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현병 삼촌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나의 조현병 삼촌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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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랫동안 정신질환ㆍ장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하늬 기자. 올해 65세인 그의 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다. 그동안 감춰온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고 싶어서다. 또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당사자 가족으로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기자’라는 정체성이 추가됐다. 이번 책에서 그의 취재력은 특히 빛난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기 위해 조현병 당사자 쉴라와 재규어, 동료지원가 유영, 당사자 동생 희수와 당사자 엄마 은영을 만났다. 정신과 전문의 3인과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를 인터뷰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살뜰히 실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이 더 옅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는 말한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이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저자

이하늬

동생셋과복작거리며산다.이들의존재가세상이내게준가장큰선물이라생각한다.2013년부터2022년까지기자로일했다.《나의F코드이야기》를썼고회사동료들과함께《우리가명함이없지일을안했냐》를썼다.선한사람이되는게인생의목표다.

목차

머리말나에게는삼촌이없다

1장삼촌은조현병
“제발병원좀같이가주세요”
첫발병,기나긴여정의시작
이유없는재발
팁➀조현병은왜발병하고재발하는가
팁➁진단명이달라지는이유
트라우마없는입원이가능할까
팁➂입원의모든것
환청,가장흔한환각증상
망상,가장고치기힘든증상
팁➃가족들은증상에어떻게대응해야할까

2장가족,곁을지키는사람들
삼촌이아플때마다엄마는최선을다했다
40년간해방된적없는마음
팁➄가족이기댈곳은어디인가
돈은숨기고병은소문내야하니까
선을그어버린아빠
어떻게가족을버릴수있느냐는말

3장삼촌의일상
병을인정하는일의어려움
커피와담배와미수잠
조현병환자는정말위험할까
팁➅심신미약에관한오해와진실
삼촌의취업분투기
팁➆취업을준비하는당사자에게

4장조현병과함께살아가기
오래오래건강하게-당사자쉴라
태웅이들과싸우려면-당사자재규어
“병을숨길마음이없어요”-동료지원가유영
그래도형이니까-당사자동생희수
13년만의다행-당사자엄마은영

5장40년째조현병
파킨슨병을조심해야하는이유
팁➇약물의작용과부작용
얼마나더시급해야입원할수있을까
일단독립부터,부족한건나중에
팁➈지역사회에서살아가기위해필요한것들
“아저씨치매죠?”
장애는언제장애가되는가
팁⑩만성조현병과함께사는법

맺는말“불쌍하게죽었다”로남아서는안되는이야기
참고문헌
미주

출판사 서평

“돈은숨기고병은소문내야하니까”
어느정신질환당사자와가족의
오랜거짓말과부끄러움에관한이야기
조현병은성별,국가,인종과상관없이100명당1명꼴로발병하는,유병률이굉장히높은정신질환이다.우리나라인구를5천만명이라고가정하면약50만명의조현병당사자가투병중이라는의미다.당사자의가족까지생각하면조현병과직·간접적으로연관된사람의수는어림잡아200만명이넘는다.그많은조현병당사자와가족은다어디로갔을까?
조현병당사자와가족의이야기를다룬《나의조현병삼촌(아몬드刊)》이출간됐다.저자이하늬는지난10년간기자로일하며정신질환ㆍ장애당사자의목소리에귀기울여왔다.올해65세인그의삼촌(외삼촌)은40년간조현병을앓았다.삼촌의병은가족에게“죽을힘을다해숨겨온이야기(9쪽)”다.삼촌의유일한형제로지금까지실질적인보호자역할을해온엄마는병을숨기느라평생쌓아올린거짓말로내내괴롭다.
저자가“세상물정을대충알기시작할무렵부터(…)말하기를꺼렸”고“없는사람취급(6쪽)”했던삼촌이야기를공개하기로한가장큰이유는,그의할머니부터엄마그리고자신들에게까지이어진오랜부끄러움과거짓말을이제는멈추고싶어서다.또삼촌의일생이“평생정신병원만들락날락하다가불쌍하게죽었다(233쪽)”로남아서는안된다고생각했다.
늦기전에삼촌과가족의목소리를기록으로남겨야겠다고마음먹었다.틈나는대로가족을인터뷰했다.오래된엄마의일기장과남매가서로에게쓴편지도살폈다.봉인되어있던이야기가그렇게세상밖으로나왔다.“돈은숨기고병은소문내야하니까.(93쪽)”

‘미쳤다’는말에가려진당사자의생생한목소리부터
전문가인터뷰로자세하게알아보는빈틈없는조언까지
당사자가족으로서만글을쓴것은아니다.‘기자’라는정체성이추가됐다.그가회사동료들과함께쓴기획기사는민주언론시민연합이달의좋은보도상,한국기자협회이달의기자상등을수상했고,책《우리가명함이없지일을안했냐》로도출간됐다.
이번책에서그의취재력은특히빛난다.더다양한목소리를싣기위해조현병당사자쉴라와재규어,동료지원가유영,당사자동생희수와당사자엄마은영을인터뷰했다.그덕에세상이미처듣지못했으나분명존재해온그들의목소리가투명하고생생하게담겼다.정신과전문의3인과당사자운동을지지하는사회복지학자등전문가를인터뷰해당사자와가족에게꼭필요한조언과실용적인정보도살뜰히실었다.지극히사적인기록을,보편적이고정치적인이야기로넓게확장시킬수있었던이유다.
저자가정신질환ㆍ장애에관심이깊은이유는그역시당사자이기때문이다.전작《나의F코드이야기》는자신의우울증투병기를담은책이다.저자는정신질환에대한사회적차별과편견의시선을몸소겪으면서숨는것으로는아무것도해결되지않으며낙인을강화시킬뿐임을확인했다.
저자는“더많은사람이자신과가족의병,장애를오픈할때낙인이더옅어(234쪽)”질것이라믿는다.“낙인과혐오가만연한사회에서이를없애는효과적인방법중하나가그대상을‘있는그대로’보여주는것(97쪽)”이라는연구결과에기대보기로했다.그는말한다.“삼촌과엄마의이야기,그리고다른당사자들의이야기가모이면언젠가는각종정신질환을앓는이들이낙인을두려워하지않고자신의이야기를마음놓고할수있는날이오지않을까(97쪽)”라고.저자는더많은당사자와가족이침묵을깨고말하기를바란다.이책이그마중물이될것이다.

“환청은가장흔한증상,
망상은가장고치기어려운증상”
가족이기댈곳은있는가
1장‘삼촌은조현병’에서는병의모습을정확히알리는데집중한다.조현병당사자의발병부터재발,입원과정,주요증상등을실었다.삼촌은24세에처음발병해짧게는1~2년,길게는4~5년주기로재발했다.책에따르면환청은가장흔한증상이고망상은가장고치기어려운증상이다.대체로담담하게풀어내지만2016년봄,서울에올라온삼촌을강제입원시킨뒤동생과“서로를끌어안고울었(22쪽)”다는대목에선함께눈물이맺힌다.
2장에는가족의목소리를담았다.엄마는동생인삼촌이아플때마다최선을다해돌보았지만“그애가정신질환을앓는다”는얘기를입밖으로낸적이한번도없다.친구나동료뿐아니라친척,남편,자식에게까지숨겼다.사람들이동생을‘미친놈’취급하게둘수없었을뿐아니라언젠가완치될거라고믿었기때문이다.그러나그‘언젠가’는계속미뤄졌고거짓말은평생에걸쳐이어졌다.책에따르면“40년간해방된적없는마음(81쪽)”속에살아온것이다.
이런상황은비단저자의삼촌과엄마의이야기만은아니다.4장에실린조현병당사자가족희수와은영의인터뷰를통해서도가족이겪는고난의단면을엿볼수있다.희수(171쪽)는서울소재의과대학을졸업했으나국가고시를포기했다.조현병에걸려폭력적으로변한형이혹시사람을때리거나다른범죄를저지르지않도록‘지키’기위해서였다.희수표현에따르면,저자의삼촌이커피라면그의형은‘티오피’였다.은영(178쪽)은아들의조현병음성증상(감정표현이나말,의욕,청결관념등있어야할것이사라지는증상)으로1년내내병원을들락거린다.은영의아들은식욕이사라지고잠을자지않아74킬로그램이던몸무게가47킬로그램이된적이있다.은영의유일한소원은‘아들이알아서약을먹는것’이다.
저자는가족이나돌보는사람의물질적ㆍ정서적지원이충분하면“당사자의삶의질이좋아진다(80쪽)”며,그렇게일방적돌봄을제공하는가족에게도정서적지지가필요하다는점을쉽게간과한다고덧붙인다.가족이기댈수있는보다현실적이고체계적인지원이필요한이유다.

오래오래건강하게,일하며살고싶은마음
조현병당사자는어떤하루를보낼까
조현병당사자의일상은어떨까?쉴새없이환청과망상에시달리며24시간내내‘미쳐’있을거라고상상하지만현실은그렇지않다.저자의삼촌을예로들면,망상이나환청같은증상이심하게올라올때는입원이필요할정도로증상에사로잡히지만대체로평범한일상을산다.
3장‘삼촌의일상’에서는당사자의삶을솔직하게보여준다.삼촌은카페에서마시는커피를좋아한다.입원했을때는담배를잘주는사람이‘최애’일정도로담배도사랑한다.10시에서12시쯤일어나밥을먹고다시‘미수잠(거두어들이지않은잠)’을자고일어난다.산책해도착한도서관에서시집이나소설,역사책을읽는다.몇년전주차관리원으로‘처음’취업했던경험도담겨있다.가족들은모두‘얼마버티지못하고그만둘것’이라고생각했지만삼촌은생각보다잘해냈다.책에따르면‘일’이정신장애인의증상을개선하고재발및입원가능성을낮춘다는것이연구를통해밝혀졌다고한다.삼촌은이어려운말을“사람이반듯해지는느낌(137쪽)”이라고간단하게표현했다.
4장에실린다른당사자들의이야기를살펴봐도남다른점은없다.대학에서불문학과심리학을공부한쉴라(151쪽)는자신의이야기를그림으로그리고연극으로표현한다.조현병이많은것을바꿔놓았지만불행하다고생각하지는않는다.재규어(158쪽)는조현병과지적장애를동시에앓는다.엄마와함께청소노동자로일하며머릿속‘1000명의태웅이들(환청)’과싸운다.태웅이들을이기고난다음에하고싶은일도‘청소’다.일이외에하고싶은걸물었더니‘친구들이랑한강에다시가고싶다’고한다.누구나가질법한,소소해서아름다운꿈이다.당사자를돕는동료지원가로활동중인유영(164쪽)은병을숨길마음이없다.그는당사자에게정서적지지를제공하거나(“저도그기분알아요.혼자가아니에요”)당사자가원하는것을병원에요구하거나퇴원후갈만한시설을알아본다.궁극적으로하고싶은일은‘시인’이다.60세에는유명한시인이되는게목표였지만,더빨리시인이되고싶다.‘미쳤다’는말로납작하게표현되어온,당사자들의숨은이야기가책속에서보석처럼반짝인다.

장애는언제장애가되는가
만성정신질환과함께사는법
당뇨,고혈압은대개만성질환으로분류된다.평생약을먹고관리하며살아가야하는병인것이다.정신질환에도만성이있다.저자의삼촌이그렇다.5장에서는만성정신질환과함께살아가는모습을보여주는동시에유의할점과필요한점도짚는다.
저자의삼촌은얼마전파킨슨병진단을받았다(187쪽).만성조현병의경우파킨슨병을주의해야한다.조현병증상을완화하기위한도파민관련약을오래복용하는경우근육경직이나인지능력저하가나타나는일이흔한데,조현병과파킨슨병이모두‘도파민의작용’과연관이있기때문이다.약물의장단기부작용을잘따져보고먹어야하는이유다.
가족이마냥끼고사는것도다시생각해봐야한다.가족입장에서하나부터열까지챙겨주고싶은마음은이해하지만,그것은양날의검처럼당사자를‘무능한존재’로만든다.일일이간섭하고통제하게되니혼자서는아무것도할수없는사람이된다.삼촌이집에서분리,독립에성공한이야기는그래서반갑다.삼촌은생각보다잘지냈고,엄마와할머니의삶의질도높였다.저자는“완벽하게준비되는때는영원히오지않으니,일단독립부터(206쪽)”하라고적극적으로권한다.
저자는마지막으로“신의존재를믿는것은망상이라고하지않으면서조현병당사자의믿음은왜망상이냐(224쪽)”는가족자조모임에서만난이의말을들려주며‘장애’개념에의문을제기한다.삼촌의‘손상’이심각한‘장애’가된것은,어쩌면삼촌탓만이아니라다양성을인정하지않는사회분위기,선택지가좁은환경,조현병을향한낙인과편견때문은아닌지질문을던진다.저자의문제의식은새로울것없이뻔해보인다.그러나여전히극복되지않았기에낡은질문은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