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대표노동변호사’의헌법재판변론기
‘대한민국대표노동변호사’김선수의헌법재판변론기를묶은《헌법의현장에서》가출간됐다.김선수변호사는지난30년동안변호사로활동하면서수많은사건을맡아판례를바꾸고법률을개정시켰다.
골프장캐디등특수고용노동자,서울대병원법정수당사건등통상임금,대학교수의부당한재임용탈락,콜트·콜텍의정리해고,공무원노조문제등이그의손을거치며사회적으로큰반향을일으켰다.이사건들의변론은《노동을변호하다》(오월의봄,2014)에고스란히기록되어있다.
저자김선수변호사는1988년남대문합동법률사무소조영래변호사의사무실에서변호인생의첫발을떼었다.대학재학중군복무후우리사회의민주화와노동자들의삶개선에조그만힘이라도보태고자사법시험을준비해서변호사가되었다.고조영래변호사사무실에서변호사활동을시작한이래노동변호사로줄곧활동해왔다.고비마다거목같은조영래변호사의존재를죽비소리삼았다고말하는그는,10대시절은사가지어준‘여민’이라는호를여전히소중하게간직하고있다.《서경(書經)》에나오는여민(黎民)은‘검은백성’,즉노동을해서살갗이검게그을린평범한백성을가리킨다.저자는노동변호사란바로이‘여민’을기억하고늘그들과함께해야하는사람이라고스스로정의하기를망설이지않는다.노동법이,나아가법자체가태생적으로가지고있는한계―인권을보호해야하는데도리어인권을벼랑끝으로몰아가기도하는―를끌어안고분투하는과정에서,‘여민’이라는상징이그의좌표가되어주는것이다.
헌법재판소는누구를위해존재하는가
《헌법의현장에서》에는그간김선수변호사가맡은12개의헌법재판(7건의공개변론사건과5건의서면심리사건)변론기가정리되어있다.이사건들중에는청구인을대리해법률이나공권력행사의위헌을주장한사건도있고,피청구인을대리해합헌을주장한사건도있다.김선수변호사의주장이받아들여진사건은‘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국가귀속에관한특별법’위헌소원사건에서합헌결정을한것과‘공소제기후수사기록복사거부처분취소헌법소원사건’에서위헌결정을한것이있다.‘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헌소원사건에서김선수변호사는합헌을주장했는데,청구인인현대자동차가취하해서최종적인결정을받지는못했다.‘통합진보당해산심판사건’,‘중앙선관위의대통령에대한선거중립위반경고조치취소사건’,‘언론관계법날치기부작위권한쟁의사건’등나머지사건에서는모두김선수변호사가원하는결정을얻어내지못했다.그렇지만많은사건에서김선수변호사의주장에동의하는소수의견이나왔고,후에법개정으로해결된것도있다.‘전교조사립학교법제55조위헌소원사건’에서합헌결정을받았지만후에‘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이제정됨으로써해결되었고,‘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필수공익사업직권중재제도조항위헌소원사건에서합헌결정이선고되었지만후에법률개정과정에서직권중재제도가폐지되기도했다.
이책을통해독자들은헌법재판소가과연어떤일을하는곳인지파악할수있고,김선수변호사가그곳에서다수의견에맞서어떻게고군분투했는지를알수있을것이다.김선수변호사는헌법재판을통해국민의기본권을신장하고국가공권력의남용을견제하고자했다.
그러나헌법재판소의다수의견에묻혀뜻대로성과를이루지못한사건들이더많았다.그사건들을통해김선수변호사는헌법재판소의역할과한계등을논의하고헌법재판소가어떻게개선되어야하는지그방향까지제시하고있다.
특히헌법재판소의역할을비판하는부분은날카롭다.헌법재판소는지난30년동안국가안보와관련된쟁점에서는사상의자유,표현의자유등기본권보다는국가안보를더강조했고,노동권에지극히부정적이었다.
또사회권보장에소극적이었고,조세법률주의와관련해서조세정의보다는재산권보호에더치중했다고지적한다.그리고1987년헌법에의해탄생된헌법재판소가과연제역할을제대로하고있는것인지,한국의민주주의에기여하고있는것인지강하게질문을제기하고있다.
헌법재판소의역할과한계
“전교조에대한법외노조통보처분의정당성을주장하는입장에서는사립학교법제55조위헌심판사건결정의다수의견을그대로원용했다.역사가진보한다는것은사실이아니고,언제라도퇴행할수있다는것이진실인모양이다.”(전교조사립학교법위헌심판사건)
“두번에걸친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서헌법재판소의한계만확인했다.박재승변호사님은헌법재판관들의천박한인식태도와소극적자세에대해한탄했다.”(언론관계법날치기처리권한쟁의심판사건)
“이나라에서는언제나공무원이나교사가정치적표현의자유를제대로누릴수있으려나?김이수·이정미두재판관의의견이다수의견이되는날이그날이될텐데그때는언제나오려나?”(전교조시국선언관련사건)
“헌법재판소가현대자동차의재정상황까지염려해줘야하는지의문이다.……헌법재판소는아무런합리적인이유없이판결선고를지연함으로써사내하청근로자들의신속한재판을받을권리를중대하게침해했다.”(파견법위헌소원사건)
“지엠회장이한국의고용경직성내지통상임금에관해언급한것은한국의노동법제와사법제도를무시하는천박한자본가의입장을표출한것으로볼수밖에없다.그런데이런사람의말한마디에대통령과장관등한나라가휘둘리는모습을보여나라꼴이말이아니게되었다.
규범적판단을해야하는최고사법기관인헌법재판소조차이런말에반응하는것이너무도서글펐다.”(파견법위헌소원사건)
“통합진보당해산심판청구의구체적인경위,해산심판진행과정에서헌법재판소와청와대비서실,비서실과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이에무슨일이있었는지진상조사가필요하다.”(통합진보당해산심판청구사건)
“노동사건에서역사의진보는없는가?합헌의견과위헌의견은1996년결정의합헌의견과위헌의견을거의답습했다.……법이개정되는그날까지위헌주장은계속될것이다.”(필수공익사업직권중재제도조항및필수유지업무제도조항의위헌소원사건)
“헌법재판소가우리사회최고의규범적판단을하는사법적기관이라면우리사회의다양한가치를반영할수있도록그구성에서다양성이확보되어야한다.”(노동절제외한공휴일규정위헌확인소원사건)
위와같은인용구에서볼수있듯이김선수변호사는헌법재판소의한계를날카롭게지적하고있다.김선수변호사는헌법재판소가군사독재정권에대한국민들의항거로1987년출범했으므로헌법재판소는국민들이쟁취한민주화의소산이라고말하고있다.
그렇기에당연히헌법재판소의모든권한의원천은국민이되어야하며,헌법재판소는우리사회의다수파를대변하는기관이아니라소수파의인권과활동을옹호함으로써민주주의를수호하고확장하는것을사명으로해야한다고주장하고있다.
그러나이런취지와달리헌법재판소는한국사회의다수파를대변하고있고,더군다나한국사회의변화하는현실도반영하지못하고있다.이런상황을김선수변호사는강도높게비판한다.
“세기적참사”,통합진보당해산심판사건
이를테면통합진보당해산심판청구사건이대표적이다.김선수변호사는헌법이정당해산제도를채택하고,헌법재판소관장사항의하나로정당해산심판이규정되어있긴하지만,이제도가실제로활용될것이라고는전혀예상하지못했다고밝히고있다.
정당해산심판제도가존재하는이유는“형식적다수결에의한민주주의를통해실질적민주주의를파괴하는세력으로부터민주주의를보호하기위해서”다.그런데박근혜정부는소수정당이민주주의를파괴하는세력이되기어려운데도굳이강제적으로소수정당을해산하려고시도했던것이다.
김선수변호사는최종변론기일에다음과같이구술변론했다.“인류역사상민주주의의파괴는정권을장악한다수파의전횡에의해자행되었지,소수반대파에의해행해진사례는거의없습니다.소수반대파에대한다수파의태도여하에따라그사회의민주적성숙도가달라졌습니다.
……이사건심판의결과는우리나라가어느길로갈것인가에대한시금석이될것입니다.소수반대파를포용하고관용함으로써성숙된선진민주주의사회로갈것인가,아니면소수반대파를배제함으로써암흑과후진의나락으로떨어질것인가?그결정권은이제아홉분의헌법재판관님들에게달려있습니다.”
그리고다음과같은여섯가지이유를들며헌법재판소가이사건을기각해야한다고주장했다.“첫째,우리의조국,대한민국을위해서입니다.국가권력이소수정당을강제로해산하는그런야만적인수준의국가가된다면국제사회에서어떻게소위국격國格을유지할수있겠습니까?
……둘째,우리사회의민주주의를위해서입니다.이사건에서정당해산결정이내려질경우어떠한비이성적인광풍이몰아칠지전혀예상할수없습니다.……셋째,우리국민의자존自尊을위해서입니다.누차말씀드렸지만이사건심판청구는우리국민들의민주적역량에대한신뢰가없기때문에제기된것입니다.
……넷째,청구인즉,대한민국정부를위해서입니다.대한민국정부는정당해산이라는극약처방이아니라도얼마든지형사적·행정적대응수단을통해국가의안전과사회를방위할수있는역량이충분합니다.……다섯째,우리사회의약자와소수자들을위해서입니다.
피청구인은우리사회에서소외되고,힘없고,가난하고,정당한대우를받지못하는사람들을위해정책을제시하고연대하고같이투쟁해온정당입니다.……여섯째,마지막으로헌법재판소를위해서입니다.헌법재판소결정으로소수반대파정당을해산하는것은헌법재판소의존립원천을부정하는것이될것입니다.”그러나헌법재판소는결국통합진보당해산결정을내렸다.김선수변호사는이결정을“세기적참사”라고말하며대한민국의현실을안타까워했다.
헌법재판소가통합진보당해산결정을내린이유중하나는그들이‘북한과유사하다’는것이었다.통합진보당이사용하는용어나주장이북한과유사하다는이유로이정당이북한을추종한다고본것이다.이에대해김선수변호사는최종변론기일에다음과같이변론하며비판했다.
“이미우리사회에는북한이먼저사용하고있다는이유로사실상금지어禁止語가된좋은단어들이많습니다.그런데이사건에서만약해산결정이내려진다면우리사회에서매우중요한가치를내포하는‘자주,민주,통일’그리고‘진보적민주주의’라는단어가폐기될위기에처할것으로보입니다.
‘자주,민주,통일’,‘진보적민주주의’를말하는것은곧북한을추종하는것이되고,이를위한활동은민주적기본질서에위반되어정당조차도해산시킬정당한이유가되기때문에,우리사회구성원어느누구도떳떳하게그러한단어들을사용할수없게될것이기때문입니다.”
더군다나헌법재판소는2014년11월최종변론이있은지한달도되지않아서둘러해산결정을선고했다.헌법재판소는“박근혜대통령이2년전에당선된그날(12월19일)을선고기일로잡았다.심판청구시점부터계산하면13개월정도만”에모든결정을해버린것이다.
게다가결정문에는기본적인사실관계도잘못적혀있었다.헌법재판소가이렇게서둘러해산결정을한이유는무엇일까?혹시김영한전청와대민정수석의수첩에“비서실장,통진당해산판결─연내선고”라고적혀있는구절과관련이있지않을까?
그리고이를지시한김기춘전비서실장도이사건에깊이연루되어있지않을까?“통합진보당해산심판청구의구체적인경위,해산심판진행과정에서헌법재판소와청와대비서실,비서실과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이에무슨일이있었는지진상조사가필요하다.”
이것이사실로밝혀진다면헌법재판소의위상은다시한번점검되어야할것이다.
헌법재판소는한국의민주주의에기여했는가
김선수변호사는에필로그에서‘헌법재판소30년평가’와‘개헌시헌법제판제도개성방안’을밝히고있다.우선김선수변호사는헌법재판소가지난30년동안표현의자유신장,여성의지위향상,변호인의조력을받을권리신장등에큰역할을했다고밝힌다.
그러나국가안보와관련된쟁점에서는사상의자유,표현의자유등기본권보다는국가안보를더강조했고,노동권에지극히부정적이었다고아쉬움을토로한다.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