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히키코모리

사회적 히키코모리

$18.00
Description
우리가 누군가를 너무 빨리 판단할 때, 무엇을 놓치게 될까. 방에 머무는 시간, 끊어진 관계, 멈춘 듯 보이는 삶 앞에서 사회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린다. 게으름, 의지 부족, 사회성 결핍, 잘못된 양육. 그러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사이토 타마키의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그 익숙한 판단의 속도를 늦추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것은 한 사람의 실패인가, 아니면 관계와 사회가 더는 감당하지 못한 현실이 드러난 것인가.
이 책은 히키코모리를 단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히키코모리를 개인의 심리, 가족 관계, 사회적 조건이 교차하며 드러나는 복합적인 상태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단순한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사회적 히키코모리’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빨리 가려내는 일이 아니라, 지금 어떤 고통과 단절,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일이다. 히키코모리를 하나의 병명으로 단순화하기보다, 다른 정신장애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이자 하나의 증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은, 이 문제를 도덕적 판단이나 훈육의 언어로만 다룰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개정판이 지금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더 이상 히키코모리를 청년기의 일시적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100만 명 이상이 히키코모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80세의 부모가 50세의 자녀를 돌보는 이른바 ‘80-50 문제’가 사회적 현실로 떠올랐다. 히키코모리는 장기화되고 고령화되며 가족의 생애주기 전체를 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한 개인의 방 안에 갇힌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봄의 소진과 복지의 한계, 사회적 지원의 결핍이 함께 드러나는 현실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된 지형을 정확하고도 차분하게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태도다. 그는 히키코모리를 무조건 병리화하지 않으면서도 방치하면 괜찮아질 문제라고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히키코모리를 “곤란한 상황에 놓인 성실한 사람”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이것은 문제를 가볍게 보자는 말이 아니라 당사자를 더 이상 비난과 정론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말자는 제안이다. 필요한 것은 강요와 설득이 아니라 기회를 보아 말을 건네고 거절당하더라도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다시 접점을 찾는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일상적이고 부담 없는 대화, 타자를 존중하는 의사소통의 회복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온다. 『사회적 히키코모리』는 당사자와 가족, 상담·복지·교육 현장의 실무자, 그리고 인간의 취약성과 공존의 조건을 고민하는 독자 모두에게 오래 곁에 둘 만한 책이다. 고립을 낙인의 언어가 아니라 이해와 대응의 언어로 다시 말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단단한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사이토타마키

1961년이와테현에서태어났다.츠쿠바대학의학부에서박사과정을수료했고,현재의학박사로같은대학의학의료계사회정신보건학교수로재직중이다.사춘기와청년기의정신병리학과병적학분야의전문가로,은둔형외톨이치료와지원및구호활동을하고있다.만화,영화등의서브컬처애호가로도알려져있다.저서로는『전투미소녀의정신분석』,『캐릭터의정신분석』,『살아가기위한라캉』,『사회적히키코모리』,『세상이토요일밤의꿈이라면』등다수가있다.

목차

개정판머리말
들어가기
제1부지금무엇이일어나고있는가-이론편
1. ‘사회적히키코모리’란무엇인가
2. 사회적히키코모리의증상과경과
3. 다양한정신질환을동반하는‘히키코모리’
4. 사회적히키코모리는병인가
5. ‘히키코모리시스템’이라는관점
제2부‘사회적히키코모리’와어떻게마주할것인가-실천편
1. 정론·설교·논의의극복
2. 가족이가져야할기본적인각오
3. 치료의전체적인흐름
4. 일상생활에서
5. 가정내폭력의슬픔
6. 치료,그리고사회복귀로
7. ‘히키코모리’와사회병리
끝으로
히키코모리대응의프로세스
후기
참고문헌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고립은개인의실패가아니라,관계와사회가함께드러내는현실일수있다
『사회적히키코모리』를다시읽어야하는이유
히키코모리와마주하려면-익숙한통념을넘어
스스로걸어잠근문.누군가그닫힌방안에오래머문다.사람과의만남을피하고,말을줄이거나아예입을닫은채사회적관계에서물러난듯살아간다.우리는이런존재를모르는것이아니다.오히려너무잘안다고여긴나머지너무쉽게설명해버리곤한다.게으르다,의지가약하다,사회성이없다,가족이잘못대응했다는식의말들.그러나그런설명은문제를이해하기보다오히려닫힌문앞에서발길을돌리게만든다.『사회적히키코모리』는바로그익숙한설명의틀을의심하게하는책이다.
사이토타마키는히키코모리를한개인의성격이나결함으로환원하지않는다.그는히키코모리를개인의심리,가족관계,사회적조건이복합적으로얽힌상태로본다.그래서이책은단순히‘히키코모리’를말하지않고‘사회적히키코모리’를말한다.이차이는작지않다.문제를개인내부의결함으로만보느냐,아니면개인과가족,사회가맞물린구조속에서이해하느냐에따라대응의방식도달라지기때문이다.이책이처음부터다시묻는것은단순하다.누가잘못했는가가아니라,지금무엇이일어나고있는가를먼저보자는것이다.기존의도덕적판단이나상식적인훈계만으로는이문제를설명할수도,해결할수도없다는사실에서부터저자의논의는출발한다.

히키코모리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병명보다상태와구조를보는시선
저자는히키코모리를단일한병명으로간단히환원하는태도에신중하다.이책에서히키코모리는“6개월이상자택에틀어박혀사회참여를하지않는상태가지속되고,다른정신장애를가장큰원인으로보기어려운것”으로설명된다.다시말해히키코모리는무언가를단번에진단하고이름붙이는방식으로는충분히이해할수없는현상이다.저자는이를하나의증상으로보아야한다고말하면서도,장기화될경우여러정신적·사회적어려움의온상이될수있다고지적한다.겉으로는무기력하고정지된상태처럼보이지만그안에는사회에참여할수없다는초조함,수치심,가족과의긴장,관계의단절이복합적으로자리한다.
이책의중요한전환점은바로여기서나온다.히키코모리를당장교정해야할비정상상태로만보지않고“곤란한상황에놓인성실한사람”의상태로보자는제안이다.이말은히키코모리를낭만화하거나문제를축소하는표현이아니다.오히려당사자가아무생각없이무기력에빠져있는존재가아니라사회와관계속에서깊은곤란을겪고있는사람이라는인식의전환을요구하는말이다.그인식의전환이있어야비로소정론과설교,훈육과압박이왜실패하는지도보이기시작한다.저자가보기에히키코모리문제는개인을고쳐바깥으로내보내는기술의문제가아니라,당사자가놓인곤란의구조를제대로이해하는데서출발해야하는문제다.

장기화와고령화-더이상청년의일시적문제가아니다
개정판에서특히또렷하게드러나는것은히키코모리의시간성에대한문제의식이다.히키코모리는더이상‘젊은이들의일시적문제’로만머물지않는다.일본에서는이미100만명이상이히키코모리상태에있는것으로드러났고,80세의부모가50세의자녀를돌보는‘80-50문제’가사회적현실로부상했다.히키코모리는장기화되고고령화되며,가족의생애주기전체를흔드는문제로나타난다.더이상한개인의방안에갇힌사적인문제로만볼수없는이유가여기에있다.부모의노화,돌봄의소진,지역사회와복지의한계,사회적안전망의결손이모두이문제와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
그런점에서『사회적히키코모리』는단순한임상보고서에머물지않는다.이책은한사람의방안에서벌어지는일처럼보이는고립이사실은사회의여러층위와맞물려있다는사실을보여준다.히키코모리의장기화가의미하는것은단순한시간의연장이아니라문제를둘러싼관계망전체가함께굳어지고있다는징후다.그래서이책은오늘날의고립과은둔을생각할때여전히중요한참조점이된다.그것은특정사례의특수성을넘어현대사회가취약성과의존,돌봄의위기를어떻게드러내는지를함께보여주기때문이다.

‘히키코모리시스템’이라는관점-개인·가족·사회가맞물리는악순환
이책의중요한성과는히키코모리를개인병리만으로설명하지않고,개인·가족·사회가맞물리는하나의시스템으로파악한다는데있다.히키코모리상태는당사자의고통만이아니라,가족의불안과초조함,사회의압력과단절이서로를자극하면서악순환을만들어내는구조속에서지속된다.저자가말하는‘히키코모리시스템’은바로그악순환의구조를가리킨다.당사자는사회에서물러나고가족은불안속에서정론과압박으로반응하며사회는이해대신낙인과통념으로문제를덮어버린다.그렇게세층위사이의의사소통과접점은끊기고,단절은다시문제를만성화한다.
그래서히키코모리문제에대한대응도단순히당사자를바깥으로끌어내는데있지않다.중요한것은지금어떤악순환이벌어지고있는지를이해하고,끊어진접점과의사소통의통로를다시만드는일이다.이책은그점에서개념적설명과실천적지침을함께제공한다.왜어떤말이상처가되는지,왜어떤개입이실패하는지,왜가족의불안이문제를더깊게만들수있는지,그리고그럼에도불구하고어디서부터관계를다시시작할수있는지를차분히보여준다.『사회적히키코모리』가오랫동안읽혀온이유도여기에있다.이책은히키코모리를‘이상한사람들’의문제가아니라,관계와사회가함께드러내는현실로보게만든다.

대화가지속되려면-설득보다존중,압박보다의사소통
사이토타마키의태도는단호하지만일률적이지않다.그는히키코모리를무조건치료의대상으로몰아가지않으면서도방치해서해결될문제라고도보지않는다.개정판머리말에서저자는지금은지원을거부하는사람이라도가족관계가복원되면새로운요구가생길수있다고말한다.그렇기때문에필요한것은한번의강한개입이아니라,기회가있을때마다새로운접근을시도하고거절당하더라도다시다른기회를살피는일이다.이것은무력한방임과도,강압적통제와도다르다.관계가완전히끊어지지않도록버티는태도,접점이다시열릴가능성을포기하지않는태도에가깝다.
이런맥락에서책이강조하는것이‘대화’다.저자는설득이나논의가오히려당사자의힘을빼앗을수있다고말하며타자를철저히존중하는대화의자세를강조한다.개정판머리말에서언급되는열린대화(OpenDialogue)에대한관심역시같은연장선위에있다.정중한자세로당사자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고일상적이고부담없는대화를지속하는일이관계를개선하고안전한환경을만들며주체성을회복하는데중요하다는것이다.이는단순한상담기법이나커뮤니케이션스킬이아니다.상대를바꾸기위한말이아니라,관계를유지하고회복하기위한말의윤리에가깝다.『사회적히키코모리』가지금도생생하게읽히는이유는바로이대목에있다.이책은당사자를이해하는방식과그에게말을거는방식을동시에다시생각하게만든다.

가정내폭력과거리의상실-낭만화없는실천적시선
또한이책은히키코모리문제를낭만화하지않는다.저자는가정내폭력이히키코모리와밀접하게얽혀있음을분명히지적하며,가족내거리상실과의사소통의붕괴가얼마나위험한결과를낳을수있는지를실천편에서구체적으로다룬다.따라서이책은막연한공감만을말하지않는다.가족이어떤태도를가져야하는지,어디까지를받아들이고어디서부터경계를세워야하는지,치료와사회복귀는어떤흐름속에서이루어져야하는지를함께짚는다.이론편과실천편으로이루어진구성은바로그점에서설득력을가진다.이책은개념설명에머무는이론서도아니고,대처법만나열하는실용서도아니다.이해와대응,분석과관계의언어를함께묶어내는책이다.

오늘의한국사회에서다시읽는이유
오늘의한국사회에서도고립과은둔은더이상주변적인문제가아니다.그러나우리는여전히그것을너무빨리이름붙이고,너무쉽게개인의실패나가족의책임으로돌리곤한다.『사회적히키코모리』는그속도를늦추게하는책이다.누가잘못했는지를재빨리판정하기보다지금어떤고통과단절,악순환이벌어지고있는지를먼저보게만든다.그리고그현실앞에서어떤말이상처가되고어떤말이관계를다시열수있는지를묻는다.
그점에서이책은당사자와가족,상담·복지·교육현장의실무자에게만필요한책이아니다.인간의취약성과공존의조건,돌봄과관계의윤리를고민하는독자에게도중요한책이다.고립을낙인의언어가아니라이해와대응의언어로다시말하고싶은이들에게,『사회적히키코모리』는오래곁에둘만한출발점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