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

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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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트라우마 연구의 고전...한국어 최초 완역!
1996년 초판 출간 이후 오늘날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문학·사회과학·예술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널리 읽히고 인용되는 트라우마 연구의 필독서 20주년 증보판이다. 저자인 캐루스도 〈후기〉에서 회고하듯, 초판 출간 당시 아직 독립된 연구 영역으로 자리잡지 못했던 ‘트라우마 연구’를 인문학의 중심 분야로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증언 장면과 독자 윤리, 구조적 폭력 차원의 임상 논의, 역사 서술의 윤리, 트라우마 개념의 계보, 세대 간 기억과 이미지 매개 등 1996년 캐루스가 제시한 통찰은 20년, 이제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러 학문적 지평에서 수용·변주되며 심화 그리고 확장되고 있다. 문학비평을 비롯해 정신분석, 문화비평, 해석학, 철학을 가로질러 트라우마 개념의 본질에 다가서는 이 ‘트라우마 연구의 고전’에서 캐루스가 남긴 유산은, 특정 개념어의 정의나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응답한 것인가’라는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질문 그 자체이다.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캐루스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히 사건을 서사적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이 시간 속에서 드러내는 역설적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경험은 발생 당시에는 충분히 인지되지 않거나 무시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를 붙잡고, 어떤 상처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고통을 가져온다. 겉보기에 이미 지나간 ‘사고 accident’가 시간이 지난 후 악몽·플래시백·신체 반응으로 되살아나는 장면은 트라우마가 지닌 지연의 구조를 잘 보여 준다. 이때 ‘귀환하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실재이며, 이야기는 그 실재가 드러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충격을 포착한다. 그 접점에서 문장과 이미지, 침묵은 “우리에게 말을 거는 시도”로 결합된다. 이러한 ‘지연’의 순간들을 견디며 그 구조와 함의를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을 ‘통과’하는 필수 과정이다. 저자는 사건을 단편적 의미로 환원하기보다, 지연된 ‘호소’와 복합적 의미망에 주의를 기울이며 반복적 청취와 응답의 윤리를 요청한다. 문학적 독해는 그 윤리를 실천하는 핵심 현장으로 제시된다.

트라우마의 지연 구조와 응답의 윤리
이 책 《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은 서론과 다섯 장의 본문, 증보판 후기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트라우마의 시간적·구조적 특성, 언어와 서사의 문제, 그리고 개인과 집단 차원의 반복과 생존을 둘러싼 핵심 주제를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캐루스는 트라우마를 병리적 증상이나 임상적 분류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제시하면서, 언어·역사·윤리의 교차점에서 그 복합적 구조와 작동 방식을 다시 사유하도록 이끈다. 캐루스의 은유적인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트라우마적 언어와 그것을 포함한 서사 속에서 ‘의식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 그리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어떻게 얽혀 드러나는지를 포착하게 된다. 이 미세한 상호작용을 따라가는 과정이 바로 텍스트 이해의 핵심이며,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트라우마 경험의 복합적 구조와 작동을 정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유는 특히 한국의 역사적·사회적 시간과 긴밀히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과 민주화, 대형 재난과 상실 등 겹겹이 쌓인 기억 속에서 ‘지연’은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상처를 기록한 문학, 영화, 구술 자료는 이 책의 개념이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장을 제공한다.
저자

캐시 캐루스

Cathy Caruth
트라우마 이론의 선구적 연구자로, 현재 코넬대학교 영문과 Class of 1916 Professor of English이며 비교문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프린스턴대학교 학부를 마친 뒤 예일대학교에서 1988년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예일과 에모리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홀로코스트 증언Holocaust Testimony’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2011년 코넬대학교에 부임했다. 캐루스의 연구는 문학·정신분석·역사·윤리 담론을 가로지르며 트라우마의 언어와 증언 문제를 정교하게 조명하여, 영미권은 물론 전 세계 인문학에서 트라우마 연구를 핵심 분야로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작으로 《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Unclaimed Experience: Trauma, Narrative, and History》, 《역사의 재에서의 문학Literature in the Ashes of History》, 《트라우마 경청하기: 이론과 치료의 최전선에서 나눈 대화Listening to Trauma: Conversations with Leaders in the Theory and Treatment of Catastrophic Experience》 등이 있으며, 초기 저작 《경험적 진리와 비평적 허구: 로크, 워즈워스, 칸트, 프로이트Empirical Truths and Critical Fictions: Locke, Wordsworth, Kant, Freud》와 편저 《트라우마: 기억의 탐구Trauma: Explorations in Memory》도 널리 읽힌다.

목차

옮긴이 글

| 서론 | 상처와 목소리

| 1장 | 소유하지 못한 경험: 트라우마와 역사의 가능성 _ 프로이트,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출애굽기, 그 떠남의 역사
재난의 글쓰기

| 2장 | 문학 그리고 기억의 재연 _뒤 라스,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
시각의 배반
“내 말 좀 들어 봐요”
타자의 이야기

| 3장 | 트라우마적 떠남: 프로이트 내의 생존과 역사 _ 《쾌락원칙을 넘어서》,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역사와 생존
외상적 각성
역사적 트라우마, 또는 유대인의 역사

| 4장 | 추락하는 몸과 지시의 영향력 _ 드 만과 칸트, 클라이스트
추락의 세계
철학의 몸
우아한 비유
그림자 같은 실재
지시의 영향력

| 5장 | 트라우마적 각성 프로이트와 라캉, 기억의 윤리
어느 꿈에 관한 이야기
어느 깨어남에 관한 이야기
생존의 본성
피할 수 없는 명령
“나도 보았어요.”

| 후기 | 삶을 향한 호소 :트라우마 이론 속의 문학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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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떻게듣고,어떻게응답할것인가

캐루스의텍스트를이해하는과정은단순히사건을서사적으로읽는데그치지않고,경험이시간속에서드러내는역설적구조를면밀히파악하는데서시작된다.어떤경험은발생당시에는충분히인지되지않거나무시되다가시간이흐른뒤에야우리를붙잡고,어떤상처는일정시간이지난후에야고통을가져온다.겉보기에이미지나간‘사고accident’가시간이지난후악몽·플래시백·신체반응으로되살아나는장면은트라우마가지닌지연의구조를잘보여준다.이때‘귀환하는’것은단순한기억이아니다.그것은아직완전히드러나지않은실재이며,이야기는그실재가드러나는접점에서발생하는미세한충격을포착한다.그접점에서문장과이미지,침묵은“우리에게말을거는시도”로결합된다.이러한‘지연’의순간들을견디며그구조와함의를심층적으로고찰하는것이이책을‘통과’하는필수과정이다.저자는사건을단편적의미로환원하기보다,지연된‘호소’와복합적의미망에주의를기울이며반복적청취와응답의윤리를요청한다.문학적독해는그윤리를실천하는핵심현장으로제시된다.

트라우마의지연구조와응답의윤리

이책《트라우마,소유하지못한경험》은서론과다섯장의본문,증보판후기로구성되었다.각장은트라우마의시간적·구조적특성,언어와서사의문제,그리고개인과집단차원의반복과생존을둘러싼핵심주제를심층적으로탐색한다.
캐루스는트라우마를병리적증상이나임상적분류를넘어서는개념으로제시하면서,언어·역사·윤리의교차점에서그복합적구조와작동방식을다시사유하도록이끈다.캐루스의은유적인서술을따라가다보면독자는트라우마적언어와그것을포함한서사속에서‘의식적’요소와‘무의식적’요소,그리고‘아는것’과‘모르는것’이어떻게얽혀드러나는지를포착하게된다.이미세한상호작용을따라가는과정이바로텍스트이해의핵심이며,이과정을통해독자는트라우마경험의복합적구조와작동을정동적으로인식할수있게된다.
이러한사유는특히한국의역사적·사회적시간과긴밀히맞닿아있기때문에그의미가더욱깊다.일제강점기,전쟁과분단,국가폭력과민주화,대형재난과상실등겹겹이쌓인기억속에서‘지연’은결코낯선개념이아니다.이처럼한국사회의상처를기록한문학,영화,구술자료는이책의개념이현실속에서구체적으로작동하는장을제공한다.

책속에서

상처와목소리비유는우리에게무엇을말해주는가?그리고그비유가전하는말에든,부지불식간에말하는이야기에든,프로이트가트라우마에관해쓴글의핵심에는무엇이있는가?그것은바로트라우마가병리病理또는상처입은정신의단순한질병그이상으로보인다는것이다.즉,트라우마는언제나울부짖는상처의이야기며,다른방법으로는알수없는현실이나진실을말해주고자우리에게말을거는시도이다.-24쪽

역사의트라우마적성격은사건이타인을연루시키는한도에서만역사적이라는것을의미한다고말할수있다.바로이러한측면에서유대인의역사는지금까지타인의트라우마로인한고통이었다.-54쪽

그는자신이알지못해서,자신의과거를직면할수없어서,또자신의질문에서언급하는자아가없어서그녀의말을듣는다.그리고바로이불가능한지점에서말하고자신조차온전히소유하지못한질문을던지기때문에,그는그녀의이야기속으로들어가그이야기에대한대답이본래말할수있는것보다더많은것을말하게할수있다.그녀의진실을알기때문이아니라자신의진실을모르기때문에.-96쪽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정신과외부폭력사이의가장직접적인연결고리를제공하며,가장파괴적인정신장애인것으로보인다.나는이글에서트라우마란,파괴가미친단순한영향이아니라근본적으로생존의수수께끼라고주장할것이다.외상적경험을파괴성과생존사이의역설적관계로인식해야만재앙적경험의핵심에있는이해불가능성의유산또한인식할수있다.-132쪽

오늘날트라우마이론은이러한생존이정확히일어나고있는영역중하나이다.이는정신의학이트라우마이론을변형하고자기것으로만든다는확신에서만이아니라,여전히정신의학과정신분석모두다에풀리지않은수수께끼로남아있는이이론의창조적인불확실성속에서그러하다.그수수께끼란바로파괴이자동시에생존으로서의트라우마,그리고그것이야말로프로이트의통찰자체의핵심에놓여있는것이다.-163쪽

트라우마적경험은수반되는고통의심리적차원을넘어서어떤역설을시사한다.어떤폭력적인사건을가장직접적으로목격하는순간은그사건을알지못하는절대적인무능력으로서나타날수있다는역설말이다.말하자면역설적으로즉각성이뒤늦음의형태를취할수있다.외상성사건의반복은여전히의식할수없지만계속시야에침입한다.따라서이반복은단순히볼수있는무엇이나알수있는무엇너머로확장하고,이반복적인보기의핵심에남아있는뒤늦음과불가해성둘다와밀접하게연관된사건과의더거대한관계를암시한다.-199쪽