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서툰 사람들 (불가해한 상실 앞에 선 당신을 위한 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슬픔이 서툰 사람들 (불가해한 상실 앞에 선 당신을 위한 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18.00
Description
“왜 우리는 슬픔 앞에서 이렇게 서툴까”
불가해한 상실 앞에서 선 당신을 위한 임상심리학자의 애도 강의
우리는 살아가며 반드시 누군가의 죽음을 겪는다. 그럼에도 죽음 이후의 시간, 상실과 애도에 관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은 임상심리학자 고선규가 영화 10편 속 인물들을 ‘가상의 내담자’로 상담실에 초대해, 다양한 죽음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애도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위로나 치유를 서두르지 않는다. 슬픔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대신 슬픔을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자살·사고·질병·존엄사 등 죽음의 방식에 따라 애도의 얼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타인의 서사를 경유해 자신의 슬픔을 바라보게 만드는 이 책은, 감정에 기대지 않고 상실 이후의 삶을 다시 사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고선규

임상심리학박사이자임상심리전문가.2014년중앙심리부검센터부센터장으로근무하며한국형심리부검체크리스트(K-PAC)를개발했고,이를바탕으로국내자살사망자데이터베이스구축의기초를마련했다.전국의자살사별자들을만나며상실과애도,자살을둘러싼우리사회의고통에깊은관심을갖게되었다.
현재마인드웍스심리상담센터와자살사별자심리지원단체메리골드를운영하며,갑작스러운상실이후남겨진이들의애도여정에동행하고있다.또한한국심리학회자살예방위원장을맡아자살예방활동을비롯해자살사별자를위한사회적지원기반을확장하는한편,아주대학교교육대학원에서심리치료전공겸임교수로학생들을가르친다.
저서로《우리는모두자살사별자입니다》,《여섯밤의애도》,《누군가의곁에있기(공저)》등이있으며,자살사별자뿐아니라예기치않게누군가를잃은사람들,기꺼이그들곁에있고자하는이들이편안하게애도할수있는사회적분위기를만들기위해애쓰고있다.특히문화예술과심리의만남에깊은관심을두고공예문화예술전시〈심경MindMirror〉을비롯해자살사별자의이야기를다룬낭독극〈우리가죄인입니까〉,〈셋째주수요일저녁7시〉를기획했다.애도의언어가삶의언어로다시이어지도록,심리학과문화예술의협업을지속하고자한다.

목차

상담실문을열며:상실은삶의본질이자인간의숙명이다

엄마의죽음을아이에게어떻게이야기해야할까요?
아내를자살로떠나보낸어느남편의이야기:영화〈라우더댄밤즈〉

눈물이나지않아요.제가비정상인가요?
외상적사별그직후:영화〈데몰리션〉

출산과동시에떠난아이,무엇을애도해야할까요?
무엇을잃었는지도모르는,이름없는슬픔마주하기:영화〈그녀의조각들〉

죽었지만살아있는남편과계속얘기해도될까요?
삭제하지못한죽음,디지털데이터로멈춰세운상실:블랙미러시리즈2〈돌아올게〉

교사의죽음,아이들도애도해야하지않을까요?
상실경험을상실한학교:영화〈라자르선생님〉

왜미리막지못했을까요?
자살이던지는비통한질문:영화〈환상의빛〉

아이를잃고어떻게살아갈수있을까요?
자식을잃은부부의애도:영화〈래빗홀〉

아들이죽인아이의부모가전하는용서,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요?
가해자와피해자의용서와애도:영화〈매스〉

아빠를어떤사람으로기억해야할까요?
어린시절떠난부모를기억하는법:영화〈애프터썬〉

무엇이아내를끝까지아름답게지켜주는길일까요?
삶의끝자락에서묻는존엄한죽음과사랑:영화〈아무르〉

상담실문을닫으며:슬픔이흐를수있는사회
미주

출판사 서평

“속수무책의슬픔안에도쓸모가깃들어있음을헤아리고,
공동체를추스르고부축하는방법을짚어준다”
-장일호,시사IN기자

“왜우리는슬픔앞에서이렇게서툴까”
슬픔을안전하게담아낼공간을만드는법을탐구하는책
우리는살아있는동안반드시누군가의죽음을경험한다.언젠가내삶역시죽음으로끝날것임을알고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죽음과상실을어떻게이해하고,애도해야하는지는거의배우지못한채살아간다.평온하던일상에무례하게침입한사건처럼죽음을맞이하고,그이후의시간은개인의몫으로남겨진다.
임상심리학자고선규의신작《슬픔이서툰사람들》은바로이지점에서출발한다.이책은죽음과상실,애도와회복을다루지만,흔히기대되는위로나치유의언어를전면에내세우지않는다.‘슬픔을어떻게없앨것인가’대신‘왜우리는슬픔앞에서이렇게서툴수밖에없는가’라는질문을다룬다.또한슬픔을극복해야할감정이나통제해야할상태로보지않고이해하고배워야할인간경험의하나로제시한다.
2014년중앙심리부검센터부센터장으로일하며한국형심리부검체크리스트(K-PAC)개발에참여한저자는,오랜시간자살사별자와예기치않은상실을겪은이들을상담해왔다.상담실에서반복적으로마주한것은‘슬픔이지나치게큰사람들’이아니라자신의상태를설명할언어를갖지못한사람들이었다.충분히슬퍼하지못한것같다는죄책감,시간이지나도나아지지않는자신에대한불안,아무감정도느껴지지않는상태로인한당혹감은많은사별자들이공통적으로겪는경험이다.《슬픔이서툰사람들》은이러한반응을개인의약함이나심리적결함으로해석하지않는다.오히려우리는죽음과상실을제대로배운적이없기때문에애도또한서툴수밖에없다고말한다.
책은“죽음과죽은이를대하는태도가바로,언젠가사별자가될우리가온전히슬퍼하고치유될것인지아닌지를가르는조건”이라며,슬픔을안전하게담아낼공간을만드는일의중요성을강조한다.상실의슬픔이억눌리지않고흘러나오도록돕기위해‘애도상담실’과‘애도강의실’이라는두장치를활용한다.

“영화속주인공열명을상담실로초대하다”
가상의내담자를통해펼쳐내는상실의구체적장면들
저자는“다양한죽음과그보다더다양한애도의모습을이야기하기위해영화속주인공열명을상담실로초대”했다고밝힌다.실제내담자의사례를그대로옮길수없는윤리적조건속에서영화속인물들의이야기를통해우리사회가자주피하거나덮어두는상실의모습을엿볼수있도록한것이다.각장마다한편의영화,한사람의상실,그상실이남긴질문과주제가등장한다.
책의첫장면에등장하는영화〈라우더댄밤즈〉를통해저자는말해지지않은슬픔,충분히공유되지못한기억이가족안에서어떤긴장을만들어내는지를보여준다.영화〈데몰리션〉에서는외상적사별로아내를잃은남성이겪는혼란을다룬다.이어서출산과동시에아이를잃은여성의이야기를다룬영화〈그녀의조각들〉을통해저자는이름붙일수없는슬픔이어떻게개인을고립시키는지,슬픔을말할언어가없을때어떤일이벌어지는지를설명한다.〈블랙미러시리즈2:돌아올게〉에서는죽음이후에도디지털데이터를통해관계가끊어지지않는상실의양상을다룬다.아이들이경험하는상실의문제는영화〈라자르선생님〉을통해살펴본다.교사의죽음을겪은교실에서어른들의불편함때문에아이들의애도가지워지는장면은,죽음과상실을‘공동체’차원에서다루지않는한국사회의모습을겹쳐보이게한다.
자살로인한죽음이남기는질문은영화〈환상의빛〉을통해제시된다.“왜미리막지못했을까요?”는자살사별자들이자신에게가장자주던지는질문이다.이장에서저자는죄책감과분노,끝없이반복되는‘망상적서사’가자살사별의핵심적인특징임을짚고이들을어떻게대해야하는지구체적으로설명한다.아이를잃은부모의애도는영화〈래빗홀〉을통해서살펴본다.자식을잃은부부가각기다른속도로슬픔을통과하는모습은,애도가얼마나개인적이면서도동시에관계적인경험인지를보여준다.가해자와피해자의관계속에서이루어지는애도는영화〈매스〉로분석한다.저자는이장에서‘용서해야회복된다’는통념을경계하며각자의애도에는저마다의윤리와속도가필요하다고말한다.어린시절부모를잃은아이가성인이된후그기억을다시마주하는이야기는〈애프터썬〉을통해펼쳐진다.저자는기억이애도의중요한일부이지만,그것이‘치유적’으로기능하기위해서무엇을해야하는지살뜰히알려준다.마지막으로존엄한죽음에관한질문앞에선부부의이야기를다룬영화〈아무르〉를통해서는‘좋은죽음이란무엇인지’를묻는다.
이처럼영화가바뀔때마다죽음의방식도,남겨진관계도,애도의질문도달라진다.저자는내담자를재단하지않고,슬픔의모양을평가하지않으며,질문이생겨난맥락을끝까지붙잡는다.독자는‘영화속인물’이라는타인의서사를경유해어느순간자신의상실과마주하게되지만,그과정에서슬픔을강요당하지않는다.오히려한발떨어진자리에서슬픔을바라보고이해할기회를얻는다.

“같은죽음은없다”
죽음의방식에따라달라지는애도의풍경
책의또다른축은‘애도강의실’이다.상담실이상실의내러티브를보여주는자리라면,강의실은그내러티브를조금더이론적이고구체적으로정리하고심화하는자리다.저자는강의실에서학생들에게설명하듯,죽음의방식과사별관계에따라애도의경로가어떻게달라지는지세밀하게구분한다.
여기서저자는애도를‘정답있는단계’로가르치지않는다.대신죽음의방식(사고·질병·자살·존엄사)과사별관계(배우자·부모·자녀·공동체)에따라애도의경로가달라진다는점을논리적으로풀어낸다.외상적사별에서는충격이먼저삶을덮고,질병사별에서는긴시간의돌봄과피로가애도에섞이며,자살사별에서는죄책감과낙인이애도의공간을급격히좁힌다.존엄사와같은죽음은존중의마음과상실의고통이동시에존재하며,‘과연옳았는가’라는윤리적질문을남긴다.
애도강의실을통해저자가들려주려는핵심주제는명확하다.“고통은혼자겪을수있어도,회복은홀로해낼수없다”는점이다.애도는개인의내면에서만완결되는감정작업이아니라,관계속에서발화되고담길때비로소이어지는과정이다.
결국이책은상담실에서‘이야기’를통해독자의언어를열고,강의실에서‘개념’으로그언어를단단하게만든다.전자가감정의경험을드러낸다면,다른한쪽은그경험을해석할이성적토대를제공하는셈이다.

“슬픔이흐를수있는사회는악하지않다”
위로보다이해가필요한순간,단단한좌표가되어줄책
마지막에저자는상담실문을닫으며애도가개인의문제로만남지않기위해필요한조건을말한다.“죽음은본질적으로‘관계적사건’”이며,“슬픔을안전하게담아낼공간이”마련되어야한다고.저자는“슬픔이흐를수있는사회는악하지않”으며“슬픔이흐를수있는관계는치유적”이라고말한다.
《슬픔이서툰사람들》이궁극적으로말하고자하는바는여기에있다.슬픔을없애는법이아니라슬픔이흐르도록하는언어와관계,그리고공간을갖는일.애도는‘끝내야할과제’가아니라상실이후에도계속살아가야하는사람들이자신의기억을마주하고삶을다시구성해가는과정이다.
한국사회에서죽음은여전히자주침묵속에놓이고,상실은개인이감당해야할문제로방치되기쉽다.이책은그침묵을감정과잉없이,그러나회피하지않는방식으로깨운다.영화라는공통의서사를통해독자가안전하게상실을들여다보게만들고,상담과강의의언어로애도의구조를설명하며,결국우리에게묻는다.우리는슬픔을개인에게만맡겨둘것인가,아니면슬픔이흐를수있는사회를만들것인가.《슬픔이서툰사람들》은위로를서두르지않으면서도,상실이후의삶에필요한가장현실적인조건(듣는관계,말할언어,머물공간)을제안하는책이다.위로보다이해가필요한순간,이책은조용하지만분명한언어로그자리에함께머무는단단한좌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