평생을경도비만으로이끈과식,그리고성인이된후지금까지끊지못한알코올까지.또그는마흔에서야자폐스펙트럼장애와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진단을받은발달장애인이기도하다.이어서‘종교2세’로서겪은끔찍한트라우마까지가감없이드러내며“고통에서벗어나려할때마다의존증문제가늘가까이있었다”고고백한다.인간은대개쉽게싫증을내는데,왜어떤사람들은일상과건강,관계를무너뜨리면서까지특정물질이나행위에집착하는것일까?
정신과의사마쓰모토도시히코는이에대한답으로‘자기치료가설’을내놓는다.의존증의본질은‘쾌락추구’에있지않고,‘고통경감’에있으며,의존증은장기적으로사람을죽음에이르게할수있지만,아이러니하게도단기적으로는‘죽고싶을만큼고통스러운지금’을일시적으로견디는데도움이된다는것이다.발모광(털뽑기장애)이나손목을긋는자해와같은,언뜻보기에쾌감이나취기와는거리가먼행위도현실의고통에서일시적으로의식을돌리는데도움이된다면빠져들수있다고지적한다.이런맥락에서의존증의맹아는누구에게나있으며,의존증이나자해는곧바로죽음을택하는것보다는훨씬나은선택이니‘중독은회복의시작’이라고까지말한다.우선살아남아야회복도가능하기때문이다.

“사람은이전에경험해보지못한아찔한쾌감을얻으려약물에빠지는것이아니라,오래전부터겪어온고통이그약물로인해일시적으로사라지거나약해지기때문에빠지는것입니다.쾌감이라면질리겠지만,고통의완화는질리지않습니다.오히려내가나로존재하기위해서라도그고통의완화를놓을수없게되겠지요.”(37쪽)

소중한사람이중독에빠졌다면어떻게해야할까?
“안돼,절대안돼”보다는‘회복공동체’
바람직한지원과회복은구체적으로어떤모습일까?마쓰모토도시히코는“회복이란단순히술이나약물을끊는데그치지않고,있는그대로의자신을받아들이며애써노력하거나긴장하지않고편안히살아가는방법을익히는것”이라말한다.진정한치료와회복의핵심은당사자를고립시키지않는것이다.중독당사자는본인의문제를주치의나가족,또는비슷한문제를안고있는동료에게솔직하게털어놓을수있어야하며,의사는가족보다환자의편에서야지속적인치료가가능하다고강조한다.의사가‘당장어떻게좀해달라’는가족의요구를우선시한다면,치료는강제입원과격리와같은당사자고립으로흐를가능성이높다.그렇다면가족은어떻게해야할까?가족내에서만문제를해결하려하지않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다.중독에대한전문지식과비밀유지의무가있는제삼자나자조모임과연결되어함께고민하고대안을찾아보는것이핵심이다.
책에는다양한지원과회복의풍경이펼쳐지는데,모두당사자를고립시키지않는다는공통점이있다.‘익명의알코올중독자들(AA)’이나‘익명의약물중독자들(NA)’같은당사자자조모임,약물의존증에서회복한당사자가운영하는민간재활시설인다르크(DARC),의존증환자가족을위한자조모임‘알아넌(Al-Anon)’과가족지원을위해도입된‘커뮤니티강화와가족훈련(CRAFT)’,정신장애인생활공동체‘우라카와베델의집’등이소개된다.마쓰모토도시히코는이렇게‘나혼자가아니라는것을아는장소’를‘회복공동체’라부르며강조하고,요코미치마코토또한열개에달하는자조모임을직접주재하고있는당사자로서‘연결’의중요성을설파한다.읽는이가조마조마할만큼거침없는마코토의자기노출역시스스로고립되지않기위한노력의일환이었음을짐작할수있다.

“의존증이라는괴물이가장좋아하는것은비밀과고립입니다.그리고인생에서최악의경험은단순히끔찍한일을겪는것이아니라,그고통을혼자서감내하는일입니다.”(219쪽)

끊는다고문제가해결될까?
중독대응패러다임의변화,‘위해성감소’의중요성
그렇다면지금우리사회의중독대응은어떨까?구체적으로약물의존증분야를보면,공급차원에서는규제와단속,처벌강화,수요차원에서는예방교육과치료중심의정책이시행되고있다.하지만이런대응방식은약물사용자를‘절대해서는안되는짓을한사람’으로낙인찍어사회적으로고립시키는결과를낳기쉽다.게다가중독의대상은끊임없이변하는특성이있다는사실을고려하면,술이나약물을끊는것이근본적인문제해결책이될수는없다.여기서중요해지는것이바로‘위해성감소’와사회적안전망이다.중독자체를근절하기보다는중독으로인해발생하는건강,사회적,경제적폐해를줄이는데집중하자는것이다.
예를들어,약물의존증분야에서위해성감소정책은감염병확산방지를위해깨끗한주사기를무상으로배포한다거나약물을안전하게사용할수있는주사실을설치하고,비교적해가적은대체약물을투여하는방식등을포함한다.이는실제로1990년대초부터현재까지스위스에서발전,유지시켜온약물정책의핵심이기도하다.책에는이밖에도알코올의존증노숙인에게무료급식소에서영양이풍부한식사를하는조건을충족하면소량의알코올음료를제공하는정책도소개된다.중독문제가나날이심각해지는지금,우리사회에도‘끊는다/끊지않는다’는단순한이분법을넘어서는보다유연한대응방식과따뜻한시선이필요하다.중독은‘누군가의문제’가아닌,‘누구나의문제’이기때문이다.중독을통해인간의고통과회복,연결의의미를묻고‘우리가기댄모든것’을돌아볼보게만드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