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애도하다

코로나를 애도하다

$16.00
Description
“당신은 떠났지만 나는 다 울지 못하였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팬데믹 창궐은 코로나19가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5세기 유럽 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결과 ‘메멘토 모리’ 사상이 성행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다. 죽음이라는 궁극적 한계에 놓이면 인간은 누구나 두렵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지만 삶에 의미가 있으려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서 유념하고 살아가야 한다.
죽음을 성찰하지 않던 현대인들에게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은 비탄과 두려움과 고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코로나19 시기에 사별을 경험한 유족들을 애도상담 전문가가 만나 인터뷰한 기록이다.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코로나 검사 과정에서 임종을 지키지 못한 유족, 방역에 밀려 중증질환 진단을 놓친 사람의 유족, 장례식장에서 코로나 감염이 생겨 자책하는 유족 등 사별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애도상담의 효과를 보였다.
저자

양준석

철학박사,애도상담전문가.생사관연구와애도집단프로그램웰바이(Well-bye)운영에집중하고있다.현재한림대생사학연구소연구원이며,생사학실천마을과마음애터협동조합대표를맡고있다.『우리삶의이야기다시쓰기』(2017ㆍ공역),『사람은살던대로죽는다』(2018ㆍ공저),『자살이론의과거,현재,미래』(2019ㆍ공역),『코로나시대의애도문화의변화연구』(2021)등의출판물을통해사별자들의고통에공감하며이들의이야기를세상과나누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생사인문학관점에서코로나를사유하다

1장죽음의현장에서바라본10가지단상
1.사람은누구나‘외로움’을지니고산다|2.자살,그견딜수없는마음의고통|3.무연고사,애도되지않는죽음을생각하며|4.고독사,소리없는외로운죽음|5.간병살인,마지막시간의선택|6.죽어가는사람도살아있는사람이다|7.‘박탈된비탄’,빼앗긴슬픔에대한애도|8.애도문화로서죽음의례에대한생각|9.애도작업,사별후애도적개입에대하여|10.삶은끝나도관계는지속된다

2장존엄한죽음이사라지는사회
1.팬데믹이끝나지않는다|2.코로나19이후죽음을대하는태도|3.밀려난죽음의존엄성

3장코로나시대에사별을경험한사람들
1.사별경험자인터뷰원칙|2.팬데믹속에서경험한11인의사별

4장코로나시대애도이야기
1.‘준비없이다가온죽음’을경험하다|2.팬데믹속유가족들의감정|3.사별의슬픔을견뎌내는과정|4.사별이후변화와성장|5.코로나19로달라진애도문화|6.“애도상담이효과있다고느꼈어요”|7.애도문화의변화가미치는영향

5장죽음의역사를통해서보는애도문화
1.죽음의역사|2.문화는개인을넘어의례를만든다|3.의례로보는애도문화|4.사회가변하면애도문화도변한다

6장사회적치유로서애도코뮤니타스를지향하며
1.코로나19가불러온문제들|2.애도공동체를제안하며

에필로그_죽음을‘당할’것인가,죽음과‘함께할’것인가
감사의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죽음이란납득할이유가있는것이아니라그냥일어나는일이다!”
생사인문학관점에서바라본코로나팬데믹시대의삶과죽음
2020년3월코로나19로인한전세계적유행으로팬데믹이선언된이후사회적거리두기는우리의일상을바꿔놓았다.그것은가까운이의죽음을경험한유가족들에게도해당했다.바이러스에대한정보가부족한상태에서감염위험성을피하기위해,코로나감염으로돌아가신분들은제대로상례를치를수가없었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사망자장례관리지침」에일부감염성질환을가진사람의시신조직과접촉할때노출최소화방식으로시신을처리한다고규정해선(先)화장후(後)장례원칙이된것이다.2022년들어서부터는바이러스에대한정보가쌓이면서선(先)장례후(後)화장이다시가능해졌지만,그전까지는감염우려때문에염습도못하고수의도입히지못한채사망당일에화장하는일이계속됐다.
코로나19로사망한고인은의료용백에밀봉된채병실밖으로나와안치실로이동됐고관으로옮겨졌다.영구차까지관을옮기는운구도거리두기를위해가족이아닌장례지도사가진행했으며,3일장은커녕3시간만에죽음이정리되는모습도있었다.시신은바로화장이되고유가족과의접촉이차단된채몇시간만에의례가끝나는것이초기방역의모습이었다.환자유가족은슬퍼할겨를도없고애도할틈도없었던것이다.
팬데믹을겪으면서장례식을치르지못하고애도도하지못하는과정에서죽음의존엄성은존중되지못한다는사실은많은이들에게충격을주었다.장례식이애도의중요한역할을한다는수많은연구와우리의고유한문화를감안하지않더라도가족도못보고유언도못하고애도도못하는참담한죽음,빈소와조문객없이장례도못치르고부모와혈육을보내는유족입장에선평생한으로남을한맺힌사별경험이었을것이다.또코로나로인해지병에대한진료를미루다가돌아가신분들도있어서안타까움을더했다.그로인해유가족들은깊은상실감을경험했다.『코로나를애도하다』는외상이될수도있는그런사별경험을했던11인의사례를통해우리시대의애도문화를돌아보고그런변화가삶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살펴보는책이다.삶이존엄하면죽음도존엄해야한다.삶과죽음을동시에성찰하는동기를마련하고자이책은집필되었다.

“두려움,죄책감,불안감,스트레스,피해의식……”
준비없이다가온죽음에대해유가족들이느끼는감정들
현대인들은죽음과같은불행한일은절대자신에게일어나지않을것처럼여긴다.그결과사별은준비하지않은상태에서‘당하는’죽음이되고,죽음은두렵고견디기어려운것이되고만다.특별한경우가아니면죽음은예측할수없기에갑자기다가온죽음에대비하는일은쉽지않다.그래서죽음을맞이한가족들은혼란스러움을느끼고애도의한방법으로자책하기도한다.『코로나를애도하다』에는어떤이유에서인지요양병원에서96세에돌아가신아버지에게코로나를전염시킨사람이자신이라고믿고있는사별자사례도있다.
유례가없던코로나팬데믹상황에서코로나환자가아니어도유가족들은장례를치르면서다양한감정을마주했음을이책에서는이야기한다.방역절차를신경쓰느라애도보다는장례를치르지못할까봐불안을느끼고,본인이애도를통해지지받고위로받아야함에도불구하고민폐를끼칠것같은피해의식과스트레스가올라와다른사람에게피해를주지않을까걱정하는유가족들이많았다.그동안우리사회에“장례의식에치우쳐애도가소홀히된다”는의견이많이나오는상황이었는데,팬데믹속에서는오히려“장례의식을제대로하지못해애도가소홀히이루어지고있다”는상황이되어버렸다.
이책의사별사례자중에는돌아가신어머니와매우친했던한친구분만은꼭만나게해드리고싶어연락했으나장례식에오지않은경우가있었는데,매우서운했으며돌아가신어머니도섭섭해했을거라고안타까워하는경우도있었다.또딸과손녀가코로나에걸린줄모르고있다가문상객들도코로나에걸린경우가있었는데,부주의함에대한원망을감수해야해서위로받아야할유가족이죄인이된듯한심정이되어애도에신경쓰지못한사례도있었다.

“인간의존엄성은죽음앞에서도실재해야한다!”
팬데믹시대,변화된애도문화에관한보고와제언
생명은물질적인것이기도하지만육체를넘어영혼,정신,삶의의미같은비물질적인것이기도하다.따라서죽음또한물질적죽음을넘어정신적,감정적,영적영역을고려해야한다.죽음의문제는죽음에관한인식이나태도의문제여서여러요소가복합되어있다.이책은심리상담전문가인저자가상실치유를목적으로하는애도집단상담을10년가까이진행하면서느낀‘죽음과애도에관한다양한생각’을함께정리했으며,인류가겪은죽음의역사를되짚어보기도한다.
15세기유럽전역에서는흑사병으로수천만명이목숨을잃은후‘죽음을기억하라’는메멘토모리사상이성행했으며,실제적인죽음을준비하는실천매뉴얼인『아르스모르엔디(죽음의기술)』가출판되기도했다.임종을동반해줄사제가절대적으로부족하니홀로좋은죽음을맞이하는법을익히라는의도였다.전쟁이많았던우리역사에서도죽음은삶의마지막에도래하는사건이아니라이미삶속에존재하는현실이었다.언제든지죽을수있음을인식한것이다.그러나수의를준비하며죽음을생각함으로써남은삶을더가치있게살려고했던과거와달리,현대인들에게죽음은거론조차하면안되는금기사항이됐고부정되거나입에올리면불쾌하고불경한것이되었다.
그렇게현대인에게소외되었던죽음은팬데믹을계기로다시수면위로올랐다.‘누구나죽을수있다’는당연한사실을상기시키는계기가된것이다.『코로나를애도하다』는팬데믹이장기화되면서애도문화의변화가사회적으로나개인적으로어떤영향을미쳤는지이해해보고자하는의도로시작된것이다.특히충격적사별경험속에서느끼는상실감이견디기어려운것은준비없이다가왔고,예상하지못했던것이기때문이다.그속에서도인터뷰사례자들이사별의슬픔을견뎌내는과정은스스로에게질문을던지고답을찾는과정이었다.그들은“누구에게도말할수없는것들을상담을통해나누면서문제가정리되고애도되는감정을느껴서좋았다”는반응을보였다.이책은애도의축소화,애도의신속화등죽음의례에대한사회적현상들도다루고있다.코로나같은사회적위기상황은또올수있으며,그때를대비해죽음의성찰과애도의공적기능이필요함을강조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