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못하는 여자들 :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된 거식증에 관한 가장 내밀하고 지적인 탐구

먹지 못하는 여자들 : 마르고 싶은 욕구로 오인된 거식증에 관한 가장 내밀하고 지적인 탐구

$22.00
저자

해들리프리먼

저자:해들리프리먼(HadleyFreeman)

저널리스트.〈가디언〉,〈보그〉등에서20년넘게활동해온베테랑기자로지금은〈선데이타임스〉에서일하고있다.저서로《선글라스의의미(TheMeaningofSunglasses)》,《삶은꽤빨리흘러간다(LifeMovesPrettyFast)》,《끝내주는여자가될것(BeAwesome)》,《유리의집(HouseofGlass)》등이있다.



역자:정지인

번역하는사람.《경험은어떻게유전자에새겨지는가》,《자연에이름붙이기》,《우울할땐뇌과학》,《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욕구들》,《마음의중심이무너지다》,《불행은어떻게질병으로이어지는가》,《내아들은조현병입니다》등을번역했다.

목차


추천의말
들어가는말

1장계기
2장가설들
3장아동기
4장분열
5장첫번째입원
6장앨리슨이야기
7장어머니들과여자들
8장거식증의언어
9장진짜세상
10장프리사이야기
11장무인지대
12장베들럼
13장제럴딘이야기
14장병약한여자아이
15장공기한모금
16장집과기숙학교
17장대학
18장패션
19장어맨다이야기
20장중독
21장회복
22장마지막이야기

감사의말
후주

출판사 서평

“거식증에서회복한사람의이강렬한회고록은
이주제에관심이있는사람이라면꼭읽어봐야할책이다.”―〈가디언〉

“거식증당사자인반쪽과저널리스트인반쪽”을결합해쓴
거식증회고록이자탐구서

거식증(신경성식욕부진증,anorexianervosa)은모든정신질환가운데사망률이가장높다고알려져있으며(전체환자의약5~10%),유독여성들에게서진단율이높다(전체환자의70~90%).언론은잊을만하면‘거식증의위험성’을보도하고,사람들은인스타그램이나틱톡같은소셜미디어나패션잡지,아이돌문화가거식증을부추긴다고,외모강박과다이어트에대한집착때문이라고손쉽게지적한다.그렇게거식증은더깊이들여다보거나논의해볼가치가없는주제로재빨리휘발되어버린다.거식증은정말외모강박과집착에서비롯되는것일까?그저마른몸이되고싶어서먹기를거부하는것일까?

〈가디언〉,〈보그〉를거쳐〈선데이타임스〉에서일하는베테랑저널리스트해들리프리먼은거식증당사자였다.14세에시작된거식증으로17세까지3년간입·퇴원을아홉차례반복했다.이후20년넘게‘기능하는거식증환자’이자‘저널리스트’로살았다.프리먼의신작《먹지못하는여자들(원제:Goodgirls)》은그의표현에따르면“거식증당사자인반쪽과저널리스트인반쪽”을결합해쓴거식증회고록이자탐구서다.

프리먼은두가지정체성을오가며책을썼다.불안과강박에사로잡힌청소년여자아이의관점과세심하고꼼꼼한저널리스트의시각이교차되는데,마치책한권으로두작가의글을읽는기분이든다.우선거식증당사자의머릿속에서펼쳐지는뒤틀린사고방식의흐름이구체적이고적나라하게담겼다.이내밀하고핍진한경험담은그동안미처알지못했거나알고싶어하지않았던‘마르고싶은욕구로오인한거식증의진짜세계’로우리를데려다놓는다.20년넘게자신을장악하고있던병의진실을밝혀내기위해저널리스트로서의장점도십분발휘한다.입원시기에함께했던다른환자들을일일이만나인터뷰하고,의사와상담사와섭식장애전문가들과도이야기를나누었다.관련연구논문과최신기사자료도샅샅이조사했다.

이책은출간후“선명한서사와탄탄한탐구와온화한유머덕에특별한매력을발산한다”(〈월스트리트저널〉),“거식증을이해하고싶은독자들에게값진통찰을제공”(〈퍼블리셔스위클리〉)한다는찬사를받으며화제를모았다.“필사적으로(거식증이라는)‘축소된세계’를추구해왔던”프리먼은결과적으로이책을통해“거식증이무엇이며또무엇이아닌지이야기”(〈커커스리뷰〉)를밝혀내며,“더넓은지평선을찾아내는데성공”(〈뉴욕타임스〉)한것으로보인다.

왜거식증당사자의90퍼센트가‘여자들’일까
축소되고왜곡된거식증을위한변론

해들리프리먼이처음부터거식증책을쓸생각을했던것은아니다.“세상에는이보다더중요해보이는일들이많았고,앉아서배꼽만노려보고있을수는없는노릇”(19쪽)이었기에회피하고싶었다.또자신의불완전함과불가해한고통을드러내는일이라망설였다.그러나프리먼은“누군가의외로움을조금이나마덜어줄수있을지모른다는희망을품고”(20쪽)책을쓰기로마음먹는다.특히‘거식증환자의90퍼센트가여성’이라는통계수치가오랫동안바뀌지않는다는사실에서,12세미만어린이들에게거식증발병률이증가하고있다는것에서느낀충격과분노는책을쓰게한결정적동력이었다.

청소년기여자아이들이먹기를거부하는현상은1천년전부터존재했는데,세상은거식증을‘마른몸이되고싶은병’이라단정짓고‘현대사회가발명한유행병’정도로일축해버린다.‘깡마른아이돌이인기를끄는풍조’,‘사이즈제로열풍’,‘인스타그램이나틱톡’,‘불안이나외모강박’등‘피상적이고표면적인’현상을원인으로꼽는다.그렇게서둘러이야기를봉합하고,더는깊이들여다보려하지않는다.그러나프리먼은그런설명들에서거식증당사자인자신의경험을대변할만한것이보이지않았다며“나는물에빠져허우적대고있는데그사람들은보슬비를이야기하고있다(18쪽)”고비유한다.이러한축소와왜곡이정신질환사망률1위인거식증에관한건강한논의와해결을도리어막는다는것이다.

책에인용된의학저널《랜싯》의연구결과는여자아이들이겪는고통의단면을여러겹에걸쳐보여준다.연구에따르면2000년이후여자아이들의자해비율이세배증가했다.2022년1만5천명의중고등학생들을대상으로진행한연구에서18세가되었을때정신건강문제에시달릴확률을따져봤더니,여학생이남학생보다두배높으며그사실을숨길가능성도더컸다.11세의어린여아들도남아들보다정신건강문제를겪을가능성이30퍼센트컸으며,여학생의80퍼센트가‘완벽주의와극단적인자기통제’에집착한다는것도밝혀졌다.프리먼은“극단적인자기통제와완벽주의는너무나많은여자아이들이불안을표현하는방식이며,거식증은여자들사이에서너무나흔한그경향이확장된것”(16쪽)이라고말한다.

프리먼에따르면근본적으로거식증은“음식에관한문제가아니”며“말로는표현하지못하는무언가를온몸으로말하려는시도”이자“성애화와여성성에대한공포”이자“슬픔과분노에관한것”,완벽함의덫에사로잡힌존재이므로함부로슬퍼하거나분노하는일이허용되지않는다는믿음에관한것이자세상에의해완전히압도된느낌이들고그래서단순한규칙(‘먹지마’)만통하는자기만의작은세상을만들어내려는일이다.(21쪽)

용어사용에관한내용도담겨있다.프리먼은‘거식증당사자’라는표현이“사람은단순히어떤질병이아니며그병을넘어서는고유의정체성을지니고있음”을인정하는한편‘거식증환자(anorexic)’라는표현에도가치가있다고말한다.자신이거식증에붙잡혀있었을때,삶에다른건아무것도없고거식증이하루하루의매초를,모든생각과말을통제했기에말그대로‘환자’였다는것이다.또한거식증이외부가아닌자기안에서생겨난것임을이해했을때비로소회복을위한‘통제력’을가질수있었다며,익명의알코올중독자모임이“나는아무개이며알코올중독자입니다”라는유명한소개말로시작하는것과같은이유라고덧붙인다.

나는해들리프리먼이고‘거식증환자’였습니다
당사자와전문가인터뷰,꼼꼼한자료조사를통한입체적인탐구

열네살프리먼에게거식증은벼락같이찾아왔다.체육시간이끝난후반에서‘가장마른아이’였던친구리지에게들은“나도너처럼평범하면좋겠어”라는한마디가시작이었다.그말을들은프리먼은깊고시커먼동굴로추락한다.파스타와마돈나와《제인에어》를좋아하던여자아이는몇달후강박적으로운동하고굶는일에만몰두하는자기만의세상에서살게된다.그렇게체중의3분의1을줄인끝에첫번째입원의문이열리고,고통스러운거식증의여정에발을들인다.

배가고픈데도아무것도먹지않는것은물론끊임없이운동을하는장면,심한윗몸일으키기로척추주변살이찢어져피가나는데도멈추기는커녕스쿼트,다리들기,팔벌려뛰기를쉼없이해대는모습,먹지않기위해음식에관해상상할수있는가장역겨운생각을떠올리는수법등이세밀하게등장한다.

입원생활에서벌어진다양한일들도상세히묘사되어있는데이모든장면들은거식증환자의머릿속에서벌어지는정신적,심리적과정을날것그대로보여준다.‘먹기만하면모든것이해결되는병’이라는인식이지배적이었기에,한쪽에서는먹이기위한의료진의협박과구슬림과회유가,다른한쪽에서는먹지않기위한환자들의다양하고창의적인꼼수가펼쳐진다.

프리먼은자신의이야기가꽤‘전형적’인사례라면서도,입원시절만났던다른거식증당사자를수소문해만나인터뷰를한내용도책에실음으로써보다다양하고입체적인거식증당사자의이야기를풀어낸다.

또한섭식장애전문가와의사,상담사와나눈인터뷰를통해거식증과유전및성격의관계,자폐스펙트럼장애나강박장애,신체대사율과거식증의연관성에관한새로운가설들을파헤친다.다만노련한저널리스트답게,특정주장에서한발짝떨어져객관적인자세를유지하는한편,우리가아직거식증에관해아는것보다모르는것이더많음을강조한다.

끝내회복한그가남긴이야기
우리는아직거식증을모른다

프리먼은“거식증은분명나의본질”이었으며자기자신을형성한가장강력하고강렬한경험이라고말한다.그러나그는결국거식증에서회복한다.거식증환자중회복하는사람은절반이안되며,특히입원경험이있는경우그비율이현저히떨어진다는절망적인사실을생각하면,뻔한표현이지만기적같은일이다.

거식증으로미끄러질때처럼회복으로향하는계기도갑작스러웠다.마지막입원생활중서른두살의어느환자가자신의빵에버터가더많이발라져있다고화를내며소동을벌이는장면을목격한뒤,프리먼은자신의미래에대해생각하게된다.적어도나이를먹어,그환자와같은처지에놓이고싶지는않다는생각.작은균열은점점커져서서히거식증의세계에서빠져나갈디딤돌로작동했다.잦은입·퇴원으로중단한수밖에없었던학업을재개했다.대학입학시험을치르고,옥스퍼드에합격한뒤기자로데뷔,20년간저널리스트로일하게된다.의사들도어떤환자가회복하고,어떤환자가회복하지못할지를전혀가늠하지못한다는면에서프리먼은운이매우많이좋았다.

프리먼의회복에서얻을수있는힌트는,아주작은것이지만의미가없진않다.그는마지막장에서갑자기굶기시작한딸을둔어머니들에게이런조언을남긴다.“가능한한빨리전문가의도움을받고,딸의간병인이되지말라”고.이는곧모든것이거식증을중심으로돌아가게하지말라는이야기,딸을구하는일은다른사람에게맡기고‘엄마’로남으라는이야기다.

프리먼은이어서‘왜아직도그렇게많은여자아이가어른이되는일을그토록힘들어하는지’를고민할때라고말한다.여자아이들앞에가로놓인모든잠재적위험을치워줄수는없지만,성장하는과정에서필요한일들을차분히잘설명해주자고독려하며다양한조언(자신이어린시절간절히듣고싶었던그조언)을풀어낸다.

프리먼은이책《먹지못하는여자들》에서당사자이자목격자로서거식증의가장깊은세계에빠져허우적거린시간을충실하게증언하는한편,저널리스트로서거식증에관해알아야할것들,관심을가져야할것들이여전히많다는사실을예리하고꼼꼼하게짚어낸다.책을덮는순간,거식증이그저‘마르고싶은욕구’로정의내릴수없을정도로복잡하다는것,이진실만큼은확실히붙잡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