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뒤에 남는 것들 (임수희 판사와 함께하는 회복적 사법 이야기)

처벌 뒤에 남는 것들 (임수희 판사와 함께하는 회복적 사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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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응징과 처벌을 넘어 치유와 회복을 모색하다!
추상적인 법 이론을 다루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실제의 사람들이 얽혀 일어나는 일들을 마주하며 법적 판결을 내리는 실무자인 임수희 판사가 아직 우리의 사법절차에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회복적 사법의 이야기를 조단조단 풀어놓으며 우리를 회복적 사법의 여정으로 초대하는 『처벌 뒤에 남는 것들』.

어떤 죄를 저질렀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을 통해 대가를 치르는 것도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말 충분한 것일까? 우리의 사법 절차 안에서 좀 더 깊이 있는 피해의 회복을 도모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한다. 형사사법의 한계로부터 출발해, 회복적 사법의 핵심인 대화와 그 대화가 펼쳐지는 회복적 사법의 장들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형사사법절차를 따라 경찰, 검찰, 법원 각 단계의 회복적 사법에 관한 현안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회복적 사법의 여정 속에서 피해자의 자리와 목소리를 중요하게 짚는다. 헌법상 피해자도 재판에서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권리가 있지만, 범죄 가해자의 처벌에 집중하는 한국의 형사사법절차는 피해자가 수동적, 객체적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세팅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응보사법으로 다시 돌아와, 그것이 여전히 어떻게 중요한지, 그리고 회복적 사법과 응보사법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2017년 12월부터 《법률저널》에 ‘임수희 판사와 함께 나누는 회복적 사법 이야기’라는 이름의 칼럼으로 연재되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회복적 사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듯 풀어냈다. 주로 실제 재판했던 사건들, 그리고 특히 형사재판 회복적 사법 시범실시사업을 했던 사건들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가진 이야기로 담아내며 독자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선정 및 수상내역
★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
저자

임수희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32기)을 수료하고 2003년에 임관하여 현재까지 판사로 재직 중이다.
재판이 과거사실에 대한 판단작용에만 머물러 있어도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끈질기게 발전시키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을 만났고, 그 실천적 고민을 2013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형사재판 회복적 사법 시범실시사업을 통해 풀어냈다. 그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공감적 대화를 통한 이해, 사과, 치유, 진정한 책임과 용서, 피해회복, 공동체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목도하며, 회복적 사법에 대한 본격적인 사랑을 키워왔다.
응보사법이 한 축인 기존의 사법 패러다임에 회복적 사법이라는 다른 한 축이 더해질 때 사법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하에, 회복적 사법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우리 사회 곳곳에도 퍼져나가기를 희망하며 움직이고 있다.

목차

추천의 말 6
프롤로그 | 이야기의 시작 9

1부 회복적 사법이 소환되다 17
1장 | 형사재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19
2장 | 형사처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9
3장 | 형사사법체계에서 피해자의 자리 39
4장 | 피해의 회복과 피해자의 목소리 49
5장 | 피해자가 재판에서 말한다는 것 59

2부 회복적 사법이 만드는 대화의 광장 67
6장 | 회복의 마법이 일어나는 대화의 자리 69
7장 |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공동체 대화’ 76
8장 | 갈등을 선물로 바꾸어주는 ‘회복적 서클’ 83

3부 경찰과 회복적 사법 89
9장 | 경찰에서의 회복적 서클 ‘위드유’ 91
10장 | 경찰 단계의 회복적 사법, 필요할까요? 97
11장 | 경찰 단계의 회복적 사법, 왜 어려운가요? 103

4부 검찰과 회복적 사법 111
12장 | 범죄피해자의 보호와 형사조정 113
13장 | 검찰과 형사조정제도 120
14장 | 형사조정은 과연 회복적 사법의 친자가 될 수 있을까 126
15장 | 형사조정위원 사용설명서 133

5부 형사재판과 회복적 사법 141
16장 | 당사자의 의사(意思) vs. 당사자의 니즈(needs) 143
17장 | 대화로 나아가는 용기 151
18장 | 깨진 마음을 이어주는 마술사들 160
19장 | 그 남자의 손에서 칼을 내려놓게 하려면 169
20장 | 범죄가 파괴한 것의 실체와 피해회복의 의미 178
21장 | 남편과 아내에게 형사법정의 의미란 186
22장 | 회복적 사법이 문제해결법원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195
23장 |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에게 무엇이 좋은가? 205
24장 | 회복적 사법이 피고인에게도 이익을 줄까 214
25장 | 형사재판에도 회복적 사법이 필요하다 223

6부 회복적 사법이 열어줄 새로운 세상 233
26장 | 지역기반 통합 형사조정센터를 꿈꾸며 235
27장 | 응보사법과 회복적 사법 244

에필로그 | 함께 써나갈 이야기들 251
주(註) 257

출판사 서평

사법불신의 사회에서
처벌만으로 다할 수 없는 정의를 질문하다

어떤 판결을 내리시겠습니까?

한 젊은 아빠와 그의 두 친구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섰다. 평범해 보이는 이 청년들이 기소된 죄명은 무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2명 이상이 공동하여 상해죄를 저지르면 원래 정해진 형의 1/2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만든 특별법상의 범죄였다. 무슨 일이었을까.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 하나가 있는 젊은 부부는 불화로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고, 별거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젊은 아빠는 아이와도 헤어지게 된다. 아이의 아빠는 어느 날 아이를 보고 싶다고 아내에게 연락을 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아이 아빠가 아이를 건네받자 밖에서 아이 아빠가 미리 부탁해 와있던 두 친구가 나타나 아이 엄마를 양쪽에서 붙들었다. 그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를 안고 나가버렸다. 이 과정에서 아이 엄마의 손목이 삐었다.
당연히 아이 엄마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 아빠와 친구들은 입건이 된다. 곧 후회를 하고 아이를 며칠 안에 돌려주었지만, 이미 아이 아빠와 친구들은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되었다. 경찰은 아이를 데려간 부분은 아이 아빠가 아이의 친권자이고 아이를 곧 돌려주었기에 문제 삼지 않았지만, 친구들을 시켜서 아이 엄마의 손목을 삐게 한 잘못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상해죄를 저지른 것이므로 셋 다 기소가 된 것이다.

두 둘도 안 된 아이를 엄마와 강제로 떼어놓다니, 그 과정에서 아이와 아이 엄마가 겪은 충격과 공포, 고통을 생각하면 이는 중차대한 범죄행위다. 한편으로는 아빠도 친권자인데 아이를 왜 못 만났을까,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혼 와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아이는 금방 엄마에게 돌아갔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세 피고인은 어떤 판결을 받고, 어떤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기소가 되었으니 반드시 재판을 하고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을 선고해야 마땅한 것일까? 피고인들은 아이를 돌려주었고,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으며, 제출된 수사기록을 증거로 하는 데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증거조사절차도 서류로 신속하게 끝났다. 판사가 그저 형을 정해서 선고하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형을 선고하고 나면, 모든 상황은 끝나는 것일까? 피고인들이 형을 선고받아 징역을 가거나 벌금을 내면 이 일의 당사자들, 특히 피해자인 아이의 엄마와 아이의 삶은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의 아빠가 벌금을 내고 징역을 가고 나면, 이혼 후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아이의 엄마와, 부모가 이혼을 하더라도 엄마와 아빠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단지 법은 처벌을 하고 나면 끝인 것일까? 가해행위 안의 다양한 역동을 보지 않은 채, 수사와 기소, 재판에서 ‘단지 남자들이 공동하여 피해 여성을 꽉 붙잡아 손목을 삐게 한 행위’에 대해서만 미시적으로 다루는 것은 맞는 것일까?

“어떤 가해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가 침해하는 것은 단순히 국가가 금지한 어떤 법 위반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준 것과 함께 아이의 성장 과정과 발달 과정에 해악을 미치고, 아이 엄마에게는 신체적 손상과 정신적 충격, 심각한 고통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혼을 하더라도 계속되어야 하는 부모자식 관계, 자녀의 양육을 위해 맺어가야 하는 부모 간의 협력 관계가 파괴된 것이고, 이 파괴된 관계가 초래하는 가족 공동체 내에서의 공포와 긴장, 그리고 깨어지 평화와 희망의 부재까지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여기 관여된 가족 내 모든 사람들의 ‘삶의 파괴’를 의미합니다.”(32쪽)

그렇다면 질문이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의 당사자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고, 특히 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는 어떻게 해야 더 깊이 있게 회복될 수 있는지 함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죄를 저질렀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을 통해 대가를 치르는 것도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말 충분한 것일까? 우리의 사법 절차 안에서 좀 더 깊이 있는 피해의 회복을 도모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시작한다.

처벌을 넘어선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

이 책의 저자는 판사다. 추상적인 법 이론을 다루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실제의 사람들이 얽혀 일어나는 일들을 마주하며 법적 판결을 내리는 실무자다. 이 책의 저자인 임수희 판사는 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법정에서 마주하며, 재판절차가 단지 시시비비의 판단만을 할 뿐 사람들의 삶에는 청사진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고민해왔다. 그러던 와중 회복적 사법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우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의 삶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사법이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RJ)이란 범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형사사법체계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의 실질적 회복과 진정한 책임을 기초로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피고인과 피해자 등 이해관계자가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 그로써 지역공동체의 평화 또한 추구하고자 하는 패러다임이다.) 그러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던 당시 우연히 형사사법에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는 법원의 시범실시 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공감적 대화를 통한 이해, 사과, 치유, 진정한 책임과 용서,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목도했다.
그는 재판실무의 경험과 직접 진행했던 형사재판 회복적 사법 시범실시사업을 통해 “응보사법과 회복적 사법은 수레의 양축처럼 양자가 모두 있어야 하고, 각각 단단히 서야 다른 하나도 단단히 설 수 있으며 형사사법이라는 수레를 제 기능대로 굴러가게 할 수 있다고 보게 되었”(247~248쪽)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아직 우리의 사법절차에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회복적 사법의 이야기를 조단조단 풀어놓으며 우리를 회복적 사법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이 책은 형사사법의 한계로부터 출발해, 회복적 사법의 핵심인 ‘대화’와 그 대화가 펼쳐지는 회복적 사법의 장(場)들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형사사법절차를 따라 경찰, 검찰, 법원 각 단계의 회복적 사법에 관한 현안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응보사법으로 다시 돌아와, 그것이 여전히 어떻게 중요한지, 그리고 회복적 사법과 응보사법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피해자의 자리와 목소리

저자는 이 회복적 사법의 여정 속에서 피해자의 자리와 목소리를 중요하게 짚는다. 헌법상 피해자도 재판에서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권리가 있지만, 범죄 가해자의 처벌에 집중하는 한국의 형사사법절차는 피해자가 수동적, 객체적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세팅되어 있다. 현재 우리 형사절차 속에서 범죄사건의 ‘피해자’는 수사단계에서는 ‘참고인’, 재판단계에서는 ‘증인’이 된다. 범죄피해의 당사자이지만 피해자는 범죄 수사나 공판에서 주체적 지위로 나설 수 없고, 범죄자와 국가 사이의 대립구도 속에서 증인 혹은 참고인이라는 증거방법에 불과한 지위에 놓이는 것이다.

“즉,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유죄 입증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위주로 신문되고, 그 외에는 설령 피해자가 하고 싶은 말이라 하더라도 부수적이거나 무용한 것으로 취급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반대신문할 기회를 주게 되지요. 반대신문으로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해서 그 신빙성을 흔들어놓음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팅하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충분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60쪽)

그런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직접 말하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와 고통이 치유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피해자 자신이 자기 입을 열어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는 것’. 이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합적 의미를 가지는데,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 자신이 그 내부에서 피해로부터 해방되며 피해의 치유가 일어납니다. 즉, 피해자 자신이 내적으로 피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럼으로써 그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는 큰 의미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57쪽)

게다가 형사절차 속에서 범죄피해자 입장에서는 범죄로 인해 피해는 자신이 입었는데, 막상 가해자가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국가가 나서서 범죄 가해자를 단죄하는 것은 사적 복수를 금지해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이루는 일이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적 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 가해자의 행위를 확정하고 책임원칙에 입각해 처결을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인류사회의 진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범죄피해를 입은 당사자임에도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지위에 머물게 된다. 또한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범죄 가해자를 상대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범죄자가 불필요한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적법절차를 지키고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이때 피해자의 회복과 구제는 또다시 2차적 문제가 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고, 범죄피해자의 깊이 있는 피해의 회복이 중요한데도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재판이라는 절차가 결국 어떤 말을 어떻게 하더라도 피고인을 처벌할 것인가, 중하게 처벌할 것인가, 약하게 처벌할 것인가라는 결론 외에는 도달점이 없기 때문이 아닐지 묻는다. 그리고 이어 피해자가 주체적인 지위로 존중받을 수 있는 회복적 사법에 기반한 절차가 주어질 때 이 절차 속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해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